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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세상보기 ④] 인체자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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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코어> 포스터. |
사람의 몸 주위에도 자기장이 분포한다.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생명활동이 모두 전기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가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위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움직여야 한다. 이와 같은 위 운동을 조절하는 것은 위 근육에 흐르는 전기신호다. 온몸에 피를 순환시키기 위한 심장 박동도 역시 심장 근육에 흐르는 전기신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체의 장기 주변에는 전기신호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기장이 형성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건강한 사람과 질병에 걸린 사람의 경우 자기장이 분포하는 양상이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소화가 잘 되려면 위의 근육이 활발히 움직여야 한다. 반대로 위의 움직임에 문제가 생기면 소화불량이 생길 수 있다. 두 경우 위 근육에 흐르는 전기신호는 각각 다를 것이다. 때문에 자기장 분포도 달라지는 것이다.
비단 소화불량뿐만 아니라 암이나 심장질환 같은 다른 질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느 장기 주변의 자기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환자와 정상인에서 자기장이 형성되는 패턴이 어떻게 다른지를 검사하면 어떤 질병에 걸렸는지를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인체의 자기장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자석 주위에 철가루를 뿌리면 자석에 의해 형성된 자기장에 따라 철가루가 줄지어 늘어서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과학자들은 생명유지에 없어서는 안될 기관인 뇌에 주목했다. 대뇌 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피질에는 약 100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가 연결돼 신경망을 형성하고 있다. 대뇌피질 1㎟ 당 약 10만개의 신경이 밀집돼 있는 셈이다. 각 신경세포에서 발생한 전기신호가 신경망을 통해 다른 신경세포에 전달되면서 뇌 주위에 자기장이 생긴다. 운동을 조절하는 뇌 영역에서 다리에 걸으라고 명령을 내리면 이에 해당하는 전기신호가 만들어지고 수많은 신경세포를 거쳐 다리의 근육세포에까지 전달되는 것이다.
그런데 전기신호로 발생하는 뇌 자기장은 지구 자기장 세기의 약 10억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 이렇게 미약한 뇌 자기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저항이 없는 초전도 상태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양자간섭소자(SQUID)를 이용한 고감도 자기센서가 필요하다. 이 자기센서를 뇌 가까이에 놓으면 미약한 자기장을 감지해 내부 코일에서 증폭시켜 그 크기에 비례하는 전압을 발생시킨다. 이 전압이 발생한 위치나 세기 등을 지도에서 지형의 높이를 나타내는 등고선처럼 나타낸 것이 뇌의 자기장 분포도, 즉 뇌자도다. 뇌자도의 모양이나 색깔을 보고 뇌 주변의 자기장이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뇌를 수술한 환자의 경우 수술 부위 근처의 뇌자도를 측정하면 뇌에서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에 문제가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 후 뇌 기능이 잘못돼 나타나는 후유증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뇌뿐만 아니라 심장, 위 같은 인체의 여러 장기에 대해서도 자기장 분포도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협심증이나 부정맥 같은 심장질환, 각종 암의 진단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뇌와 심장에서 발생한 전류 중 일부가 인체 표면까지 도달한 것을 측정하는 뇌전도와 심전도가 진단에 많이 쓰였다. 그런데 이 방법만으로는 질병이 발생한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는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앞으로 뇌전도나 심전도 기술이 활용되면 좀더 명확한 진단이 가능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체 자기장을 측정할 때는 어떤 약물도 사용하지 않고 인체에 직접 접촉하지도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
세계적으로 미국, 일본, 캐나다, 핀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생체자기장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생체자기계측센터가 생체자기장 연구를 이끌고 있다. 연구팀은 60개 자기센서가 촘촘히 배열돼 있는 심자도 측정 장비를 개발했고, 이를 지난 4월 말 연세의료원 심장혈관병원에 설치해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병원에서 생체자기장이 MRI(자기공명영상)나 PET(양전자방사단층촬영)처럼 상용화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국정넷포터 임소형(과학동아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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