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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길 위에 새로운 길을 짓다…30인의 이수자가 펼친 오늘의 전승공예

12개 종목 이수자 30명이 선보이는 53점의 작품…서촌에서 만나는 살아 있는 무형유산

2026.10.06 정책기자단 엄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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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 그치는 것일까.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기술이 오늘날의 제작자를 만나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한다면, 그것 역시 전통을 이어가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답하듯 국가무형유산 전승의 현재를 작품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서울 종로구 서촌에서 열리고 있다.

기획전시 「길(道)을 잇고, 길(吉)을 짓다」(출처 : 본인촬영)
기획 전시 '길(道)을 잇고, 길(吉)을 짓다' (본인 촬영)

국가유산청이 주최하고 국가유산진흥원이 주관하는 '2026 국가무형유산 이수자 작품 기획 전시 '길(道)을 잇고, 길(吉)을 짓다'가 10월 1일(목)부터 10일(토)까지 서울 종로구 효자로 27 유스퀘이크 B동에서 진행된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휴일 없이 운영되며, 별도의 예매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전통을 이어가는 30명의 '이수자'

기획전시 「길(道)을 잇고, 길(吉)을 짓다」(출처 : 본인촬영)
기획 전시 '길(道)을 잇고, 길(吉)을 짓다' (본인 촬영)

이번 전시는 올해로 11번째를 맞은 국가무형유산 이수자 작품 기획 전시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전통기술 분야 12개 종목의 이수자 30명이 참여해 모두 5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앞서 이 작품들은 지난 9월 10일부터 12일까지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세계국가유산산업전'에서도 먼저 공개됐다.

여기서 '이수자'는 단순히 전통공예를 취미로 배우거나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국가무형유산의 보유자·보유단체·전승 교육사 등으로부터 일정 기간 전수 교육을 받고, 정해진 이수 심사를 거쳐 기량을 인정받아 이수증을 발급받은 전승자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보유자나 보유단체, 전승 교육사에게 만 3년 이상 전수 교육을 받은 전수자가 이수 심사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단순한 '전통풍 공예품'과는 의미가 다르다. 국가무형유산으로 전승되는 기술을 배우고 이어 온 사람들이 각자의 작업을 통해 그 기술이 오늘날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 '잇는 길'에서 '새로운 길'로

전시 제목인 '길(道)을 잇고, 길(吉)을 짓다'에도 이러한 의미가 담겨 있다. '길(道)'은 스승에게 배운 전통기술을 이어가는 과정을, '길(吉)'은 그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전승공예의 세계를 넓혀 나가는 과정을 뜻한다. 전통의 계승과 새로운 가능성의 모색을 하나의 '길'이라는 단어에 담은 것이다.

기획전시 「길(道)을 잇고, 길(吉)을 짓다」(출처 : 본인촬영)
기획 전시 '길(道)을 잇고, 길(吉)을 짓다' (본인 촬영)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의 분야도 다양하다. 침선장 이수자 한미정의 '녹원삼', 옥장 이수자 조상옥의 '내재적 공간', 매듭장 이수자 이예다의 '방울술삼작노리개' 등에서는 전통 기법을 활용한 작업을 확인할 수 있다. 소목장 이수자 김동규의 '연(硯)의 자리', 옹기장 이수자 김창호의 '질푸레단지', 자수장 이수자 노현민의 '창해(滄海)' 등은 전통 기법을 토대로 제작자의 창의적인 시각과 표현을 더한 작품으로 소개됐다. 전시에서는 길상(吉祥)의 의미인 '나비' 문양 역시 주요한 시각적 매개로 활용된다.

기획전시 「길(道)을 잇고, 길(吉)을 짓다」(출처 : 본인촬영)
기획 전시 '길(道)을 잇고, 길(吉)을 짓다' (본인 촬영)

특히 이들 작품을 한 공간에서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침선과 자수, 매듭처럼 섬유를 다루는 기술부터 나무를 다루는 소목, 흙을 빚는 옹기, 옥을 다루는 옥장까지 재료도 제작 방식도 서로 다르다. 같은 '전통기술'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전승되는 방식과 결과물은 하나의 모습으로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살펴볼 수 있다.

◆ 무형유산은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기획전시 「길(道)을 잇고, 길(吉)을 짓다」(출처 : 본인촬영)
기획 전시 '길(道)을 잇고, 길(吉)을 짓다' (본인 촬영)

'무형유산'이라는 말에서는 눈에 보이는 형태가 없는 유산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전통공예 분야에서는 기술과 지식이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해지고, 그 기술이 다시 실제 작품으로 구현된다. 중요한 것은 특정 작품 하나를 영원히 같은 모습으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과정에 있다.

국가유산진흥원 역시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와 전승 교육사, 이수자, 전수자 등 전승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국민이 무형유산을 접할 수 있도록 이수자 공연·전시 지원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 역시 국가유산청이 추진하는 이수자 지원 사업의 하나다.

전통은 멈춰 있는 과거가 아니라 누군가가 계속 배우고 만들 때 현재의 문화가 된다. 스승에게 배운 '길'을 이어가면서도 그 위에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30명의 이수자. 오는 10월 1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우리가 흔히 '옛것'이라고 불러 온 전통기술이 오늘날에도 계속 움직이고 변화하며 다음 세대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 국가유산청 - 국가유산진흥원 누리집: 기획 전시 '길(道)을 잇고, 길(吉)을 짓다' 안내 바로 가기

엄정우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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