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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행정이 살린 수제맥주 이야기

2020.01.02 정책기자 장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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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신제품을 개발하고도 예전 법령 때문에 좌초 위기를 겪을 뻔했던 한 기업이 적극행정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게 된 사례가 있다. 바로 수제맥주 발효 키트를 개발한 국내 중소기업 인더케그다. 직접 기업을 찾아 그 사연을 들어봤다.

인더케그는 지난 2017년 설립된 3년차 신생 기업이다. 공장에서 갓 나온 신선한 맥주를 집에서도 먹을 순 없을까 하는 단순한 호기심에서부터 시작돼 원터치 방식의 수제맥주 키트를 개발하게 됐다. 효모 캡슐을 케이지에 넣고 터뜨려 1주일 정도 발효하면 17가지 다양한 수제맥주가 만들어지는 새로운 상품이었다. 구성원 대부분이 IT와 전자제품 종사자인 덕에 혁신과 발전이 빨랐다. 

인더케그가 제조한 맥주 keg 제품 사진.
인더케그가 제조한 수제맥주 키트 제품 사진.(이하 사진 출처=인더케그)


이런 참신함 덕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박람회인 2020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삼성, LG등 많은 국내 유수 기업도 참여하여 신제품을 뽐내는 자리였기에 의미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이를 기회로 삼아 미국 시장에서의 확장도 계획 중이라고. 현재도 구성원의 1/3 이상이 미국 현지에서 사업을 진척시키는 중이다. 

인도의 전시회에서 제품과 사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인도의 한 전시회에 전시된 인더케그 제품.


미국 뿐만 아니라 인도, 중국 등 해외 시장도 개척 중이다. 인도에서는 이미 자회사 설립을 완료했으며 중국의 경우, 특허에 대해 로열티를 지불 받는 형식으로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 맥주 자체가 국제적으로 사랑받는 주류다 보니 수요도 적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회사 설립 초기 단계부터 해외에서 관심을 갖는 등 러브콜이 잦았다고.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혁신의 길을 가로막았다. 주류는 ‘알코올 1도 이상’이라는 주세법에 발이 묶여 발효 이전의 맥주 키트가 주류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국무조정실은 국세청, 기재부 등과 함께 기업 입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가장 부담이 적고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적극행정 제도를 활용하고 쟁점을 해결해 나갔다.

문재인 정부가 공직사회의 인식과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기 위해 준비한 ‘적극행정 추진방안’에 따라 법령상 애매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경우, 적극행정지원위원회의 의결을 거치거나, 감사원 또는 기관 내부의 사전컨설팅을 받아 의견대로 시행하면 공무원은 면책을 받을 수 있다.

이에 국세청은 적극행정지원위원회를 발 빠르게 소집해 쟁점을 해결하고, 기재부 역시 향후 개발될 신기술, 신제품도 시행령에서 쉽게 담을 수 있도록 ‘주세법’을 포괄적으로 개정해 법안으로 신속히 올렸다. 정부의 발 빠른 대처로 인더케그는 지난 12월 주류제조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아찔했던 기억 중 하나라고. 

인더케그 공장의 맥주 양조장비.
인더케그 공장의 제조 설비.


그렇다고 국내에서 위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신용보증기금에서는 인더케그를 ‘퍼스트 펭귄’으로 선정하여 20억원의 보증을 약속하기도 했다. 인더케그 관계자는 “생산 실적이 아직 나오지 않은 작은 초창기 회사의 경우 투자를 받기가 하늘에서 별따기”라며 “이러한 지원 자체가 회사의 자금 조달에 큰 도움이 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규제 샌드박스나 적극행정 등의 조치도 중소기업에게는 희망의 메시지가 된다고. 인더케그 관계자는 “현재의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는 것, 즉 ‘법에 없으면 안돼’라고 쉽게 말하지 않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하루에도 많은 신생 기업이 등장하고 스타트업 회사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다 보니 이런 제도 자체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점도 있다. 선발을 위해 서류 작업을 하거나 자격을 갖추는 것 자체가 많은 시간과 자원을 필요로 한다.

맥아 분쇄기.
맥아 분쇄기.


주세법의 경우에는 논란이 된 알코올 기준 이외에도 충족하기가 까다로운 기준이 상당히 많다. 맥주를 생산하는 회사의 경우 주류제조면허를 획득하려면 일정 기준 이상의 생산 설비가 마련되어야 한다. 면허가 없으면 술을 직접 팔 수 없고 판매를 위한 시음 행사조차 불가하다.

“‘몇 리터 이상의 생산 설비를 꼭 갖추어야 한다’라는 조항 자체가 창업의 초기 비용을 막대하게 증가시킨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성장 자체가 가로막히는 셈이다.” 과도하게 규제를 강화한 법이 많다는 것이다. 법이 안전망이 아닌 허들로만 인식되는 순간이다. 인더케그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행위가 아닌 이상 최소한의 규제만을 적용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맥주 생산을 위한 냉장 설비.
제품 생산을 위한 설비.


다행히 인더케그는 적극행정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규제 해소를 받은 기업 중 하나가 됐다. 인더케그 관계자는 국세청과 국무조정실에 큰 감사를 전한다며 우리 기업 말고도 어려움을 겪는 다른 기업을 찾아달라고 전했다. 보다 넓은 관점에서 여러 영역을 관찰해 달라는 것이다.

일반 통념과 법률을 일치시키는 일. 사업하는 이들의 입장에서 법을 해석하는 일. 분명 쉽지는 않겠지만 대한민국을 혁신으로, 새로움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채원
정책기자단|장채원chaeww0404@naver.com
안녕하세요, 2019 스토리랩 정책기자단으로 활동하게 된 장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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