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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을 달력에서 꺼내 본 하루…마니산 참성단에서 되새긴 국경일

단기 4359년 개천절 맞아 마니산 정상 참성단으로…'하늘이 열리는 날'의 참뜻 되새겨
단군 제천 전승부터 고려·조선의 제례 기록까지, 오랜 역사가 쌓인 국가유산의 현장
1955년부터 이어진 전국체육대회 성화 채화…국경일을 '쉬는 날' 넘어 기억하는 방법

2026.10.08 정책기자단 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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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개천절. 매년 달력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날이지만, 막상 '개천절이 어떤 날인지 설명해 보라'라고 하면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우리나라 5대 국경일(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은 알고 있어도, 이날을 기념하는 이유와 지금까지 이어지는 의미를 찬찬히 생각해 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 개천절에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하루를 보내보기로 했다. 개천절과 관련된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면 어떨까. 목적지는 인천 강화군 마니산 정상에 있는 국가유산 '강화 참성단(江華 塹星壇)'이었다.

강화도 마니산 입구에 있는 전국체전 성화 채화 조형물.(본인 촬영)
강화도 마니산 입구에 있는 전국체전 성화 채화 장소, 조형물 (본인 촬영)

마니산 입구에 들어서자, 먼저 '마니산 치유의 숲'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울창한 소나무와 참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해발 472.1m의 참성단이었다.

산행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았다. 돌계단과 가파른 길이 이어졌고,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바위를 오르는 구간도 나타났다. 개천절을 맞아 산을 찾은 등산객들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누군가는 등산복과 스틱을 갖추고 천천히 정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단군설화에 나오는 웅녀의 이름을 딴 웅녀 계단.(본인 촬영)
단군신화에 나오는 웅녀의 이름을 딴 웅녀 계단 (본인 촬영)

한 걸음씩 높이 오를수록 강화도의 풍경도 달라졌다. 나무 사이로 서해와 너른 들판이 모습을 드러냈고, 능선 위에서는 바다와 섬, 황금빛으로 물든 들녘이 한눈에 펼쳐졌다. 단순히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그곳까지 직접 걸어가는 과정이 이번 취재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나무 사이로 서해와 너른 들판이 보인다.(본인 촬영)
나무 사이로 서해와 너른 들판이 보인다. (본인 촬영)

정상에 가까워지자 '참성단'이라는 이름이 적힌 안내판이 나타났다. 강화 참성단은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올리기 위해 쌓았다고 전해지는 제단이다. 현재의 참성단은 고려 원종 11년인 1270년에 보수했고, 조선 시대에도 여러 차례 고쳐 쌓았다는 기록이 전해져 내려오며, 1964년에는 국가 지정 사적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점이 있다. '단군이 참성단을 쌓았다'라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전승이다. 반면 고려와 조선 시대에 참성단을 보수하고 제례를 이어왔다는 내용은 역사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와 역사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을 함께 살펴보니 참성단이 단순한 옛 제단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의미를 이어온 공간이라는 점이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참성단의 모습도 독특했다. 안내문에 따르면 제단은 자연석을 이용해 하단은 둥글게, 상단은 네모반듯하게 쌓았으며 각각 하늘과 땅을 상징한다고 전한다. 산 아래에서 사진으로 볼 때와 달리 직접 정상에서 돌 하나하나가 쌓인 모습을 마주하니 국가유산을 현장에서 보는 느낌은 확실히 달랐다.

강화도 마니산 정상에 있는 참성단.(본인 촬영)
강화도 마니산 정상에 있는 참성단 (본인 촬영)

마니산 참성단에서는 또 하나의 익숙한 전통이 이어지고 있었다. 바로 전국체육대회 성화 채화다. 현장에는 '5000년 역사, 성화 채화 장소 마니산'이라는 안내와 함께 1955년 제36회 전국체육대회 최초 성화 봉송을 알리는 공간이 조성돼 있었다.

이곳에서는 1955년 제36회 전국체육대회부터 성화 채화가 이어져 왔다. 올해 개천절에도 개천대제 봉행, 제례에 이어 칠선녀가 성화를 채화했고, 성화는 제107회 전국체육대회 개최지인 제주특별자치도로 인계됐다. 오래전부터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고 전해지는 공간이 오늘날 전국체육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장소로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 전국대회 성화 채화가 진행된다.(본인 촬영)
이곳에서 전국 대회 성화 채화가 진행된다. (본인 촬영)

참성단 한편에는 커다란 소사나무 한 그루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척박한 바위 위에서 오랜 세월 자란 나무와 돌로 쌓은 제단이 한 공간에 놓여 있었다. 산 정상에서 직접 마주한 풍경은 책이나 인터넷에서 '참성단'이라는 이름을 읽었을 때보다 오래 기억에 남았다.

천연기념물이기도 한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 소사나무.(본인 촬영)
천연기념물이기도 한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 소사나무 (본인 촬영)

정상에서 내려다본 강화도의 풍경 역시 인상적이었다. 서해의 섬과 갯벌, 들판이 한눈에 펼쳐졌다. 힘들게 올라온 등산객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풍경을 바라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개천절이라는 국경일과 국가유산, 그리고 가을 산행이 한데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3·1과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과 같은 국경일을 매년 맞으면서도 '왜 이날을 기념하는지'를 직접 찾아본 적은 많지 않았다. 국경일을 기억하는 방법도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된 국가유산을 찾아보고, 안내문 한 줄을 읽고, 그곳에 어떤 역사가 쌓여 있는지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마니산을 오르기 전까지 개천절은 내게 매년 돌아오는 10월 3일이라는 날짜와 '쉬는 날'이라는 의미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돌계단을 오르고, 서해를 내려다보고, 정상에서 참성단을 직접 마주한 뒤에는 그 날짜에 하나의 장소와 풍경이 더해졌다.

강화도 마니산 정상으로 가기 전, 374계단.(본인 촬영)
강화도 마니산 정상으로 가기 전, 372 계단 (본인 촬영)

내년 10월 3일 개천절을 맞는다면 하루 쉬는 공휴일이라는 생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면 어떨까. 꼭 마니산이 아니더라도 국경일과 관련된 가까운 역사 현장을 찾아보는 것이다. 달력 속 국경일을 직접 걸어보고 만나는 것, 그것도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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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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