비라도 쏟아질 듯 희끄무레 번진 하늘과 끈적하게 달라붙는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광화문 광장은 600여 명의 청소년들이 뿜어내는 생동감으로 가득 찼다. 지난 16일 오후 2시, 48개국 420여 명의 재외동포 청소년과 국내 대학생 200여 명이 광화문 광장에 한데 모여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퍼포먼스를 펼쳤다.
재외동포재단은 이달 11일부터 18일까지 8일간 48개국 420여 명의 재외동포 청소년을 모국에 초청해 ‘2017 재외동포청소년교류사업 중·고생 캠프’(Teens Camp)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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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재단은 이달 11일부터 18일까지 8일간 48개국 420여 명의 재외동포 청소년을 초청해 ‘2017 재외동포청소년교류사업 중·고생 캠프’(Teens Camp)를 개최했다.(제공=재외동포재단) |
이번 캠프는 재외동포 청소년들에게 모국과의 소통과 공감, 이해의 장을 마련해 주기 위해 준비됐다. 재외동포 청소년들은 12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의 개회식을 시작으로 군산, 김해, 대구 등 전국 9개 지역으로 나뉘어져 팜스테이, 문화와 예절, 전통체험, 농촌체험, 역사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모국을 배우고 경험했다.
캠프 일정이 막바지에 이른 16일, 이들은 서울에서 다 같이 모여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홍보 퍼포먼스를 펼쳤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혹여나 틀릴까 동작을 맞춰보며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바라보고 있자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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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한국을 찾은 재외동포 청소년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평창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플래시몹을 선보이고 있다. |
브라스 밴드 ‘스윙킹즈’의 흥겨운 공연으로 시작한 무대는 윤도현 밴드의 신명나는 ‘아리랑’ 곡에 맞춘 퍼포먼스를 거쳐 600여 명의 청소년들이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마스코트 반다비, 수호랑과 함께한 ‘웰컴 투 평창’ 플래시몹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청소년들은 한 손에는 태극기를, 다른 한 손에는 자신의 출신지 국기를 흔들며 음악에 맞춰 최선을 다해 율동을 추었다. 이들의 열정적인 공연에 지나가는 외국인, 내국인 할 것 없이 가는 걸음을 멈추고 연신 사진을 찍었고 광화문 광장에는 색색깔 만국기가 휘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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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스 밴드 ‘스윙킹즈’의 공연으로 이날 행사의 막이 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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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는 태극기를, 한 손에는 출신국가의 국기를 손에 들고 플래시몹에 열중하고 있는 재외동포 청소년들. |
신준송(17, 중국) 군은 “아리랑이란 전통 음악에 맞춰 퍼포먼스를 할 수 있어 매우 영광이었다.”면서 “평소에 친척, 친구들과 올림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캠프가 끝나서 중국으로 돌아가면 이번 캠프의 추억과 평창동계올림픽에 관해 SNS에 올릴 계획이다. 비록 올림픽 때 한국에 오진 못하지만 TV로라도 열심히 관람하고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이 다섯 번 째 한국 방문이라는 강성진(18, 미국) 군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캠프에 참여하게 됐다. 새끼줄도 직접 꼬아보고 전통 악기 체험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접하고, 다른 동포들과도 교류할 수 있어서 즐겁다.”며 캠프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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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인터뷰에 응해준 바네사 리 양, 다니엘 코르프 군, 강성진 군. |
다니엘 코르프(Daniel Korf, 19, 오스트리아) 군은 “2년마다 엄마와 함께 엄마의 고향인 한국을 방문한다. 이번 캠프에 참여하며 다른 해외 친구들 뿐만 아니라 울산에서 홈스테이 친구와 정말 친해졌다. 내 자신이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캠프에 와서 더 많이 느꼈다. 한국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네사 리(Vanessa Li, 18, 러시아) 양은 “현재 한국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중이다. 대한민국이 좋고 한국 음식도 정말 좋다. 두 번째 한국 방문인데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도 그렇고 한국이 정말 ‘빅 코리아(Big Korea)’가 된 것 같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모두 해외에서 태어나 자란 이 어린 친구들은 올림픽과 한국의 이야기에 이르자 신기하게도 모두 “한국의 발전이 놀랍고 자부심을 갖는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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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공식 마스코트인 수호랑 반다비와 함께한 ‘웰컴 투 평창’ 플래시몹. |
강성진 군은 “한국이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여덟 번 째 국가라니 자랑스럽다. 공부만 하는 성실한 학생과 엄격한 엄마의 이미지에서 이젠 재미있는 한국으로 이미지도 정말 많이 바뀌었다. 미국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러 가고, 한국 드라마를 번역해 달라는 부탁도 많이 받는다.”며 “평창동계올림픽 때 한국에 올 계획인데 통역 자원봉사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안타깝게도 이 어린 친구들 중에는 정도가 약하긴 하지만 인종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한국의 발전과 문화의 전파는 재외동포의 자부심에도 영향을 준다고 이들 스스로 평가했다.
재외동포 청소년들은 캠프 기간 동안 평창동계올림픽 클러스터 투어에 참가해 경기장과 홍보관을 돌아보기도 했다. 울산지역 총 책임자인 김창열(울산YMCA 남목청소년 문화의 집 관장) 씨는 “재외 청소년들이 국내 청소년들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올림픽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질문하는 점에 놀라기도 했다. 48개국의 청소년들이 각 나라로 돌아가 이번 캠프의 경험을 바탕으로 SNS로도 소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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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스키점프대를 방문한 재외동포 청소년들.(제공=재외동포재단) |
재외동포 청소년들은 이날 서울 시티 하이킹을 마치고 17일 임진각에서 출발하는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DMZ 자전거 평화대행진’에 참여한 뒤 18일 귀국길에 올랐다.
한국을 배우고 느끼며 다른 재외동포 친구들을 만나 교감하는 꽉 찬 8일 간의 여정이었다. 훗날 이 여행이 이들에게는 어떤 기억과 자산으로 남을지 자못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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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개국 420여 명의 재외동포 청소년들이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홍보 퍼포먼스에 함께 했다. |
해외에서 태어나 그곳의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이 한국을 잊지 않고 돌아와 자신의 뿌리를 배우고, 한국의 발전에 자부심을 갖는 그 모습에 그저 고마움이 우러나왔다.
오히려 우리 일상에서는 잊기도 하고 접어두기도 하는 동계올림픽 개최에 뿌듯함을 갖는 이 어린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평창동계올림픽이 꼭 성공적인 올림픽으로 남아주었으면 한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