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6.1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 기간 중 거리에는 많은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제 다 제거해야 한다. 수거된 현수막은 어떻게 처리할까? 재활용하지 못해 폐기한다면 환경오염은 어떡하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으로 가서 공직선거법과 현수막을 검색해봤다. 선거 현수막은 선거구 내 읍·면·동 수의 2배까지 허용된다. 내가 사는 성남시는 행정동이 50개다. 그러니까 후보당 현수막을 100개까지 내걸 수 있다. 행정동마다 현수막을 내걸 수 있다. 후보자 100명이 50개씩 걸었다고 치면, 5000개의 현수막이 성남시 내에 걸린 셈이다.
|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 걸렸던 현수막이다. |
6.1 지방선거에 사용된 현수막은 얼마나 될까? 전국으로 따져보면 더 엄청날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현수막은 약 13만8000여 개다. 6.1 지방선거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
6.1 전국동시지방선거 10일 전에 받은 선거공보물. |
나는 현수막이 천(면) 재질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폴리에스테르, 플라스틱 합성수지 등 재질이라고 한다. 그래서 매립해도 썩지 않는다. 폐현수막을 수거해 소각하면 환경오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선거가 끝난 후 현수막을 폐기하면 너무 아깝다. 폐현수막 재활용하는 방법이 없을까? 내가 사는 성남시는 쓰레기를 담는 마대로 활용한다. 집 근처 분당중앙공원에 쓰레기통이 있다. 일반 쓰레기통이 아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봤다. 얼마 전 쓰레기를 담는 부분을 자세히 봤다. 거리에서 보던 현수막이다. 그래서 마대에 글씨가 쓰여 있다.
|
성남시는 폐현수막을 수거해서 환경 정비용 마대로 활용한다. |
언제부터 이렇게 폐현수막을 활용했을까? 성남시 자원순환과에 문의하니 2012년부터다. 그 이전에는 한 번 사용 후 모두 소각 처리했다.
성남시는 수거한 폐현수막을 사회적 기업에 의뢰해 마대로 제작하게 했다. 마대를 만드는 기업은 소규모 업체다. 취약계층 7명(청각장애 3명, 신체장애 1명, 고령자 3명) 등 직원 8명이 폐현수막을 50L, 100L짜리 환경 정비용 마대로 재탄생시킨다. 폐현수막이 자원 재활용뿐만 아니라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
폐현수막을 활용해 환경 정비용 마대를 만들고 있다.(출처=성남시청) |
올해 1월부터 폐현수막 제작은 환경폐기물 처리업체가 담당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현재 제작업체 재선정 준비를 하고 있다. 업체에 전화해보니 최근 5년간 제작한 마대만 해도 300만 장이 넘는다고 한다. 제작한 폐현수막 마대는 성남시가 100% 구입해 환경 정비용으로 쓰인다.
폐현수막 마대는 기존의 비닐 재질의 쓰레기 봉투에 비해 찢어질 염려가 없다. 미관은 좋지 않지만, 폐현수막을 재활용해서 만든 것이라는 것을 이제 다 안다. 이를 본 사람들에게 자원 재활용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셈이다. 버리면 쓰레기지만, 재활용하면 돈이다.
|
폐현수막은 약 30% 정도만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소각된다. |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현수막 발생량 9220t 가운데 33.5%인 3093t만 재활용했다고 한다. 나머지는 소각됐다. 폐현수막은 선거에 나온 후보자 얼굴 때문에 장바구니나 에코백 등으로 재활용이 쉽지 않다.
경기도 용인시는 폐현수막을 제설용 모래주머니로 활용한다. 폐현수막은 잘 찢어지지 않고, 눈에 잘 띄어 제설용 모래주머니로 딱 좋다. 용인시는 올겨울에 폐현수막 모래주머니를 용인시 내 모든 읍면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폐현수막을 환경 정비용 마대, 에코백, 제설용 모래주머니 등으로 활용한 아이디어는 정말 좋다. 자원 재활용과 예산 절감, 고용 창출 등 1석 3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폐현수막을 재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모든 현수막을 다 재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폐기되는 게 훨씬 더 많다.
|
폐현수막이 에코백으로 재탄생해 주부들에게 인기다.(출처=성남시청) |
정부도 폐현수막 활용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4월, 폐현수막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고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기 위해 ‘폐현수막 재활용 지원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해 처음으로 시행되는 ‘폐현수막 재활용 지원사업’은 지난 1~2월에 전국적으로 공모를 거쳐 선정된 22곳의 지자체에서 이뤄진다.
앞서 소개한 성남시 환경 정비용 마대나 용인시의 제설용 모래주머니처럼 폐현수막은 전국에서 다양하게 활용한다. 일부 지자체는 에코백, 우산, 앞치마 등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든다. 사회적 기업 등에 폐현수막을 무료로 제공해 최대한 재활용하라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
거리에서 거둬들인 폐현수막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출처=성남시청) |
치열했던 6.1 지방선거는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선거 홍보용 폐현수막이다. 이 중 70%는 폐기된다. 아무리 활용을 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 개인적으로 선거 때마다 나오는 현수막을 아예 못 걸게 하는 법을 국회가 마련했으면 좋겠다. 현수막이 선거 홍보의 수단이 되던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