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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위한 입법 지체 없이 완료돼야

노동개혁 출발은 유연한 노동시장시스템 법제도화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법학박사)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법학박사 2015.12.11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법학박사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법학박사)
얼마 전 우리나라 고용의 85%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 박성택 회장이 “중소기업들에 더 많은 인재가 몰려들어 혁신을 이뤄냈을 때 한국 경제는 재도약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 출발은 노동개혁이다”면서, “노동개혁을 통해 노동시장이 정상화되면 구조적 약자인 중소기업도 인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특별기고를 하였다.

노동개혁을 지지하는 청년 1만명의 서명을 모아 국회에 전달한 한 청년단체 대표는 “청년들이 비집고 들어갈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겁니다”라고 인터뷰도 하였다. 더군다나 불안한 고국을 떠나 국경을 넘어 일자리 찾기에 나선 일자리 난민들의 안타까운 영상도 국민 모두가 보았다.

노동개혁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

이러한 절박함을 보면서도 노동개혁을 ‘노동개악’이라며 저지투쟁에 나선 일부 노동계와 정치권이 있지만, 지금까지 노동시장을 규율해 온 법제도로는 더 이상 일자리를 창출해낼 수 없다는 것이 산업현장을 넘어 국민 모두가 고민하게 된 계기임은 분명하다.

또한 그동안 정부의 각종 정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심각한 취업난에 시달리는데, 중소기업은 사람을 못 구하는 만성적인 구직·구인난이 동시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해온 주력 산업인 조선, 철강, 전자, 석유화학 업종은 중국 등 후발국의 거센 추격 속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이미 각 업종별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이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노사정은 지난해 12월 23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 합의에서 “세계화, 고령화, 정보사회화, 서비스경제화, 저성장시대 도래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산업화를 통한 고도 성장기에 형성된 우리나라의 경제와 노동 질서는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경제 활력이 저하되고 좋은 일자리가 충분히 창출 되지 못하는 가운데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하였다.

올해 9월 15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에서도 “급속한 세계화, 저출산·고령화, 지식·정보·서비스 중심으로의 산업구조 변동 등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은 매우 엄중하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동시장 기능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한국 경제사회의 새로운 도약과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산업화시대에 형성된 현재의 노동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데 노사정이 함께 인식하고 있음도 재차 분명히 하였다.

이러한 진단과 분석을 바탕으로 “더 많고 더 좋은 일자리 창출, 고용안정 및 사회통합을 목표”로 하고,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하고 사회통합을 공고히 하며, 청년과 미래세대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 일하기 원하는 사람 누구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사회로 가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추진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처럼 현재와 미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동시장의 패러다임 전환과 구조개선은 노동개혁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노동개혁의 결실은 일자리 창출이다.

선진국의 성공한 노동개혁보다 더 과감한 노동개혁이 필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있는 선진국들도 저성장 경제의 일자리 부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시장 개혁부터 하였다. 1980~1990년대에 걸쳐 국가 차원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든, 정부 주도의 강력한 개혁을 통해서든, 고용률을 높이면서 국가 전체의 소득 증가와 경쟁력 향상이라는 성공을 거두었다. 개혁의 수혜자는 근로자였다.

                               [1980~1990년대 선진국의 노동시장 개혁]

국가

주요 개혁 내용

5년간 고용성과

○ 바세나르협약(1982) → 뉴코스 협약(1993), 유연과 안정협약(1996) 등 연이은 노사정합의

(노) 임금동결, 임금 물가연동제 시행을 2년 보류, 사업주 사회보험부담 완화 및 근로자 사회보장 부담 확대 등 수용

(사) 근로시간 단축(40시간→38시간), 30시간미만 시간제 고용 활성화 등에 합의

(정) 재정지출 축소, 공무원임금, 최저임금, 사회보장수당 3.5% 삭감, 일정수준 이상 이익 내는 기업 법인세율 낮게 적용(40%→35%)

[1994-1999]

고용율 : 63.9% → 70.8%

실업률 : 3.1%p↓

취업자수 : 86만명↑

실업자수 : 21만명↓

○ 대처리즘(1979~1990) : 노동시장 및 사회보험 개혁

-고용보호법 적용대상 축소(근속6개월→‘79년 1년→’85년 2년)

-공정임금제도(동일 지역 및 산업에 적용되는 수준의 임금 등 근로조건을 나머지 부문에 적용)폐지

-최저임금 할인제 확대(‘81년 18세미만 → ’86년 21세미만 → ‘93년 최저임금제 폐지)

-실업급여 수급요건 강화(지급대상자 축소, 피보험 단위기간 연장, 구직활동의무 강화) 및 수급액 축소

[1984-1989]

고용율 : 65.9% → 72.0%

실업률 : 4.7%p↓

취업자수 :258만명↑

실업자수 :114만명↓

○ 고용계약법 제정(1991)

-노동조합 의무가입규정 폐지

-산업별·직종별 파업 금지

-노동조합 독점적교섭권 폐지

-단체협약포괄적용 금지 등

 

○ 실업보험 수급요건 강화/지급액 축소

- 근로의욕 나타내지 않으면 실업보조금 단축

- 실업보험 피보험단위기간 확대

- 실업보험 지급액 10% 감축

 

[1991-1996]

고용율 : 65.3% → 70.6%

실업률 : 4.3%p↓

취업자수 : 23만명↑

실업자수 : 6만명↓

○경제회생아젠다(1984)

-정부지출 삭감

-적극적 일자리창출 정책

-선별주의적 사회보장프로그램 확대

 

○ 실업보험 개혁 및 일자리 정책 등

-피보험단위기간 확대(실직전 1년간 8주→2년간 40주)

-실업급여 소득대체율 삭감(67%→60%→57%)

-급여수급 위한 최저고용기간 확대(10~14주→10~20주)

-일자리창출프로그램 통폐합(12개→4개)

[1983-1988]

고용율 : 64.6% → 70.2%

실업률 : 4.4%p↓

취업자수 : 86만명↑

실업자수 : 21만명↓

 

그리고 2000년대 중반 이후 최근까지도 선진국은 선제적 고용규제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일자리 창출 기반을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

세계적인 일자리 전쟁에 대응하여 과감한 개혁을 바탕으로 활력 넘치는 고용생태계를 갖춘 선진국들보다 우리나라의 노동개혁은 훨씬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되지 않으면 안 된다. 

                                  [2000년대 이후 선진국의 고용규제 개혁]

국가

주요 개혁 내용

독일

[슈뢰더 정부(2003~2005)]

-해고제한법 적용제외 사업장 확대 (5인이하 → 10인이하)·신규창업시 기간제근로자 사용가능기간 확대 허용 (2년 → 4년)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절차 완화 (해고절차 단순화 및 적용대상 완화)

-파견상한기간 폐지, 해고후 3개월내 재고용금지 폐지, 건설업 파견금지규정 완화 등

-미니잡(월400유로 이하/연 2개월 미만 단기고용), 미디잡(월400~800유로)등 지원 확대

-민간고용서비스 규제완화, 효율화·실업급여 수급기간 단축, 실업부조·사회부조 통합

[메르켈 정부(2005년 이후)]

-해고제한법 적용제외 사업장 확대 (10인이하 → 20인이하)·자유해고 가능한 수습기간 연장 (6개월 → 2년)

-고용보험료율 인하 (‘06년 6.5% → ’07년 4.2% → ‘08년 3.3%)·조기퇴직시(63세) 연금감액(3.6%) 및 퇴직연장시 증액(6%)

일본

[2003] -제조업무에 대한 파견 허용 : 사실상 모든 업무에 대한 제한 폐지 -26개 전문업무외의 업무의 파견기간 : 1년 → 3년 연장

[2013] -고소득 및 전문직인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 연장 (5년 → 10년)

[2013. 1월 노사합의]

-심각한 경영위기시 노조와 협의로 고용유지하며 최대 2년간 임금삭감, 근로시간 단축

-경영악화 이유로 한 해고절차 간소화 : 노사간 면담횟수, 해고통보기한 등 간소화, 해고사유로 ‘근로능력’ 추가

[2014. 4월 고용비용 감축 정책 발표]

-최저임금 근로자 고용시 사회보장부담금 폐지 (2015. 1월부터)

-최저임금의 3.5배까지인 고용주의 가족수당 부담금 인하(5.25%에서 1.8%p인하)(2016.1월부터)

영국

[2012. 4월] -부당해고 구제청구자격 근로연수요건 강화 (1년 → 2년)

[2013. 4월] -100명이상 근로자의 경영상해고 전 협의개시일 단축(90일전→45일전)

이탈리아

[2012. 6월 법 개정] -경영상 해고가 정당성이 없어도 금전보상으로 근로관계 종료 가능 : 노동법 근간인 ‘평생고용’ 폐지

 

외투기업 CEO들이 늘 지적하는 우리나라의 경직된 노동법제와 대립적·전투적 노사관계는 국내 일자리마저 외국으로 넘겨주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며칠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한국을 위한 정책(Better Policy Korea)’보고서도 우리나라의 노동개혁이 시급하다면서 “2017년까지 70% 고용률을 달성하기 위해선 정부의 현재 로드맵보다 훨씬 더 혁신적인 노동개혁 패키지가 채택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노사정 합의가 이뤄진 만큼 정부와 노사, 정치권 등 파트너들은 노동개혁 법제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는데, 일부 노동계와 정치권의 주장을 보면, 근로자를 대표한다고, 국민을 대표한다고 하지만, 위기에 대한 인식과 책임의식이 과연 있는지는 의문이다.

노동개혁,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만들기부터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개혁의 방향은 이미 제시되었다. 한쪽으로 치우친 우리 노동시장의 균형을 회복하고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여 지속적으로 다양한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노동시장은 ‘높은 수준의 고용보호와 근로조건을 보장받는 기득권 근로자들과 그렇지 못한 근로자들’, ‘이미 취업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청년 등 구직자들’로 나누어지면서 심각한 갈등은 물론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경제 전반을 난국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세계시장의 환경 변화 속에서 채용만 되면 능력과 성과에 상관없이 고용이 보장되고 근속연수가 높아질수록 자동적으로 임금이 인상되는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기업을 떠밀 수는 없다.

고령자를 비롯해 일하고자 하는 취약계층이 더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법이 막아서도 안 된다.

노동개혁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지, 그리고 근로자들에게 일자리와 임금을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제공하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찾고, 일자리 유지와 창출에 성공한 선진국의 노동개혁에서 보듯이 유연한 노동시장 시스템을 법제도적으로 정비하고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노동개혁은 노사 간, 계층 간, 세대 간 대립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와 미래의 근로자들을 위한 것이다.

정치권도 본인의 자녀들과 같은 미래세대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유연하고 건강한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절체절명의 과제인 노동개혁을 위한 입법들을 지체 없이 완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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