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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이 관세나 잘 걷지 왜 물류절차까지 설쳐!”
[정부 변신의 끝은 어디] 10년 걸려도 안된다는 걸 되게 만든 노동부·관세청
노동부 산하의 지방 노동청의 업무도 비슷하다. 근로자의 밀린 임금을 찾아주고, 노사간의 분쟁과 다툼을 해결하고, 노동관계법 위반 사건을 조정하는 규제·감독의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사업주들은 노동청 공무원들을 만나기를 꺼려하고, 되도록이면 멀리하려 한다. 그런데 대구 지방노동청은 예외다. 규모가 작고 경험 경험이 부족한 이 지역 영세·소규모 사업주들은 노동청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물론 직접 노무관리에 관한 노하우를 직접 제공받고 있다.
사업주를 처벌하고, 사후적으로 규제하는 감독기관인 노동청이 기업을 고객으로 모시고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노동행정 종합컨설팅 서비스’다. 기업을 직접 방문해 노무관리, 노사관계, 산업안전, 고용·산재보험, 고용평등, 근로자 직업훈련 지원 등 노동행정의 전 분야에 걸쳐 자문을 해주는 통합 서비스다. 대구 지방노동청은 지난해 6월부터 근로감독관을 비롯한 전문가들로 ‘컨설팅지원팀’을 꾸려, 서비스를 신청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구지방노동청 직원들이 경북 경산 소재 기업에서 퇴직금·근로시간·일용근로자 사용·산업안전진단 등에 관한 컨설팅을 벌였다. 컨설팅 이후 사업주는 "노무관리의 틀이 잡히고, 뜻밖의 불이익을 당할 일도 없을 것 같다"며 반겼다. |
컨설팅 서비스는 단순히 노동행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담과정에서 형편이 어려운 기업에 대해서는 이용할 수 있는 지원제도를 안내하면서 직접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주고 있다. 컨설팅도 종합컨설팅, 분야별 현장 컨설팅, 공단 등 사업장 밀지지역을 대상으로 한 정기 집단 컨설팅 등으로 다양하며 지난해 12월까지만 441회에 걸쳐 시행됐다.
이 지역 신우통신공사 김 모 대표는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수가 갑자기 늘어나 노무관리에 애를 먹었는데, 노동청의 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노무관리 노하우는 물론, 기대하지 않았던 재정지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며, “이제는 사업주들도 노동행정에 늘 관심을 갖고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대구 지방노동청이 이렇게 발상을 바꾼 것은 지역의 특별한 사정 때문이었다. 근로자수가 30인 미만인 영세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의 96.3%를 차지하고 있지만 노동관계법이나 지원제도에 대해 인식이 낮아 체계적인 노무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지역의 주력 업종인 섬유·안경 산업이 쇠퇴하고 장기적인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임금체불 등에 대한 진정과 고소·고발이 잇따라 근로자 뿐만 아니라 사업주도 고통을 받고 있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기업들의 불법행위를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은 사후 약방문에 불과하다는 판단이 썼고, 신고사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사전에 컨설팅을 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이룬 것이다.
그러나 혁신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관리감독 기관이 서비스에 나선다는 인식부터가 걸림돌 이었다. 대구 지방노동청 윤권상 계장은 “컨설팅 서비스가 제안됐을 때만 해도 기업은 의아하게 생각했고, 내부 직원들은 무모하다고 비판했다” 며, “근로감독관 한 사람이 100건이 넘는 신고사건을 처리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일을 하자고 하니 반기는 사람이 없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컨설팅이 실제 진행되면서 인식은 달라졌다. 단속기관인 노동청에는 컨설팅을 신청하지 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와 달리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서비스를 신청하고 있고, 내부 직원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더 큰 성과는 지역의 노사분쟁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임금체불 등의 신고사건은 18.9%, 8월 노사분규는 78.8%, 6월 산업재해 발생건수는 17.8%가 줄었다. 반면에 컨설팅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취업자수는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관세청은 선주, 하역회사, 창고업자, 무역업자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를 설득하고 시스템을 바꿔 9.6일이 걸리던 수출입 물류시간을 4.5일로 줄였다. |
그러나 기업의 입장과 달리 수출입 화물 처리과정은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혁신이 쉽지 않은 분야다. 화물이 항구나 공항에 들어오면 하역 → 보세운송 → 창고반입 → 수입통관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 반출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선주, 포워더, 하역회사, 보세운송인, 보세창고업자, 무역업체 등이 관여하게 되면서 자주 다툼이 생겨난다. 창고를 운영하는 업자 입장에서 화물이 창고에 쌓여야 이득이 되지만, 무역업체는 되도록 화물이 창고에 쌓이지 않아야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업무적 특성으로 인해 화물처리 시간을 단축하는 일은 요원한 일로 취급받아 왔다.
그런데 2003년 9.6일에 이르던 수출입 물류시간이 시간이 2005년에는 4.5일로 절반이상 단축됐다. 관세청이 3년여 동안 진행한 혁신의 결과물이다. 관세청은 2003년 12월 세관과 업체 등으로 구성된 T/F팀을 꾸려 인천항과 부산항에 상주하면서 운송주선업자, 창고업자 등과 대화에 나섰다. 수출물 화물처리가 지연되는 원인을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제각각인 이해관계 때문에 개선안 도출은 쉽지 않았다.
관세청 수출입물류과 임쌍구 계장은 “처음에는 세관이 관세만 잘 거둬들이면 되지 왜 물류절차까지 개선하려 드느냐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다”며 “일선 세관에서는 물류단축을 위해 규제를 다 풀어주면 세관의 위상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하역업체 등은 대형 선사나 항공사만 살아남고 영세사업자는 설 땅이 없어진다고 반대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관세청은 이해 관계자들을 직접 개선안 마련과정에 참여시켰다. 입항에서 반출까지의 절차 대부분이 세관 외부의 물류절차라는 점을 감안한 조치였다. 그 결과 사업주들도 물류시간을 줄이는 게 궁극적으로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이 바뀌었고, 3대 분야 36개 과제의 ‘수출입통관 물류시스템 혁신 로드맵’을 확정할 수 있었다. 이 로드맵에 따라 관세청은 강도 높은 혁신을 추진했고, 물류시간 5일 단축이란 성과를 얻었다.
관세청은 전문가들도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가로젓던 문제를 해결한 혁신 성공사례가 하나 더 있다. 세계 최초로 구축한 ‘밀수동향관리시스템’이다. 통관절차가 빨라지면서 이를 악용한 밀수범죄도 국제화·지능화되고 있는 추세다. 밀수를 잡기 위해서는 단속방법도 고도화돼야 하지만 여전히 제보와 사후 검색을 강화하는 수준에 그쳤다. 관세청은 사후관리로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판단, 적절한 타이밍에 밀수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조기경보 제도 마련에 나섰고, 그 결과물이 밀수동향관리시스템이다.
전문가들은 당초 범죄행위를 예측하겠다는 구상 자체가 무모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일선 현장에서도 “밀수 단속은 현장업무이지 책상머리에 앉아서 정보를 만드는 게 아니다”고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관세청은 지난해 1월 TF팀을 구성, 광범위한 자료조사를 벌이며 문제해결에 도전했다. 우선 금괴, 다이아몬드, 담배, 녹용 등 밀수에 자주 활용되는 대상품목 14개를 선정하고, 밀수의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20개 지표 선정하고, 그 위험수위를 ‘정상 - 유의 - 경고 - 심각 - 위험’ 등 5단계로 세분화 했다.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자료는 각 품목의 생산량-소비량, 수입량-수출량, 국내외 가격, 월간 판매량 등을 다리품을 팔아 구했다.
결국 통계작업을 거쳐 품목별로 밀수위험도를 측정하는 모형을 만들고, 이를 프로그램으로 구축해 5개월 만에 시스템이 구축됐다. 시스템을 적용해 2005년 5월 밀수위험도 측정한 결과 금괴, 녹용, 담배 등 3개 품목이 ‘심각’ 단계 이상으로 나타났다. 해당 품목에 대해 6월초 밀수경보를 발령하고, 세관에서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전년도 같은 기간의 8배가 넘는 570억원 단속실적이 나왔다. 관세청은 이 시스템을 올해 6월까지 시범운영한 결과, 금괴, 인삼, 고추 등 밀수 위험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총 933건 4,446억원 단속이라는 실적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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