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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한반도 정세의 변수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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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이재명 정부는 외교의 문을 활짝 열었다. 한중과 한일 정상회담을 연달아 열어, 한국 외교의 '전략적 자율성'을 높였다.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세계적 차원의 구조적 갈등과 동북아시아 지역 차원의 중일 갈등 사이에서 움직일 공간을 만들어냈다.
외교는 움직여야 역할이 생긴다. 남은 것은 남북 관계다. 세계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이 필요하다.
한반도 정세의 세 가지 변수
한반도 정세는 국제 질서의 영향을 받는다. 남북 양자관계가 상호 인식과 정책에 따라 대립과 협력 사이에서 변할 수 있지만, 변화의 방향과 속도는 한반도 주변 정세에 따라 달라진다. 남북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정세의 주요 변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러·우 전쟁의 종전이다. 전쟁이 끝나야 북러 관계도 달라지고, 북한의 외교적 전략의 우선순위가 변한다. 북한은 러·우 전쟁에 참전하면서 러시아로부터 외교·경제·군사 분야에서 지원받고 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효과가 줄었고, 러시아에서 얻은 외화의 증가로 북·중 접경무역이 활성화됐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심축으로 외교 전략을 펼치면 북미 관계나 남북 관계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다.
전쟁이 끝나야 미·러 관계도 달라지고 한러 관계도 재개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종전 협상의 구조와 내용을 살펴보면 당분간 러·우 전쟁의 조기 종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린란드 문제를 포함해 미국과 유럽의 외교관계가 악화하면서 동맹국 내부의 단일 협상안을 마련할 수 없고, 미국의 중재도 한계를 보인다.
언제나 전쟁은 마음먹은 대로 시작해도, 끝내고 싶을 때 끝낼 수 없다. 전쟁의 결과인 상처를 치유하고 분노를 가라앉히는 데 시간이 걸린다. 특히 영토의 조정 문제는 단순히 전력의 물리적 우위를 넘어선다.

둘째는 북미 관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두 번 중국을 방문한다. 4월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고, 11월에 선전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하는 시점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외교적 성과를 만들려면 4월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4월 베이징 방문 계기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북미 관계가 풀려야 남북 관계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은 변수가 많다. 만남이 이뤄져도 만남과 협상 사이에는 거리가 존재한다. 북한의 태도도 중요하다. 북한은 대미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미국을 불신하고 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으로 북한의 불신은 더 커졌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국제규범이 무너지고 군사적 개입이 늘어날수록 북한은 핵 보유에 집착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적대성'이 줄어 들었지만, 여전히 북한은 두 국가론을 유지하고 국경화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9차 당대회의 개최 시점과 당규약에 '두 국가론'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반영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이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실질적인 관계 회복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한반도 평화공존' 위한 세 가지 과제
첫째는 외교를 통한 환경 조성이다. 한미 관계를 통해 북미 관계 재개의 환경을 만들고, 한중 관계를 통해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러·우 전쟁이 끝나는 대로 한러 관계를 회복해서 남북러 삼각 협력 사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한일 관계에서 대북 정책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전략적 소통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남북 양자관계에서 불신을 신뢰로 전환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의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서 국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돌아갈 때다.
둘째, 선제적 조치의 필요성이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서 핵심은 적대성이다. 적대관계가 두 국가론의 원인이기 때문에 어떻게 적대성을 완화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대북 방송과 대북 전단 문제에서 선제 조치를 통해 북한의 호응을 유도한 바 있다. 접경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가능한 수준에서 선제 조치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호응 여부에 따라 9·19 군사합의의 복원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국민 합의의 중요성이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정체성 정치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대북 정책은 국내적으로 정체성 정치의 주요 구성요소다. 심화되는 정치적 양극화의 현실에서 대북 정책의 초당적 협력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북 정책에서 다수의 합의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국민적 의견 수렴의 문을 열고, 사회적 대화를 확대하고, 널리 지혜를 구해야 한다.
'일관성'과 '인내심' 필요
세계질서는 급변이나 격변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하다.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국면이다. 동북아시아 지역이나 남북 관계는 다른 지역의 정세와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과거와 달리 세계는 연결돼 있고, 다른 지역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남북 관계를 예측할 수 있어야 변화에 대응능력이 생긴다.
악화의 시간이 길수록 불신이 높을수록 관계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서두르지 말고,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고 충분히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북한에 대한 메시지에서 핵심은 방향이다. 평화와 공동 번영의 의지를 일관성 있게 발신해야 한다. 현안에 대해 정부가 한목소리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노력하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 김연철 인제대 교수 / 전 통일부 장관
성균관대에서 북한의 정치경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 문재인 정부때 통일연구원 원장,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현재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이며,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협상의 전략>(2016), <70년의 대화: 새로 읽는 남북관계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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