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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극적인 음악으로 승화시킨 ‘로미오와 줄리엣’

[클래식에 빠지다] 많은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준 로미오와 줄리엣(Romeo-Juilet)

2021.09.24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셰익스피어(Shakespeare)의 비극 중 하나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영화와 연극, 뮤지컬 등 여러 장르를 통해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탁월한 이야기꾼인 셰익스피어의 시선으로 그린 이탈리아 베로나를 배경으로 한 몬테규가와 카풀렛가 자제의 사랑이야기는 굳이 설명 안 해도 모두가 아는 스토리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가 온전히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학자들간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듯한데, 고대 로마의 시인이었던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중 <피라모스와 티스베(Pyramus and Thisbe)>는 바빌로니아의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세부적인 이야기를 제외하면 줄거리가 <로미오와 줄리엣>과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는 이 작품을 자신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에 극중 차용하고 있다. 아마도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쓰기 전에 이 작품을 시대에 맞게 각색해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고자 하였던 듯 하다.

또한 작품이 출간하기 전 영국의 시인 아서 브룩(Arthur Brook)이 쓴 장편 서사시 <로메우스와 줄리엣>은 이 소설의 원형이 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결국 온전히 셰익스피어의 힘으로 쓰여졌다고 보여지기 어려워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그의 4대 비극에 <로미오와 줄리엣>은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게 영감을 주었던 이 작품의 이야기는 많은 예술가들에게도 창작욕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소재가 되었는데, 그 중 몇몇 음악가들은 이를 아름답고 극적인 음악으로 승화시켰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장면.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유니버설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장면.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샤를 구노(Charles Gounod)

우리에게 구노는 바흐의 평균율1번의 바탕으로 작곡한 “아베마리아”의 작곡가로 익숙한데, 19세기 초 프랑스 태생의 구노는 아베마리아의 작곡자답게 종교음악에 많이 심취했었고, 성직자가 될 생각도 했다.

또한 실제로 그는 파리 외방전교회에 입회해 선교를 위해 조선으로 파견 올 계획이었다는데, 학생시절 프랑스의 뛰어난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로마대상(Prix de Rome)을 거머쥔 이후 로마로 유학을 떠난다.

그곳에서 멘델스존의 누이이자 재능 많은 예술가인 파니 멘델스존과의 교류로 독일의 종교음악에 빠져들었으며, 이탈리아의 오페라 역시 그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그의 작곡인생 초기에는 종교음악에 많은 뜻을 두었으나 낭만파의 대가들인 슈만과 베를리오즈를 만난 이후 가극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구노의 오페라는 강렬하고 화려한 이탈리아 오페라와는 다른 우아하고 고상하며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색채를 바탕으로 내면을 표현한 프랑스적인 오페라로 말할 수 있다.

아울러 성직자를 꿈꿨던 것처럼 삶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가졌던 그는 괴테와 셰익스피어의 문학작품들을 탐독했으며 그들의 작품을 오페라로 승화시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이 중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의 걸작 중 하나인데, 쥘 바르비에와 미셸 카레가 대본을 쓴 이 오페라는 프랑스어로 쓰여졌고 다소 원작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

4막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교회음악의 장중함을 표현하려고 파리스 백작과 줄리엣의 결혼식장면을 집어넣었고, 마지막에 로미오가 독약을 먹고 죽는 장면에서는 줄리엣이 일어나 같이 이중창으로 부르는 장면을 원작과 다르게 삽입했다. 이는 아마 당시 오페라가 남녀 주인공이 같이 피날레를 장식했기 때문인 듯 하다.

한편 대표적인 아리아로는 줄리엣의 ”꿈속에 살고파라”가 유명한데, 소프라노의 화려한 기교와 음악성을 보여주는 곡이다.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은 1867년도 작품으로 이전의 베를리오즈(L.H.Berlioz)나 벨리니(V.Bellini)의 같은 주제 작품도 있었지만 구노에 의해서 빛을 잃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다.

이후 프랑스 오페라는 그의 역작인 파우스트에서 희망을 보았는데, 이에 앞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이미 성공을 짐작한 듯한 작품이다.

◆ 차이코프스키(P.Tchaikovsky)

19세기 러시아의 대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또한 셰익스피어 마니아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햄릿>, <템페스트>, <만프레드> 등 셰익스피어의 7개 문학작품을 소재로 작곡을 했다.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 또한 그의 관현악곡에 포함되어 있는데, 교향시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이 곡은 그가 작곡한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많이 인기를 얻으며 널리 연주되고 있다.

이 작품은 민족주의 5인조의 수장인 발라키레프의 권유로 탄생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초연은 구노의 오페 라작품이 나온 지 2년 뒤인 1869년도에 스승인 루빈스타인의 지휘로 공연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다지 호평을 받지 못했고, 이후 1870년에 첫 번째 수정본이 나오고 1881년에 마지막 수정본이 출판되면서 음악적 완성도를 한층 더하게 되었다.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의 극적인 구성과 격투를 하는 듯한 음악적 표현은 표제음악과 극의 내용을 떠나서 당시 차이코프스키가 살던 민족주의와 서구주의가 반목하던 19세기 러시아의 시대상을 교묘하게 보여주는 느낌마저 든다.

이 곡은 크게 4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장중한 도입부는 수도사 로렌스를 표현하고 있고 두번째 부분은 두 가문간의 결투씬이라 볼 수 있다.

이어 세번째 부분은 비올라와 호른, 바이올린이 사랑의 테마를 연주하고, 마지막은 하프의 분산화음과 관악기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을 애절하게 그리며 장중하게 피날레를 장식한다.

작품번호를 나타내는 오푸스(opus) 번호가 없는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1870년 이후 후반기 작품활동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만프레드 심포니나 그의 역작인 교향곡 4, 5, 6번은 환상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없었더라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여려 평론가들과 연구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 프로코피에프(Sergei Prokofiev)

20세기 초 우크라이나 출신의 음악가 프로코피에프는 오랜 망명생활을 끝내고 1933년 당시 소련으로 다시 돌아왔고, 2년 후 그가 선보인 음악은 서사적인 색채가 강한 대작들로 이전의 모더니즘적인 느낌에서 많이 달라진 고전풍의 사실적인 음악이었다.

프로코피에프가 2차대전에 앞서 작곡한 여러 곡 중에는 바이올린 협주곡2번과 모음곡 <피터와 늑대>가 있지만, 발레 음악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의 창작력이 최고조를 향했던 시점에 작곡된 걸작 중 하나다.

지금은 관현악 모음곡과 피아노곡으로 편곡된 작품으로 연주가 많이 되는 이 곡은 원래 발레 곡으로 먼저 작곡이 되었고, 작품을 널리 알리고자 프로코피에프 자신이 편곡을 한 것이다.

베를리오즈와 구노, 차이코프스키까지 로미오와 줄리엣을 주제로 한 작품을 들어본 프로코피에프는 발레 곡으로도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젊은 시절 전설적인 제작자인 디아길레프(S.Dyagilev)를 만난 프로코피에프는 그를 통해 오페라와 발레 등 여러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발전했는데, 이 작품에는 그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편 발레 작품이 나오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먼저 작품을 의뢰한 키로프(Kirov Ballet)) 극장 측에서 계약을 파기하자 프로코피에프는 볼쇼이(Bolshoi Ballet)와 작품에 대해 상의했다.

또한 원작처럼 비극으로 끝나기를 고수했던 그와 다르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길 원했던 볼쇼이 측의 대립으로 공연은 순탄치 않았다.

결국 극장 측이 원하던 결과로 주요 부분은 발레조차 없이 초연되었지만, 그가 편곡한 모음곡이 인기를 끌자 여러 번의 수정을 거치며 결국 1940년 키로프극장에서 첫 공연을 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마치 명곡은 언제가 알려지는 것처럼, 이후 1946년부터 볼쇼이도 꾸준히 작품을 올리기 시작했다.

도입부분의 장엄하며 대담하면서 현대와 고전의 서정적 요소를 잘 조합한 그의 작품은 마치 구시대와 현재를 이어주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처럼 “고전이란 현대를 반추하는 거울”과 같다고 말하는 듯하다.

◆ CODA

셰익스피어의 언어로 재탄생했다고 볼 수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시대를 뛰어넘은 명작으로 많은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오페라와 교향시 그리고 발레 곡 등 다양한 장르와 확고한 위치로 음악사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작품인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또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현대판 버전이라고 할 수 있으며, 대중예술인 영화로도 여려 편이 만들어졌다.

이렇듯 사랑이란 감정의 숭고함을 통해 인물묘사와 군상들의 표현, 인간에 대한 통찰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인간적 한계와 운명의 굴레에 대한 현대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앞으로도 여러 예술가들 통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콘텐츠로 재결합해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 추천음반

구노의 오페라는 실제 부부 사이였던 로베르토 알라냐(R.Alagna)와 안젤라 게오르규(A.Gheorghiu)의 하이라이트 음반과 프랑코 코넬리((F.Corelli)와 미렐라 프레니(M.Freni)의 음반을 추천한다.

차이코프스키의 환상서곡 작품은 솔티(G.Solti)의 시카코 심포니와 아바도(Abbado)와 베를린필의 합주를, 프로코피에프의 관현악작품은 무티(R.Muti)의 연주를 꼽고 싶으며 므라빈스키(Mravinsky)와 레닌그라드필의 연주도 극적인 명연이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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