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던 지난주, 갑작스럽게 회사에서 보낸 연말정산 관련 문자가 떠올라 다시 확인해 보았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통상 말일까지 연말정산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조금은 여유가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문자에는 22일 목요일까지만 서류를 받는다고 적혀 있었다. 문자를 확인한 날이 21일 저녁이었기에 마음이 급해졌다.
이튿날, 서류 발급을 위해 아침 일찍 주민센터(이하 행정복지센터)로 향했다. 9시가 조금 지나 도착한 행정복지센터에는 이미 많은 지역 주민이 민원 업무 처리를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에 혹시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물어보니, 4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하고 민원 내용에 따라 1시간 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 답을 들었다.
어떤 업무로 방문했는지 묻는 도우미에게 주민등록표 등본을 발급받으러 왔다고 하자, 주민센터 밖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를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받았다.
사실 간단한 행정 서류 발급에는 무인민원발급기만큼 편리한 수단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오래전부터 악기를 다뤄온 탓에 오른손 지문이 많이 닳아, 무인민원발급기를 통해 정상적으로 서류를 발급받은 적이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행정복지센터에 있는 무인민원발급기의 본인 인증 방법 중 모바일 신분증 인증이 추가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인민원발급기 앞으로 이동해 주민등록표 등본 발급을 선택하고 지문 인식을 시도했다. '지문이 인식되지 않습니다. 다시 시도해 주세요'라는 안내 음성이 세 번째 반복되자, 뒤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점점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다시 민원실로 돌아가려던 찰나, 본인 인증 방법에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또 다른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 '모바일 신분증 인증'이었다.
모바일 신분증이 처음 도입된 시기는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 주도로 다양한 홍보가 진행되며 모바일 신분증의 발급과 사용이 권장되었지만, 개인적으로 크게 유용할 것 같지 않다고 느껴 기존 신분증을 그대로 사용해 왔다. 그러다 작년인 2025년 11월, 운전면허 적성검사 기간이 도래하면서 운전면허증을 재발급받게 되었고, 그제야 모바일 신분증용 칩이 삽입된 운전면허증을 선택해 발급받았다.
행정복지센터 게시판의 한쪽에서 모바일 신분증에 대한 홍보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급 이후에도 사용할 일이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모바일 신분증은 예상보다 유용했다. 올해 초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하면서 기존에 설치돼 있던 앱들을 새 기기로 옮겨야 했다. 최근 기술 발전 덕분에 대부분의 앱은 자동으로 연동되었지만, 금융기관 앱과 같이 보안에 민감한 앱들은 새 휴대전화에서 다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했다.
기존 방식이라면 신분증을 찾아 빛 반사가 적은 바닥에 놓고 촬영한 뒤, 다시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했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인증 수단으로 모바일 신분증을 선택해 앱 내 생체 인증만으로 빠르게 금융 앱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평소 지문으로 본인 확인이 되지 않아 무인민원발급기를 이용할 수 없었지만, 모바일 신분증을 통해 처음 발급받을 수 있었다. 사진은 모바일 신분증 인증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을 촬영했다.
행정복지센터의 무인민원발급기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인증 방법으로 모바일 신분증을 선택한 뒤 휴대전화를 실행해 정보무늬(QR 코드)를 촬영하자, 곧바로 본인 생체 인증 화면으로 넘어갔고 그토록 듣고 싶었던 '본인 확인이 완료되었습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들려왔다. 기존 지문 인식 방식으로는 이용할 수 없었던 무인민원발급기를 드디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홈택스에 로그인할 때도 모바일 신분증 인증 항목이 있었다. 기존 민간 간편인증보다 빠르게 로그인할 수 있었다. (출처=국세청 홈택스 누리집 화면 캡처)
집으로 돌아와 국세청 홈택스에서 추가 서류를 내려받을 때도 모바일 신분증은 유용했다. 기존에는 민간 인증서를 통해 홈택스를 이용해 왔는데, 로그인 화면에서 '모바일 신분증 인증'이라는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부터 운영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주민센터에서의 빠른 처리 경험이 떠올라 해당 인증 방식을 선택했다. 그 결과 이미 간편하다고 느꼈던 민간 인증서보다도 훨씬 적은 정보 입력과 클릭만으로 본인 인증을 마칠 수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유용하고 편리한 모바일 신분증. 정부 역시 모바일 신분증의 종류와 이용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가장 최근 소식은 지난 21일 보건복지부 정책뉴스를 통해 발표된 장애인등록증의 모바일 발급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모바일 장애인등록증의 이미지 예시. 앞으로도 더 확대될 모바일 신분증에 대한 기대를 느낄 수 있는 소식이었다. (출처=보건복지부 정책뉴스 모바일 장애인등록증 갈무리 2026.01.21)
보건복지부는 22일부터 모바일 장애인등록증을 무료로 발급한다고 밝혔다. 기존 플라스틱 카드 형태의 장애인등록증을 소지한 장애인이 신분증과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을 지참해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면 담당 공무원의 도움을 받아 발급받을 수 있으며, 오는 2월부터는 일부 금융기관을 시작으로 금융거래 시 본인 확인용 신분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처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 안에 모든 금융기관으로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장애인들이 신분증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모바일 신분증에 복지카드 기능이 포함되지 않아, 신분 확인이나 혜택 적용을 위해 별도의 복지카드를 반드시 지참해야 했다면, 이제는 모바일 장애인등록증 하나만으로 신분 확인과 혜택 적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모바일 신분증의 편의성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지갑 챙겼어?'라는 말보다 '폰 챙겼어?'라는 말을 더 자주 듣게 되는 요즘, 대한민국에서의 일상은 휴대전화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각종 정보 확인부터 생활 편의, 금융 업무와 간편결제를 넘어 점차 확대되는 정부 공인 신분증까지 모두 휴대전화 속에 담기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정부의 모바일 신분증 정책을 응원하며, 동시에 전자금융 피해와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대한 충분한 보안 대책이 함께 마련되어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모바일 신분증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