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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없이 책을 읽는 방법! 국립장애인도서관 견학 프로그램 후기

2024.09.20 정책기자단 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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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초구, 서초역과 고속터미널역 사이에 위치한 국립중앙도서관 건물에는 특별한 도서관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국립장애인도서관이다. 국립중앙도서관과 한 지붕 아래에 있지만 엄연히 다른 도서관으로, 도서관장 또한 서로 다른 분들이 맡으셨다고 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몇 번 이용해 보았지만 이곳은 올 때마다 필자의 궁금증만 불러일으켰을 뿐 들어가보진 못한 곳이었다. 그러다 마침 이곳의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우리 사회의 이웃인 장애인분들이 정보 접근을 위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국립중앙도서관 1층에 위치한 국립장애인도서관. ⓒ정지영
국립중앙도서관 1층에 위치한 국립장애인도서관. ⓒ정지영
입구 너머로 각종 시설과 기기가 보인다. ⓒ정지영
입구 너머로 각종 시설과 기기가 보인다. ⓒ정지영

국립장애인도서관은 16세 이상의 장애인과 그들의 동반자(가족 혹은 활동지원인)를 대상으로 운영된다. 16세 미만이라도 별도의 신청서를 제출하여 이용할 수 있다. 정기 휴관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수요일에는 야간개방이 이뤄진다. 처음 도서관을 방문하는 장애인은 장애인 복지카드를 제시하고 이용자 등록 후 이용증을 발급받으면 입장할 수 있다.

필자는 직접적인 이용대상은 아니지만, 견학 프로그램을 통해 입장할 수 있었다. 견학 프로그램은 장애인정보누리터 서비스 소개와 함께, 장애 유형별로 어떤 대체자료와 독서 보조 기기가 제공되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이뤄진다. 어떤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주변에 이런 도움이 필요한 분은 없는지 사진과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무선 음성 증폭 청취기기와 점자 정보 단말기. ⓒ정지영
무선 음성 증폭 청취기기와 점자 정보 단말기. ⓒ정지영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독서 보조 기기와 특화 자료들이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정보 단말기와 휴대용 독서 확대기부터, 페이지를 넘기기 어려운 분들을 위한 전동 페이지터너까지 찾을 수 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읽기 쉬운 책과 수화 영상 도서까지…. 다양한 장애에 맞춘 자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저시력자들을 위한 기기들은 꽤 심한 근시를 가진 필자에게는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당장 나도 안경을 벗는 순간 코앞에 책을 들이밀어야 겨우 글자가 보이지 않는가. 언젠가 내게도 필요할 일이 있는 건 아닐까, 이런 기기들이 얼마나 보급되어 있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반면 몇몇 낯선 기기를 볼 때면 분명 수요가 있을 텐데 도서관과 서점을 꽤 다닌 필자도 이런 기기를 처음 본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하였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읽기 쉬운 책,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 청각장애인을 위한 영상실.  ⓒ정지영
발달장애인을 위한 읽기 쉬운 책,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 청각장애인을 위한 영상실. ⓒ정지영

실제로 도서관에는 이런 기기들을 사용하여 본인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시간으로 독서를 즐기고 있는 분들이 계셨는데, 종이책이 무겁다거나 날씨가 더워서 도서관을 가기가 힘들다고 투덜거리던 나의 모습과 대조되어 부끄럽기도 했다.

단순히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을 넘어, 이용객들의 편의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담당자들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견학 중 다양한 기기를 직접 꺼내어 설명해 주신 분은 물론, 새로운 프로그램 안내를 위해 안내 자료를 건네주신 담당자도 있었다. 또한, 견학용 조명이 켜진 방과 실제 이용 중인 방을 혼동해 사진을 찍으려던 나에게 조용히 다가와 이용자가 방해받지 않도록 안내해주신 분도 기억에 남았다. 배려는 시설뿐만 아니라,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들 속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다.

현을 느낄 수 있게 제작된 책과 전동 페이지 터너, 확대해서 볼 수 있는 기기가 독서를 돕는다. ⓒ정지영
현을 느낄 수 있게 제작된 책과 전동 페이지 터너, 확대해서 볼 수 있는 기기가 독서를 돕는다. ⓒ정지영

다행히도 그 날 견학을 신청한 사람은 필자 뿐이라 궁금한 점에 대해서도 김선영 주무관님을 통해 친절한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Q. 주로 어떤 분들이 많이 이용하시나요?

다양한 분들이 오시지만 직접 방문하는 분들 중에는 시각장애인 분들이 많으세요. 아무래도 이동이 불편한 분들이 많기 때문에 온라인 서비스가 훨씬 많은데요. ‘국가대체자료공유시스템’이라고 음성으로 읽을 수 있는 자료라던가 점자 자료 등을 모아놓은 곳이 있는데, 저희 도서관을 포함하여 전국의 여러 도서관에서 만든 자료가 모인 어플이니 많은 이용 부탁드릴게요.

Q. 만 18세 이상의 일반인과 대학생들은 국립장애인도서관 누리집을 통해 봉사활동 신청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요. 혹시 저와 같이 특별한 자격이 없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발음이 정확하시거나 한자나 영어를 많이 아시는 분이라면 더 좋긴 하겠지만 특별한 자격이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신청해주시면 일대일 매칭으로 봉사가 이뤄지게 되고요. 봉사 전에 적절한 매칭을 위해 저희 담당 선생님이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하십니다.

큰 커서, 특수 키보드, 대면 낭독실 등 누구나 책을 읽을 권리를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시설들. ⓒ정지영
큰 커서, 특수 키보드, 대면 낭독실 등 누구나 책을 읽을 권리를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시설들. ⓒ정지영

견학을 마치고 나오는 필자 앞으로 마침 도서관 이용을 위해 입장하던 한 분이 보였다.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지만 단정한 정장 차림의 노신사는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하며 ‘넘어지지 않는 아이’라는 책을 보러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갑작스러운 인터뷰에도 도서관에 만족하시냐는 질문에는 망설임 없는 확답이 나왔다. 그는 다른 곳에서 보는 것보다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하는 독서가 편하여 방문했다는 말을 남기고는 다시 책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새 책을 읽는 설렘이 느껴지는 뒷모습이었다.

이외에도 국립장애인도서관은 9월부터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협력하여 저작권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인 ‘장애인 e-배움터’를 운영한다. 시각장애와 청각장애 지원용 과정이 각각 15개 준비되어 있으며, 전액 무료로 저작권 기초와 실무 이슈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또한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청각장애인 독서프로그램 ‘손책누리’가 9월부터 운영된다. 참여자는 대체자료를 활용한 독서와 독후활동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필자에게 ‘손책누리’를 소개한 자원협력과 설유선 담당자는 “9월 2일부터 12월 말까지 ‘장애인정보누리터 이용자 이동지원 서비스’도 운영하니 평소 접근이 어려웠던 분들에게 많이 알려지면 좋겠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해당 서비스는 개관일 평일에 서초역 4번 출구와 고속버스터미널역 5번 출구를 경유하는 방식으로 일 3회 이뤄진다.

견학 참여자와 도서관 이용자를 위한 안내문. ⓒ정지영
견학 참여자와 도서관 이용자를 위한 안내문. ⓒ정지영

이번 견학을 통해서 필자는 도서관 접근성과 책을 읽는 행위, 정보화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함과 정보 격차 등 많은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혹시 이러한 독서 경험을 나누고 싶거나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국립장애인도서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봉사활동도 역시 누리집 내의 신청·참여 메뉴를 통해서 신청 가능하다. 

국립장애인도서관 누리집 바로가기

▶ https://www.nld.go.kr/home/main.do



정책기자단 정지영 사진
정책기자단|정지영hobby_yogi@naver.com
국민의 시각에서 직접 체험해보는 기사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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