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사람들은 한여름 피서지로 산, 계곡, 바다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특히 7월말부터 8월 중순까지는 학생들 방학 기간과 겹쳐서 가족 단위의 피서객이 많다. 집밖을 나서는 순간 어디를 가든지 도로가 정체되고 또 여행지에 도착하면 인파로 가득하다.
차라리 가까운 인근에 있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반나절 시간 여행을 떠나면 어떨까? 여름 휴가지로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우리 조상들의 한여름 더위를 나기 위한 지혜를 배워보자.
서울 도심에 있는 남산골 한옥마을은 전철 3, 4호선 교차하는 충무로역에 내려서 3번이나 4번 출구로 나오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
남산골 한옥마을 입구. |
남산골 한옥마을은 우리의 전통 가옥인 한옥과 한옥을 둘러싼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또한 서울남산국악당이 있고, 서울천년타임캡슐이 매설돼 있다.
정문을 들어서면 너른 마당의 왼쪽에 한옥이 보인다. 서울의 사대가부터 일반 평민의 집까지 한옥 다섯 채를 이전, 복원해서 방문객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솟을대문으로 들어가면 가까이에 사랑채가 있고, 그 뒷편으로 안채가 있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남자와 여자의 생활공간이 분리된 성리학적 이상이 담긴 집이다. 그 당시 남자는 사랑채, 여자는 안채에서 생활했다.
.jpg) |
무더운 여름나기에 적합한 가옥 구조. |
 |
안채 뜰의 풍경. |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해마다 사계절을 지내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자연 상태로 여름과 겨울을 나기 힘들다. 한겨울의 강추위와 한여름의 무더위를 피하는 조상들의 지혜가 전통 가옥 한옥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ㅁ자형 가옥구조는 한겨울 차가운 바람을 이중으로 막아준다. 한겨울에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건물 가운데 마당에서 지낼 수 있다. 한여름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방과 방 사이에 널찍한 대청마루를 두었다. 방 양쪽으로 문을 내 맞바람을 통하게 햇다. 담장 둘레에 꽃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방문을 열면 앉아서 꽃 구경을 할 수 있다. 안채 뜰에는 담장 근처 그늘진 곳에 우물과 장독대가 놓여 있다.
여름철을 맞이해 남산골 한옥마을이 바캉스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선조들의 피서법을 체험할 수 있는 ‘남산골 바캉스’다. 8월 31일까지 운영된다.
오수체험은 시원한 대청마루에서 즐기는 한옥 낮잠이다. 전통 음료를 마시며 만화책을 읽을 수 있는 한옥 만화방 프로그램도 있다.
또한 평일에는 문방사우 체험을 할 수 있고, 주말 오전 11시에 방문하면 남학당에서의 수업 장면도 구경할 수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남산골 야시장에서 전통 먹거리도 즐길 수 있다.
오수(午睡)는 낮 오, 잠 수로 낮잠을 뜻하는 한자어다. 옥인동 윤씨 가옥에서 오수체험을 할 수 있다. 오수체험은 탁족, 식혜 1잔, 낮잠 1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
오수체험. |
옛 선비들의 피서법인 탁족은 산간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쫓는 것이다. 먼저 대야에 떠놓은 냉수를 산간 계곡물인양 발을 씻고, 대청마루에 올라서서 시원한 식혜 한 잔을 마신다.
그리고 죽부인을 껴안고 모시베개를 베고 낮잠을 청한다. 죽부인은 옛 선비들의 잠자리 필수품으로 잠을 잘 때 옆에 끼고 자면 서늘한 대나무의 기운에 뜨거운 열기를 식힐 수 있었다.
 |
오수체험. |
오수체험에 참가한 김정민(51) 씨는 “어릴 적 시골에 갔을 때 대청마루에서 잠들곤 했던 추억이 그리웠어요. 그러던 차 남산골 한옥마을 오수체험을 접하고 방문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대청마루에서 바깥으로 난 창문 너머의 풍경이 더위를 잊게 만든다.”면서 자연, 전통, 사람이 어우러진 담장 밖 풍경에 감탄했다.
 |
한옥 만화방 체험. |
한옥 만화방은 관훈동 민씨 가옥에서 체험할 수 있다. 한옥 만화방에서는 널찍한 대청마루에서 시원한 식혜를 마시며 만화책, 소설, 잡지 등 200여 권의 책을 마음대로 골라서 읽을 수 있다. 이용 시간은 무제한이다. 사람들이 각자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는 모습이 눈에 띈다.
 |
전통 정원의 풍경. |
바캉스 체험이 끝나고 나서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려서 전통 정원을 둘러보았다. 자연의 풍경을 그대로 살린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에 더해 매미 울음소리가 장단을 맞춘다. 연못가 옆에 자리한 정자에 신발 벗고 편안히 쉬었다 갈 수도 있다.
 |
서울천년타임캡슐. |
내친 김에 북쪽으로 서울천년타임캡슐 광장까지 갔다. 저 멀리 보이던 서울N타워가 성큼 가까워진다. 1994년 서울시가 우리나라의 수도로 정해진 지 600년이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600점의 물품을 넣은 타임캡슐을 묻었다. 2394년 11월 29일 개봉할 예정이다.
먼 미래의 일이다. 후손들이 타임캡슐을 열어서 과거 조상들이 사용했던 물품을 살펴보면서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마치 현재 우리가 옛조상들이 사용했던 진기한 골동품을 들여다보듯 신기해하지 않을까? 들어가는 입구가 터널 같아서 지나가는 길에 더위를 식혀주었다.
 |
남산골 야시장 풍경. |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남산골 야시장이 열린다. 남산골 한옥마을 정문을 들어서면 한옥과 전통 정원 사이의 너른 마당에 1890년 한양의 저잣거리가 펼쳐진다.
줄지어선 푸드트럭에서는 다양한 먹거리 음식들을 즉석에서 조리해서 판매하고, 건너편에는 외국인들이 자국의 상품들을 늘어놓고 판매한다. 동서양의 진귀한 문물들과 다양한 먹거리를 만날 수 있는 장터이다.
 |
남산골 한옥마을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
남산골 한옥마을 곳곳에서 마주친 사람들 중에는 내국인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았다. 외국인들 눈에 비친 대한민국의 전통문화는 낯설지만 경이로울 것이다.
남산골 한옥마을로의 시간 여행은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더불어서 공존하고자 했던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남산골 한옥마을 바캉스체험은 오는 8월 31일까지 가능하니 아직 여름 휴가를 떠나지 않은 분들은 서둘러서 방문해야 할 것이다. 남산골 한옥마을 홈페이지(https://www.hanokmaeul.or.kr/)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윤혜숙 geowins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