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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궤도선 ‘다누리’ 성공적 발사와 달 착륙선의 과제 이창진 건국대학교 기계항공우주공학부 교수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 탐사선 다누리호가 지난 5일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발사 직후, 태양전지판을 전개하고 달로 가는 원거리 궤도에 진입했다. 4개월 반 동안 장장 600만 km를 날아 달 궤도로 들어간다. 2015년 탐사선의 설계를 시작해약 8년의 개발을 마치고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달 궤도에서 임무를 시작한다면 세계 7번째로 달 탐사에 성공한 나라가 된다. 1990년대 초에 우주개발을 시작한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시작이 한참 뒤졌음에도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연구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30여년 만에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도성공하고 이제는 달까지 탐사하는 대단한 성과를 이룬 것이다. 다누리호는 흔하지 않은 궤도로 달까지 간다. 탐사선 중량이 당초 계획보다 증가되어 부득이 달까지 가는 데 소비되는 연료의 양을 줄일 수 있는 궤도를 선택했다. 탄도형 달 전이궤도(BLT; Ballistic Lunar Transfer)를 따라 비행하는데, 첫번째 여정은 태양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태양의 중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태양을 향해 출발한 탐사선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서로 상쇄되는 L1 지점에 도달하고 여기서 탐사선의 추력을 사용해다시 지구로 비행 방향을 돌린다. 이후 달에 접근하기 위해 여러 번 정밀한 궤도 수정을 하는데, 달 탐사선의 성공여부는 정밀한 궤도 수정 여부에 달려있다. 달까지 직선 거리는 대략 38만 km이지만 다누리의 비행거리가 약 600만km 로 길어진 이유다. 우리나라는 이 궤도를 비행한 경험도 없고 지구궤도를 벗어난 먼 거리까지 탐사선과 교신을 시도한 적도 없어, 이런 기술의 확보가 탐사선 개발에서 마주친 가장 큰 기술적 난제였다. 다행히 다누리는 NASA의 섀도우 캠(Shadow Cam)를 탑재해 햇빛이 안 드는 음영 지역을 관찰해 물이 있는 곳을 찾는 임무도 수행한다. 이런 협력적 관계 때문에 NASA는 BLT궤도 설계에 대한 기술 협력은 물론 심우주 통신서비스도 제공하며 다누리가 임무에 성공하도록 여러 방면에서돕고 있다. 지난 5일 오전 8시 8분(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미 우주군기지 40번 발사장에서 다누리를 탑재한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발사체가 발사됐다. (사진=저작권자(c) UPI/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선진국들 조차도 독자적으로 우주탐사를 추진하는 것은 실패 가능성이 높고 비용과 시간도 너무 많이 드는 위험한 시도임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심우주탐사는 반드시 여러 나라의 다양한 강점 기술과 자본을 결합하여 실패 위험을 낮추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협력이란 우주과학 분야의 협력이 아니라 우주기술의 협력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는 협력국이다. 미국이 우리나라 우주기술 수준을 높게 평가한 이유도 있지만 다양한 기술과 자본을 결합하여 실패 가능성을 낮추려는 미국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내세울 만한 경쟁력 있는 우주기술은 무엇인지, 그리고 지속적 우주개발에 도움이 되는 선진국 기술이나 경험은 무엇이 있는지 미리 찾아 보고 참여 방향을 결정하는 전략적 태도가 필요하다. 아르테미스 사업에 참여가 확정되었지만 어떤 분야에 어떻게 참여할 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사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대륙간 탄도 미사일로 전용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우주발사체 개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10여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발사체로 위성을 보내려면 미국 부품이나 기술을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제약조건이 있으며, 앞으로 달 착륙선을 개발할 때도 미국은 이 제약을 적용하려 한다. 따라서 2031년 우리기술로 개발한 고성능 우주발사체로 달 착륙선을 발사하려면 다누리호 개발에서 얻었던 기술 협력 뿐 아니라 우주발사체 사용에 대한 미국의 긍정적인 태도 변화도 얻어내야 한다. 미국의 협력이 불필요하다면 물론 우리의 기술역량 만으로 우주탐사가 가능하지만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아지게 된다. 우주개발이 단순히 과학과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외교, 국방 등 전반적인 역량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과학과 기술이 아닌 국가의 역량개발과 관계된 차원에서 우주개발을 바라봐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진다. 세계가 달 탐사 경쟁을 다시 가속화 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100회 넘는 달 탐사계획이 있어 그야말로 문(Moon) 러쉬다. 선진국들은 달과 화성이나 소행성 탐사와 같은 심우주탐사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심우주개발에 필요한 우주기술을 개발하고 기존 기술은 상업화로 연결시키는 선 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선진국들의 궁극적 목표이다. 우리도 선진국들의 우주기술을 따라 잡으려는 추격자 위치에서, 달, 화성 탐사에 필요한 창조적 우주기술을 개발하여야 하는 입장도 함께 갖게 되었다. 달 착륙이 예정된 2031년에는 이미 많은 나라들이 달 표면에 착륙해 다양한 과학 임무와 달 기지 건설을 하고 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심지어 미국은 아르테미스 사업의 하나로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달 착륙은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우주기술을 창조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합당한 것은 아닐까.결국 차별화된 기술들이 아르테미스 협력에서 제시할 수 있는 우리의 강점 기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말 12월 31일 경에 다누리호는 달 상공 100km 임무 궤도에 도달해1년 동안 우주개발의 새역사를 만들어 간다. 그때까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강점 기술들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달 착륙 계획에 포함되기를희망해 본다. 전자나 IT, 그리고이번에 BTS 뮤직 비디오 파일로 시현할 우주인터넷 기술 등이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달 표면토로 벽돌을 만드는 기술은 단연코 우리가 세계 최고다. 강점 기술들로 임무를 구성해 우리 우주기술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로 달 착륙선이 활용되기를 바란다. 2022.08.10 이창진 건국대학교 기계항공우주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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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스타트업’, 다시 기회로 전환하려면 김용문 창업진흥원장 또 한번의 위기, 스타트업에 불어닥친 투자 한파 최근 스타트업 투자시장은 혹한기에 접어들고 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며 수많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을 배출시켰던 스타트업 투자시장에 거센 투자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는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던 코로나19가 주춤해지자 세계 각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거둬들이며 유동성 잔치가 끝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그리고 그 파장이 금융시장에도 일어나며 스타트업들은 기업공개(IPO) 일정을 연기 또는 철회하고 투자자들은 회수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소극적 투자전략으로 전환하는 등 투자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한 것이다. 투자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금리인상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빅스텝(0.5%p 금리인상)과 연이은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을 단행했으며 이는 세계 각국의 빅스텝 도미노 현상을 야기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가파른 물가상승을 억제하고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및 원화약세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월 13일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결정하였다. 이렇듯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 인플레이션 공포 등이 현실화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며 투자시장이 더욱 꽁꽁 얼어붙고 만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Insights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글로벌 벤처투자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2021년 4분기(1779억 달러) 대비 약 19% 급감한 1439억 달러를 기록했다. 또한 국내 2022년 1분기 벤처투자 규모 역시 2021년 4분기(2조 4209억원)에 비해 약 14% 감소한 2조 827억원으로 집계돼 벤처투자 열기가 꺾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세계 최대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는 최악의 상황을 준비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라고 강조했다. 투자시장의 변화와 스타트업의 대응 이러한 세계적인 투자 한파 속에서 투자시장에는 급격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의 글로벌 투자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2분기를 기준으로 초기단계(early-stage)의 경우에는 전년동기(487억 달러) 대비 약 9% 감소한 442억 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진 반면, 후기(late-stage funding) 및 기술성장(technology growth funding) 단계의 투자는 전년동기(1084억 달러) 대비 약 38%의 큰 폭으로 감소한 667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극초기에 해당하는 시드투자(seed funding)의 경우 91억 달러가 투자되며 오히려 전년동기(83억 달러) 대비 약 9.6%가 증가했다는 부분이다. 이러한 결과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초기단계의 스타트업은 자금이 수익과 직결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기변동의 영향을 덜 받지만 후기단계일수록 시장 상황에 더욱 민감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지금과 같은 투자시장 위축에도 많은 투자자들이 성장 잠재력과 미래 가능성이 우수한 극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아직까지 극초기 스타트업에는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이후 초기부터 후기에 이르는 전단계에서 실적중심으로 그 초점이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간 스타트업들은 불투명한 수익성과 취약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성장성을 담보로 유동성에 의지해 외연 확장을 이루어 왔다. 특히, 소비시장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스타트업에 관심과 투자가 집중되어 온 만큼 지금과 같은 실물경제 위기 속에서의 투자시장 재편은 이미 예고된 수순일 것이다. 즉, 플랫폼 스타트업의 성공조건인 외연 확장과 성장 가능성보다 당장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플랫폼 스타트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된 것이다. 이러한 스타트업의 위기 상황에 대한 대비책은 한 가지로 좁혀진다. 바로, 성장보다는 생존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 새로운 기회에 투자하고 수익을 올려 런웨이(runway, 생존기간) 연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 세계 스타트업의 구조조정이 현실화되고, 빠르게 성장하는 스케일업(scale-up) 전략에서 당장의 수익성 확보로 전략을 급선회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늘 그렇듯 위기와 기회는 공존하기 마련이다. 급격히 변화하는 투자환경에 맞춰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혹한기 속 한파를 뚫고 나갈 수 있도록, 스타트업 생태계의 전략적 변화와 함께 정책적 지원을 다시금 정비해야 할 시기다. 그리고 분명한 점은 글로벌과 우리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스타트업 중심의 민관협력 스타트업 생태계 모델이 견고하게 구축되어 있다. 즉, 코로나19 시기에 제2벤처붐을 이뤄냈듯 민-관의 협력을 토대로 투자시장 위축의 충격을 완화해 벤처붐을 이어나갈 발판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위기 속 스타트업, 민-관이 함께 돌파구를 마련해야 이러한 민관협력 스타트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우리 스타트업이 또 한번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도록 생태계 전반에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가장 먼저, 투자시장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자금 유입의 마중물로서 모태펀드, TIPS 등 민관협력에 기반한 정책투자의 역할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간 우리 정부는 정책자금으로 모태펀드를 꾸준히 출자해 7조 2775억원(2021년 기준 누적액)의 모태펀드를 조성하였으며 이를 통해 2021년에만 3조 9017억원을 투자하며 국내 투자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최근에는 민간투자의 자생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자금조달과 운용주체를 모두 민간이 맡도록 하는 민간주도형 모태펀드가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 중에 있다. 아울러 TIPS(팁스)는 민간 투자자가 스타트업을 선정하고 정부가 함께 육성하는 대표적인 민관협력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투자시장 변화에 발맞춰 극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지원과 투자유치를 돕기 위해 시드 TIPS를 론칭하여 선발팀을 대상으로 민간 주도하에서 창업 준비부터 시드 투자유치까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였다. 이처럼 모태펀드, TIPS 등 민관협력 투자 프로그램을 강화함으로써 민간 모험자본의 유입 지속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뛰어난 극초기 스타트업의 지원과 투자를 확대한다면, 투자시장 위축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스타트업의 투자유치를 위한 실적을 쌓아가기 위해 판로확보가 생존의 필수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스타트업의 판로 확대를 위한 지원정책으로 정부는 공공기관의 연간 구매금액의 8% 이상을 창업기업 제품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창업기업제품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를 시행한다. 특히 최근에는 스타트업의 공공판로 확대를 위한 공공시장 진출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공공조달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스타트업의 공공시장 진출을 위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 공공조달 시장이 지난해 기준 184.2조원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창업기업 제품의 공공구매 확대는 공공부문의 구매력을 활용해 스타트업의 성과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공공서비스 질적 향상과 스타트업의 기술혁신 및 성장을 함께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위기 속에서는 항상 수많은 실패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업환경을 조성하고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하게 되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재창업 지원 프로그램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민관협업 재기지원 사업인 리본(Re-Born)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정부(중소벤처기업부)와 공공(창업진흥원), 성공한 재창업자, 그리고 끊임없이 도전 중인 재창업기업들이 각자의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상호보완 관계를 매듭(리본)처럼 이어나가는 재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민-관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위기 상황으로 인해 많은 스타트업들이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시점에 재창업과 연쇄창업에 대한 지원은 창업 안전망으로서 스타트업의 생존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밸류 체인(GVC)의 붕괴,재편에 대응 가능한 제조중심의 산업구조 재편을 통해, 글로벌 경제위기 및 스타트업 투자시장 위축에 대한 생존 체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간 제조업은 국가 경제생산의 근간이 되는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ICT 중심의 플랫폼 산업의 급격한 성장에 가려져 왔다. 하지만 제조업은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반면, 시장에서 자리잡은 이후에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강인한 체력을 바탕에 두고 있다. 따라서 제조창업의 활성화는 재편되고 있는 플랫폼 스타트업 중심의 투자시장에서 중,장기적인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방편일 것이다. 특히 GVC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공간적 한계를 지닌 하드웨어(장비 등) 중심의 제조업에서 탈피해 소프트파워 역량을 중심으로 한 제조창업의 신기술(딥테크 등) 기반 고부가가치화가 필요하다. 또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친환경,에너지, 지능형로봇 등 이른바 BIG5 핵심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면 위기 속 경제성장을 가속화할 미래 먹거리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자시장 위축, 스타트업 생태계 위축 의미하지는 않아 한편, 사회와 산업 전반에 걸쳐 산적해 있는 페인포인트(pain point, 불편요소)는 스타트업들에게 새로운 시장 진출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ESG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 스타트업이 투자유치에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미래 신기술,신산업 시장을 주도할 인공지능(AI),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등 딥테크 기반 초격차 스타트업의 선제적 육성과 이들 성장에 대비한 과감한 규제개혁이 이루어진다면 투자시장에 공감과 활력을 불어넣어 침체된 스타트업 생태계의 변화를 이끌어 줄 것이다. 우리는 매년 안전하고 따뜻하게 겨울을 나기 위해 다양한 월동준비를 한다. 스타트업도 이제 막 접어든 투자시장의 겨울을 안전하게 지나가기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투자시장의 위축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위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투자 혹한기 속에서도 투자는 계속된다는 것이다. 투자시장 전체적으로 규모가 줄어들 뿐,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지속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투자위축도 경제흐름 속 하나의 현상인 만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기회를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난세의 위기 속에서 진정한 영웅이 탄생하듯 스타트업의 위기 속에서도 유니콘과 같은 유망 스타트업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민-관이 협력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 우리 스타트업들이 안전하게 혹한기를 지나 더욱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하여 따뜻한 봄을 맞이하길 기대해 본다. 2022.08.09 김용문 창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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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 수출 확대 지속을 위한 디지털화 전략 이두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지난해 농식품 수출 역대 최고 실적 달성 지난해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물류대란 등 어려운 수출여건에도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액은 80.9억 달러로 전년대비 12.9% 증가하여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실적 달성 배경에는 주요 수출국인 중국, 일본, 미국에서의 수출 증가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의 선전도 큰 역할을 하였다. 품목별로는 라면, 기타조제품 등 가공식품과 딸기, 포도 등 신선농산물의 증가가 크게 나타났다. 농식품 수출이 역대 최대를 달성하여 매우 고무적인 상황이지만, 이러한 상황일수록 농식품 수출 확대를 지속시킬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하다. 그래서 본 저자는 농식품 수출 확대의 지속을 위한 방안으로써 맞춤형 디지털화 전략을 제안한다. 코로나19 확산뿐만 아니라 최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경제의 비대면,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농업부문 또한 디지털화가 생산에서 소비까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농식품 생산 단계에서의 생산성 제고 효과뿐만 아니라 물류 및 통관 단계에서의 비용 및 시간을 절감시킨다. 또한 아마존, 타오바오, 쇼피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농식품 국경 간 전자상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플랫폼 간 경계 구분없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와 결합된 실시간 맞춤형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농식품 수출에서의 디지털화가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농식품 수출 현장에서는 디지털 기술 사용에 대한 어려움과 인력 부족, 투자 및 유지 비용 등을 이유로 디지털화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농식품 수출 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을 최소화하고 디지털화를 앞당기기 위한 맞춤형 디지털화 전략이 필요하다. 농식품 수출 확대의 지속을 위한 맞춤형 디지털화 전략 제안 우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농식품 수출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나라 법과 제도를 국제 통상규범에 맞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전자문서, 전자인증 및 전자서명, 소비자 및 개인정보 보호 등 디지털 무역 관련 국내법규를 국제규범과 합치되도록 정비하여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수출의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농식품 수출 지원 체계의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 농식품 전자상거래 수출입 현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통계를 정비하여 정책적으로 제공하고, 교역 상대국의 디지털 인프라 여건 및 국내 농식품 수출업체의 여건에 따라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농식품 수출은 교역 상대국의 디지털 인프라 수준과 신선,가공 식품에 따라 접근성에 차이가 있어 장기적 관점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농식품 수출 관련 종사자의 디지털 기술 활용 역량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농식품 수출을 직접 담당하는 수출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는 정책담당자와 디지털 기술 전문가의 역량강화를 포함한다. 또한 각 주체별 협력이 함께 이루어져 수출 환경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어려운 수출 여건 속에서도 우리 농식품 수출이 지난해 역대 최고를 달성하였다. 농식품 수출 역대 최고라는 실적에 안주하지 않고 농식품 수출의 맞춤형 디지털화 전략을 통해 우리 농식품 수출 확대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2022.08.09 이두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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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퍼들’, 그리고 해변가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음악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케이팝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팝 음악으로써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다 다양한 장르로 케이팝의 확장이 필요하다. 정책브리핑은 케이팝의 발전과 음악감상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중음악의 다채로운 장르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서프 뮤직은 꼭 서핑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서프 뮤직 팬들 역시 반드시 서핑을 즐기지는 않을 것이다. 서프 뮤직은 캘리포니아 남쪽에서 서핑 문화와 함께 시작됐는데 서핑 문화와는 별도로 음악적 특성만으로도 서프 뮤직이라는 분류가 가능했다. 이것은 스케이트 펑크를 반드시 스케이트 보드 컬쳐와 연관 짓지 않더라도 별개의 음악적 특색만으로 분류가 가능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1962년부터 1964년 사이 특히 인기를 끌었던 서프 뮤직은 두가지 맥락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딕 데일의 리버브를 잔뜩 먹인 트레몰로 주법의 기타 연주 곡들인데, 이는 마치 부서지는 파도 소리처럼 들리는 구석이 있었다. 다른 하나의 경우는 보컬적인 부분이 강조된 곡으로 우리가 지금도 듣고 있는 비치 보이즈의 수많은 노래들이 이 맥락에 속한다. 기타회사 펜더에서 출시된 재즈마스터, 재규어 같은 비대칭 바디 라인의 기타들이 주로 서프 뮤직에 사용됐다. 펜더가 재즈 뮤지션들을 위해 만들었던 고급 라인이었던 재즈마스터와 재규어는 당시 재즈 뮤지션들에게 완전히 외면당했다. 그러나 수십 년이 흘러 펑크와 슈게이즈 씬에서 부활하곤 했는데, 실제로 출시 당시에는 격렬하게 움직일 수 있는 비브라토 암 때문에 서프 뮤지션들에게 애용됐다. 심지어 펜더는 서핑보드를 타며 재규어를 연주하는 사진을 광고로 내걸기도 했다. 펜더 앰프에 내장된 스프링 리버브 효과 또한 파도 소리를 방불케 한다는 이미지가 있었고 덕분에 서프 뮤직 아티스트들에게 널리 활용됐다. 1960년대 초반 링크 레이, 벤처스, 듀안 에디 등에 의해 연주 중심의 로큰롤이 개척됐고, 이후 광기로 똘똘 뭉친 기타 연주자 딕 데일에 의해 서프 록이 완성됐다. 딕 데일의 경우 영화 펄프픽션의 도입부에 삽입되고, 이후 블랙 아이드 피스의 곡에 샘플링되면서 인기를 끌었던 곡 Misirlou를 통해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딕 데일은 레바논의 삼촌으로부터 배운 아랍 음악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밝혔다. 서퍼리스의 Wipe Out 같은 곡 또한 현재까지도 익숙한 서프 뮤직 연주 곡이다. 지난 7월 18일 오전 강원도 양양지역의 한 해변에서 서퍼들이 파도타기를 즐기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오렌지 카운티에서 딕 데일이 새로운 사운드를 방출해내고 있는 동안, 캘리포니아 호손에서는 브라이언 윌슨이 형제들과 함께 리듬 앤 블루스의 단순한 구조와 보컬에 영감을 받은 곡들을 만들어 나갔다. 펜들톤스라는 이름으로 곡을 만들다가 팀의 유일한 서퍼였던 데니스 윌슨이 남부 캘리포니아의 라이프 스타일과 서핑에 영감을 받은 노래를 만들어 보자 제안했고 몇몇 곡을 만드는 와중 팀 이름이 비치 보이스로 변경된다. 그리고 비치 보이스의 활약으로 이 음악은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면서 서프 뮤직은 걸그룹, 모타운과 경쟁하는 그 무렵 미국 최고의 대중 음악 트렌드가 된다. 이후 서프 뮤직의 가사에 자동차와 소녀에 관한 내용들이 유입되면서 '리포니아 사운드라 통칭되기도 한다. Surfin Safari, Surfin USA, Surfer Girl 등의 곡과 Pet Sounds라는 걸작을 완성한 비치 보이즈는 17번째 앨범 Surf's Up에서 약간은 다른 행보를 보인다. 미국 원주민이 지친 말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 행렬의 끝의 그림을 표지에 내걸었고 그간의 풍요로운 서퍼 이미지와는 달리 내부 속지에는 가뭄으로 갈라진 땅의 사진을 두 페이지에 담아냈다. 가사 또한 환경과 사회 문제에 대해 주로 다뤘는데 약물때문에 사라지는 자신의 팬들을 위해 곡을 만들기도 했다. 심지어 서퍼와 같은 발음이지만 고통을 의미하는 단어 Suffer를 종종 가사에 활용하기도 한다. 음악적으로도 좀 더 복잡한 요소들을 흡수해내면서 Surf's Up은 한 단계 진화를 이룩해낸 카운터-서프 뮤직을 만끽하게끔 유도했다. 한국 또한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쉽게 서프 뮤직 아티스트들의 예를 들 수 있다. 비치 보이즈가 활약하던 시기 해변으로 가요라는 노래로 금자탑을 세운 키보이스, 우리는 서핑을 못해를 불렀던 가나스, 그리고 최근의 세이수미에 이르기까지 의외로 서프 뮤직은 이 땅에서 굳건하게 그 명맥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딕 데일의 경우 비치 보이즈 같은 이들을 두고 가사에 서핑하는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서프 뮤직은 아니라 말하기도 했는데, 때문에 진정한 서프 뮤직은 연주 곡일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해변에 있는 모든 이들이 꼭 서핑보드를 타지는 않기 때문에 사실 서프 뮤직을 해변 음악 정도로 뭉뚱그려 정의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서핑보드를 타고 있는 서퍼들은 딕 데일의 음악처럼 긴장되고 흥분되겠지만 그 모습을 해안가에서 지켜보는 이들은 비치 보이즈의 음악처럼 낭만적이고 운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른 얘기를 좀 하자면 서프 뮤직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밴드 펄 잼의 에디 베더 또한 서핑 광으로 유명하다. 그는 바다를 보호하는 환경 단체 서프라이더 재단에서 발매한 편집 음반에 곡을 제공하기도 했고 꾸준히 단체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환경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 바다 또한 예외는 아니다. 연간 8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고 있으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또한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프 뮤직을 들으며 이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자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다수의 일간지 및 월간지, 인터넷 포털에 음악 및 영화 관련 글들을 기고하고 있다. 파스텔 뮤직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했으며, 해외 라이센스 음반 해설지들을 작성해왔다. TBS eFM의 음악 작가, 그리고 SBS 파워 FM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록밴드 불싸조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samsicke@hanmail.net 2022.08.05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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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의 중심추가 바뀐다 이영은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새로운 도시재생 정책 : 선택적 집중 지난 7월 27일 정부의 새로운 도시재생 정책이 발표되었다. 핵심은 선택적 집중이다. 더 이상 나눠주기식 예산 배분은 지양하고 쇠퇴도시의 재창조를 위한 혁신적 사업을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이야기이다. 이를 위해 공모 유형도, 계획 체계도, 지원방식도 간소화한다. 이러한 정부 발표에 대해 정책의 실효성과 체감도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의견이 많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 우려가 양 극단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쭉 그대로네요?와 확 급변하네요?의 양 끝단. 어떻게 같은 정책을 보고 이렇게 상이한 반응을 할 수 있을까? 이는 그간 추진해왔던 도시재생의 거대하고 장황한 스펙트럼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도시재생 정책이 그리 변한게 없다고 보는 입장은 아마도 기존의 도시재생이 환골탈퇴하려면 소위 벽화그리기로 대표되는 활동은 그만하고 보다 더 획기적인 사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견해일 것이다.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정책이 너무 급변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은 도시재생은 없고 이제 물리적 정비만 보인다는 우려일 것이다. 즉, 도시재생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똑같은 문장을 읽고도 우리는 각각 상반된 우려를 제기하게 되는 것이다. 이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도시재생이라는 커다란 코끼리를 앞에 두고 우리는 각자 처한 위치에서 각자 알고 싶고 각자 보이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변화된 도시재생 정책의 핵심 : 단순하고 유연하게 새로운 도시재생 정책은 보는 각도마다 다르게 보이지 않도록 작고 단단해졌다. 그리고 명확해졌다. 그 변화는 크게 3가지로 해석된다. 첫째, 단순화다. 사업체계는 5개에서 2개로 감소하였고 10~15개에 달했던 공모선정 유형은 혁신지구, 인정사업, 지역특화재생 단 3개로 대폭 단순화 되었다. 3개의 큰 그릇만 남기고 그릇에 담길 다양한 내용물은 지역에서 창의적,자율적으로 재료를 수집하고 컨텐츠를 발굴하여 넣을 수 있도록 조정된 것이다. 그야말로 지역으로부터 시작되는 지역맞춤형 도시재생이 시작되는 셈이다. 둘째, 역할분담이다. 중앙정부의 역할과 지방정부의 역할, 시민사회의 역할과 민간기업의 역할 등 도시재생이라는 넝쿨에 얼기설기 혼재되어 있던 역할들을 보다 명확하게 가르마 탔다. 중앙정부는 옳다고 믿는 이념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쇠퇴도시의 재창조를 위해 필요한 혁신 기능 도입에 총력을 기울인다. 지방정부는 보유하고 있는 사회적 자산과 경제적 자산, 인적 자산을 모두 총동원하여 도시재생 활동을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방정부는 주민, 공공,민간기업, 시민사회, 전문가 등 다양한 주체들이 씨줄과 날줄을 엮어가며 새로운 컨텐츠를 담아낼 수 있도록 구도를 만들어주고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셋째, 사업이다. 그간 도시재생이 비판 받아온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어구들이 문득 생각난다. 계획은 있되 사업이 없다, 감독은 많되 플레이어가 없다, 벽화는 있되 벽지는 없다 등등 모두 주민체감도 높은 실질적인 사업보다 사업이 되기도 전의 전초 단계가 너무 많고 복잡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2017~20년 선정된 도시재생 뉴딜사업지 477개 중 주택정비 관련 사업이 계획된 곳은 198곳에 불과하고 계획된 곳 중 사업이 완료된 곳은 2.3%에 불과하고 사업이 포기된 곳은 43.2%, 재검토까지 포함하면 총 70% 이상이 표류중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나마 추진된 사업은 임대주택 건설, 생활 SOC 등 공동시설 공급 사업으로 직접적인 노후주택 정비사업은 집수리 외에는 찾기 어렵다. 이에 새 정책의 방향은 한정된 예산을 전제로 주민체감형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국가적 사업이라면 보다 확실한 정책적 효과가 담보되어야한다는 책임감과 문제의식의 발로일 것이다. 도시재생의 분기점 : 계획에서 사업으로 흔히 신도시를 건설하거나 관리지역을 개발할 때 우리는 선계획-후개발이라는 원칙을 내세운다. 이유는 간단하다. 외곽 저이용지의 난개발을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도시재생은 어떠한가? 주민들의 삶터이자 일터이자 쉼터인 우리네 마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으로 계획 세운대로, 그림 그린대로, 사업을 추진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도시재생 계획체계는 지독히 경직적이어서 선계획-후사업이라는 원칙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오랜기간 활성화계획 단위로 국비를 투입하고 평가함에 따라 어느덧 도시재생에서 가장 중요한 단위는 활성화지역으로 고정되어 버렸다. 지방정부의 재생 전략을 담는 전략계획도, 지역에 필요한 정비사업이나 단위사업계획도 모두 활성화계획보다 중요치 않으니 이는 필시 본말이 전도되도 한참 전도된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현실속의 활성화계획은 마중물 사업외에도 추진이 요연한 다수의 사업들을 죄다 담아내는 그림판일 뿐이니 도시재생의 효과 또한 불명확하고 분산적이며 요연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도시재생은 국민에게 환영받으면서 보다 쉽고 유연하게 추진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도시재생 계획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도 필요하다. 쇠퇴지역에 필요한 재활성화 전략과 이를 실현할 선도적 사업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비로소 지역균형발전이 가능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쇠퇴도시의 재활성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개편방향에서 활성화계획 대신 사업을 직접 평가해 지원하겠다고 밝힌 정부의 발표를 내심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도시재생은 어쩌면 선사업-후계획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금과옥조처럼 받들어진 도시재생 계획체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때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계획을 위한 계획이 아니라 사업을 위한 계획이기 때문이다. 2022.08.04 이영은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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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침탈 아픔 딛고 역사문화 랜드마크로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를 벗어나 시민들 곁인 서울 용산에 자리를 잡으면서 국민과의 소통 확대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브리핑이 도시,문화,생태 등 분야별 전문가들과 용산시대 개막의 의미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이승희 용산역사박물관장 지난 3월 23일, 10여 년에 걸친 대장정의 막을 올리고 용산역사박물관이 개관했다. 용산은 대한민국의 현대사이고 냉전시대 세계사를 품고 있는 지역이며 용산 주민의 아픔과 한이 서려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국제적인 역사, 문화, 경제 중심지로 기대가 높은 지역이지만 각종 도시계획과 개발 등으로 인한 역사문화적 보전체계가 미흡해 용산만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2011년 중앙대학교 용산병원 이전 후 공가로 방치되어 있던 용산철도병원(등록문화재 제428호)을 리노베이션해 용산만의 특성을 살린 역사의 요람, 지역사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조선후기 지리학자 김정호의 역사지리서 대동지지(大東地志)에는 동래방향 4대로, 수원방향 7대로, 해남방향 8대로가 용산을 통과해 삼남(현재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를 통칭) 지방으로 이어진 길이 자세히 표시되어 있다. 조선시대 용산은 도성 밖의 한적한 강변 마을이었으나 물길 따라 포구가 발달하면서 삼남을 오가는 대로의 중심이자 한양의 길목이라는 입지로, 교통과 물류의 거점이 되었고 주요 관청들이 집중 설치되면서 상업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했다. 1904년, 한반도 지배력 쟁취를 위한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한국주차군 창설, 군사령부 용산 배치 등 일본제국주의의 대륙침략을 위해 용산기지를 조성했다. 이어 조선의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기 위한 정책집행기지, 전쟁동원정책을 지휘하는 핵심지휘소로 기능하게 해 한국을 군사력으로 강점하고 식민지배 체제를 구축했다. 또한 일본은 경제적, 상업적, 군사적 이득을 분석해 개시장(開市場)을 용산으로 내세웠으며, 군수물품과 자원의 수탈을 위해 용산역을 중심으로 철도를 개통하고 철도시설을 건설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한국 청년들이 용산기지로 강제동원되었고, 상당수 용산 주민들은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기지 밖으로 강제 이주하게 되었다. 이렇게 용산은 식민지배와 대륙침략을 수행하기 위한 거점이자 정치, 군사, 행정의 중심축이었다. 지난 3월 22일 개관한 서울 용산구 용산역사박물관은 옛 용산철도병원 부지에 지어졌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945년 해방 이후, 일본군이 물러간 용산기지는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미군의 상시 주둔이 결정되어 미군기지(캠프 서빙고)가 재건되었다. 이태원 일대는 미군으로 인해 기지촌 유흥문화가 생겨났으며 PX물품들을 남대문시장으로 반출하여 수입을 올리기도 했고, 남산자락에는 이북에서 월남한 사람들과 귀국동포들이 해방촌 마을을 형성하면서 지금까지도 공동체 유지를 하며 보존되고 있다. 용산기지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그리고 미군의 주둔지로써 120여 년 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금단의 땅으로 가슴 아픈 역사적 기록을 간직하고 있다. 1990년 최초 용산기지 이전계획 후 3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과 비용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과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 그래서인지 용산공원이 국민들 품으로 돌아오는 날은 더디게만 느껴진다. 다행히도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과 공원을 신속하게 조성하겠다는 대통령 공언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기대가 크다. 100만평에 가까운 불운의 땅을 온전히 치유해 용산 주민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되돌려 받을 날이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희망한다. 용산은 곳곳에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장소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용산역사박물관의 전신인 용산철도병원(1928년)이 그 대표적 장소다. 일제강점기 용산은 전국 철길이 모이는 곳이었고 철도국, 철도공장, 철도학교, 철도공원 등 하나의 철도신도시였다. 철도종사원과 가족들을 주로 진료하던 곳이었지만, 교통사고와 전염병도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곳으로 도시의 재해와 사고에 대처한 종합병원 역할을 하였다고 신문기사로 확인된 바 있다. 특히 한국근대건축의 과도기적(서구 고전주의 양식에서 모더니즘 양식으로 변화) 양식을 반영하고 있어 등록문화재 제428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 역사적 건축물에 박물관을 담아 용산 주민과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어서 행복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용산역사박물관은 용산의 대표 콘텐츠인 교통, 군사, 다문화의 내용을 포괄적으로 담아 특수성을 테마화하고 스토리를 구성해 관람객이 쉽게 전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전시주제 Borderless, 용산처럼,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를 경험하며 미래를 발견하는 경계없는 공간으로 자리해 사라져 가는 용산의 역사와 가치를 보존하고 알리는 역사문화거점이자 랜드마크로, 용산 구민은 물론 모든 국민에게 되돌려 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2022.08.04 이승희 용산역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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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니 정상회담 계기, 한·아세안 관계 진일보를 기대하며 김해용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7월 27~28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한국을 공식 방문하여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 5월 윤 대통령의 취임식 계기 싱가포르 대통령과 환담을 한 적이 있으나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 정상과의 공식 회담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 신정부의 대(對)아세안 외교 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두 정상은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양국 간 공급망 안정화를 비롯한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서의 연대를 구축해 나갈 것을 표명하였으며, 이 외에도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 인프라 건설사업,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방산협력 등 여러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이번 회담은 두 가지 측면에서 특히 중요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 5월 출범한 우리 신정부의 대아세안 외교정책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외 전문가들은 우리 신정부 출범 이후 일관된 대아세안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여 왔으며, 아세안 국가들도 그간의 한,아세안 협력에 대해 대체로 만족을 표하면서 신정부의 대아세안 정책 방향에 궁금증을 나타내 왔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정부는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내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핵심 파트너로서 아세안에 대한 외교 기조를 확고히 하면서 상호 번영으로 함께 가는 길을 제시하였다. 두 번째로는 최근 주요국들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외교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이번 행보가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전통적으로 아세안과 관계가 깊은 일본, 미국, 중국은 아세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왔다. 일본은 이미 1970년대부터 아세안이 대등한 파트너임을 강조하면서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과거 침략으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였으며, 최근 싱가포르 연구기관 ISEAS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아세안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은 최근 국제관계에 있어 최대 화두 중 하나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를 통해 아세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중국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통해 광역 경제권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아세안은 오래된 정서적,문화적 유대감과 K-팝 등 한류로 인한 호감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이전 연간 일천만 명이 넘는 상호 인적교류를 시현하였다. 주요 자원의 공급처이자 높은 잠재력을 가진 시장인 아세안은 우리의 제2의 교역 파트너이자 우리 기업의 주요 생산 활동 거점이기도 하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7천만 명, GDP 1조 달러가 넘는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는 아세안 핵심 국가로 아세안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과 2017년 특별 전략적 관계로 발전하였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초 아세안 최대 자동차 시장인 인도네시아에 연간 25만 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춘 완성차 공장을 구축하여,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아세안 전체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그간의 아세안과의 우호적 관계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되어 나가기 위해서는 이번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에서 표명된 우리의 대아세안 정책이 일관되고 구체적인 후속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후속 조치에는 다음과 같은 측면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포괄적이면서도 개별적인 접근이다. 아세안은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지만 10개국 각각의 상황이 다르고 우리와의 협력에 있어 우선순위도 다르다. 우리 정부의 인도,태평양 지역 내 핵심 파트너라는 대아세안 외교 기조에서 넓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일부분으로가 아니라 핵심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도록 아세안 개별국가들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호혜적인 사업을 발굴하고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문 시 인도네시아가 관심이 많은 전기차 부문에서 우리 정부가 실질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좋은 사례이다. 둘째, 미래 세대에 대한 관심과 교류의 확대이다. 인구면에서 볼 때 아세안은 어느 지역보다 청년의 비중이 높은 지역이고, 한국 청년들도 아세안을 미래에 도움이 되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양측 청년들 간 우호적 인식을 공유하고 교류를 촉진시키는 것은 한국과 아세안의 지속가능한 관계 발전에 든든한 축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009년 한국의 대아세안 외교 강화 의지를 천명하기 위해 설립된 한-아세안센터가 작년 실시한 한-아세안 청년 상호 인식 조사 결과는 고무적이다. 특히 아세안 청년(만 19세~34세)들은 미국, 일본보다 한국을 더 신뢰하는 국가로 인식하면서 가장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꼽았고, 한국 청년들도 양측 관계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올해에는 보다 유의미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해 내고자 심층적인 청년 상호 인식 조사도 실시 중이다. 한-아세안센터는 양측 간 우호적 관계 발전을 위해 지난 10여 년간 경제, 문화, 인적교류 부문에서 아세안의 필요를 반영한 다양한 사업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환경 속에 아세안의 관심 분야를 토대로 포용적이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사업으로 환경,사회,거버넌스(ESG) 역량 강화, e-모빌리티, 한,아세안 포럼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한, 오는 9월 제주 아세안 홀 개관을 통해 우리 국민들에게 아세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상호 우호적인 분위기를 제고하고 인적교류 증진을 위한 기반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 인도네시아와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신정부의 대아세안 외교가 본격적으로 시동되기를 기대하면서, 한-아세안센터는 개별 사업의 범위와 깊이를 확대해 나감으로써 한,아세안 관계가 한층 더 진일보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 나갈 예정이다. 2022.08.02 김해용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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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대한 능력이자 긍정적 착각, 자신감 홍준희 국민대학교 교수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예선 경기에서 우상혁 선수는 도움닫기를 하기 전 웃는 얼굴로 양팔을 위로 올리며 자신이 뛰어넘어야 할 것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상혁 선수는 왜 이런 행위를 했을까? 이런 행위가 높이뛰기를 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만약 이 행위가 높이뛰기와 아무 상관이 없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우상혁 선수가 아주 중요한 순간에 이와 같은 행위를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행위의 가장 큰 목적은 나는 높이뛰기 바를 뛰어넘을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 위함이다. 높이뛰기 행위를 피상적으로만 보면 신체 움직임에 국한할 수 있지만,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행위자의 정신이 행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각은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어떤 일을 행함에 있어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다는 생각 등을 마음껏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행위를 하기 전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을 주는지, 행위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게 하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할 수 없다는 생각이나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큰 힘을 발휘한다. 똑같은 신체 조건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자기 자신을 약간의 최면에 빠진 듯한 상태로 만들어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거나 더 많은 근육과 신경을 가동하게 한다. 지구상에 수많은 동물 중 신체만 놓고 보면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빈약하지만, 미래를 생각하고 어떤 행위를 하기 전 할 수 있다는 착각과도 같은 자신감을 가짐으로써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점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인간 정신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다. 바다 건너 미지의 대륙을 탐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 지구를 벗어나 달 혹은 우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마음, 한 번도 넘어본 적이 없는 높이의 높이뛰기 바를 이번에는 넘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 등은 인류 과학과 문명 및 문화 예술을 창조하고, 스포츠에서 끊임없이 세계신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자신감을 어떻게 만들까? 자신감이라는 마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일찍이 미국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자신의 자기효능감이론을 통해 네 가지 자신감의 원천을 제시하였다. 첫째, 성공 경험이다. 과거 성공 경험이 많을수록 자신감을 가질 확률이 높다. 둘째, 관찰이다. 자신의 능력과 비슷한 주변 사람이 어떤 일을 성공하면 이 친구도 했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셋째, 언어적 설득이다. 주변에서 너는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많이 해주면 처음에는 부정하고 의심하다가도 혹시 이번엔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나오기 마련이다. 넷째, 신체의 생리적 상태이다.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자신감 원천을 다 가지고 있다 해도 먹고싶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잠도 개운하게 잘 자서 신체적 컨디션이 좋으면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이 솟지만 그렇지 않거나 부상 혹은 상해가 있다면 자신감은 떨어진다. 그렇다면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위에서 제시한 네 가지 자신감 원천을 가지면 된다. 작지만 많은 성공 경험을 해보고, 성공한 사람을 자주 만나고 대화하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할 수 있다는 말과 칭찬을 많이 듣고, 신체적 컨디션을 좋게 하면 된다. 결과 기대보다는 효능감 기대 자신감이 성공을 이끄는 중요한 심리요인이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자신감이 지나치면 자만에 빠질 수 있다. 자만은 준비를 소홀하게 하고 각성수준을 낮추어 운동수행에 필요한 단서를 놓치게 한다. 또한 자만은 성공이라는 결과의 기대만을 높인다. 앨버트 반두라는 인간의 행동에 행동할 수 있다는 기대가 중요하지만, 막연한 성공이라는 결과에 대한 기대보다는 성공을 이끌 수 있는 과정과 방법을 알고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감이란 용어 대신 효능감이란 말을 사용했다. 이를 우상혁 선수에게 적용해보면 도움닫기를 하기 전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는 결과 기대가 아닌 높이뛰기의 바를 뛰어넘을 방법과 기술을 잘 알고 있고,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보다 구체적인 과정에 대한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에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한국스포츠심리학회지(2021)의 고등, 대학 선수의 스포츠 자신감 형성요인 규명과 국가대표 선수를 대상으로 여러 차례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도 경기 전 가장 중요한 심리기술로 자신감을 꼽았다. 스포츠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자신감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신감이라는 마음이 쉽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성공은 불과 한두 번이고 그 외 나머지는 실패이기 때문에 대부분 성공보다는 실패를 훨씬 많이 경험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점이 자신감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감도 습관이다 우리는 매일, 매달, 매년 계획을 세우고, 미래에 대해 막연한 결과 기대만을 갖고 결심과 자신감을 갖는다. 오늘은 짜증과 화내지 말고 기쁘게 보내야지, 이번 달에는 체중을 5kg 이상 감량해야지, 올해부터 일주일에 3번 이상은 1시간씩 운동해야지라는 결심과 함께 이번만큼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작심삼일로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할 수 있다는 마음을 한 번만 먹기 때문이다. 운동을 잘하려면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길이 없는 산을 걸어서 길을 만들 만큼 반복해서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 처음에는 없는 길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어야 하고 잡초도 없애면서 길을 내야 하기에 쉽지 않다. 이는 처음 운동을 배울 때 잘 안되는 경우와 비슷하다. 그러나 반복해서 길을 만들고 걷다 보면 단단하고 올바른 길이 만들어진다. 길을 따라 걷는 것이 편안해지고 아무런 생각 없이 걸어도 길인 것처럼 운동도 반복 학습 단계를 지나 자동화 단계에 진입하여 의식 없이도 운동신경과 근육이 저절로 형성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원리가 마음에도 적용된다. 자신감이라는 마음을 한 번만 가져서는 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자신감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아 쉽지 않지만, 반복해서 되뇌면 나중에는 자신감이 몸과 마음에 베어 저절로 찾아온다. 스포츠에서 잇따른 실패로 자신감이 떨어지려고 할 때나 사업에서 실패가 거듭될 때, 인간관계가 원활하지 못해 대인기피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우울과 상실, 불안감이 엄습해올 때 평소에 잘 닦아 놓은 자신감이라는 고속도로를 가진 사람은 언제든 이 도로에 접어들기만 하면 힘찬 가속 페달을 밟은대로 나아갈 수 있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자신감의 생각을 가져서 자신감 있는 동작과 행동을 할 수도 있지만 기뻐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기쁘다는 말처럼 자신감 있는 말과 행동을 함으로써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에이미커디(Amy Cuddy)는 자세가 자신감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신경생리학적 측면에서 증명하였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가슴과 어깨를 편 자신감 있는 자세만으로도 테스토스테론을 증가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낮출 수 있었다. 우상혁 선수가 높이뛰기 경기에서 도움닫기 전에 했던 자세를 취해보자. 그리고 한 번이 아니라 수십, 수백 번 따라해보자. 방, 거실, 화장실 어디든 사진을 붙여놓고 반복해보자. 그렇다면 행동한 대로 마음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체육과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 비단 육체뿐 아니라 정신도 올바르고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2022.08.02 홍준희 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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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반도체 분쟁과 한국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 반도체는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부품이다. 자동차, 모바일기기, 선박, 가전, 드론, 로봇, 의료기기 등을 만들려면 반도체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세상이 됐고, 반도체 공급망 문제로 자동차의 생산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반도체는 우리 실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품의 하나가 됐다. 특히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 국가적으로 확보해야 할 핵심 전략 부품이다. ◆ 미,중 반도체 분쟁의 배경 미,중 반도체 분쟁은 지난해 4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웨이퍼를 흔들면서 가시화됐으나 실제 시작은 반도체 수입금액이 원유의 수입금액을 초과하는 중국이 2015년부터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10년간 170조원을 투입해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올리겠다고 선언할 때부터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CPU 최강자인 인텔, 세계 3위의 메모리회사인 마이크론, 세계적인 팹리스 기업인 애플, 퀄컴, 브로드컴, AMD 등을 소유하고 있는 반도체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다음의 네 가지 이유로 중국을 견제하게 됐다. 첫째 중국 반도체 기술의 급속한 성장, 둘째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술의 중국 유출 우려, 셋째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반도체가 12%에 불과하다는 점, 넷째 대부분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이 지정학적으로 위험성이 큰 대만과 한국에 있다는 점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1단계 조치가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 금지로, 중국은 10nm 이하의 공정을 할 수 있는 장비를 확보할 수 없게 됐다. 2단계의 조치로서 인텔, 삼성전자, TSMC로 하여금 미국 내에 반도체 팹시설을 건설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반도체 지원법 제정이다.이 법안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과 28일 각각 상원과 하원을 통과,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만 남았다. 이 법에 따르면 520억 달러(67조원 규모)를 미국 반도체 산업에 지원하고 향후 10년간 240억 달러에 달하는 세금공제 혜택을 주기로 하고 있다. 3단계 조치로는 칩4 동맹의 결성이다. 칩4 동맹은 시스템반도체 미국, 소부장 일본, 파운드리 대만, 메모리 한국이 동맹을 맺어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중국 반도체 고립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의 이해 지난달 21일 산업부는 관계부처 합동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크게 4가지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 첫째 기업투자 총력지원을 위해 세제 및 과감한 인프라 지원과 규제 특례, 둘째 인력양성으로 10년간 15만+ 인력 공급, 셋째 시스템반도체 선도기술 확보를 통한 2030년까지 10%의 시장점유율 달성, 마지막으로 견고한 소부장 생태계 구축을 통해 자립화율 50% 확대이다. 앞의 두 가지 내용은 산업계가 지속해서 건의한 사항과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민간 투자와 기술개발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셋째와 넷째의 전략은 정부 주도 RD를 통한 시스템반도체 및 소부장 기술의 고도화를 통한 시장 확보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지난 5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전략에 대한 기대와 관심의 배경 삼성전자는 국내 기흥, 화성, 평택, 중국 시안과 쑤저우, 미국 오스틴에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다. 조만간 평택단지의 확충과 미국 테일러시에 신규공장을 구축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국내 이천, 청주, 중국 우시, 충칭, 다렌에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용인 클러스터 조성과 청주 생산시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발전전략에서 제시한 정부의 전력,용수를 포함한 인프라 구축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기업이 국내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의미에서 큰 의의가 있다. 생산시설의 적기 확충 및 가동이 성공의 필수 불가결한 조건인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정부가 제시한 전략은 시의적절한 방안이고 반도체 초강대국 도약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업계에서 지속해서 건의해온 인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으로 생각된다. 고급 인력양성을 위한 한국형 SRC(Semiconductor Research Corporation)와 교육 및 연구 환경의 개선을 위한 한국형 IMEC(Interuniversity Microelectronics Center) 모델을 통해 양질의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 인력양성을 위한 반도체 아카데미도 생산인력의 확보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대규모 RD 사업을 수행해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인공지능 반도체는 아직 절대 강자가 없으므로 국내에서 기술적 우위에 있는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는 역량만 갖춘다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부장 생태계도 추격형에서 시장 선도형으로 대폭 전환해 자립화율을 확대한다면 반도체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도체 초강대국 실현을 위해서는 산학연 협력 기술개발, 대학의 우수인력양성, 기업의 과감한 투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인 요건이며 성공의 조건인데 이번 산업부의 전략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들이 포함돼 있어 반도체 연구자로서 큰 기대가 된다. 그러나 성공의 조건을 갖췄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일본, 대만, 중국을 능가하는 기술력과 생산력을 가질 수 있도록 반도체 산업의 연구자와 종사자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다. 2022.08.01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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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블루카본 확대 추진 청신호 김종성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탄소중립의 새로운 대안, 갯벌 블루카본 주목 최근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부 각 부처의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이 가시화되면서, 다양한 넷-제로 추진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관건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던지, 흡수량을 늘리는 것이다. 지난해 말 해양수산부는 탄소중립을 넘어 총 324만 톤 감축이라는 탄소 네거티브 추진을 선포한 바 있다. 해운, 항만, 수산,어촌 분야의 탄소 배출 저감과 함께 해양 재생에너지 확대 등 해양수산 전 분야에 걸친 포괄적 추진계획이다. 주목할 부분은 바다의 탄소흡수,저장 확대 정책인데, 블루카본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즉, 육상에서의 삼림 조성을 통한 이산화탄소 흡수라는 그린카본에 맞서, 바다의 식물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 탄소흡수원인 블루카본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윤석열정부의 120대 국정과제 41번 해양영토 수호 및 지속가능한 해양 관리에 갯벌,바다숲 등 탄소흡수원(블루카본) 확대가 적시된 것도 그 궤를 같이한다. 블루카본이 국제사회에 처음 소개된 것은 불과 10여 년 전이다. 그린카본에 비해 연구 역사도 짧아 국제사회에서 인정하는 블루카본도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2013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맹그로브, 염습지, 잘피림을 블루카본으로 인정했고 그 이후 바뀐 것은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에 맹그로브 서식지가 부재하거나 염습지(~32km2)나 잘피림(~45km2)의 면적이 매우 적다는 것은 불리한 측면이다. 그러나 희망이 생겼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유력 블루카본 후보군으로 갯벌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염생식물 군락이 발달한 습지가 아닌 맨 갯벌이라도 온실가스 제거 효과와 탄소 장기 고정 기능을 갖는다면 블루카본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연구팀은 지난 5년간의 전국 단위 갯벌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갯벌(~2,450km2)이 연간 최대 49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갯벌의 블루카본 인증 가능성을 높였다는 긍정적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갯벌의 탄소 장기 고정 효과와 퇴적학적 메커니즘 규명, 그리고 법,제도적 측면에서의 갯벌 블루카본 관리 방안 마련 등 국제사회의 블루카본 인증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과학 연구와 정책 대응이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 갯벌 블루카본에 대한 세계 과학계의 관심과 지지 갯벌 이외에도 해양저서퇴적물, 해조류 등이 유력 블루카본으로 제시됐다. 나아가 기타 후보군으로 논의되는 대상도 산호초, 굴 밭, 식물플랑크톤, 어류 등 매우 다양해졌다. 최근 들어 세계 과학계에서 블루카본에 대한 논의가 이전에 비해 매우 활발해졌음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IPCC로부터 블루카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블루카본으로서의 철저한 과학적 검증이 요구됨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아울러 현재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블루카본 후속 연구에 대한 선제적, 도전적 연구도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과학적 성과 없이 정책적,외교적 노력만으로 국제사회에서 블루카본으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의 블루카본 1단계 사업(2017-21년)을 통해 갯벌의 블루카본 잠재력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현재, 블루카본 2단계 사업(2022-26년)이 블루카본 과학기술 고도화와 갯벌 블루카본 국제 인증 지원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성과는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7월 초 한국,캐나다 과학기술대회의 블루카본 특별세션에서 IPCC 국가온실가스인벤토리 산정 지침 습지 분야 주 저자인 캐나다 맥길대 게일 쉬무라 교수는 갯벌의 블루카본 인증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주 해수부 주최로 개최한 2022 블루카본 국제포럼에서 IPCC 블루카본 가이드라인 주저자인 호주 퀸즐랜드대 캐서린 로브락 교수도 한국의 갯벌 블루카본 인증을 위한 글로벌 리더십을 지지하면서 갯벌이 가진 잠재력을 국제사회에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제 세계 과학계가 한국의 갯벌과 갯벌 블루카본에 주목하고, 우리의 지난 노력을 인정하고 지지 의사를 피력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인 대목이다. ◆ 블루카본 체계적 확대를 위한 제언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해양생물 다양성을 가짐이 밝혀지면서 한국의 갯벌이 글로벌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이제 갯벌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다양한 블루카본 후보군을 체계적으로 확대하고 국제적으로 인증 받기 위해서는 더 과감하고 공격적인 성과 창출이 필요해졌다. 첫째는 충분한 과학적 연구성과가 전 세계적으로 공유되고 인식돼야 한다. 둘째는 IPCC 등 국제기구와 세계 과학계의 연대를 통해 국제사회 인증에 한 발짝 더 다가서야 한다. 셋째는 국제 탄소시장 진출을 위한 사회경제적 지원과 법,제도적 관리 기반 마련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과학계의 블루카본 연구성과, 갯벌에 대한 국민 인식 변화에 이어, 기업도 ESG 경영과 탄소중립을 위한 자연 기반 해법을 바다에서 찾기 시작했다. 정말 큰 변화이자 담대한 도전이다. 그간 해수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의 선제적 지원과 노력이 블루카본 과학과 정책을 꽃피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 같다. 새 정부의 꾸준한 해양과학 연구 지원과 정책적,외교적 노력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이 블루카본 글로벌 강국으로 우뚝 서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다. 2022.07.29 김종성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