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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도시에서 대학의 역할

2026.10.21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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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생활의 변화로 지역 대학과 주변 상권이 함께 위축되고 있다. 대학별 학생 수에만 매달리기보다 공동교육과정과 전철·셔틀, 도시의 공공시설·기업을 연결해 학생들의 이동과 교류를 늘려야 한다. 지역 대학의 자율성과 특색을 살려 도시 간 배움과 만남의 기회를 넓힐 때 지역의 활력도 되살릴 수 있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내가 경남대학교에 임용된 2017년, 학교 앞 먹자골목인 '댓거리'에는 높은 건물마다 상가가 빼곡했다. 학생들은 수업 끝났다고 집에 가지 않고 동아리와 학생회 등의 명분으로 근처에서 선후배·동기들과 밥을 먹고 술잔을 기울였다. 수십 년간 제조업 고용이 줄어온 마산에서 대학은 청년들이 모여 지역을 젊게 유지하는 거점이었다. 십수 년 전보다 학생 수가 많이 줄었지만, 올해 기준 경남대 학부 재학생은 8,000여 명이다. 교직원은 1,000명이 넘고 대학원생까지 더하면 구성원이 1만 명을 넘는다. 이들이 학교에 오가며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방을 구한다. 대학이 강의실의 배움을 통해서만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 감소를 실감하는 곳도 학교 앞 상권이다. 한때 스크린 야구장과 만화카페가 있던 건물의 고층에는 불 꺼진 곳이 많다. 임대 표시조차 붙어 있지 않다. 언젠가 '뷰'가 좋다고 생맥주를 마시던 가게도 문을 닫았다. 남녀노소 좋아하던 상권 중심의 버거 매장도 철수했다. 공실의 원인을 학생 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대학과 주변 상권이 함께 위축되는 모습은 매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더해 코로나19 이후 대학에 머무는 방식도 달라졌다. 선배들을 통해 전수되던 학과와 동아리의 문화가 끊겼다. 학생들 가운데는 수업을 마치자마자 집으로 돌아가고, 수업 사이에 시간이 떠도 집으로 가는 이들이 많다. 잦은 회합과 회식이 낯선 학생들도 적지 않다. 예전 대학생활로 돌아가라고 요구할 수 없고, 될 일도 아니다. 다만 모일 계기가 줄어들면 학교 근처에 머물 이유도 줄어들고, 상권의 위축은 학생들이 만날 장소를 줄인다.

학생들의 행위 양식을 강제로 바꿀 수는 없다. 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조정도 필요하다. 오히려 대학마다 줄어드는 학생 수를 따로 걱정하는 데서 벗어나, 지역 대학들의 수업과 활동을 연결해야 한다. 경남대, 국립창원대, 경상국립대 등 6개 대학이 참여하는 'USG공유대학2.0' 같은 사업은 공동교육과정과 현장실습 등을 운영한다. 온라인 강의 중심의 이런 시도를 캠퍼스와 도시 사이의 일상적인 왕래로 넓혀야 한다.

다른 대학에서만 배울 수 있는 수업을 지정된 요일에 직접 가서 듣게 하는 것이다. 도시 사이는 전철로 연결하고, 역에 내리면 곧바로 캠퍼스행 셔틀버스를 탈 수 있어야 한다. 자가용 중심의 이동에서 벗어나 전철과 셔틀버스로 이동 수단을 바꾸는 '모달 시프트'가 필요하다. 노선만 그어 놓아서는 부족하다. 전철과 셔틀의 배차를 맞추고 저녁에 돌아올 차편까지 보장해야 한다. 이동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배움의 기회를 가로막아서는 곤란하다. 도심의 도서관과 공연장, 광역의 청년 허브, 기업의 작업장도 수업과 프로젝트 활동의 장소로 삼으면 대학과 도시의 접점이 늘어난다.

1일 부산 남구 국립부경대 대연캠퍼스에서 열린 학부대학장배 자유전공학부 전체 체육대회에서 참가 학생들이 '큰 공 릴레이' 경기를 하고 있다. 2026.4.1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일 부산 남구 국립부경대 대연캠퍼스에서 열린 학부대학장배 자유전공학부 전체 체육대회에서 참가 학생들이 '큰 공 릴레이' 경기를 하고 있다. 2026.4.1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학생들이 이동한 곳에서 함께 공부하고 식사하고, 지역 기업과 사람들을 만나며 머물 수 있어야 한다. 왕래가 잦아지고 흐름이 커지면 학생들의 생활 반경이 넓어지고 모이는 곳도 한 곳에 고정되지 않고 달라질 수 있다. 수업과 프로젝트, 문화활동을 따라 지역의 '핫플레이스'도 옮겨가고 상권도 갱신될 수 있다. 서울과는 다른 지역 대학과 지역의 경쟁력은 운동장을 넓게 쓰는 데서 올 수 있다.

도시경제학자 윌리엄 알론소는 작은 도시가 이웃 도시와 연결돼 더 큰 도시의 이점을 누리는 현상을 '차용 규모(borrowed size)'라고 불렀다. 각 대학도 연결을 통해 각자의 규모를 넘어서는 교육과 만남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재학생 수라는 저량에서 이동과 교류라는 유량으로 시야를 넓히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사립대학을 포함한 지역 대학들이 고유한 교육과정을 발전시킬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대학의 특색이 뚜렷해져야 학생들이 다른 대학과 도시를 찾아갈 이유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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