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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속에서의 의학적 판단

허대석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 겸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단장

2010.08.27 허대석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 겸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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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치될 수 있을까요? 산다면 얼마나 살 수 있나요? 어떠한 치료를 받게 되나요? 이 치료를 받으면 나을 수 있나요?” 본인이나 가족이 심각한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다면 위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의사들의 확실하지 않은 답변에 답답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 답변들은 “여러 가지 검사들을 더 해봐야 합니다. 환자마다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시간을 두고 더 지켜봐야 합니다” 같은 애매모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세브란스병원의 김할머니 사건의 중요한 쟁점중의 하나도 의학적 판단의 불확실성 문제로 생각될 수 있다. 가족들은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연명치료중단을 요구했으나, 병원은 회생가능성이 5-8% 있다고 판단하고 치료중단을 거부했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면 곧 돌아가실 것이라는 많은 전문 의사들의 예측과는 달리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도 200여일을 더 생존한 것은 첨단 과학으로 무장한 현대의학도 불확실성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의학적 판단에서 피할 수 없는 불확실성은 아이러니하게도 의학의 발달과 함께 더욱 커지고 있다. PET이나 유전자검사와 같은 기술이 발달할수록 진단은 세분화되고, 특정 질환의 일부환자에서만 효과를 보이는 신약이 개발될수록 의료 현장에서의 불확실성은 증대되고 있다. 예를 들면, 암이라는 진단도 조직검사에 의해서만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검사기법의 도입으로 더 세분화되고 그에 따른 치료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임상시험에서 20%효과를 보인 치료제인 경우, 효과를 보이는 20%에 속할지 혹은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발생하는 80%에 속할지 여부를 사전에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며, 동일한 질환에도 다양한 치료법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학적 판단의 불확실성 때문에 당황하는 환자와 오해를 받는 의료진이 있는 반면, 이런 점을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데 악용하는 사이비의료인들의 영역도 넓혀지고 있는데, 그들은 현대 의료기술이 복잡해지면서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없게 된 점을 이용하고 있다. 그로 인한 피해로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고 경제적 손실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의료기술을 공정하게 평가하여 관련 정보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공적 기능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앞으로 의학이 더 발전하더라도, 의학적 판단에서의 불확실성의 문제를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보건의료영역의 근거자료를 지속적으로 생성하고, 근거의 수준을 합리적으로 평가하여 객관적인 정보를 국민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알리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기상위성과 첨단 컴퓨터분석기술로 무장한 일기예보 시스템이 완벽하게 기상예측을 하지 못하더라도, 일기예보가 우리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국민들이 건강을 지키고 불필요한 경제적 손실을 입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서는, 의료기술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정보를 국민들에게 전달하고자하는 노력도 멈추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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