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애!”
품었던 아이가 태어나며 외치는 힘찬 울음은 삶의 행진곡이다. 지난 열 달이 힘들었다고 해도,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어려워 보여도, 아기가 탄생하는 그 순간 만큼은 누구에게나 벅찬 감격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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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꽃처럼 고운 아기와 만날 날을 기다리며. |
지난 10월 10일은 임산부의 날이었다. 10일 오후 1시 여의도 KBS아트홀에서는 보건복지부 주최로 ‘제12회 임산부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임산부의 날은 풍요한 달인 10월과 임신기간 10개월을 의미하며, 2005년에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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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임산부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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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길. 다육식물을 심는 손길마다 정성이 들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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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파우치 한땀한땀마다 아기를 생각하는 마음이 보인다. |
식전 프로그램에는 사전 예약을 한 350여 명의 임산부들과 가족들이 참석했다. 로비에서 다육식물, 비누꽃 등을 만들고 7kg 짜리 옷을 입는 임산복 체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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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전서희 부부는 임산부라 배려는 많이 받았지만 행사장에 계단이 많아 조금 아쉬웠다고 말했다. |
“생각보다 힘든데요. 손이 저절로 허리로 가네요.”
인천에서 온 결혼 8개월 차 박민호(37), 전서희(27) 부부가 말했다. 임신 7개월인 아내를 이해해보고 싶었다는 박 씨는 “앞으로 아기를 만날 날이 기다려져요. 저희 둘 다 개성적이라 누구를 닮을지 기대도 되고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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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만날 설렘으로 가득하다는 이정아 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
중화동에서 왔다는 이정아(치과위생사⋅31) 씨는 임신 9개월에 접어들었다. “일에 대한 욕심도 있어서 결혼 5년 만에 아기를 만나게 됐어요. 첫 아이라 긴장되지만, 여기 와서 다른 임산부도 만나고 교육도 받게돼 좋아요.” 라며 예쁘게 만든 다육식물을 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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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린 사무국장은 전화 상담으로 편안한 임신 기간을 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부스에 마련된 제일병원 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1588-7309, 무료)는 입덧에 관한 책을 나눠줬다. 센터는 보건복지부 지원사업으로 임신부 및 모유수유부, 예비임신부를 위한 약물, 유해물질정보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센터부스에 있던 곽영린 사무국장(임산부약물정보센터)은 전화 한 통으로 상담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우선 담배, 술, 약물 등은 전화 상담으로 바로 정보를 알 수 있죠. 또한 2차적인 고위험군이라면 병원으로 내원하도록 자세하게 안내를 받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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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내에서는 모유수유 상담을 비롯한 건강 상담이 이뤄졌다. |
◇ 10개월의 설렘, 행복한 내일의 두드림
행사 시간이 되자 사회자는 타 기념식과 달리 “곧 시작되지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조심해서 들어오세요.”라고 했다. 엠파티아보컬앙상블의 태교음악회로 시작한 기념식은 정부포상에 이어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의 축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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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음악회 엠파티아보컬앙상블로 시작된 공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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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차관은 축사에서 전 부처가 통합해 움직여 저출산 극복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
권 차관은 “출산의 중요성이 날로 커졌다. 사회, 경제 문제 등의 원인으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에서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한 정책을 복지부 차원이 아닌 전 부처 차원에서 강화해 나가려고 한다. 이에 교육, 주거, 일자리 부분 등 통합하는 전담사무처를 출범시켰다.”며 “앞으로 저출산 대책을 위해 중앙정부, 지방정부, 민간이 협동해 사회적 역량을 강화하겠다. 보다 안심하고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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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친화 포상을 받은 유공자들. |
보건복지부는 올해 1월부터 임신출산진료비(국민행복카드) 지원액을 70만 원에서 90만 원으로 상향했으며, 임산부 산부인과 외래진료 본인부담률을 20% 인하했다. 조산아 외래진료 건강보험 본인부담률도 70%에서 60%로 낮췄다. 또한 올 10월부터는 난임치료 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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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보건복지협회 신언항 회장 축사도 이어졌다. |
이어 인구보건복지협회 신언항 회장은 축사에서 “모두가 함께하는 육아가 되도록 하겠다. 일과 가정이 조화되는 명품사회를 만들기 위해 임산부 배려석, 직장안 모유실 등 아낌없는 지원과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임산부에게 도움이 되는 강연도 이어졌다. 이대목동병원 김영주 산부인과 과장의 모유의 우수성과 장점, 관리 등에 대한 이야기에 임산부들은 집중했다. 송금례 소장의 ‘즐거운 엄마, 아기태교’ 역시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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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태교콘서트 ‘비커밍 맘 갈라콘서트’ 중 예비 아빠가 된 즐거움을 표현하는 남편. |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띈 공연은 가족태교콘서트인 ‘비커밍 맘 갈라콘서트’였다. 3년 동안 아이가 없던 부부가 아이를 갖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내용이다. 임산부 사이에서 “내 이야기 같다.”, “남편도 같이 보면 좋았을 걸” 하는 반응이 들렸다. 공연 내내 손을 꼭 잡고 있는 한 부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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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내내 손을 잡은 부부의 모습. 이제는 도와주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육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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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상을 수상한 이대 목동병원장 정혜원 교수. |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정혜원 교수(이대 목동병원 병원장)는 “정부 정책이 많아졌는데 국민들이 잘 이용하면 좋겠다. 앞으로도 적극적인 지원과 대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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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장을 가득 메운 임산부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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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0개월인 이희정 씨도 다가올 출산의 기쁨을 기대하고 있다. |
아기 태명이 호빵이라는 이희정(인천시, 30) 씨는 임신 막달이다. 이 씨는 여러 임산부 정책들을 이용해 봤다고 했다. 임산부라 대중교통 등에서 양보를 받은 적은 있지만, 직장에서 어려움도 있었다는 이 씨는 “서서하는 업무를 하다보니 힘들었다. 3개월 출산 휴가 동안 후임을 공석으로 놔두니 눈치도 보였다.”라고 토로했다. “보건소에서 엽산, 철분제 등 혜택을 받아 이용하니 좋았다. 어렵겠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지원 금액이 좀 더 늘어나면 좋겠다.”며 솔직한 바람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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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인적자원인 아이들이 더욱 행복할 대한민국을 꿈꾸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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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버스 안 임산부 배려석. |
열 달 간 임산부는 많은 변화를 겪는다. 오한, 입덧부터 시작해 마지막 진통까지 정신적, 신체적으로 피곤하다. 그 힘든 시간을 아기와 함께 했다는 기쁨과 만날 수 있는 설렘이 있기에 버틸 수 있다.
아기와 함께 한 임산부들의 모습은 무거워보여도 가방에 흔들리는 ‘임산부 먼저’라는 엠블럼 고리가 가벼워보였다. 그 희망에 양보와 배려를 심어주는 건 어떨까.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