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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아기 보호하는 ‘베이비 박스’ 당신의 생각은?

영아 유기 조장 우려되지만 마땅한 대안 없어…미혼모 시설 늘려야

2011.12.08 정책기자 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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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교회 앞에 한 아이가 담요에 꽁꽁 싸인 채 버려져 있더라고요. 아이를 발견하고는 바로 방 안으로 데려왔어요. 그 때가 2007년 5월이었는데 꽃샘추위가 강했습니다. 그 때 교회 차원에서 안전하게 아이를 갖다 놓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봤어요. 그 때 고안해낸 게 바로 ‘베이비 박스’이지요.”

지난 2009년 시작해 올해로 3년째 베이비 박스를 운영 중인 주사랑공동체 교회 이종락 목사의 이야기이다. 이 목사는 “체코에서 베이비 박스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체코의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목사도 처음에는 한국에서 베이비 박스를 운영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 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버려지는 아이가 늘면서 아이가 더이상 방치되는 일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베이비 박스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2년 여를 운영해오던 중 베이비 박스가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관할구인 관악구청에서 자진 철거를 권고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관악구청의 한 관계자는 “영아 유기는 현행법상 엄연한 불법”이라며 “물론 선의가 담겨 있는 베이비 박스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영아 유기 심리를 유발시킬 수 있어 이 같은 조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베이비 박스를 통해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이 곳에 들어온 아이는 건강검진 후 임시보호센터에 맡겨지게 된다.
주사랑공동체 교회 앞에 설치된 베이비 박스. 이곳에 들어온 아이는 건강검진 후 임시보호센터에 맡겨진다.

관악구청은 실제로 베이비박스가 처음 설치된 2009년에는 1건이었던 영유가 유기 사례가 2011년 현재 총 25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베이비 박스 철거 권고 역시 이런 근거에 바탕한 것.
관악구청의 관계자는 다만, “아직 구 차원에서 미혼모를 위한 배려 시설이나 관련 시설을 만들기에는 재정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루 빨리 미혼모에 대한 시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종락 목사는 베이비 박스 철거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 목사는 “베이비 박스는 영유아의 유기를 조장하는 도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이 박스가 없다면 미혼모를 비롯해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들은 아이를 어떻게 관리할 지 의문이 든다.”고 반박했다.

“이 베이비 박스가 없다면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들이 어떻게 할까요? 국가가 운영하는 미혼모 시설에 맡길 수 있을까요? 저는 이미 그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주사랑공동체 교회 이종락 목사는 "베이비 박스가 단순히 영유아 유기를 조장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사랑공동체 교회 이종락 목사는 베이비 박스가 단순히 영유아 유기를 조장하는 시설이라기보다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를 배려하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렇다면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이종락 목사는 “아이들이 베이비 박스를 통해 들어오면 벨소리가 울리고, 그 즉시 파출소에 신고하면 관악구청의 담당자에게 연락이 취해지게 된다.”며 “며칠 간 아이를 교회 안에서 맡은 뒤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고 곧바로 임시보호기관에 맡겨진다.”고 설명했다.

베이비 박스에 대해 일반 시민들의 의견은 어떨까. 관악구에 사는김종평(63)씨는 “우리 시절에는 아이를 버리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며 “만약 여의치 못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라면 베이비 박스에 아이를 두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꼭 베이비 박스만이 아니더라도 좋은 입양 시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 아이를 키울 수 없다면 무작정 아이를 버리는 것보다는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베이비 박스에 아이가 들어오면 바로 벨소리가 울려 아이를 확인할 수 있다.
베이비 박스에 아이가 들어오면 바로 벨소리가 울려 아이를 확인할 수 있다.

베이비 박스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한미옥(44)씨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들이 베이비 박스를 알았을 때, 혹시라도 아이를 쉽게 버리진 않을까 걱정”이라며 “얼마 전에 구청에서도 베이비 박스를 철거하라는 이야기를 했다는데 부모의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베이비 박스가 없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주부 정진이(33)씨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정 씨는 “아무리 살기 힘들고 키우기 어렵다고 해서 아이를 다른 곳에 맡기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면서 “다시 한 번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본다면 베이비 박스라는 곳에 두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베이비 박스와 관련해 영유아의 유기를 조장한다는 의견과 오히려 아이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영유아 유기를 조장한다고 해서 무조건 베이비 박스를 철거하기보다는 정책적인 차원에서 미혼모나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들을 지원해주는 시설을 마련해주는 것이 더욱 시급해 보인다. 정부의 관심과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정책기자 변현준(대학생) hyunjun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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