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학로 공연장을 찾았다. 대학시절 즐겨 찾던 곳이지만 아이와 함께 찾으니 감회가 남달랐다. 공연을 보는 동안 아이는 놀이시설에 맡기기로 했다. 장소가 대학로인 만큼 아이들 놀이에도 문화적 요소가 입혀질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좁다란 골목길을 굽이 돌아 작은 빌딩 4층에 위치한 곳을 겨우 찾았다. 작은 공간을 미로처럼 만들어 밀가루 속에서 가루를 만져보고 쿠키까지 구워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었다. 장소가 협소해 어른들은 함께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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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웃음소리가 가득한 대학로를 꿈꿔본다. |
“쿠키 맛잇게 만들어~” 손을 흔드는 아이에게 한마디를 하고 기다리는 동안 약간의 불안감이 들었다. 옆에 있던 학부모도 비슷한 심정이었는지 “너무 비좁아서 화장실이나 잘 찾을까 모르겠네요” 라며 말을 건넨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울음소리가 들렸다. 많은 아이들이 들떠서 주의사항도 잊은 채 부대꼈고, 넘어진 아이는 방향감각을 잃고 울기 시작했다. 유모차를 가져온 부모들이 계단에 앉아 있어 출입구가 막힌 탓에 밖으로 나가기도 힘들었다.
분명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음에도 마음껏 놀지 못하고 나와야 했다. 모처럼 체험놀이를 한다고 들떠있던 아이를 달래며 왔던 길을 돌아왔다. 아이의 웃는 얼굴을 기대했건만 안타까웠다. 다행히 부상은 입지 않았고 큰일은 없었다. 그렇지만 최소한 안전사고에 대비해 대피장소 안내와 배치 인력을 두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부모들이 있을 곳을 찾지 못해 통로를 막고 서있어야 하는 상황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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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부모와 아이들이 완전히 공연과 놀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공연법이 개정된다. |
이제 그런 불안감을 조금 덜 수 있을 것 같다. 11월 29일부터 모든 공연장이 영화관처럼 관객들에게 피난 안내를 해야 한다. 바뀐 공연법 개정안에 따라, 공연장 운영자는 공연장에 피난 안내도를 갖추고, 공연 전 피난 안내에 관한 사항을 알려야 한다. 위반 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연 전 피난 안내는 특히 반갑게 들린다. 가끔씩 대형 공연장에서도 일어나는 사고가 소규모 공연장에서는 더욱 위험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공연 중간에 화장실을 이용하느라 밖으로 나갈 때만해도 걸리는 게 많다. 좌석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곳은 더더욱 그렇다. 옆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며 빠져 나가는 것도 시간이 걸리는데 재난상황이라면 앞뒤 가릴 경황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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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만 몰두할 수 있으면 더 재미있게 볼거 같다. |
“비좁은데 불이라도 나면 어디로 피해야 하는 거니?”
언젠가 함께 연극을 보던 친구가 공연장 대피장소를 찾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로선 우리끼리 대피장소를 알아둔다 해도 다른 사람들이 모른다면 과연 빨리 피할 수 있을까 생각도 함께 들었다. 불안감을 안고 보는 공연은 재미를 확 줄였다. 그래서 소규모 공연장을 갈 적마다 더더욱 바라던 대피 방송이었다.
반가운 소식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로가 공연관광의 명소로 거듭난다. 필자에게 첫 미팅장소로 기억되는 서울 대학로는 많은 이들의 추억이 배어있는 곳이다. 한국의 문화를 느끼게 해주고자 외국인 친구와 함께 대학로 뮤지컬을 즐긴 적도 있다. 그때 안타까웠던 건 안전과 더불어 언어였다. 함께 보는 동안 일일이 옆에서 설명을 해주다 보니 온전히 공연에 몰입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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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는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하나 정도는 남아 있는 곳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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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150여 개의 공연장이 있는 서울 대학로를 한국 공연관광의 중심지로 육성할 예정이다. 앞으로 뉴욕 타임스퀘어 같은 특성을 반영한 옥외광고를 설치하고, 일부 구간을 차 없는 보행자 중심거리로 만들며 외국어 공연 안내 인력을 배치한다.
또 공연관광 정책의 범위를 한류 콘텐츠로 확대하고, 지방의 우수한 상설 공연을 서울 대학로에서 펼칠 기회를 넓힌다. 장기적으로 지방 공연관광의 명소도 육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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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소규모의 공연들이 많아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
교육극을 하는 연극배우 신경화(33) 씨는 “특히 지방의 좋은 공연을 발굴하겠다는 부분에 많은 관심이 간다. 대관료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극장이 자리매김할 수 있고 다양한 공연들이 작품성으로 경쟁할 수 있는 장으로 발전하도록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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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에게도 많은 공연기회, 관람객에게는 문화를 누릴 기회가 많아지길. |
이제 모두에게 피난 안내를 해준다니 안심이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안전해야 할 듯싶다. 더불어 대학로가 안전과 관광을 함께 잡는다면 어떻게 변모할 지도 궁금하다. 뉴욕에서 뮤지컬을 보러 가던 타임스퀘어보다 더 멋스러운 곳이 되리라는 생각은 비단 필자 뿐일까.
최소한 앞으로 편안한 문화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11월 29일 이후, 소규모 공연법이 개정되면 외국인 친구와 공연 한 편 보러 가야겠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