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바쁜 일상으로 돌보지 못한 우리내 몸과 마음에 재충전할 때다. 이왕이면 사람과 자연의 멋이 숨 쉬는 한적한 마을로 떠나는 건 어떨까.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2016년부터 매월 계절·주제 등에 적합한 농촌여행코스 또는 농촌여행지를 선정, 발표해 오고 있다. 최근 가을 여행을 떠나기 좋은 농촌체험휴양마을 5곳을 선정했는데, 그중 지난 주말, 평택 바람새마을을 찾아 가을의 정취를 맛봤다.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휴양시설로 떠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굳이 휴가를 내지 않아도 단축 근무로, 온 가족이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농식품부가 선정한 농촌휴양마을 역시 시민들의 휴식과 위안을 주는 공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마침 이번 주말(10월 21일)부터 11월 5일까지 가을여행주간이다. 가을 정취 만끽하러 농촌휴양마을로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핑크색으로 물든 ‘바람새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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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뮬리로 물든 평택 바람새마을. |
이미 2008년 경기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된 경기도 평택의 바람새마을은 소소하고 한적함이 묻어난 곳이다. 어른에게는 어린 시절 고향의 향수를 일으키고 어린이에게는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가득하다.
사실 이곳은 오래전 바다였다고 한다. 마을 이름은 지리적 요소와 무관하지 않다. 바다의 ‘바’와 인근에 조성된 생태습지공원인 람사공원에서 ‘람’, 새들이 많이 찾아와 ‘새’를 붙여 바람새마을로 불린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이곳에는 볼거리·즐길거리가 풍성하다.
마을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건 핑크뮬리다. 본래 미국의 서부나 중부의 따뜻한 지역의 평야에서 자생하는 꽃이지만, 지금은 전세계에서 조경용으로 식재되고 있다. 핑크색으로 물든 바람새마을 곳곳에서 카메라 셔터가 터진다. 핑크뮬리 앞에 서면 모두가 모델이 된 듯 사람들의 미소가 환해진다.
주말을 맞아 가족들과 바람새마을을 찾은 김귀옥(42·경기도 평택) 씨는 “아이가 핑크색을 좋아해 핑크뮬리를 보러왔다”며 “여기저기 둘러보니 즐길거리, 볼거리가 풍성해 계속 오게 된다. 비용 부담도 없어 가족들과 함께 오기에 아주 좋은 장소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바람새마을은 거창하고 화려한 볼거리 대신 자연과 함께 어울리며,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많다. 대부분 무료로 즐길 수 있어 즐거움은 두 배로 크다.
곳곳에서 ‘자연의 멋’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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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이 편백으로 만든 갖가지 생활용품을 구경하고 있다. |
핑크뮬리로 눈이 즐거웠다면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힐링체험’을 해보자. 바람새마을 인근에는 편백을 이용해 침대와 배게, 식탁 등 등 갖가지 생활 용품을 만들 수 있는 체험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편백 사랑’이라는 공간은 지난 8월 한국신지식인협회로부터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최철규 대표가 이끌고 있다. 최 대표는 편백나무로 디스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탄력성 있는 등받이와 목침을 개발해 시민의 건강증진에 공헌한 점이 인정됐다.
체험장에 들어서면 편백의 그윽한 향이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편백은 어디서든 환영받는 수종이다. 진한 녹색의 잎이 치밀하게 나 있어서 질감이 좋아 대개 공원수나 정원수로 이용된다. 제주도에서는 방풍림으로 많이 식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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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소풍정원에서 휴식을 갖는 모습. |
편백 사랑에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면, 소풍정원에서 산책으로 몸을 단련해보자. 바람새마을 내에 있는 소풍정원은 낚시터를 공원으로 새단장한 곳으로 ‘웃음 바람이 분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공원은 평택시의 상징과 자연 등을 주제로 ‘이화의 정원’, ‘무지개 정원’, ‘빛의 정원’, ‘지지배배 정원’ 등 총 4가지 테마로 조성됐다.
눈에 띄는 건 단연 수많은 수종이다. 소풍정원에는 무늬억새와 무늬맥문동, 비비추 등 식물과 매화나무, 남천, 금죽 등 수목 52,000여 본이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자연 포장재로 조성한 오솔길과 녹지공간은 여유와 자연미를 자아낸다. 어린 시절 대형 식물원으로 소풍을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나무 벤치에 누워 낮잠을 청하거나,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집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는 모습 등도 소풍정원의 풍요로움을 말하고 있다.
소풍정원 내 캠핑장에서 짐을 꾸린 이대한(56·경기도 수원) 씨는 “짧아진 근무 시간 덕분에 여행 다니는 부담이 훨씬 줄었다”며 “어제(금요일)부터 왔는데, 조용하고 시설도 좋아 캠핑하는 재미가 솔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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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첫 근무일인 지난 7월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퇴근길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출처=뉴스1) |
주 52시간 근무로 나들이 부담 덜어
우리나라는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루 최대 8시간에 휴일근무를 포함한 연장근로를 총 12시간까지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의무 대상은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이다.
주변에선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저녁 있는 삶’이 실현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많다. 바쁜 일상으로 제대로 돌보지 못한 자신과 가족들에게 여유를 주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생겨서다. 필자가 바람새마을에서 만난 시민 중에는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오거나 ‘캠핑족’들이 눈에 띄었다. 짧아진 근로시간으로, ‘나만의 시간을 갖자’는 마음이 커보였다.
앞으로도 정부 정책과 시민들의 삶에 발맞춰 다양하고 즐거움이 가득한 문화체험공간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더불어 휴식으로 삶의 여유를 되찾고, 기업의 생산성도 높아지면 더할 나위 없겠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최종환 jhlove24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