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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좋은 일자리 창출, 경제 역동성 회복 관건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 이사대우

2017.06.20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 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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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 이사대우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 이사대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새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기간 내내 일자리 공약을 가장 핵심에 배치했고, 국무회의에서 가장 먼저 통과시킨 안건도 ‘일자리위원회’신설이었다. 대통령 스스로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왜 일자리를 이렇게 강조하는 것일까?

새 정부가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 즉 프레임은 과거 정부와 크게 다르다. 과거의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 프레임을 과감히 벗어던졌다. 수출 대기업이 경제를 선도하고 성장과 일자리를 책임지던 낙수효과가 이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수출과 대기업 중심의 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일자리 창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조차도 소득 주도 성장과 포용적 성장을 권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성장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길 기다리지 않고, 정부가 소득을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어서 소비를 이끌어내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즉 정부가 일자리와 소득을 늘려서 소비를 증진하고 성장을 이끌어내며 성장이 다시 일자리를 만드는 식의 역발상을 시도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정부와 재정이 마중물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역발상은 어디서 출발했을까? 요즘의 한국 경제를 수식하는 키워드는 저성장이다. 작년과 재작년의 경제성장률은 2.8%였고 올해도 그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이 모두 경기 회복세로 돌아섰고 미국 경기는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고 할 정도로 좋다. 세계 경제의 회복과 연결돼 우리나라의 수출도 상대적으로 좋지만 내수가 부진하다. 소득 증가율이 낮은 데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높아 쓸 돈이 별로 없다. 작년과 재작년에 신규 일자리도 크게 늘어나지 못했다. 저성장이 지속되다 보니 자영업 경기도 어렵다.

모든 문제는 일자리로 통한다. 저성장과 저소비의 원인도 일자리, 해법도 일자리다. 일자리의 양과 질 모두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 고용률이 낮고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득이 부족하고 소비가 부진하며, 이는 기업의 수익성과 투자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성장률이 낮아지게 된다. 이처럼 일자리 문제는 저소비, 저성장과 맞물려 있고 저출산과도 연결된다.

저출산은 특히 청년 일자리와 관련된 문제다. 청년들에게 일자리가 있어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수 있을 텐데, 청년 일자리가 부족해 취업, 결혼, 출산이 모두 늦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보육과 교육의 여건도 어렵다 보니 아이 낳기를 두려워한다. 하나도 버거운데 둘 낳기는 거의 불가능이다. 이처럼 저출산 문제도 결국 뒤집어보면 일자리 문제다.

일자리는 곧 복지다. 편안한 일상생활과 경제적 행복을 위해 일자리는 필수 불가결하다. 게다가 일자리는 소속감, 자존감, 자아실현과도 연결된다. 정부가 나눠주는 복지 지출보다 스스로 벌어서 쓰는 돈이 훨씬 더 뿌듯하다. 그래서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말이 공감을 얻는 것이다. 50대와 60대가 가장 절박하게 느끼는 노후 준비 부족과 노후 불안도 결국 50대 초반이면 정규직 일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우리 사회의 기형적 일자리 구조에서 비롯된다. 이로 인해 65세 이상 고령자를 위한 기초연금 등 각종 복지 지출이 더 늘어나게 된다. 일자리가 많고 안정적이며 쉽게 구할 수 있다면 정부의 실업급여, 직업훈련, 고용정보 제공 등 고용안전망 관련 복지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일자리는 복지 지출과도 연관된다.

올해 초 발표된 현대경제연구원의 제19회 ‘경제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38.4점(전기 대비 - 0.5포인트)에 불과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열아홉 번의 조사 결과 중에서 네 번째로 낮은 점수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경제적 행복감을 떨어트리는 가장 큰 요인 세 가지는 불안한 고용, 불편한 노후, 소득 불평등 심화로 요약된다. 이 세 가지(3불 경제)에서 벗어나는 것이 바로 경제적 행복감을 끌어올리고 ‘행복한 경제’를 만드는 지름길이다(김동열의 <고용절벽의 시대, 어떤 경제를 만들 것인가>).

이러한 세 가지 과제 역시 일자리와 관련된다. 먼저 현재의 불안한 일자리를 ‘안정된 일자리’로 바꿔야 한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겠지만 사회적으로는 실업자를 포용할 수 있는 고용의 ‘사회적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실업이 두렵지 않은 사회’가 되고 구조조정에 따른 사회적 파장도 줄일 수 있다. 하루 최대 4만 3000원(월 130만 원) 정도에 불과한 실업급여의 한도를 올리고, 지급기간도 8개월에서 12개월로 늘려야 한다. 참고로 독일은 12개월, 덴마크는 24개월이다.

선진국에 비해 낮은 고용보험료(노사 각각 0.65%)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고용의 사회적 ‘안정성 높이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의 ‘역동성 높이기’다. 창업 활성화, 투자 활성화,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신성장동력 육성, 일·가정 양립, 여성 고용률 제고, 동반성장, 공정거래의 정착 등을 통해 역동적인 경제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고, 나눌 수 있다. 덴마크의 유연안정성(flexible security) 모델을 응용한 우리만의 ‘역동적 안정성(dynamic security)’ 모델이 필요하다.

소득 불평등의 개선도 일자리와 관련된다. 복지 지출 확대를 통해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완하고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늘려나가는 것 말고도 최저임금을 올려야 소득 불평등이 개선된다. 국제노동기구(ILO)도 근로소득의 증가를 통해 소비를 늘리고 성장을 높이는 ‘임금 주도 성장’을 제안한 바 있다. 현재 6500원에도 못 미치는 최저시급을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새 정부의 공약이다.

3년간 3500원을 올리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은 새 정부가 너무 서두른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어려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세제 및 금융 지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주의 최저시급이 우리 돈으로 1만 5000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어차피 가야 할 길이다. 우리 경제의 고부가가치화, 생산성과 효율성 증대, 삶의 질 제고라는 큰 비전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롭게 합의하기를 기대한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공일자리 창출, 이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통과 등 국정과제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시급하고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회복돼야 한다. 그래야 앞에서 얘기한 일자리 창출, 노동의 사회적 안전성 제고, 복지 지출 확대, 최저임금의 무리 없는 인상 등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가 정신을 장려하고, 창업생태계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실패해도 재기하기 쉬운 창업환경을 만들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거래를 확립하고, 동반성장이 정착돼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 경제가 지금보다 더 역동적인 모습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3%대 성장으로 다시 올라설 수 있다면 공공 일자리 창출이 민간의 좋은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될 것이다.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모델이 지속 가능한 모델로 완성될 것이다. 이렇게 새 정부의 ‘역동적 안정성’ 모델이 구현된다면 국민 모두 행복해지지 않겠는가.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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