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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무엇이 문제인가?

정기창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2021.04.23
정기창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정기창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여과해 태평양에 방류하기로 결정한 이후, 일본에 대한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전 오염수가 제대로 여과되지 않고 바다에 방류될 경우, 국제사회 전체가 이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2년 후 해양방류를 하기로 결정했으므로, 현시점에서 국제법 위반여부를 판단하기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사능 오염의 위험성에 더해, 추후 분쟁화 가능성에 대비하여 면밀한 과학적 준비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유엔에 따르면, 국제법이란 국가들이 상호 행위를 함에 있어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규정하는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국제법을 ‘international law’ 또는 ‘law of nations’라고 칭하는 이유다. 인권, 전쟁범죄, 환경문제 등이 국제법의 영역에서 다루어진다. 특히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인류는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에 시급히 대처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유엔 역시, 국제법은 환경과 같이 인류공동의 문제(global commons)에 대해서도 규율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바닷가 옆에 위치한 후쿠시마 원전은 지형적인 이유로 내륙으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지하수가 원전 아래를 거쳐 바다로 흐른다. 지난 2011년 쓰나미로 인한 원전 사고 후 이 지하수가 원자로에 유입되고 있다. 일본은 원자로로 유입되어 오염되는 지하수를 끌어올려 다핵종제거설비(ALPS)라고 불리는 여과기를 통해 방사성 핵종을 거르고 이를 지상에 보관해 왔다. 보도에 따르면 그 양은 현재 125만 톤에 이른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문제는 최근 논란이 된 삼중수소 이외에도 어떤 방사성 핵종이 포함되어 있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ALPS가 삼중수소 이외의 기타 핵종을 제대로 여과하였는지 확인이 필요한 것이다. 오염수를 제대로 정화하지 않으면,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이는 다시 인간의 건강과 생명에 피해를 초래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인간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해성 판단에는 체내에 반응을 일으키는 최소 수준, 즉 ‘역치’가 정해져 있다. 어느 정도의 수준 이하라면 인체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다른 위해물질과는 달리 방사능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역치를 정해놓지 않고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최소한의 노출을 목표로 한다. 그만큼 방사능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여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이러한 방사능 위해의 특성을 감안할 때, 국제법 위반을 논의하기에 앞서 오염수가 제대로 처리됐는지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된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이에 기초한 과학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해수방사능 분석결과를 일반인이 쉽게 확인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정보공개 강화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해수방사능 분석결과를 일반인이 쉽게 확인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정보공개 강화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주요 국제협정에서도 과학적인 판단을 주요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 본문에만 ‘과학’을 규정한 부분이 170여 곳에 이른다. 예를 들어, 동 협약 제204조는 해양오염과 관련해 국가들이 해양환경 오염의 위험이나 그 영향을 인정된 과학적 방법을 통해 관찰, 측정, 평가 및 분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해양환경 오염의 객관적인 측정은 과학적인 방법을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제204조 이외에도 배타적 경제수역과 공해에서 생물자원의 보존과 관련한 내용을 규정한 제61조와 119조도 최선의 과학적 증거를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학의 중요성은 다른 국제협정에서도 강조되고 있는데, WTO의 위생검역협정인 SPS 협정은 과학적인 위험평가 조항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인간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해성을 다투는 WTO 위생검역(SPS) 분쟁에서 과학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사실 환경이나 식품 안전 문제로 국가 간에 벌어지는 국제분쟁에서 그 승패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과학적 증거다.

이처럼 위생검역, 환경, 해양오염 등과 관련된 국제협정에는 과학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 많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통일된 조치를 추구하고자 국제기준을 설정한다. 국제기준은 한두 차례의 검토로 확정되지는 않는다. 담당 국제기구는 회원국들의 참여 아래 면밀한 과학적 검증을 통해 기준을 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한다.

일반적으로 식품 안전은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기준, 그리고 가축전염병과 관련된 사항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 기준, 인간 건강에 대해서는 세계보건기구(WHO), 그리고 방사능의 경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기준을 제시한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일본이 방류하려고 하는 오염수가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안전한지 일차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국제재판이 이뤄진다면, 재판부는 먼저 국제기준을 살펴볼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주권을 가진 개별 국가들이 국제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의무는 없다. IAEA나 WHO 등 국제기구에서 정한 기준보다 더 엄격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개별 국가가 상대 국가에게 국제기준보다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경우 이에 대한 과학적인 정당성을 제시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문제된 개별 국가의 조치가 국제기준보다 엄격한 경우 재판부는 과학적 정당성을 따지게 될 것이다.

아직 방류가 현실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일본에 대하여 국제법상 분쟁이 발생할지 여부를 예단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분쟁에 사전 대비해야 한다면 면밀한 과학적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오염수의 처리 과정과 보관, 그리고 원전 부지의 오염수 누출 등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일본에 투명한 정보의 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일본으로서도 자신들의 처리과정을 공개하고 협조해야 한다. 그것이 주변국들에 대한 도리이고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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