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콘텐츠 영역

"전 세계가 따라한 춤, 시작은 태권도…태권도 동작 춤 장르로 만들고 싶어"

2026.01.14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K-공감>
말하기 속도

본문 듣기를 종료하였습니다.

글자크기 설정
인쇄하기 목록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한복 차림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하성진 안무가가 만든 '소다팝' 안무를 따라 춤추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한복 차림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하성진 안무가가 만든 '소다팝' 안무를 따라 춤추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DB


소다팝 안무 메이커 하성진
2025년 최고의 화제작을 꼽는다면 단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다. 6월 20일 공개 이후 석 달도 채 되지 않아 누적 시청 수 3억 회를 돌파하며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본 영화로 올라섰다. 주인공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Golden)'은 애니메이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최초로 빌보드 '핫100' 1위를 달성했고, 작품에 등장하는 한국 전통문화를 직접 경험하려는 관람객이 몰리며 국립중앙박물관 연간 방문객도 65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1945년 개관 이래 최다 관람객 수다. 연말에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케데헌'을 '올해의 혁신적 작품'으로 선정하며 표지에 헌트릭스 멤버 루미·미라·조이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성진 안무가가 태권도 품새인 얼굴 막기, 몸통 막기 등의 동작을 녹여 만든 '소다팝' 안무를 시연하고 있다.
하성진 안무가가 태권도 품새인 얼굴 막기, 몸통 막기 등의 동작을 녹여 만든 '소다팝' 안무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한국 안무가 세계의 기준이 되다
열기는 해를 넘겨서도 식지 않았다. 북미 비평가 단체가 주관하는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동시에 거머쥐었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극 중 보이그룹)가 누리소통망(SNS)에서 언급되는 횟수가 레이디 가가나 에드 시런 같은 유명 팝스타를 앞지른다며 "케데헌의 황금기는 2026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K-콘텐츠는 '수출되는 문화'가 아니다. 전 세계 대중문화의 문법을 바꾸는 기준이 됐다. 가상의 캐릭터가 추는 안무를 세계 팬들이 따라 추는 장면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 거대한 흐름 뒤에는 수많은 '보이지 않은 창작자'가 있다. '케데헌'의 캐릭터들이 K-팝의 리듬으로 살아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움직임을 만든 안무가가 하성진(27) 씨다.

하 씨는 사자보이즈의 대표곡 '소다팝(Soda Pop)' 안무를 맡았고 '하우 잇츠 던(How It's Done)'과 '유어 아이돌(Your Idol)'의 안무 제작에도 참여했다. 특히 '소다팝' 안무의 90%는 그의 작품이다. 사자보이즈가 '캔 따는 소리'에 맞춰 음료를 마시는 듯한 춤 역시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그는 원어스, 레인즈 등 보이그룹 안무가로도 활동 중이다.

'케데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구상 단계부터 7년이 걸렸다. 매기 강 감독은 '골든'의 완성본을 찾기 위해서만 7~8개의 버전을 거쳤다고 밝힌 바 있다. 주인공이 K-팝 가수인 만큼 음악에 입힐 안무를 완성하는 과정 또한 작품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였다. 하 씨는 2023년께 '케데헌' 제작에 합류했다. 네 곡의 안무를 의뢰받아 곡마다 세 가지 버전을 만들었고 총 12개의 시안을 제작하는 데 석 달이 걸렸다.

"준비 기간이 꽤 빠듯했어요. 화상회의로 매기 강 감독님, 제작자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콘셉트를 맞춰갔죠. 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태권도를 어떻게 재밌게 녹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창작이라 정말 즐거웠습니다."

하 씨는 태권도 기반 퍼포먼스 팀 'K타이거즈'의 멤버다. K타이거즈는 2025 G20 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와 경주에서 열린 2025 APEC 정상회의 등 굵직한 국제무대에서 태권도의 역동성을 선보여 왔다. '소다팝' 안무 곳곳에도 태권도 품새에서 출발한 동작이 스며있다. 얼굴 막기, 몸통 막기, 찌르기 같은 기본 동작들이다. 이 곡에서 그의 안무가 대다수 채택된 배경에는 매기 강 감독이 찾고 있던 '한국적인 몸짓'이 있었다. 다만 그것을 정통 태권도처럼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소다팝은 청량하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안무, 갓 데뷔한 아이돌 그룹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있었어요. 실제 아이돌 그룹으로 치면 투어스(TWS) 같은 이미지였죠. 대놓고 '이건 태권도 춤이야!'라고 보이면 거부감이 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태권도지만 태권도가 아닌 것처럼 자연스럽게 춤 안에 녹이려고 했어요."

'소다팝'이 밝은 콘셉트라면 '유어 아이돌'은 정반대였다. 감독이 건넨 키워드는 '저승사자'와 '영혼', 노래로 팬들의 영혼을 빼앗는다는 설정이었다. 그는 이 이미지를 손가락과 눈가림, 몸의 각도로 표현했다.

"도깨비불이 있다고 상상하고 손가락으로 영혼을 끌어오는 느낌을 만들었어요. 현란한 동작보다는 섬세한 제스처에 집중했어요. 이 곡 하나에만 한 달이 걸렸습니다."

태권도 품새 녹인 춤 세계를 홀리다
매기 강 감독과 제작진이 연습실을 찾아와 안무 시연을 지켜봤지만 그는 특별히 긴장하지 않았다. 안무가로서 시연은 익숙한 일이었고 이 작품이 이 정도의 세계적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던 때였다. 자신의 안무가 실제로 쓰였다는 사실도 작품 공개 이후 며칠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한 아이돌 출신 가수가 올린 '소다팝' 커버(원작의 안무나 노래를 따라 한) 영상에서 자신이 만든 동작을 발견하면서다.

"처음엔 '뭐지?' 싶어서 놀랐고 작품을 찾아보니까 진짜 제 안무인 거예요.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몰랐어요. 조금 알려지겠지 정도였는데 반응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감격스러웠어요. 무엇보다 사람들이 제 춤으로 챌린지(안무를 따라 추는 숏폼 콘텐츠)를 찍어준다는 게 정말 감사했어요."

2025년 9월 열린 '2025 서울 헌터스 페스티벌'에서는 내·외국인 수백 명이 '케데헌' OST와 안무로 경연대회를 펼치는 장관이 연출됐다. 안무가의 위상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때 스타의 뒤를 받쳐주는 존재로 여겨졌던 안무가는 이제 음악보다 퍼포먼스를 먼저 찾아보는 소비자들 속에서 콘텐츠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한 곡의 흥행을 가르는 기준으로 안무를 빼놓을 수 없고 가상의 인물조차 춤으로 정체성을 갖는 시대가 됐다.
하 씨는 이 변화를 하나의 산업적 전환으로 본다. 해외 안무가에게 춤을 사오던 시대에서 한국 안무가 세계의 기준이 되는 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높아진 위상과 달리 창작자의 권리는 그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 안무에 별도의 저작권이 없어 전 세계로 퍼지는 동작이 수많은 2차·3차 콘텐츠를 낳아도 창작자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없는 경우가 많다.

"안무에 저작권이 생기면 단점도 있을 수 있어요. 춤의 선이나 기본기까지 모두 권리로 묶이면 다른 사람들이 자유롭게 쓰기 어려워요. 하지만 안무도 하나의 작품이자 창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 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10년 넘게 태권도 시범단 선수로 활동해 왔다. 춤을 배운 적은 없다. K-팝을 좋아해 혼자 따라 추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태권도와 춤을 접목해 왔다. 당시 시범단이 가수 태양의 '링가 링가'를 커버한 영상이 화제를 모았고, 태양이 이를 직접 홍보하면서 태권도 동작을 풀어낸 퍼포먼스는 새로운 장르처럼 받아들여졌다. 이후 전통 무술의 움직임을 현대적인 리듬에 얹는 방식은 그의 정체성이 됐다. '케데헌'은 그 정체성이 세계 대중문화 속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보이그룹 사자보이즈.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보이그룹 사자보이즈. 사진 넷플릭스


해외 팝 가수가 한국 안무가 찾아오는 시대로
그는 태권도를 하나의 춤 장르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힙합이나 왁킹처럼 태권도 역시 세계 무대에서 통용되는 퍼포먼스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태권도가 정통 무술을 넘어 K-문화 안에서 숨 쉬는 예술로 확장되면 좋겠어요. 언젠가는 태권도 기반 춤도 하나의 장르로 불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K-콘텐츠의 성공은 더 이상 스타 한 명의 이름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콘텐츠의 밑바탕을 뒷받침하는 창작자들이 있다. 하 씨 외에도 안무가 리정과 더블랙레이블의 프로듀서인 테디, 24, ido 등 K-팝 메이커들이 '케데헌'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함께 만들었다. 작품 곳곳에는 멜로망스 '사랑인가 봐', 트와이스 'Strategy' 등 실제 K-팝 히트곡도 등장한다. K-팝 팬에게는 '찾는 재미'를, 해외 시청자에게는 한국 대중음악의 스펙트럼을 보여준 장치였다. 결국 '케데헌'은 K-팝 메이커들이 완성한 집단 창작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하성진 씨의 안무는 전 세계 관객과 가장 직접적으로 만나는 몸의 언어였다. 하 씨는 그 언어를 찾아 전 세계에서 몰려들 날을 꿈꾸고 있다.

"해외 대형 쇼핑몰에서도 K-팝이 흘러나와요. 어느 순간 여기가 한국인지 해외인지 헷갈릴 정도로 K-팝이 일상이 됐다는 걸 느낍니다. 해외 팝 가수들이 한국 안무가를 찾아와 춤을 만들어 달라고 말하는 날도 머지않았다고 생각해요."

<K-공감 이근하>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K-공감> 바로가기

하단 배너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