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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경제·사회문화…한-아세안 관계 외연 확대

[박 대통령 인도네시아·브루나이 방문 성과] 동아시아 다자외교 무대 성공적 데뷔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2013.10.15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일주일간의 동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외교의 장이 막을 내렸다. 10월 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정상회의로 부터 시작해 한-아세안((ASEAN)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그리고 동아시아정상회의(East Asia Summit: EAS)까지 일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다자 정상회의가 일주일간 숨 가쁘게 진행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 다자 정상회의 기간에 개별 국가 간의 양자정상회담들도 수없이 펼쳐졌다.

이 일련의 정상회의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등 글로벌 차원의 강대국들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연례행사이다. 특히 2012년 미국과 러시아가 포함되면서 연 2년 APEC과 다른 정상회의들이 잇달아 열려 더욱 큰 관심을 모았다. 이 일련의 정상회의에 한국은 APEC, 아세안+3 정상회의, 그리고 동아시아정상회의 등 세 차례의 다자정상회의에 참여하는 자격이 있다.

올해도 박근혜 대통령은 APEC, 아세안+3,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여했다. 아울러 호주, 싱가포르, 미얀마, 브루나이 정상과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공식정상회의 직후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동아시아 다자 정상회의에는 이번이 첫 참가이다. 이번 일련의 정상회의와 양자회담, 인도네시아 국빈방문을 통해서 한국은 적지 않은 소득을 거두었다.

이중에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다양한 안보 문제 관련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먼저 언급할 필요가 있는 것은 한국과 아세안 간에 안보대화 설치이다. 이 부분이 가장 큰 성과인 이유는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특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안보 분야 협력은 다른 분야에 비해서 많이 뒤떨어져 있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 봐도 개별 국가들 간의 안보 협력뿐만 아니라 다자 안보협력에서 동아시아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이는 다양한 이유로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주권의 핵심사항인 안보 관련 협력을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협력에 필수적인 제도화(institutionalisation)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오후 브루나이 인터내셔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의 인사말을 들으며 활짝 웃고 있다.
9일 오후 브루나이 인터내셔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의 인사말을 들으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한국과 아세안 사이에도 다양한 측면의 경제협력과 사회문화 협력이 진행되었고 큰 성과를 내었지만, 안보 협력과 관련해서는 큰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과 아세안이 안보 관련 협의를 공식화함으로써 안보 분야에서도 큰 성과를 향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안보 협력에서 성과를 낸다면 한-아세안 협력이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협력의 제 분야에서 완전한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더욱이 아직 중국과 일본은 아세안과 안보협력의 공식 채널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아세안이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아직 신뢰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한국은 보다 편안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대라는 점을 의미한다.

이를 계기로 한국도 아세안을 단순히 경제적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안보 협력 대상으로 인식하는 방향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상호 호혜적 안보 협력은 단순히 우리의 안보 사안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얻어 내는 것뿐만 아니라 협력의 파트너가 가지고 있는 안보 관련 사안에 대해서 우리도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그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일부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 등의 안보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 한국도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브루나이 인터내셔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잉락 친나왓 태국총리,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 아베 일본 총리, 박 대통령,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리커창 중국 총리,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 훈센 캄보디아 총리,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탐마봉 라오스 총리,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브루나이 인터내셔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잉락 친나왓 태국총리,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 아베 일본 총리, 박 대통령,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리커창 중국 총리,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 훈센 캄보디아 총리,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탐마봉 라오스 총리,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두 번째 성과는 경제적 차원의 성과이다. 이번 일련의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아세안 정상들이 합의 한 바와 같이 한-아세안 FTA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한국과 아세안 국가 사이 무역 확대에 크게 공헌했던 한-아세안 FTA는 한계도 있었다. 한-아세안 FTA가 아세안 10개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면서 사실 많은 품목들이 무역자유화에서 예외 품목으로 인정되었다. 이번 아세안+3 정상회의 계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이렇게 예외로 빠진 품목들을 더 많이 포함시켜 한-아세안 FTA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향후 한-아세안간 무역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에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CEPA)을 빠른 시일 안에 타결하기로 합의했다. 동남아에서 가장 큰 경제인 인도네시아와 별도의 FTA를 추진하는 것은 양자 무역에 더 맞춤형인 FTA를 갖는 것이고, 향후 한-인도네시아 무역을 크게 늘릴 것이다. 

아울러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스왑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다.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가 종료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신흥시장 국가들의 경제위기설이 널리 퍼진 바 있다. 인도네시아 역시 이런 신흥시장 국가에 포함되어 있다.

한-인도네시아 스왑협정은 몇 년 전 한국이 미국과 스왑협정을 통해서 금융위기에 대한 안전판을 마련한 것처럼 인도네시아의 잠재적 금융위기에 대해서 한국이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 스왑협정은 한국이 이제 다른 개도국 경제가 금융위기를 겪지 않도록 지지해줄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하는 정도 까지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런 스왑협정을 통해서 인도네시아가 금융위기를 겪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은 향후 전반적 한-인도네시아 양자관계 발전뿐만 아니라 한국과 인도네시아 경제 관계에도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 일련의 동아시아 지역 정상회의를 통해서 동아시아 다자 정상외교 무대에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데뷔를 하는 등 한국 정부는 많은 성과를 얻었다. 이번 정상회의들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는 한국이 대 동아시아 지역협력, 대 아세안  외교를 향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동아시아 지역협력 및 한-아세안 관계에서 한국이 그리고 있는 비전은 무엇인가를 보다 체계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아세안 간의 안보협력에 관한 합의를 시작으로 향후 한-아세안간 실질적 안보협력을 긴밀히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이 아세안과 하지 못하는, 한국이 특별한 강점을 가지는 분야가 바로 이 부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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