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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이후 네 가지 주요변화에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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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선도해 가려면] ⑤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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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신산업전략연구단장
언택트 혁신과 셧인(Shut-in) 이코노미의 부상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각 국가들은 이동을 중시하는 셧다운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언택트(Untact)라는 신조어를 부상시키며 비대면,비접촉 소비 등 새로운 비즈니스방식을 촉발하게 되었다.
특히 소비자의 수용이라는 측면에서 큰 변화를 야기하고 있는데, 셧다운 정책이 국가로부터 발의된 타의적 고립의 맥락이었다면 이 과정상의 경험은 국민에게 자의적 고립을 추구하는 경제 즉, 셧인 이코노미(Shut-in Economy)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
셧인 이코노미란 스스로 가두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바탕으로 외부와 물리적 소통을 차단하고 개인화된 공간상에서 경제사회활동을 영위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셧인 이코노미가 부상하면서 셧다운 보다 더 전향적이고 가속화된 경제사회적 변화가 예측되고 있으며 본 글에서는 다음의 네가지 변화에 주목 할 필요가 있음을 설명하고자 한다.
변화1, 온라인화(化)를 넘어 가상공간으로 확장
가상화 방향성 측면에서 살펴보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가 온라인 쇼핑시장의 성장을 유도했다면 앞으로는 가상쇼핑을 통해 필요한 물건을 배송 받는 등 가상-물리 공간이 융합된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가 더욱 파격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핵심적이다.
이는 상호 접촉하는 환경을 회피하면서 코로나 상황 초기에 물리적 비접촉을 추구하기 위한 드라이브 스루 등의 거래방식이 유행한 것의 진화된 모습이라 하겠다. AR,VR장비들을 기반으로 온라인샵에서 쇼핑을 하고 택배를 받거나 집근처 편의점에서 3D프린팅으로 물리적 물건을 손에 쥘 수 있는 환경이 빠르게 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학원, 취미강습 등을 다니지 못하면서 화상통신을 이용한 원격교육, 온라인 요가, 요리강습 등이 강세를 보이면서 아예 온라인으로 체험을 하는 환경이 집집마다 구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변화2, 삼밀(三密)은 결국 도시의 저밀평탄화로 이어져
또한 평단화 방향성에서의 진화가 예상되는데 이는 재택근무, 원격교육 등이 일상화되면서 국민의 평균 인당 거주공간의 확장욕구가 증대되어 도시는 저밀평탄화 되는 방향을 지향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각종 활동들이 외부접촉을 꺼리면서 집 내부에서 진행되는 현 상황의 특성상, 집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사무환경, 교육환경, 취미활동 등에 대한 공간 필요성이 늘어나면서 집안의 질적 수준이 높아지는 방향과, 양적 수준이 높아지는 방향이 발생하고 있다. 질적 수준이 높아지는 방향은 집안의 체류시간이 늘어나고 공간활용의 목적성이 다변화되면서 이에 필요한 환경을 갖추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양적수준 측면은 이러한 다목적성 공간이 필요하게 되면서 발생되는 현상으로 보통 다양한 공간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체험방과 같은 다목적형 방(공간)이 필요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소위 국민평수라고 하는 개념의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판단되고 단위면적당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정해져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도시 외곽으로 넓은 평수를 선택하는 부류가 증가되면서 도시는 보다 저밀평단화 되는 환경을 지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변화3, 거리두기는 결국 언제나 연결되는 온택트(Ontact)사회를 가속화
원격화 방향 측면에서는 원격파티 등의 사례와 같이 물리적 비접촉을 지향하지만 소외되지 않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은 언제나 연결되는 온택트(Ontact)로 강화되는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블루와 같은 현상이 상호단절된 상황 속에서 소외감과 우울감을 증폭시키며 반작용의 하나로 나타난 것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편의중심의 원격방식의 선택과 더불어 감정중심의 교감방식의 선택이라는 모순적 방향성을 기술을 통해 이루어간다는 특별한 사회로의 진입을 더욱 가속화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변화4, 비접촉이 몰고 온 공유경제의 위축은 독점적 전유라는 새로운 생존방향을 지향
마지막으로 소유화의 방향은 공유하지 않고 소유한다. 소유할 수 없으면 일시적으로 전유한다.는 관점의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의미이다. 이는 공유경제의 몰락을 예측했던 초기의 방향에서 다소 전향된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초기 쏘카(Socar)와 같은 기업이 공유경제의 몰락이 예상되면서 위축될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단기렌트에서 장기렌트로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전환하면서 생존성을 높이고 있는 현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유한다는 것은 획득과 유지측면에서 많은 비용을 발생시키지만 우리는 모두 경제성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또 공유하는 것이 주는 큰 이득인 자본집적화라는 측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수가 모임으로써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었던 기존의 공유경제 시스템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한계점으로 인해 소소하게 소유하거나, 일시적으로 전유한다는 측면에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펜션보다 차박과 캠핑이 유행하는 것에서 이러한 트렌드를 읽을 수 있으며, 안전이 확보된 공간 등을 외부와 차단된 형태로 전유하고자하는 경향이 사업모델로 빠르게 등장하고 있는 것을 유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사회의 수용성
이러한 변화가 시사하는 점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증가되고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것까지도 바꿔나가는 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핵심이 여기에 있다
그동안 우리가 가진 경제사회시스템은 고착화되었다. 이런 시스템의 고착은 기존 것을 개선하는 차원에 그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원인이다. 슘페터는 마차를 아무리 연결해도 철도가 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말이 주는 의미처럼 우리는 이 상황을 기회로 연결시키기 위해 새로운 혁신의 방법을 시도해야만 한다.
이 새로운 방식의 혁신을 불러오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과업은 미래비전을 설계하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명확히 할 때 비로소 우리는 수용된 미래를 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미래를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본 기고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수행한 2020년 과학기술기반 미래연구사업의 연구내용에 기반하였으며, STEPI Outlook 2021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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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신산업전략연구단장
2021.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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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되는 문화계 변화 시나리오와 대처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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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산업연구센터장
2020년 전 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19의 여파는 사회, 경제, 문화, 정치 등 광범위한 영역에 영향을 미쳤다. 정책 현장에서의 고민은 사회에서 나타난 멈춤 현상과 변화가 일시적인 것인가 아니면 영속적인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익히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방역으로 해외 국가들과는 상황이 달랐고, 실제로 확진자가 안정적으로 증가하던 7~8월 사이에는 반도, 강철비2,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영화관에서 개봉한 3개 영화 관람객 수가 100만을 돌파해 그동안 부진했던 오프라인 소비가 회복되는 듯한 양상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아쉽게도 어느 정도 잡혀가던 코로나19의 확산은 8월 중순 즈음에 이르러 재확산이 기정사실화돼 현재까지 이르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위드 코로나(with COVID-19)라는 단어를 낯설어하지 않으며 어느 정도 현실로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이러한 상황이 언제 끝날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으나 적어도 (최근처럼) 심각한 상황이 한 번 더 온다면 그 때 일어나는 변화는 일시적이라기 보다는 영속적인 변화일 가능성이 클 것이라 예상하였다. 포스트 코로나 시기, 코로나로 인한 변화가 일시적인 멈춤이 아닌 영속적인 변화라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아래 표는 코로나19가 발생했던 4월 경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변화를 예측하며 작성했던 표를 일부 수정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상황이 강요되었던 2020년 시점을 언택트 현상 시기라면, 사회가 변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시점을 언택트 사회(포스트 코로나) 시기로 볼 수 있고, 이것은 장차 4차산업혁명 정도의 수준까지 변화가 이뤄지는 시점인 언택트 혁명(포스트 코로나 이후)시기로 구분하여 살필 수 있다.
2021년에 부각될 포스트 코로나(언택트 사회) 시기는 대규모 질병 확산은 어느 정도 종료되었으나 기존(프리 코로나 시기) 방식의 비효율성과 대규모 질병의 재발 우려 등으로 인해 변화 방향을 모색하는 과도기적 시기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경험을 토대로 단점,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사회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장기적인 변화의 방향성은 기존에 4차산업혁명 시기에 일어날 것이라 여겼던 변화 시나리오를 현재의 관점에서 수정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4일 오후 경기 김포시 민간 온라인 공연장인 캠프원에서 열린 디지털뉴딜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 참석, 주제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특히 문화(예술) 부문은 광범위한 온라인 전이(transformation)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실험적, 간헐적으로 시도되던 문화예술의 온라인화는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실재감을 높이기 위한 고수준 실감기술 구현을 이루게 될 것이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온,오프라인 문화예술 체험의 차이가 좁혀짐에 따라 문화예술의 영역이 광범위하게 온라인영역으로 전이될 수 있으며 실제를 뛰어넘는 경험을 주는 초실재화(super presence)적인 문화예술적 표현이나 실험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현재 비교적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콘텐츠와 문화예술의 영역 구분이 모호해 질 것이며 콘텐츠의 영향력도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수 밖에 없다. 비대면 환경에서 콘텐츠는 모든 것의 기본요소가 될 것이기에 향후 콘텐츠를 중심으로 모든 사업, 예산, 조직이 재편되거나 반대로 콘텐츠의 개념과 포괄 범위가 대폭 확대될 수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목격했던 콘텐츠 소비 증가 뿐 아니라, 중단된 인간의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써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체험 수준에 그치던 실감기술 기기 및 콘텐츠 개발의 질적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포스트 코로나 시기 정부의 역할은 사실상 4차산업혁명으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격차를 메꾸어 줄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역할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는 사회적 거리를 줄여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과 사람 간의 물리적 거리는 더욱 멀어지게 되었고 반대 급부로 인간의 사회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사회적 거리를 줄이기 위한 온라인 문화,관광,콘텐츠 관련 사업들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기술적 거리를 줄여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실감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체험 수준에서 실용화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실재감(presence)를 높이고 선진국과 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콘텐츠 개발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는 계층 간 거리를 줄여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활용 능력이 필수 능력이 되었고 그러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취약계층이 겪는 어려움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이러한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를 줄이기 위한 관점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접근성을 높여주기 위한 사업 추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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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산업연구센터장
2021.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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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병원부터 종합병원까지…‘분산형 의료협력체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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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철 서울대 의대 휴먼시스템의학과 교수(대한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 코로나19 TFT 위원장)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가 사는 삶의 방식을 바꾸었고,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바이러스전염병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수준을 넘어 의료체계 분야에 대한 전면적 혁신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코로나19와 같이 불현듯 대유행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병 뿐만 아니라, 어느새 사망요인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만성질환, 그리고 노령인구가 늘면서 크게 증가하고 있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질환 등도 앞으로 우리를 크게 괴롭힐 것이다.
또한 경쟁과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적인 소모에 의하여 생기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에 오늘날에는 코로나19와 같은 신종전염병뿐 아니라 이와 같은 질병 양상의 변화에 대처하고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의료로의 방향전환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미래의 의료는 어떠한 체계가 되어야 할까? 아마도 발전하고 있는 과학과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되, 모든 사람이 차별없이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건강상태의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건강관리와 질병예방서비스를 적절한 시점에 받을 수 있고, 의료서비스가 환자 중심으로 쉽게 제공되며, 또 일차의료기관인 동네 의원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에도 높은 질적 수준의 의료서비스가 이루어지는 방향으로의 변화다.
이러한 변화를 이루면서 한편으로는 의료서비스 이용의 접근성과 적절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차의료기관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네트워크로 연결된 새로운 의료체계, 즉 분산형 의료협력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와 같은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첫번째는 환자들의 의복, 시계, 안경 등 착용하는 이동 전송 장치 뿐 아니라 생체 내에 심어지는 모니터링 장치 혹은 화장실 등에 설치되어 있는 생체시료 분석 장치를 통해 건강 정보를 지속적으로 의료 플랫폼을 통해 의료진에게 전송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서 이상 소견이 나타나면 즉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 의료서비스의 기반을 갖추어 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환자의 건강 상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된 건강 정보, 생활환경 정보, 그리고 진료 가이드라인과 연결되어 판단되게 된다.
또한 환자의 종합적 정보가 생체시료 분석 결과와 통합되어서 의학적 판단의 자료로 제공되고, 의료진은 이를 이용해 환자를 진료하기 때문에 오진 혹은 부적절한 의료 행위는 최소화 되고 의사는 환자를 중심으로 매우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두번째는 의료서비스의 제공이 질병 치료 중심에서 환자 돌봄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대부분이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2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의료서비스체계에서는 여러 개의 질병을 갖고 있는 사람은 질병에 따라 각각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런 체계에서는 불편함은 말할 것도 없고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한편, 질병 치료 중심에서 환자 돌봄 중심으로 바뀐다는 말은 질병 치료를 소홀히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원인이 되거나 질병의 경과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생활습관과 환경적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관리를 중요시함으로써 근본적으로 질병에 대한 관리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미래의 건강관리는 생활습관에 대한 개선 권고, 정기적인 건강 진단, 영양제 처방, 유전자 검사와 같은 현재의 예방의학적 활동 뿐 아니라 수명의 결정, 인체 기능 수준의 유지 혹은 강화를 위한 수술 및 처방, 그리고 죽음 과정의 관리와 같은 더 높은 수준의 활동을 포함하게 될 것이다.
세번째는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중심 장소가 상급병원이 아니라 지역사회여야 한다.
지역사회 중심으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앓고 있는 대부분의 질환, 즉 감기 혹은 경증의 만성 질환은 지역사회에 있는 일차의료기관에서 돌보고, 그 외의 응급 치료를 요하거나 중증인 질환은 전문병원이나 상급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하는 의료협력체계를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지역사회 중심의 의료서비스가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의료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또한 의료기관간에 협력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하는 의료 플랫폼이 마련되어서 플랫폼 상에서 의료정보의 교환이 불편함이 없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수직적 개념의 의료전달체계에서 수평적 개념의 분산적 의료협력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리고 분산적 의료협력체계는 수직적 의료전달체계와는 달리 지역사회 의료역량이 강화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서비스 질의 차이가 아니라 기능과 역할의 차이를 기반으로 하여 동네의원에서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하여 서로 협력하는 체계다.
이때 동네의원부터 병원이나 종합병원까지 진료의 연속성이 충분히 확보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가정에서부터 병원까지 건강 상태에 따라서 연속적으로 의료서비스가 이어지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동네의원에서부터 병원까지 환자 치료를 위하여 여러 전문 분야의 의료진들이 서로 협동해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의료 플랫폼과 같은 의료서비스제공 시스템이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의료서비스 체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를 한단계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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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철 서울대 의대 휴먼시스템의학과 교수(대한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 코로나19 TFT 위원장)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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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교육혁명으로 미래교육 선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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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호크마교양대학장,미래교육연구소장)
◆ 팬데믹과 온라인 비대면 개학
2020년은 인류 역사에 코로나19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사회의 전 분야가 코로나19로 인해 예상치 못한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대면으로 이루어지던 소통의 방식이 다양한 온라인 소통(ontact)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비대면(untact)이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잡았다. 새로운 비대면의 만남에서 오는 불편함은 이제 또 다른 편리함으로 자리를 잡았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교육도 코로나19로 인해 상당히 큰 위기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난해 대부분 대학은 3월 셋째 주부터 원격교육을 활용한 개강을 시작했고, 초,중등학교는 4월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비대면 개학을 해 학생 540만 명과 교직원 50만 명이 원격으로 정규수업을 소화하는 역대급 교육 실험이 진행되었다.
교육분야의 가장 큰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대입 수능시험도 연기되어 시행되었다. 2020학년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등교수업과 병행하여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
이제 1년을 맞이하게 된 코로나19 시대를 평가해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 온라인 교육 도입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의 해결 과정
코로나19로 도입된 온라인 원격교육과 혼합수업은 학교 교육이 멈추지 않고 진행되도록 해준 중요한 솔루션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면적으로 도입된 온라인 교육은 여러 가지 문제 상황을 유발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지난 1년을 보내게 되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삼일공업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코로나19를 맞이한 초반에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격차는 디지털 접근성과 활용역량을 포함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을 시행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것은 학습자가 인터넷 접속과 온라인 교육용 디바이스를 갖추는 것이다.
이에 모든 학생들에게 디지털 접근성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문제였고, 정부에서는 저소득층 가구와 다자녀 가구 등을 대상으로 필요한 학생에게 인터넷과 디바이스를 제공하는 정책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디지털 활용 역량은 학생 뿐아니라 교원들에게도 필요한 부분이었는데, 정부는 이를 위해 디지털 리터러시 연수와 매뉴얼을 보급했고 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시스템도 개발하여 보급되었다.
두 번째 문제는 지역, 학교, 교사들 사이에서 온라인 교육에 대한 준비도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온라인 교육은 미리 준비해왔던 학교에서는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지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많은 학교와 교사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고, 1학기 초에는 교육을 제공하는 주체별 차이가 많이 드러났다. 특히 온라인 교육의 특성상 공개된 형태로 교육이 이루어지면서 비교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해 제공하고, 다양한 주체의 온라인 교육 콘텐츠가 공유,제공되면서 격차는 점차 줄어들게 되었고 쌍방향 온라인 수업까지 가능한 상황으로 안정되어 왔다. 하지만 온라인 교육 제공의 주체별 차이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세 번째 문제는 온라인 교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학습격차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에서는 지난해 7월 말에 온라인 설문을 통해 전국 초,중,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1학기 원격교육 경험 및 인식을 조사했다. 이 결과를 살펴보면 설문에 참여한 5만 1021명의 교사중에서 약 79%는 원격교육 이후 학생 간 학습격차가 심화된 것으로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격차가 심화된 이유로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차이(64.92%)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응답했다. 이 외에도 교사들은 학습격차 심화의 이유로 학부모의 학습 보조 여부(13.68%), 학생-교사 간 피드백과 소통의 한계(11.26%)를 제시했다.
온라인 교육 상황에서 드러난 학습격차는 사실 대면수업에서도 존재하던 현상이었지만 변화된 환경에서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표면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학습격차의 문제는 역시 미래교육을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 포스트 코로나, AI 교육 혁명으로 맞춤형 교육 구현의 기회로 삼아야
코로나19와 함께 맞이하게 된 급격한 변화는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는 기술의 변화가 사회적 변화를 선도하는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교육분야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전면적으로 시행한 온라인 원격교육은 초중등교육 뿐 아니라 대학과 대학원 교육까지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의미있는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혁신은 교육 분야에서 교수-학습의 방법 측면뿐 아니라 교원의 역할, 교육의 내용, 평가, 피드백의 측면에서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인공지능 시대 교육정책 방향과 핵심과제는 이러한 미래교육의 길잡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교육부에서 제시한 인간다움과 미래다움이 공존하는 교육 패러다임 실현은 미래교육의 의미있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AI 교육 혁명은 인공지능 기술을 지렛대로 삼아 학습자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구현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변화는 시작되었다. 참여와 협력을 통해 미래 교육을 창조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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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호크마교양대학장·미래교육연구소장)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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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PR’로 축적한 대한민국 긍정적 관계, 핵심적 자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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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얼마 전, K-방역에 대한 홍보와 관련하여 설왕설래가 있었다. 국내 방역의 성과를 해외에 알리고 자랑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을 가져다 썼으며 과연 홍보에 적절한 시기였는지에 대한 공격이 있었고 이에 대한 설명과 해명이 이어지는 등 한동안 꽤나 어지러웠다.
일반 국민이며 관련 영역을 공부하고 때로 실행하는 1인으로 가장 안타까웠던 점 중 하나는 사안의 진위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주장이 일부 언론을 통해 마구잡이로 확산되는 현실이었다.
더구나 이 같은 비합리적 비판에 즈음하여 해명을 도맡은 분들은 해가 바뀌어도 도대체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여전히 앞서 싸우고 있는 일선 방역담당자라는 사실이었다. 국민의 안전과 방역에 대해 하나라도 더 설명해야 하는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서 방역홍보에 쓰였다는 돈과 노력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홍보비용이라며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몰아붙였던 비용의 대부분은, 사실 인도적 지원(ODA) 혹은 긴급구호자금 명목으로 세계시민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지출되는 예산이었고 더구나 코로나가 유입되기 전 이미 배정된 사안이었다.
또 광고 등 소통 활동에 쓰인 것으로 보도된 비용의 상당 부분도 사실은 방역의 성과를 외국에 자랑하는 데 쓴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을 위한 생활방역과 거리두기 안내 등을 위해 투입된 노력이었음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필자가 더욱 안타깝고 우려스러웠던 또 하나의 사항은 이번 논쟁에 의해 홍보, 그중에서도 국가의 다양한 영역에 걸친 홍보 활동이 보유하는 순기능들이 자칫 폄훼되며 향후 대한민국의 국가 PR 자체가 맹목적으로 위축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었다.
물론 필자 또한, 사안을 막론하고 특정한 이슈를 무조건적으로 해외에 단순히 알리는 비효율적 행위 및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서는 절대로 동의할 수가 없다. 하지만 홍보라는 활동은 원래 한자어가 가진 넓게(弘) 알리다(報)의 좁은 차원을 넘어 PR(Public Relations), 즉 소통 대상과의 호의적 관계 형성과 지속을 위한 광범위한 노력을 의미하기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시되거나 위축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PR은 사실 매우 구체적인 성과와 효과까지 포함하는 개념이자 노력이며 세계 각국은 물론 세계인과 끊임없이 교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과업을 도모해야 하는 우리의 국가 PR은 결코 선택의 문제가 될 수 없다. 특히, 여타 국가들과의 긍정적 관계 형성과 지속 없이 어떠한 국익도 기약할 수 없는 감염병 위기 속 잔인한 현실에서 국가가 수행하는 다양한 차원에서의 PR은 그 어느 때보다 전략적이며 효과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긍정적 관계의 형성이라는 PR의 궁극적 목표를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너무나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노력이 고려되어야만 한다. PR 활동의 주요 대상인 해외 각국과 외국인들에게 우리와 관련된 정보들을 빈번하게 노출시켜 해당 사안을 1차로 알리는 작업은 물론이며 사람과 문화,경제,보건 의료,산업,체육,IT,환경 등 수많은 부분에 걸친 교류와 협조 또한 국가 PR이 관여할 수 있는 영역과 수단들임에 분명하다.
국가 대 국가로서 한국이 세계 각국과 구축해야 하는 거시적 관계들은 물론, 개별 구성원들과 대한민국이 쌓을 수 있는 촘촘한 관계들은 결국 우리가 향후 도모할 숱한 뉴딜의 성공을 위한 결정적 변인들이 될 것이다. 국가의 지속적 PR로 축적되는 다양한 차원의 긍정적 관계들은 향후 우리가 무엇을 하든 핵심적 자산으로 활용될 것임에 틀림없다.
적절한 국가의 PR은 비용 혹은 낭비로 치부되어서는 매우 곤란하며, 반드시 필수적 투자로 간주되는 정책적 기본값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긍정적 관계의 형성과 유지 없이 국가가 도모할 수 있는 일이란, 이전에도 앞으로도 더욱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용 혹은 단순 노출의 차원에서 주로 논의되던 홍보에 대한 오해를 좀 덜어내고 2021년에는 더욱 효율적이며 전략적인 작업으로서의 국가 PR이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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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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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갯벌에서 김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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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서 뜨는 아침 해를 보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늘 궁금했다. 간혹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본 적은 있지만 물이 빠진 갯벌 복판에서 본 적이 있던가. 눈이 시릴 만큼 차가운 곰소만 뻘밭에서 새벽을 맞았다. 손도 시리고 발도 시리고 입도 얼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겨울 갯밭에 보는 일출이라니. 아름답기까지 하다. 겨울바다는 명징하다. 갯벌도 겨울에 제 모습을 잘 드러낸다. 추우면 몸을 감추는 인간들과 다르다. 나무가 겨울에 제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일출은 황홀하고 찬란했다. 그 추위에 갯벌에서 김이 자란다. 새벽에 그 김을 채취하러 가는 어민들이 있었다.
곰소만 김 양식장에 해가 떠올랐다. 지주식 김은 햇볕에 바람에 그리고 들고 나는 바닷물에 단련되며 자란다.
친환경 지주식 김 양식
곰소만이 어떤 곳인가. 조기와 소금, 꽃게와 주꾸미를 품었던 바다다. 바지락과 동죽과 백합을 살찌게 하는 바다다. 갯벌은 연안습지보호지역과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과 갯벌 세계유산후보지역으로 최종결정을 앞두고 있다.
그 중심에 지주식 김 양식을 하는 만돌마을이 있다. 마을에는 140여 가구 중 40여 가구가 250ha 김 양식을 하고 있다.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이루어지는 김 양식은 크게 지주식과 부류식으로 나뉜다. 지주식 김은 갯벌 위에서 김이 자란다. 부류식 김은 수 많은 스티로폼으로 양식그물을 바다에 띄워 양식을 한다.
하지만 지주식 김은 대나무를 꽂아 그물을 묶어 김을 양식하기 때문에 스티로폼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에 힘이 많이 든다. 손도 많이 필요하다. 규모로 보면 부류식은 수백 책에서 천여 책에 이르지만 만돌마을은 70여 책에 불과하다. 소규모지만 마을 주민들이 비슷하게 나누어 양식을 한다. 또 몇 가구가 품앗이를 하듯 돌아가면서 차례로 채취한다.
갯벌이 드러나면 경운기에 채취기를 연결해 김을 수확한다. 20여 일 간격으로 채취하지만 파도가 높고 바람이 불면 미리 채취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김 양식장의 위치도 매년 추첨해서 정했다. 어촌에서 마을어장을 이용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찬바람이 나는 10월이면 김 포자(씨앗)를 바다에 넣는 날은 김 양식 풍년을 기원하는 기원제도 지낸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김 농사를 짓고, 의례마저 이어가는 마을이다.
소비자들은 김을 선택할 때 염산을 사용한 것을 걱정한다. 만돌 지주식 김은 염산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니 사용할 수가 없다. 봄이 되면 그 갯벌에서 바지락과 동죽을 채취한다. 염산을 처리한다면 패류양식을 하는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듣기 때문이다. 대신에 장기간 햇볕에 노출해서 단련을 시킨다. 지주식 김은 감칠맛만 좋은 것이 아니라 바다에도 바다생물에게도 물새들에게도 유익하다.
좋은 김을 원하면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갯벌에서 생산된 김으로 가공한 만돌 지주식 김.
녹차도 그렇지만 김도 두 물 맛이 좋다. 고창군 심원면 만돌마을 김덕만(1945년생)은 눈이 내린 다음날 두 물 김을 채취했다. 첫 물 김은 한 달 전에 채취했다. 두 물은 물어보지도 못하고 사야한다. 그런데 첫 물인지 두 물인지 소비자들이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등급제라도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어림잡아 산지에서 12월에서 1월에 나오는 김이 좋다. 2월말에서 3월로 가면 끝물이다. 김이 거칠다. 이때 김은 김밥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구이용 김을 원하면 지금 김이 좋다. 좋은 김을 사려면 발품을 팔아야 하는 이유다. 생산자들은 물김을 공장에 넘겨 가공을 하지만 자신이 먹고 찾는 사람에게 줄 가공한 김을 가져온다. 그 김을 사면 좋다.
그것도 어려우면 단골 김 판매점을 만드는 것이 방법이다. 가공 김도 초벌김, 두벌김, 세벌김, 네벌김 등 시기를 적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가공업체는 두 세 개의 김을 섞어 상품을 만든다. 마치 커피의 브랜딩과 같다. 용도에 맞게 두껍게, 장력이 강하게, 거칠게, 부드럽게 등 다양하다.
떡국을 끓일 때 김을 구워서 비벼 넣으면 조미료가 필요없다.
두 물째 채취한 물김을 가져다 떡국을 끓이는데 넣었다. 맛이 좋다. 따로 조미를 하지 않아도 된다. 김이 조미역할을 톡톡히 했다. 갯벌위에서 김을 채취하면서 뜯어 먹을 때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이런 맛을 감칠맛이라 하는구나 싶었다. 왜 지주식 김이 맛이 있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 맛은 분명 가게에서 사 먹는 김과 달랐다. 하물며 구워 먹는 것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다.
며칠 전 폭설에 만돌마을 지주식 김 양식장이 큰 피해를 입었다. 물이 빠진 상태에서 눈이 많이 내려 김발 위에 쌓이면서 갯벌과 김과 눈이 한 덩어리가 되었다. 여기에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조류를 따라 엄청난 무게가 움직이자 버티던 기둥이 쓰러지고 말았다. 40여 가구 중 반은 피해를 입었다. 6년 전에도 같은 일이 발생했었다. 겨울철에 다섯 번 정도 채취해야 하는데 두세 번 채취했으니 어민들의 마음이 타들어 간다. 지주식 김 양식을 하는 어민들이 감당해야 하는 아픔이다.
아침해가 선운산 자락으로 떠 오르자 곰소만이 붉게 물들었다.
◆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어촌사회 연구로 학위를 받은 후, 섬이 학교이고 섬사람이 선생님이라는 믿음으로 27년 동안 섬 길을 걷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에서 해양관광, 섬여행, 갯벌문화, 어촌사회, 지역문화 등을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을 하고 있다. 틈틈이 섬살이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며 섬문화답사기라는 책을 쓰고 있다. 쓴 책으로 섬문화답사기, 섬살이, 바다맛기행, 물고기가 왜, 김준의 갯벌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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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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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성지 비엔나의 신년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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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수도 빈(Wien)의 라틴 및 이탈리아식 명칭은 비엔나(Vienna)이다. 영어권에서는 빈이 아닌 비엔나를 쓴다. 한글로 표기할 때 빈은 비어있는(empty)으로 혼동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비엔나가 훨씬 더 좋겠다.
비엔나라면 무엇보다도 먼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같은 대음악가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음악가들이 활동했던 음악의 성지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1월 1일 오전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 음악회가 열리는데 다름 아닌 비엔나 신년음악회(Vienna New Years Concert)이다. 전 세계에 방영되는 이 음악회를 지켜보며 새해를 맞는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세련되고 귀족적인 기품이 흐르는 도시 비엔나를 동경하게 된다.
빈의 중심을 감싸며 도는 순환도로 링슈트라세.
비엔나가 현재와 같은 모습의 도시로 기본 틀이 잡힌 것은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통치하던 때이다. 그는 1848년부터 1916년까지 장장 68년 동안 거대한 제국을 통치하면서 여러 가지 혁신적인 조치를 단행하여 비엔나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놓았는데, 특히 구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던 중세 성곽을 허물고 그 자리에 약 5킬로미터의 널찍한 순환도로 링슈트라쎄(Ringstrasse)를 건설했다.
이 도로 주변에는 대학,시청,의사당,박물관,오페라 극장 등을 비롯하여 여러 관공서 건물들이 세워졌다. 이 건물들은 황제의 보수적 취향에 맞게 모두 고대 그리스,로마,고딕,르네상스,바로크 등 역사에 등장했던 옛날 양식의 복고풍이다. 무직페어라인(Musikverein 음악연맹) 건물도 그 중 하나인데, 바로 이곳에 세계 정상의 관현악단인 비엔나 필하모닉(Wiener Philharmoniker; Vienna Philharmonic)이 상주하고 있다.
무직페어라인 안에 있는 대공연장 골드너 잘(Goldner Saal; Golden Hall), 즉 황금 홀은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감탄할 정도로 음향이 좋다. 바로 이 홀에서 비엔나 필하모닉이 연주하는 신년음악회는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이 음악회는 1939년에 처음 시작되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신년음악회로 자리매김 했다. 따라서 이 음악회 입장권의 가격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비싸고, 입장권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이다.
비엔나 필하모닉이 상주하는 무직페어라인.
이 신년음악회에서 연주되는 음악 대부분은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통치 기간 중에 작곡된 것으로 특히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의 월츠와 폴카가 주류를 이룬다. 본 프로그램이 끝난 다음 연주되는 앙코르 곡은 항상 두 곡으로 정해져 있는데 다름 아닌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1866년에 작곡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과 그의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 1848년에 작곡한 라데츠키 행진곡이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은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사랑을 워낙 많이 받기 때문에 오스트리아의 숨겨진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라데츠키 행진곡은 오스트리아가 이탈리아 북부 지역을 지배할 때 1848년에 이탈리아 통일군을 패퇴시킨 라데츠키 장군을 기념하는 곡이다. 이 곡을 연주할 때 지휘자는 오랜 전통에 따라 종종 뒤로 돌아서서 관객을 보고 지휘하고 관객은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음악에 맞추어서 손뼉을 치는데 오케스트라와 관객은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 하나가 된다.
무직페어라인의 황금 홀에서 열리는 음악회 포스터들.
비엔나 신년음악회는 매년 지휘자가 바뀐다. 올해는 이탈리아 나폴리 태생의 세계적인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Riccardo Muti)가 지휘봉을 잡았는데 그가 비엔나 신년음악회를 지휘 한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이다. 그런데 이번 신년음악회는 81년 역사상 처음으로 예년과는 완전히 다르게 진행되었다. 특히 대미를 장식하는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할 때 지휘자는 관객석을 돌아보지도 않았고 관객의 손뼉 소리도 없었다. 왜 그랬을까?
이탈리아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이 곡에 대해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일까? 물론 아니다. 그는 오로지 음악을 통하여 사랑,기쁨,희망,평화,형제애 등 낙관적인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하려고 했으니 과거 역사에 발목 잡힐 사람은 아니다.
올해 신년음악회가 예년과 완전히 달랐던 것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에서 감염자가 폭증하자 이런 상황 속에서 신년음악회를 준비하던 비엔나 필하모닉 단원들과 스태프들은 안전을 위해 매일 검체 검사를 받았고 마침내는 텅 빈 황금 홀에서 무관중 음악회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비엔나 신년음악회가 열리는 황금 홀.
이처럼 현장에는 관객이라곤 한명도 없었다. 그렇다고 관객의 박수 소리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온라인 중계로 전 세계의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은 이 음악회를 즐길 수 있었으며 집에서 연주자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즉, 온라인으로 사전등록 한 90여 개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보낸 박수는 황금 홀의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여러 번 재생되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모든 연주자들과 전 세계의 온라인 관객들은 팬데믹으로 야기된 우울함과 답답함을 떨쳐버리고 음악을 통하여 희망 찬 새해를 맞는 기쁨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미술,언어,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이탈리아 도시기행,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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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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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에서 희망으로…베토벤과 피아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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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신종 플루에 이어 21세기 들어 두번째 맞는 팬데믹인 코로나19는 2020년을 망각의 해로 만들고 싶을 만큼 전세계 많은 이들에게 큰 아픔과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는 인류의 희망을 노래하는 대표적 작곡가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이었고, 올해는 망각과 열정의 작곡가이자 반도네온 연주자인 피아졸라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무릇 음악이란 인간에게 정신적 고양과 위로를 전해주는 좋은 치료제다. 때문에 지난해가 망각의 해였다면 올해는 희망의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대도, 음악도 전혀 다른 두 음악가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오스트리아 빈의 베토벤 생가 내부.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에 대하여
몇 년 전 외국에서 빈 신년음악회를 지휘한 거장 마에스트로 리카르도 무티와 리허설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그는 베토벤 음악은 우주와 같다고 말했는데, 생각해보니 나사가 보이저호에 실어 외계생명체에 보내는 메시지에도 베토벤의 음악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베토벤의 음악에서 위안과 감동을 얻을까? 아마도 베토벤이 너무나도 인간적인(혹은 약점투성이인) 단점을 음악으로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초월하는 모습에서 공감과 동질감을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는 머릿속의 악상을 생각나는 대로 바로 옮겼지만, 베토벤은 악상을 적고는 마음에 들 때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고 한다.
또한 성격도 원만하지 않아서 서른 아홉번이나 이사를 다녔고 청력을 잃은 상태에서도 한계를 극복하고 명곡을 남겼던 만큼, 어쩌면 지금 이 시기에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음악가가 아닐까 한다.
◆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에 대하여
베토벤 탄생 150주년이 되던 1921년, 자신과의 싸움을 해오며 탱고를 세계적으로 알린 피아졸라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탱고의 본고장인 아르헨티나에서는 피아졸라의 작품이 환영 받지 못했는데,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는 그의 스타일이 전통적인 탱고를 해친다는 이유에서였다.
실망을 안고 유럽으로 건너간 피아졸라는 레너드 번스타인과 필립글래스, 메뉴힌 등을 길러낸 프랑스의 여류 작곡가 겸 지휘자인 나디아 불랑제를 사사할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평소 스트라빈스키와 바르토크를 존경했던 피아졸라는 그의 음악들과 비슷한 요소들을 작곡해서 불랑제에게 보여주었지만 당신의 작품에는 당신은 없고 다른 작곡가들만 있다는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불랑제는 피아졸라에게 자신의 음악을 찾도록 도와주었고, 이 결과 자신의 본류가 탱고에 있다는 것을 느낀 피아졸라는 전통적인 탱고에 클래식하면서도 자유로운 색채를 입힌 누에보 탱고(Nuevo Tango)로 다시 돌아와 유럽에 탱고를 널리 알리면서 많은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게 되었다.
(* 누에보 nuevo는 새롭다는 뜻의 스페인어 형용사로, 피아졸라는 누에보 탱고를 콘서트에서 단독으로 연주되는 독립된 장르로 개척했다. 편집자 주)
◆ 망각에서 희망, 그리고 다시 열정으로
베토벤과 피아졸라는 음악적으로 다른 스타일을 지니면서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개혁과 전통을 유지하며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서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먼저 베토벤의 음악은 당시 모차르트나 하이든과 비교하면 상당히 신선했고 이후 낭만파음악이 꽃피우는데 큰 가교역할을 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 피아졸라도 전통적인 탱고를 뛰어넘어 확장된 음악적 스타일로 새로운 열풍을 만들어낸 만큼, 실험적이고 고난에 굴하지 않는 도전정신 없이는 두 작곡가의 음악은 탄생하기 어려웠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베토벤과 피아졸라는 특히 요즘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는데, 그들의 인생굴곡이 고스란히 음악을 통해 전달되면서 많은 희망과 용기를 선물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결국 우리는 망각에서 희망을 찾고 다시 열정적인 삶을 살아나갈 거라고 확신하며 훌륭한 멘토가 되어준 베토벤과 피아졸라 두 음악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베토벤과 피아졸라 추천음반
코로나19로 지친 우리 모두를 위해 대중적이면서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베토벤과 피아졸라의 음악을 고른다면 다음과 같다.
먼저 베토벤은 비창 소나타 가운데 2악장으로, 이 곡은 루이스 터커가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서 부른 미드나잇 블루 Midnight Blue라는 팝송으로도 유명하다.
이 곡의 연주는 피아니스트 빌헬름 박하우스(Wilhelm Backhaus)가 세계대전을 겪고 난 이후 발표한 음반과 역시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완벽주의자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Sviatoslav Richter)의 1950년대 앨범을 추천한다.
피아졸라는 망각이라는 뜻의 oblivion을 골랐는데, 그의 음악세계를 널리 알린 연주자 중 한 명인 바이올리스트 기돈 크레머(Gidon Kremer)가 자신의 챔버 오케스트라 크레메라타 발티카(Kremerata Baltica)와 함께 열정적으로 연주한 음반을 추천한다.
모쪼록 올해는 희망과 열정을 전하는 클래식 음악과 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치유와 용기를 얻는 새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 김상균 바이올리스트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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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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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가속화…경계를 넘어 혁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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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 일 년이 넘었다. 백신이 개발돼 접종이 시작된 나라들이 많지만, 확산세는 꺾이질 않고 있다. 올해 안에 종식되기를 희망하지만, 변종이 계속 나타나고 백신 접종 속도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의 일상을 크게 바꿔 놓았기 때문에 코로나가 진정세로 접어들더라도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활동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의료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온라인,비대면 방식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감염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취해진 경제활동 봉쇄조치는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가져왔고, 그 결과 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코로나19의 충격은 비대칭적으로 나타났다. 가장 취약한 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비숙련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줄어들었고, 온라인 교육이 급격히 확산됐으나 빈곤층의 교육 격차는 더욱 심화됐다. 산업의 양극화도 심화됐다. 플랫폼기업들의 승자독식 구조가 더욱 공고해 지면서 독점 폐해 시정과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분배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 무너진 경제의 조속한 회복과 심화된 불평등 완화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
올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나라가 어느 위치에 자리매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이전 세계경제의 가장 큰 화두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문화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디지털 전환이 한층 가속화됐다. 이러한 변화를 얼마나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잘 준비를 하는가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존이 달려 있다.
지난 주에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1에서 박일평 LG전자 사장이 경계를 넘는 플랫폼 경쟁력과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협업(collaboration)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협업을 통해 성공적인 혁신을 이루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방성이다. 무늬만 협업으로 포장한다고 혁신이 이루어질 수 없다. 정부는 기술융합 생태계 형성에 주력하고, 민간부문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를 완비하고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난해 8월3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가상,증강현실(VR,AR) 분야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 중 하나가 세계화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등에 힘입어 지난 20여년 동안 빠른 세계화가 진행됐지만, 향후 당분간은 느린 세계화가 예상된다. 빠른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활용이 확산되면서 인류가 서로 공감하고 온라인 만남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폭이 크게 넓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사이버(cyber) 세계화는 한층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물리적인 이동 제한과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방역이 상수화되면서 물리적(physical) 세계화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위기면서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코로나19는 수요와 공급 양쪽에 큰 타격을 주면서 경제민족주의가 부상하고 자국 중심의 각자도생 경향이 강화됐다. 바이든이 다자주의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복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GVC) 구축과 미,중간 패권전쟁은 오히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효율성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안정성과 복원력이 중시되는 방향으로 GVC가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각국의 공급망의 지역화, 내부화 경향이 한 층 더 강화되고 있다. 즉, 가치사슬이 비용 최소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효율성을 중심으로 글로벌하게 형성되던 것에서 벗어나 위험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지역 및 권역, 국가 단위의 지역완결형 가치사슬로 바뀌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자국 수요가 충분히 크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자립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내수규모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GVC 재편과정에서 효율성 제고와 리스크 대응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연초에 정부는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고용안전망 강화를 골자로 하는 한국판 뉴딜의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중소기업벤처부에서는 플랫폼 경제가 가져온 독점화의 폐해를 보완하는 참여형 공정 경제시스템으로 프로토콜 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모두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관련 제도와 기술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될 경우 기대한 성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세심한 정책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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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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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롭게 달라지는 체육…법령·정책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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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희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연구위원
2021년 신축년(辛丑年)을 새롭게 맞이한 지도 벌써 2주가 지났다. 신축년은 흰 소띠의 해로 상서로운 기운이 물씬 일어나는 해라고 하며, 이는 소라는 동물이 가지고 있는 우직함과 성실함 그리고 인내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이러한 신축년의 의미처럼 체육계도 도쿄 하계올림픽, 체육단체장 선거 등으로 인한 새로운 집행부의 출범, 지방체육회 법인화 등 다양한 환경변화에 따른 상서로운 기운이 물씬 일어나는 해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체육계가 많이 침체되어 있지만, 소의 우직함과 성실함, 그리고 인내를 본받아 우리 체육계도 스포츠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명제처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올해 새롭게 달리지는 체육관련 법령과 정책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한다.
◆ 새해 새롭게 달라지는 체육관련 법령,정책
이제는 국위선양이 아닌 체육인 인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행복과 자긍심을 높여 건강한 공동체를 실현하는 체육으로
국민체육진흥법 제1조에 따른 입법목적은 1982년 전부개정을 통하여 국민의 체력을 증진하고, 건전한 정신을 함양하여 명랑한 국민 생활을 영위하게 하며, 나아가 체육을 통하여 국위선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해왔다. 이는 1986 아시아경기대회 및 1988 올림픽대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국민체육진흥을 효율적으로 도모하여 국민복지와 국위선양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동안은 국제경기대회의 우수한 성적을 통해 국위선양을 위한 성과를 중시하였다면 이제는 체육계의 환경변화를 통해 성과보다는 공정한 스포츠환경 조성하여 인권 중심의 과정을 중시하는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국민체육진흥법 제1조의 목적조항이 국위선양이 아닌 공정한 스포츠 정신으로 체육인 인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행복과 자긍심을 높여 건강한 공동체의 실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개정되었다. 이 법은 2021년 2월 19일부터 시행된다.
직장운동경기부 표준계약서 사용 및 불공정 계약에 대한 시정, 합숙생활 선택
직장운동경기부 소속 선수들의 권익보호를 위하여 선수가 해당 직장운동경기부가 소속된 기관 및 단체의 장과 계약 체결 시 공정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를 개발,보급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계약의 체결현황, 내용 등을 매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하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불공정계약에 대해서는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국민체육진흥법 제10조의3을 신설하였다. 이 법은 2021년 2월 19일부터 시행된다.
2021년 6월 19일부터는 직장운동경기부의 상시 합숙훈련에 대하여 소속 선수의 사생활 및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도록 하여 선수 개인의 의사에 따라 합숙소 생활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체육지도자 자격정지기간의 상한을 1년에서 5년으로 확대 및 재교육 실시
국민체육진흥법 제12조 제1항을 개정하여, 체육지도자가 선수의 신체에 폭행을 가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한 경우, 선수에게 성희롱 또는 성폭력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 그 밖에 직무수행 중에 부정이나 비위 사실이 있는 경우 자격정지기간의 상한을 1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였다. 따라서 2021년 2월 19일부터 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체육지도자의 자격정지기간은 최대 5년까지 확대된다.
체육단체 및 학교 등에서 체육지도 업무에 종사는 체육지도자는 윤리 및 인권의식의 향상을 위하여 2021년 6월 19일부터 매 2년 마다 성폭력 등 폭력 예방 교육 등의 내용이 포함된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재교육을 받지 않은 경우 체육지도자의 자격이 정지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또한, 학교체육진흥법 개정에 따라 2021년 4월 21일부터 학생선수의 인권보호를 위하여 학교운동부 지도자를 대상으로 스포츠 분야 인권교육을 실시하여야 하며, 학생선수에 대한 폭력, 성폭력 등 인권침해가 발생한 때에는 학생선수와 학교운동부 지도자를 대상으로 심리치료 및 안전조치를 하도록 한다.
스포츠윤리센터 기능 및 역할 강화
2020년 체육계 공정성 확보와 체육인의 인권보호를 위하여 설립된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 대상이 되는 스포츠비리를 유형화하고, 검찰이나 경찰 등 직접적인 수사권을 가진 공무원을 파견할 수 있도록 파견요청권을 규정하여 그 기능을 강화한다.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접수된 사건의 조사방법 등에 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조사가 개시되는 경우 신고인에 대한 인권침해 등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 소속기관 등의 장에게 신고인과 피신고인의 물리적 공간 분리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선수, 체육지도자, 체육단체의 임직원 등이 신고자 등에게 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하거나 신고 등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거나 취소하도록 강요하는 경우 스포츠윤리센터의 장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시정 또는 책임자의 징계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인권침해 등 스포츠비리 관련 신고의무 및 징계정보시스템 구축,운영, 비위사실 공표 등
체육지도자, 선수 및 선수관리 담당자 등은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비리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을 경우 스포츠윤리센터 또는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징계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여 경기단체에 소속된 선수, 체육지도자, 심판 및 임직원, 선수관리자 등의 징계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징계관련 정보를 게재할 수 있도록 한다. 징계관련 정보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징계관련 정보를 게재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게재한 체육단체 등에는 2021년 6월 19일부터 1천만의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비리 등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해당인에 대한 인적사항과 비위사실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체육인의 인적사항, 경기실적, 징계 이력 등 세부 인적정보의 통합관리를 위한 통합정보시스템 및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비리 신고의 처리 상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통합신고관리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한다.
선수관리담당자의 등록 및 인권침해 우려 지점에 CCTV 설치, 실태조사 등
체육지도자와 별도로 선수들의 체력 및 건강 유지를 위하여 선수를 관리하는 선수관리담당자를 둘 경우 대한체육회나 해당 종목단체 또는 지방체육회에 등록하도록 하여 그동안 제도권 밖에서 관리감독 되지 않았던 트레이너나 매니저, 팀 닥터 등 선수를 관리하는 인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또한 체육인에 대한 폭력, 성폭력 등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주요 지점에 영상정보처리기기(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여 훈련이나 경기를 하는 체육시설이나 훈련장소, 합숙소 등 외부와 차단되는 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예방하도록 한다. 학교체육시설의 주요지점에도 영상정보처리기기(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학교체육진흥법 제7조제3항, 2021년 4월 21일 시행).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매년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비리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발표하도록 하고,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비리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도록 한다.
지방체육회의 운영비 지원 및 회장선거의 선거관리위원회 위탁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법정법인화 된 지방체육회 및 지방장애인체육회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경비 및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지원에 필요한 사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한다. 또한 지방지차단체가 해당 지방체육회를 감독하도록 하고, 지방체육회장의 선거를 선거관리위원회법에 따른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도록 한다.
감염병 등에 대한 위생,방역관리 및 공공기관의 체육시설 개방, 체육시설업(인공암벽장) 신설 등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실내,외 공공체육시설에서의 감염위험이 제기됨에 따라 체육활동을 위한 국민의 체육시설 이용이 제한되고 있고,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이와 같은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감염병 유행 전반에 대한 장기적이고도 지속적인 대책 수립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2021년 6월 23일부터「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체육시설 안전관리 기본계획에 체육시설의 감염병 등에 대한 위생,방역 관리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도록 한다.
또한, 스포츠산업진흥법, 생활체육진흥법,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조성 등에 관한 법률, 전통무예진흥법 등에 따라 각 법률에 따른 기본계획에 스포츠산업 관련 시설,생활체육시설,태권도시설,전통무예시설의 감염병 등에 대한 안전,위생,방역 관리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도록 한다.
2021년 6월 3일부터 지역 주민의 체육 활동을 진흥하기 위하여 공공기관이 설치,운영하는 직장 체육시설을 기관의 업무나 시설의 유지,관리 등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도록 하는 한편, 스포츠클라이밍 활동이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공암벽장업을 신고 체육시설업으로 추가하여 이용자의 안전을 도모하도록 한다.
새롭게 달라지는 체육관련 법령,정책의 시사점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2일 신년사에서 2021년은 회복, 포용, 도약의 해며, 훌륭한 기량을 갖춘 선수와 지도자들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을 알리는 케이(K)-콘텐츠라 했다. 손흥민, 류현진, 김광현, 고진영 선수를 비롯한 많은 체육인들이 우리 국민과 세계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했다. 앞으로도 훌륭한 기량을 갖춘 선수와 지도자들이 많이 양성될 수 있도록 생활체육을 바탕으로 선순환 시스템과 촘촘한 지원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2021년 새롭게 달라지는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는 국민체육진흥법의 목적에 국위선양이 삭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법률에 의한 국민체육진흥의 목적이 국제경기대회의 우수한 성적 등 과정보다는 성과를 중시함에 따라 체육계 현장의 인권침해 등 각종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한계를 노출하였다.
이제는 국제대회 우수한 성적보다는 스포츠자체를 즐기는 시대로 변화되었고, 국민 모두가 어디서나 차별 없이 스포츠를 즐기고 이를 통해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향유하며 스포츠를 통한 사회적 역할과 가치를 확산하는 것이 스포츠의 진정한 목적이다. 성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대통령의 신년사에서도 정부는 전문체육인들과 생활체육인들이 스포츠인권을 보장받으면서 마음껏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간섭 없이 지원 하겠다고 말했다. 2021년 새롭게 달라지는 체육관련 법령 및 정책은 그동안 성과중심 체육진흥의 한계를 극복하고 스포츠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한 것이 그 핵심이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우리 스포츠는 이제 성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공정한 스포츠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다만, 앞으로 더 많은 훌륭한 선수와 지도자가 육성되어 대한민국을 알리고 체육인들이 우리 국민과 세계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도록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잘 연계되어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등 체계적인 지원체계 구축 등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국회에 스포츠클럽 육성 관련 법안과 스포츠기본법안, 체육인복지법안 등이 계류 중에 있다. 이러한 법안들이 올해 통과되어 법률에 근거한 정책들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
또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분야가 바로 스포츠이다. 많은 대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되었고, 프로스포츠는 관중 없이 경기를 진행하였으며, 스포츠시설들의 영업이 중단되었고, 많은 국민들이 스포츠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국가적인 재난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로 인해 피해를 받은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보듬어 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비대면 스포츠활성화 및 과학기술(AI, 증강현실,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을 접목한 스포츠활동의 지원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신축년 새해 새롭게 달라지는 체육계 법령,정책이 올바로 시행되고 체육현장에서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많은 준비와 관심이 필요한 때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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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희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연구위원
202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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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K-방역과 평화로운 한반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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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벽두부터 세밑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언제나 태양은 떠오르고 따뜻한 봄이 다시 찾아오듯 희망찬 한해를 맞이해야 한다. 작년은 인류역사상 전례 없는 감염병 코로나19로 인해 한마디로 모든 것이 올스톱된 한 해였다. 모든 나라들은 코로나의 자국 내 확산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국가 간의 왕래뿐 아니라 국내의 모든 이동도 봉쇄되고 제한됐다. 비교적 초기대응을 잘 한 우리도 3차 확산세에 고전을 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국민들 스스로가 잘 버텨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정상적인 상황이 종식되는 그 날 그동안 고생한 우리 자신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얻은 교훈이 있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물리적 경계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한반도는 하나의 생명,안전공동체다. 감염병의 확산이 초국경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를 반쪽씩 공유하고 있는 남과 북은 서로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공동 운명체임이 분명해졌다. 우리보다 방역, 보건의료 체계가 훨씬 열악한 북한은 작년 초부터 아예 국경을 봉쇄했다. 유일한 물자의 이동통로인 중국과의 물자이동도 엄격히 통제함으로써 지난해 북중간 교역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제는 이러한 사후적 방식이 아니라 예방적이고 선진적인 공동의 방역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방역, 보건의료협력을 제의하는 한편, K-방역의 우수성을 기반으로 동북아 보건의료방역 공동체 구상을 발전시켰다. 그동안 나름 체계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한 경험은 초국경적, 비전통적 안보위협에 대한 공동대응 과정에서 우리의 선도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에 북한이 포함된다면 보건의료, 기후변화, 재난재해 분야 등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대응 체제를 마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보건의료, 방역과 같은 소프트 파워에서 우리의 입지를 강화함으로써 우리는 중견국 외교의 책임있는 역할을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으로 열린 2021년 신년 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지난7일 문재인 대통령은 종교, 경제, 시민단체들과의 신년인사회에서 올해를 회복과 통합, 도약의 해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회복, 서로를 멀리했던 거리두기를 넘어 다시 함께 힘을 모아 대통합의 단결력을 과시해야 한다. 남측이나 북측이나 서로에게 다가설 수 없었던 상황을 공동으로 극복하고 다시 평화와 협력을 향한 프로세스를 재가동시켜 나가야 한다.
1월 정초 북한은 제8차 당 대회를 개최했다. 당대회는 지난해 북한의 3중고 상황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한 계기로서 주목을 받았다. 5년만에 개최된 당대회는 그 특성상 북한 체제의 내부 결속적 성격이 크다. 북한이 당대회를 통해 적극적인 대남,대미관계 개선 의지를 나타내지는 못했으나 그렇다고 과거와 같이 도발과 전쟁 위기 국면을 조성하겠다는 의도 또한 드러내지는 않았다. 우리로서는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남북간 합의이행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신뢰관계를 회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보건의료,방역 협력은 비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당장 시급한 중요하고 남북관계의 본질문제다.
미국에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 일방주의적 외교방식에서 벗어나 동맹을 중시하고 민주적 가치, 초국경적 이슈 등에 대한 다자적 협력을 추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분열과 적대에서 통합과 협력으로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로서는 더욱 더 강화된 한미동맹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내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평화로운 한반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미중갈등 관계가 남북관계 발전에 저해요소로서 작용하지 않도록 외교력을 집중하고 일본,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도 협력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치유와 공존, 연대와 협력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나라의 미래전략이 돼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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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21.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