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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안심버스’에서 마음속 마스크를 벗다

2022.05.19 정책기자단 김윤경

코로나19를 겪으며, 나름 힘든 일이 있었다. 그렇게 2년이 흘렀고, 이젠 그 시간에서 좀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가뿐하게 ‘마음안심버스’에 올랐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운영하는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는 재난 현장을 찾아 위기 대응, 트라우마 심리상담 등을 지원한다. 그동안 강원도 산불 현장,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등을 찾았다. 얼마 전, 트라우마 치유주간에 국민도 이 버스를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마음안심버스.
마음안심버스.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도착하자, ‘마음안심버스’가 보였다. “버스가 무척 크네요?”라고 했더니, 담당자는 뒤편 간이침대를 보여줬다. 재난 현장에서는 누워서 서비스를 받기도 한단다. 

버스 맨 뒤편에는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버스 맨 뒤편에는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버스는 세심하게 설계됐다. 각 구역을 나눠 스트레스 검사, 안정화, 집단 프로그램 및 개인 상담을 하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1달 동안 내 상태에 대해 체크를 했다.
한 달간 내 상태에 대해 스스로 체크를 했다.


우선 스트레스와 관련한 질문지를 작성했다. 한 달간 나에게 있었던 스트레스, 불안, 우울, 자살 위험성 같은 증상을 체크했다. ‘그동안 나는 어땠었지?’ 생각보다 지난 한 달이 희미했다. 잊고 살았던 나를 돌아볼 기회였다.

tDCS(경두개 직류자극 치료)를 받는 시민.<국가트라우마센터 제공>
tDCS(경두개 직류자극 치료)를 받는 시민.(사진=국가트라우마센터 제공)


이어 HRV(스트레스 검사)와 tDCS(경두개 직류자극 치료)를 받았다. HRV(스트레스 검사)는 코로나19 이전, 우연히 받은 적이 있다. 그 땐 밤도 잘 샜고 이곳저곳 다니느라 스트레스 지수가 꽤 높게 나올 줄 알았다. 살포시 긴장도 됐다. 지극히 좋다는 말에 ‘네에?’ 하고 반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양 팔목과 발목에 센서를 부착한 후, HRV(스트레스 검사)를 받았다.
양 팔목과 발목에 센서를 부착한 후, HRV(스트레스 검사)를 받았다.


그때처럼 양 손목과 발목에 센서를 부착했다. 대신 마음가짐은 달랐다. ‘그동안 집에 있었으니, 스트레스도 덜 받지 않았을까.’ 3분 후, 결과가 나왔다.

‘이 그래프 뭐지?’ 

내 스트레스와 피로도 지수는 꽤 높았다. 아예 그래프 밖에 점이 찍혀 있었다. 종이가 크기에 망정이지, 생전 이렇게 치우친 그래프는 처음 받아봤다.

그날 그 시간의 내 스트레스는 매우 높았다.
그날 그 시간의 내 스트레스는 매우 높았다.


“저, 예전에 스트레스 푹푹 쌓였을 때도 좋았다고 나왔는데요”라고 되물었다. 

“현재 신체 증상은 이렇다고 하네요.” 담당자는 일시적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코로나19를 겪고 많이들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어요.” 코로나 이후, 전 국민 우울 지수가 5배나 올랐다는 말을 덧붙였다. 

결과를 설명해주는 담당자. 일시적일 수 있으니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받아보라고 했다.
결과를 설명해주는 담당자. 나쁘게 나와도 일시적일 수 있으니,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또 받아보라고 했다.


결과지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 개인 상담을 받았다. 다행이라면 총점으로 아직 심리상담이 필요한 단계는 아니란다. 대신 늘 주의를 기울이고 마음을 이완하라며 방법을 조곤조곤 알려줬다. 그런 다정한 이야기를 들으니 좀 편안해졌다. 

문득 이 버스에 산불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시뻘건 화마에 놀란 충격들이 조금이나마 흡수되지 않았을까. 코로나 최전방에서 대응하는 의료진도 마찬가지였다. 이 버스가 아니었다면, 자신을 돌아볼 여력조차 없지 않았을까. 

2018년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설립됐다.
2018년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설립됐다.


누가 그랬다. 요즘 TV프로들이 재미없어졌다고. 그러다가 깨달았단다. 재미가 사라진 게 아니라, 스스로 감흥이 없어졌다는 걸.  

또 누군가는 그랬다. 사람은 서로 만나면서 대화 기술이나 인간관계 방법이 늘게 되는데, 우린 그걸 잊고 살아왔다고. 

어쩌면 나도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가뿐했던 일이 꽤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동그랗던 세상이 각져 보였다. 나만 겪는 건 아니니까, 더한 일도 많으니까 하는 동안 무뎌져 갔나 보다.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위치한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 앞 국립정신건강센터 전경.


고작 2년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 무게는 몹시 무거웠다. 마음안심버스를 탄 후, 현재 내 상태를 알게 됐다. 동시에 나를 돌아볼 필요성도 깨달았다. 어쨌든 우린 소위 정상이라는 생활과 멀어져 있었으니까. 내 현재 기준을 수치로 알게 돼 좋았다. 

컬러링북에 색을 입혔다. 마음의 색도 다채로워지도록.
컬러링북에 색을 입혔다. 마음의 색도 다채로워지도록.


이후로 마음에 여유를 가지도록 노력했다. 받아온 컬러링북에 색을 입히고, 알려준 ‘마음프로그램’ 앱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메리골드는 꽃차로 마셔도 눈에 좋단다. 씨앗을 모았다.
메리골드는 꽃차로 마셔도 눈에 좋단다. 씨앗을 모았다.


기르는 반려식물도 큰 도움이 됐다. 저버린 꽃에서 꽃씨를 모았다. 내년을 기약하며. 또 향긋한 허브 향기를 맡거나 책상에 놓았다. 느긋하게 생각하려고 했다. 이후 거주지에서 하는 ‘마음안심버스’에서 체크해보니,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로즈마리 향은 정신적인 피로를 완화시켜준다.
로즈마리 향은 정신적인 피로를 완화시켜준다.


우린 전쟁 전보다 후에 정신건강이 더 위험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재난 또한 마찬가지다. 재난 상황에선 막는 데만 온 힘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모두 그 이후가 더 염려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재난 후 3년째인 지금이 그렇단다.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역할과 또 스스로 마음건강을 돌아볼 중요성이 실감됐다. 

마음안심버스 내부 (지자체마다 버스 크기 나 기기는 다를 수 있다).
마음안심버스 내부. 지자체마다 버스 크기나 기기는 다를 수 있다.


지자체에서 속속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를 운영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4월 13일부터는 ‘청년마음 건강지원사업’도 시작됐다. 지자체별 마음안심버스는 가까운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또 ‘청년마음 건강지원사업’은 주민센터에서 신청 가능하다.     

마음 속 소리를 듣고 싶을 때는 이 버스를 타자.
마음속 소리를 듣고 싶을 때는 이 버스를 타자.


우울은 슬픔보다 무기력에 가깝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계속 이어지면, 주저하지 말고 마음안심버스에 타자. 내가 현재 어디에 어떤 상태로 있는지 알 수 있다. 

5월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제한이 풀렸다. 트라우마가 할퀸 상처는 마음속에서 가장 더디게 남을 수도 있다. 우울한 감정은 안일하게 생각하는 동안,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간다. 조금씩 천천히 여유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마스크 해방에 앞서, 마음속 마스크부터 벗어야 할 것 같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h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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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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