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콘텐츠 영역

먹고싶다, 골목의 맛

'추석 음식' 남았을 때…'갈비찜 잡채볶음밥'과 '전 두루치기' 어때요?

2025.10.01 박찬일 셰프
글자크기 설정
인쇄하기 목록
명절 음식은 아무래도 좀 남는다. 갈비를 하는 집은 귀한 것이니 보통 양념만 냄비 안에 조용히 깔려 있다. 잡채도 좀 있을 테고, 전도 자투리며 인기 없는 건 냉장고에 남아 있다. 데워 먹으면서 명절의 여운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다른 요리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갈비찜 잡채볶음밥'과 '전 두루치기'를 만들어보자.
박찬일 셰프
박찬일 셰프

올해 추석은 아주 '맞춤'하다. 이르지도 늦지도 않다. 물론 사과와 배가 모두 잘 익기에는 이르지만, 추수기에 얼추 맞는다. (추석이 추수의 감사 축제이자 제사인 것인 다들 아시겠죠?) 

날씨도 좋고 시절도 나쁘지 않다. 언제는 우리가 태평성대만 있었나. 그 고난의 시간을 견디게 해준 건 또 명절이 아니었을까. 차려 먹고 마시고 다시 매무새를 다듬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12일 오전 대구 달서구 월성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대한적십자사 대구달서구협의회와 다문화가족이 함께하는 추석맞이 차례상 차리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음식을 차례상에 올리고 있다. 2025.9.12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석 명절을 앞두고 12일 오전 대구 달서구 월성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대한적십자사 대구달서구협의회와 다문화가족이 함께하는 추석맞이 차례상 차리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음식을 차례상에 올리고 있다. 2025.9.12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석은 '차례상'이다. 차례는 문자 그대로 '차를 올려서 조상에게 봉양하는 상을 갖추는 것'이다. 차는 아시아에서 가장 고급지고 가치 있는 음료였다. 물론 이제는 상징적으로 남아 있다. 

추석 상은 설 상과 다르게 송편을 놓는다. 다른 음식은 당대에는 집집마다 별 차이가 없지 싶다. 갈비며 잡채 먹는 집이 많다. 갈비찜 대신 LA갈비 구워 먹는 집이 늘고 있는데 여전히 갈비찜은 추석 같은 명절상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곤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추석에도 차례상에 올리는 '갱'이라 하는 소고깃국이 고기의 전부였다. 간혹 산적을 굽는 용도로 고기가 있긴 했지만 그 양이 아주 적었다. 고기가 비쌌다. 수입 고기도 없던 시절이었다. 

잘 사는 친척집에서는 명절에 소고기 갈비찜이 올라왔다. 그 맛은 형언할 수도 없다. 오랫동안, 아니 지금도 내 꿈 중의 하나는 소갈비찜을 실컷 먹어보는 것이다. 

갈비는 과거에도 아주 귀한 것이었던 모양이다. 명절만 되면 갈비가 품귀라는 기사가 60, 70년대 신문기사에 흔하다. 잘 사는 집을 묘사할 때 종종 '갈비를 쟁여놓고 사는 집'이라는 표현을 썼다. 

갈비는 두 가지 요리 방식이 있다. 구이와 찜. 구이는 사 먹는 것, 찜은 집에서 먹는 것이었다. 우리집에서 소갈비 대용으로 돼지갈비찜을 먹을 수 있던 건 1980년대의 일이었다. 

갈비찜은 사실 어떻게 요리해도 비슷한 맛이 나온다. 배합이 어려우면 그냥 시중에 파는 양념장을 써도 된다. 

간장, 설탕, 마늘, 양파, 파, 후추, 술을 넣고 반나절에서 하루 쯤 냉장했다가 푹 끓이는 게 전부다. 피를 빼는 과정이 들어가기도 하는데, 싱싱한 갈비라면 생략해도 된다. 무와 당근을 넣어도 좋다. 

무르게 푹 삶고 뼈가 쑥 빠질 정도면 다 익은 것이다. 압력솥을 쓰면 에너지가 절약된다. 단, 너무 오래 삶으면 살이 무르다 못해 무너진다. 

갈비와 궁합이 좋은 건 잡채다. 명절에는 보통 잡채를 하는 집이 많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이용해 볶음밥을 만들어보련다. 

소갈비찜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소갈비찜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명절 막바지, 냉장고에 둔 갈비찜 냄비를 열어보면 살점은 없고 양념과 물러진 당근 따위만 남아 있다. 여러분 댁에서는 어떤지 몰라도, 나는 이게 너무도 반갑다. 맛있는 볶음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뼈 같은 것을 추려내고 소스를 한 국자 퍼낸다. 딱 일인분의 밥을 볶기에 딱 맞다. 다른 재료는 고추장 반 큰 술과 잡채, 김가루 약간이면 '오케이'다. 

궁중팬 같은 걸 달구고 갈비소스를 넣는다. 뜨거워지면 잡채와 밥을 넣는다. 잘 풀어줘가면서 섞는다. 식용유는 넣지 않는다. (갈비소스와 잡채에는 이미 기름이 충분하다!)

다 섞이면 고추장 반 큰 술을 넣어 섞어가며 마무리한다. 김가루를 뿌리고, 원하면 다진 파를 넣어도 좋다. 고추장은 사실 단맛과 매운맛을 더해주기 위한 것인데, 신김치 다진 것으로 바꿔도 된다. 맛 없다면 환불(?)해 드린다 (^^. 맛 보장!)

명절의 기본 음식은 전이다. 전도 대체로 남는다. 전을 다시 부쳐 먹어도 맛있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요리를 제안한다. 두루치기다. 두루치기란 조림이나 볶음과 비슷한데 사실 딱 나누는 경계는 없다. 즉석 요리 느낌이 더 강하달까. 

재료는 잘 익은 김치, 파, 고춧가루, 다진 마늘, 캔 참치, 치킨스톡이면 된다. 먼저 냄비에 식용유 한 술을 넣고 달군 후 다진 마늘과 파를 넣어 가볍게 볶는다. 

캔 참치는 넣고 휘휘 저은 후 물을 붓고 치킨스톡을 조금 넣는다. 김치와 전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고 고춧가루 넣어 바글바글 끓이면 두루치기 완성이다. 

전 중에 두부전이 남았다면 더 맛있는 게 이 두루치기다. 그냥 두부를 넣어도 좋다. 맛을 보고 국간장이나 소금 간을 하면 된다. 국물이 적당히 '짜글이'처럼 되면 좋다. 전에서 기름이 충분히 나와서 국물이 진하고 깊어진다. 

아아, 이번 추석은 제법 길다. 하지만 이 두루치기를 먹을 때쯤이면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갔다고나 할까. 

박찬일

◆ 박찬일 셰프

셰프로 오래 일하며 음식 재료와 사람의 이야기에 매달리고 있다. 전국의 노포식당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일을 오래 맡아 왔다.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등의 저작물을 펴냈다.

하단 배너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