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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유행 아닌 100년 넘길 협동조합 되려면

박형수 서울우유협동조합 해외사업부장

2013.04.05 박형수 서울우유협동조합 해외사업부장

박형수 서울우유협종조합 해외사업부장
박형수 서울우유협동조합 해외사업부장
 경기침체와 청년실업 문제의 대안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과 설립이 증가하고 있다. 작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 법인설립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협동조합에 20년 이상 근무한 필자로서는 무척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협동조합의 근본 취지는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거대자본에 대항하여 그들의 권위와 생활 터전을 지키는데 있다.

협동조합, 재벌의 무차별적 승자독식을 막는 현명한 대안

지금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대기업의 횡포와 재벌그룹의 무차별적인 승자독식에 막아낼 수 있는 아주 현명한 대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이 그렇다. 1937년 창립 이래 76년간 유가공 사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는 한국형 협동조합의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우유를 비롯한 유가공 산업의 경우 그 동안 수없이 많은 대기업과 일반 사기업이 시장에 진입하였지만 서울우유조합은 조합원이 생산한 좋은 품질의 우유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공급한 결과 지난 76년간 유가공 산업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식품산업 전체에서도 재벌그룹 및 거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3위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서울우유협동조합의 매출은 1조 6000억원을 달성하였으며, 구성원만 해도 조합원 2000명을 포함, 수만 명의 직원, 대리점, 판매사원이 몸담고 있어 고용창출과 농어촌 경제 발전에 상당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성과와 역사성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서울우유협동조합 역시 많은 시련과 어려움이 있었으나, 협동조합 정신을 바탕으로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아래 조합을 운영하며 위기를 극복해 왔다.

외국의 유명 협동조합을 그대로 벤치마킹하는 것은 무리

최근 언론을 보면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협동조합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뉴질랜드의 폰테라, 스웨덴의 알라푸드 ,미국의 썬키스트를 말하는데 이것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벤치마킹 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고 본다.

왜냐면 협동조합은 산업혁명 이후 빈부격차가 심화된 유럽의 영세한 농민과 시민들이 거대 자본에 대항하기 위하여 출발한 조직으로 유럽, 서구인들의 철학과 가치관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에도 이름만 달리할 뿐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두레와 계 등 크게 보면 협동조합과 유사한 조직이 있었다.

이런 맥락을 고려해 협동조합을 우리 정서에 부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발전적인 협동조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협동조합을 설립할 때의 초심이 중요하다. 모두가 주인이자, 소비자이고, 공동생산, 공동분배의 철학 아래 조직이 먼저라는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둘째, 조직의 성장 과정에서 자칫 나타날 수 있는 한국인 특유의 파벌주의와 지역주의를 조심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총회를 통해 협동조합을 대표할 조합장 등 임원을 선출하는데, 이것이 향후 정치의 선거판과 흡사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선거판이 아냐…모두가 주인이라는 초심 견지해야

협동조합은 정치조직이나 선거판이 아니다. 약자들의 기본적인 행복과 삶을 위하여 탄생한 조직이니, 넓은 시각으로 오직 구성원들을 위해 일하는 명예로운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셋째, 주식회사의 의사결정은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나 이사회를 중심으로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이와 반해 협동조합은 구좌(주식회사의 주식에 해당)수에 관계없이 1인 1표를 행사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정말 필요하고 긴급한 정책 결정이 지연될 수도 있다.

따라서 조직 임원들과 조합원들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러한 오류를 방지해야 한다.

넷째, 많은 조합원이 주인이다 보니 경영에 있어 온정적인 조직으로 흘러 외부의 강력한 사기업과의 경쟁 시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협동조합이라는 체제와 경영형태를 고수하기보다는 일반 주식회사의 시스템이나 의사결정 구조를 벤치마킹하여 더욱 강력한 협동조합의 모습을 만들 필요도 있다.

다섯째, 협동조합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요소들을 갖추기 위해 무작정 외부의 도움이나 정부 지원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자율적인 조직형태이다. 따라서 스스로 독립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의식으로 조직이 운영돼야지 외부 의존을 바라는 타율적인 조직이 돼서는 안된다.

협동조합은 모두가 투자자이며, 주인이고 소비자인 아주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모든 부조리와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만능 조직은 아니다.

철저한 준비와 운영원칙 그리고 무엇보다도 협동조합의 이념에 맞는 법인 경영이 필요하다.

목소리가 큰 일부 조합원들의 의사결정대로 행하지 말고, 모든 조합원들의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통해 법인이 운영될 때, 정말 강력한 조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묻지마식’ 협동조합 설립은 금물…협동조합의 당위성과 전략 필요

마지막으로 하나 더 부연하자면, 최근의 협동조합 설립 붐과 관련해 ‘다른 데도 하니 우리도 협동조합을 만들자’는 식의 즉흥적이고 순진한 생각은 버리라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는 기업의 종류가 무수히 많다. 합명회사, 유한회사, 주식회사 등 많은 법인 형태가 있으니 반드시 협동조합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기존에도 생협 등의 협동조합이 존재하였으나 많은 수의 협동조합이 소멸되었다. 성공의 본질은 조직 형태인 하드웨어가 아니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운영의 소프트웨어라는 뜻이다.

따라서 정말 좋은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또 성공하려면 반드시 협동조합 형태로 설립해야만 하는 당위성과 치밀한 조직 운영계획과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이 갖춰진 뒤 조합원들의 충분한 공감과 필요성이 확보될 때 성공적인 조합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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