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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품에서 '나만의 작품'으로…국가무형유산 '전승의 길'을 따라서
53점의 작품으로 만난 '길(道)을 잇고, 길(吉)을 짓다' 전시(~10.10.)
한 땀의 바느질부터 나무와 흙까지, 손끝에서 만난 국가무형유산
문화유산이라고 하면 오래된 궁궐이나 석탑, 도자기처럼 눈으로 볼 수 있는 유산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형태가 남아 있는 유산과 달리 누군가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사라질 수 있는 문화유산도 있다. 바로 사람의 손과 몸을 통해 이어지는 전통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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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스승에게 전통기술을 배운 사람들은 오늘날 그 기술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을까. 단순히 옛 작품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머무르는 것일까. 그 궁금증을 안고 서울 종로구 서촌 유스퀘이크에서 열리는 2026년 국가무형유산 이수자 작품 기획전시 '길(道)을 잇고, 길(吉)을 짓다'를 찾았다.
◆ '길(道)을 잇고, 길(吉)을 짓다', 전시 제목에 담긴 의미

'길(道)을 잇고, 길(吉)을 짓다' 기획전시는 국가무형유산 전통기술 분야 12개 종목에서 활동하는 이수자 30명의 작품 53점을 선보인다. 침선과 옥공예, 매듭, 소목, 옹기, 자수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작품을 천천히 따라가며 '전승'이라는 말에 담긴 의미를 살펴봤다.

하나의 '길'에는 스승에게 배운 전통기술을 이어가는 길(道)의 의미가, 또 다른 '길'에는 좋은 기운을 뜻하는 '길함(吉)'의 의미가 담겨 있다. 전통을 배우고 이어가는 동시에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를 더해 또 다른 길을 만들어가는 이수자들의 모습을 표현한 제목이다.
제목의 의미를 알고 작품을 바라보니 관람의 시선도 조금 달라졌다. '얼마나 오래된 방식으로 만든 작품일까'를 찾기보다 '어떤 전통기술을 이어받았고, 여기에 어떤 표현을 더했을까'를 생각하며 작품 하나하나를 살펴보게 됐다.
◆ 바느질부터 옥·매듭까지, 가까이서 보니 보이는 전통기술

가장 먼저 눈여겨본 것은 침선장 이수자 한미정의 '녹원삼'이었다. 침선은 바늘과 실을 이용해 옷과 생활용품 등을 만드는 기술이다. 멀리서 작품 전체를 바라볼 때는 전통 복식 특유의 화려함이 먼저 들어왔지만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작은 부분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섬세한 손길이 필요했을지 상상하게 됐다.

옥장 이수자 조상옥의 '내재적 공간', 매듭장 이수자 이예다의 '방울술삼작노리개'도 차례로 살펴봤다. 옥과 실처럼 사용하는 재료부터 전혀 달랐고, 완성된 작품이 주는 분위기도 제각각이었다.
특히 매듭 작품은 작은 매듭이 반복되고 연결되며 하나의 장식으로 완성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평소 완성된 전통공예품을 볼 때는 전체적인 모양과 색을 먼저 봤다면 이번에는 '이 작은 부분은 어떻게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으로 세부 표현까지 들여다보게 됐다.

같은 '전통공예'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종목마다 다루는 재료와 도구, 기술이 다르고 그 결과물 역시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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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목장 이수자 김동규의 '연(硯)의 자리', 옹기장 이수자 김창호의 '질푸레단지', 자수장 이수자 노현민의 '창해(滄海)' 등에서는 오랫동안 전해온 기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각 이수자의 시선과 표현이 더해진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스승에게 배운 기술이 한 사람의 손을 거쳐 또 다른 작품으로 탄생하고, 그 작품을 오늘날의 관람객이 다시 만난다. 이렇게 생각하니 무형유산의 '전승'이라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던 단어도 한층 가까워졌다.
◆ '무형'의 문화유산은 어떻게 다음 세대로 이어질까

건축물이나 유물은 그 자체가 남아 시간을 증명하지만, 전통기술은 이를 알고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다. 기술을 배우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리 오랜 역사를 지닌 기술이라도 다음 세대에서 만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난 53점의 작품은 공예 작품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작품 한 점 한 점에는 스승에게서 이수자에게 이어진 기술이 담겨 있고, 동시에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전승자의 고민과 표현도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서촌에서 만난 침선과 옥공예, 매듭, 소목, 옹기, 자수 작품들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서 이어져 온 기술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의 손을 거쳐 다시 내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가을 서촌을 찾는다면 작품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작은 매듭 하나, 한 땀의 바느질, 나무와 흙에 남은 손길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 (보도자료) 전통을 잇는 30인의 길, 오늘의 전승공예품으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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