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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대 규모 메가 FTA ‘RCEP’ 타결 의미와 향후 과제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2020.11.19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8년만에 RCEP 협상 타결

한중일, 아세안 10개 국가,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 국가로 구성된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지난 11월 15일 RCEP 정상회의에서 공식 서명됐다. 2012년 협상 개시 이후 8년만에 타결한 것이다.

협상 기간이 늘어나게 된 것은 높은 수준의 협정에 반대하는 회원국이 많았기 때문이다. 협상 주도국이 없는 가운데 국내 정치경제적 여건이 다른 16개 회원국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었기에 협상 진전이 더뎠다. 시장개방에 대해 불만이 컸던 인도는 아쉽게도 작년부터 협상에서 빠지면서 이번에 15개 국가가 서명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위상이 약화된 가운데 코로나19 방역대책으로 각국들이 보호무역주의와 산업보조금 지급 증가 등 국제통상질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범아시아 15개 국가가 무역협정을 타결한 것은 지역경제통합 및 자유주의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다.

RCEP의 경제효과는 관세철폐 등 시장개방보다는 규범분야에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원산지기준을 통일했다는 점이 될 수 있다. 이는 우리 기업의 RCEP 활용을 용이하게 할 것이다. 수출기업들은 지역별로 다른 원산지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추가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이번에 기준을 통일시켜 비용을 절감시켜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지재권 보호수준을 높였고, 코로나 비대면 시대 중요성이 커진 전자상거래 규범을 포함시켰다.

기발효 FTA 대비 보완적 개선

15개 회원국간에는 30개가 넘는 다양한 양자간 FTA가 이미 발효돼 있다. 이번 RCEP은 이들 기발효 FTA에서 빠졌거나 고려되지 않은 사항을 보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도 아세안과 FTA를 2007년 발효시켰다. 하지만, 한-아세안 FTA는 시장개방의 폭이 좁고 구속력있는 규범분야도 얼마되지 않는다. 이번에 상품시장 개방율을 80%대에서 90%대로 일부 높였다. 자동차·부품, 철강 등 우리나라 핵심 수출품목 뿐만 아니라, 섬유, 기계부품, 의료위생용품 등 유망 품목의 아세안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합의한 것이다. 무역협상에서 상품시장 개방은 가장 협상 타결이 어려운 분야로, 아세안의 시장개방에 대해 우리나라도 열대과일 일부 품목을 추가 개방했다.
 
이번 RCEP 협상을 통해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FTA를 체결한 셈이다. 2003~2004년 동안 한일 FTA 협상이 진행됐으나, 시장개방에 대한 입장 차이로 협상이 중단됐다. 한일 양국은 시장개방에서 팽팽한 기싸움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 관세철폐 비율이 품목 수 기준 83%로 동일하게 설정했다.

높은 국제경쟁력으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품목이 많은 일본은 상품분야 시장개방에서 공세를 보이는 반면, 농수산분야에서는 수세적인 입장을 보인다. 한일 협상에서 우리나라는 일본과 정반대 입장을 가질 수 밖에 없어 협상 타결이 쉽지 않아 80%대의 낮은 개방수준에서 타결됐다.

15일 청와대에서 화상회의로 제4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정상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15일 청와대에서 화상회의로 제4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정상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서비스분야 개방은 주로 WTO 양허수준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소폭 개선됐다.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일부 아세안 국가들은 온라인게임, 애니메이션, 음반 녹음, 영화제작·배급·상영 등을 추가 개방해 우리 콘텐츠기업의 아세안 진출 여건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은 온라인게임과 도소매서비스업 등에 대해 일부 개방했다. 비관세장벽에 있어서도 개선 조치가 일부 포함됐다. 위생 및 검역조치(SPS)와 기술규제(TBT)에 있어 WTO 관련 협정을 제대로 준수하기로 했고, 제도 적용에서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강화하면서 관련 정보교환 등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향후 과제

WTO 위기론이 커질수록 FTA의 중요성은 높아질 것이다. 만약 WTO가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세계무역은 지역블록화로 개편될 것이다. 유럽지역은 유럽연합(EU) 체제로, 북미는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내에서의 거래가 집중될 것이다. RCEP은 이런 상황 발생시 아시아 지역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협정 서명 후 국내 비준에 몇 년이 소요되나, 기존 협정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체결된 RCEP에 대한 회원국 비준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일본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전임 아베 수상은 RCEP 협정을 서명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음에도 후임 스가 수상이 입장을 바꿨는데, 미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과 일본 의회의 반응에 따라 비준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협정 발효 방식에 대한 규정이 알려져 있지 않으나, 서명한 협정은 조기에 발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루 빨리 협정문을 공개하고 산업별 관련 자료를 발간하여 기업들이 활용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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