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사람의 마음은 편치 않다.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최근 오래도록 지병이 있으셨지만 일상생활을 유지해 오던 친척 어른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심각한 상태라서, 지금 얼굴을 보지 않으면 영영 못보게 될 수도 있다 라는 말까지 들었기에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병문안을 가기로 했다.
병문안 자리에서 쉽게 말을 꺼내는 사람은 없었다. 환자 본인도 알고 있었으리라. 자신의 몸 상태는 자신이 가장 잘 알수 있기에. 병실에서의 시간은 30분 남짓이었지만, 병원내 휴게실에서 긴급(?) 가족회의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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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 결정서.(출처=뉴스원) |
환자께서는 호스피스 치료를 희망한다고 했다. 호스피스 치료를 받기 위해선 가족들의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가족회의 안건이었다.
세간에 알려진 호스피스 케어는 병증을 집중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시도 대신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완화의료를 총칭하는 말이다.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의 의지를 존중해 달라는 움직임은 보라매병원 김 할머니 사건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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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케어는 완화의료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치료 행위이다.(출처=뉴스원) |
그리고, 지속적인 사회의 요구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올해 2월 4일부터 시행됐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연명의료 중단 대상 환자는 1)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환자 2) 암, 에이즈, 만성폐쇄성 호흡기 질환, 만성간경변 등으로 점차 증상이 악화되어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이 예상되는 말기 환자로 나뉜다.
성인의 경우, 의사표시를 할수 있을 때 사전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둘 수 있으며,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환자일 경우, 가족 2인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이 있으면 연명의료 중단결정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만약 의사추정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가족 전원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호스피스 케어는 관련 법안이 시행되기 전에도 이루어지고 있긴 했다. 나는 법 시행 1년 전, 호스피스 병원을 운영 중인 민간병원에서 자원봉사자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었는데, 그 때 호스피스 케어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들 모두가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대하여 논의하고 결정한 바를 존중하도록 법이 마련되었기에, 임종을 앞둔 환자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권리로 자리할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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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케어를 결정해도 통증조절을 위한 약물, 영양분과, 물, 산소의 단순공급은 중단되지 않는다.(출처=뉴스원) |
호스피스 케어에 대한 큰 오해 중 하나는 환자가 죽기만을 기다린다는 편견인데, 실제 호스피스 케어는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통증과 증상의 완화 등을 포함하여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영역에 대한 종합적 평가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라고 관련법에 설명되어 있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했더라도 통증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공급, 물공급, 산소의 단순공급은 중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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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동의를 통한 완화의료 결정률이 높아져 가고 있는 추세이다.(출처=뉴스원) |
우리 사회에서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아직까지도 보수적이다. 임종에 임박한 환자 당사자에게 병명을 알리는 것이 환자 본인이 스스로의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 및, 호스피스 케어중인 환자의 가족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타인의 슬픔에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잘못된 의사소통으로 상처를 남기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
관련법에 의거해 다양한 방식으로 죽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존엄한 생을 유지하고, 마감할 권리를 실천하고자 하는 단체등의 교육 또한 활발해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 당연한 사실에 두려움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통해 존엄한 죽음을 결정할 수 있게 한 연명의료결정법. 이는 두렵고, 피하고 싶었던 죽음에 적극적으로 맞서고자 했던 국민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법안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혜란 rava000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