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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백토의 역사 천 개의 백자로 만나다

개관 20년 양구백자박물관을 가다

2026.10.21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K-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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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백자박물관의 대표 전시 '양구 백토, 천 개의 빛이 되다'. 양구 백토로 빚은 1000여점의 작품이 유리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사진 유운상
양구백자박물관의 대표 전시 '양구 백토, 천 개의 빛이 되다'. 양구 백토로 빚은 1000여점의 작품이 유리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사진 유운상

조선 왕실의 백자를 빚던 흙이 600여 년의 시간을 건너 현대 도예가들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은 조선 왕실 백자의 원료인 백토를 공급한 주요 산지다. 양구백자박물관은 이 흙에 깃든 역사와 가치를 알리고 전통을 오늘의 도예로 잇는 공간이다.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은 양구백자박물관을 찾아 양구 백자가 품은 역사와 새로운 가능성을 만났다.

도자기는 크게 도기(陶器)와 자기(磁器)로 나뉜다. 도기는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구워지는 반면 자기는 고온에서 굽는다. 도기가 부드럽고 투박한 느낌이라면 자기는 표면이 단단하고 치밀하다. 두드리면 맑은 금속성의 소리가 나는 것도 특징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자기 제작 기술은 고려로 전해져 중국인들도 감탄한 고려청자로 꽃피었고, 조선백자로 이어졌다. 조선백자의 독자적인 아름다움의 바탕에는 흙이 있었다. 양구에서는 고려시대부터 도자기 생산이 이어졌으며, 조선시대에는 광주 분원에 백토를 공급하며 왕실 백자의 역사와 함께했다.

9월 초 찾은 양구백자박물관에서는 양구군 일대에서 발견된 옛 가마터와 백자 유물부터 현대 도예가의 작품까지, 양구 백토가 빚어낸 시간의 흔적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600년 시간의 흔적이 한곳에

박물관에 들어서면 먼저 양구 백토로 만든 조선백자와 도침·갑발 등 가마에서 사용했던 요도구를 만날 수 있다. 영상실에서는 양구 백자의 역사와 도자 제작 과정을 소개한다. 입구에는 양구 백자로 만든 기념품을 판매하는 뮤지엄숍도 마련돼 있다.

도자문화역사실은 세 공간으로 나뉜다. 먼저 개방형 수장고에서는 박물관이 소장한 백자를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관람객의 접근이 제한되는 수장고의 일부를 전시 공간으로 공개한 것이다. 수장고 안으로 들어가 소장품을 둘러보거나 창문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볼 수도 있다.

양구백자박물관은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사진 유운상
양구백자박물관은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사진 유운상

현대백자실에서는 양구 백토로 빚은 현대 도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 행사 등을 통해 기증받은 작품들로, 양구의 흙이 오늘날 어떤 모습의 백자로 다시 태어나는지 보여준다. 호주 도예가 스티브 해리슨이 기증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한국의 전통 자기인 백자를 외국 도예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동선을 따라 걷다 보면 마지막으로 '양구 백토, 천 개의 빛이 되다' 전시를 만날 수 있다. 박물관의 대표 전시다. 양구 백토를 국내 도예가 1000명에게 제공하고 이들이 만든 작품을 기증받아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조선시대 왕실 백자의 원료였던 양구의 흙이 오늘날에는 수많은 도예가의 손을 거쳐 저마다 다른 작품으로 탄생했다. 

양구백자박물관 소장품인 '백자청화화조문병'. 사진 양구백자박물관 누리집
양구백자박물관 소장품인 '백자청화화조문병'. 사진 양구백자박물관 누리집

3년에 걸쳐 모은 작품들이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천장까지 이어진 거대한 유리벽 안에 1000여 개의 작품이 층층이 쌓여 있어 압도적이다. 같은 흙에서 출발했지만 형태와 색감, 표현 방식은 제각각이다. 오랜 역사를 품은 양구 백토가 동시대 작가들의 손끝에서 무한한 가능성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 야외에도 도자기로 만든 조형물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전시실을 둘러본 뒤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조형물을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6·25전쟁 이전까지도 도자기 생산이 이어졌던 양구는 조선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 우리나라 도자산업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양구백자박물관은 이러한 양구 백자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전통과 현대를 잇는 백자 전문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가을에 양구를 찾는다면 신진 도예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기회도 있다. '여기로부터, 양구 2026 신진작가展'이 10월 3일부터 11월 8일까지 양구백자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전국 18개 대학의 신진작가 50여 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양구백자박물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입장 마감은 5시 30분이다. 1월 1일과 설·추석,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 첫 번째 평일에 쉰다. 관람료는 3000원이다. 단 7세 이하, 65세 이상, 장애인 및 보호자 1인, 국가유공자는 무료다. 매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도 무료 관람이다.

2026 한복문화주간(10월 19~25일)에는 '한복패스'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한복을 입고 방문하면 입장료가 면제되고, 선착순 10명에게 도자기 체험 무료 혜택도 주어진다. 

단체관람은 사전예약을 권장한다. 공식 누리집(yanggum.or.kr) 또는 대표번호(033-480-7238)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백자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
직접 흙을 만지며 나만의 '백자'를

양구백자박물관을 찾은 한 관람객이 전기물레를 이용해 백자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양구백자박물관을 찾은 한 관람객이 전기물레를 이용해 백자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전시를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흙을 만져보고 싶다면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해보자. 양구백자박물관에는 전기가마와 가스가마, 전통 방식의 장작가마 가 마련돼 있다. 흙을 반죽하고 형태를 만드는 과정부터 직접 가마에 구워 도자기를 완성하는 과정까지 경험할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은 손으로 직접 흙을 빚는 '일반체험'과 전기물레를 이용하는 '물레체험' 두 종류다. 일반체험은 개인 1만 5000원, 20인 이상 단체는 1만 4000원이다. 물레체험은 개인 2만 원으로, 강사의 도움을 받아 백자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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