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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의 활성화와 여성 과학기술정책 인력

이공계에서의 여성 대표성은 잘 알려진 문제다. 여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전체 숫자가 적으니 롤 모델을 발견하기도 어렵고, 여성에 대한 고착된 편견이 잘 시정되지 않는다는 악순환의 구조가 언급되곤 한다.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공계 여학생 문제는 학부수준까지는 적어도 수량적 관점에서 점차 해소되고 있다. 한국은 공과대학의 24.5%가 여학생이다. 공대생 넷 중 한 명이 여성이라는 말이다. 좀 더 넓혀서 보면 자연계열은 53.2%이고, 이공계 전체로 하면 33.1%가 여학생이다. STEM(과학·기술·엔지니어링·수학) 전공자 중 여학생의 비중은 이제 OECD 국가에서도 높은 축에 속한다. 졸업자 중 여성 관점으로 보면 OECD 국가 평균은 33.5%, 한국은 27.6% 수준으로 빠르게 좁혀지는 중이다.
하지만 학부 졸업 이후의 커리어 패스 형성과정에서 성별간의 성과가 엇갈린다. 노동시장에서, 상위 직능으로 갈 수 있는 정규 교과 과정인 대학원 과정에서 여성 대표성이 떨어지게 된다. 국내 연구개발 인력 가운데 여성은 23.7%로 입학생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고용의 질까지 고려하면 여성의 지위는 빠르게 추락한다. 이공계 박사인력 중 여성 비중은 OECD 평균 38.3%, 한국 23.9%로 14.4%p 차이가 난다. 요컨대 여성 STEM 인력의 노동시장 진입이나, 대학원 진학과 학위 취득에서의 여성 대표성을 계속 OECD 평균에 맞춰보며 이공계 여학생들이 균등한 기회를 부여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과기부(WISET) 등에서 수행하는 과업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가려진 문제가 있다. 전반적인 이공계 여성들의 고용 사정이 지역에 따라 판이하게 다르다는 문제다. 중화학공업의 생산 기지인 남동임해공업지역이나, 주요 산업도시에서 여성들의 채용이 과소하다. 일단 생산직은 예전 경공업이나 반도체 등 특정 몇 개의 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남성들이 수행한다. 울산·창원·거제·포항으로 이어지는 동남권 중화학공업 벨트는 1970~80년대 조선·기계·철강·자동차를 축으로 일어섰고, 그 노동시장은 처음부터 남성 생산직을 표준으로 짜였다.
그나마 설계·연구개발 같은 엔지니어 직무는 여성에게 점차 열리고 있다. 그런데 2010년대 이후 주요 제조 대기업이 제품 혁신을 주도하는 R&D·설계 본부를 수도권과 판교로 옮기면서, 동남권에는 주로 공정 중심의 생산 기능이 남았다. 정작 여성이 진입할 만한 엔지니어 일자리가 지역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공장에서도 여성을 많이 고용하는 회사는 반도체 회사 정도이고, 이 회사들 역시도 수도권에 묶여 있다. 이러다보니 동남권의 성비를 보면 20대 성비는 경남 126.6, 울산 129.7 수준이다. 여성들이 선호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일자리를 비수도권에서 창출하는 것 만큼이나, 산업도시의 제조업 중심성 속에서 여성 STEM 인력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가 된다.
해법은 누수가 일어나는 바로 그 길목, 여학생들의 '교육에서 고용으로' 넘어가는 지점에 둬야 한다. 어느 전공을 이수한 졸업생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만큼 여성들을 채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메가 특구, 지역균형특구 다양한 특구, 국민성장펀드 등 새롭게 생겨날 기업, 연구개발기관에 대한 투자 과정에서 새로운 인력 충원의 원칙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여성할당이 아니고, 전공별 졸업자들이 도전하는 노동시장에 균등한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인위적 목표치가 아니라 이미 길러낸 인력 풀을 기준 삼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 때 지역이 키운 이공계 여성이 지역에 남을 이유가 좀 더 커진다. 모든 지역들이 우수한 이공계 인력을 원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지역 산업의 엔지니어 성별 다양성을 높여보는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 지역이 키운 엔지니어가 그 지역에서 자리를 얻을 때, 청년 여성의 유출도 비로소 멈출 수 있다.
◆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정치학, 문화인류학을 거쳐 공학 박사(과학기술정책 전공)를 받았다. 제조업, 엔지니어, 산업 생태계에 대해서 현장 연구를 수행 중이다. 저서로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2019),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202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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