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 100년 넘게 베일에 싸여있던 산림 과학 연구의 요람이 마침내 빗장을 풀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3월 28일 (토), 연구시험림인 홍릉숲의 확대 개방을 기념하는 '봄꽃 축제(슬로건: 안녕, 홍릉의 봄)' 개막식을 개최했다.
홍릉숲 산림과학관을 구경하러 가는 사람들 (본인 촬영)
본 축제는 식목일인 4월 5일까지 축제를 즐길 수 있다. 홍릉숲이 1922년 임업시험장 설립과 함께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이 조성 104년 만에 국민의 품으로 온전히 돌아온 것이다.
◆ 리본 커팅으로 시작된 100년 숲의 새로운 역사
홍릉숲의 확대 개방을 기념하는 '봄꽃 축제' 리본 커팅식 현장 (본인 촬영)
축제의 첫날인 3월 28일 오전 10시, 국립산림과학원 입구는 개방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현장에서 지켜본 리본 커팅식은 단순한 행사를 넘어, 오랜 시간 연구 중심으로 관리되던 공간이 국민의 배움터이자 쉼터로 전환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왕벚나무 쉼터'에서 진행된 대국민 개방 선포식 (본인 촬영)
이어 '왕벚나무 쉼터'에서 진행된 대국민 개방 선포식에서 김용관 국립산림과학원장은 100년 동안 가꿔온 홍릉숲을 이제 국민의 자부심으로 돌려드리겠다며 개방의 의미를 밝혔다. 축하를 위해 참석한 이필형 동대문구청장 역시 이 소중한 자산을 보존과 공존의 자세로 함께 지켜나가자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당부했다.
◆ 산림 과학의 산실, 홍릉숲이 특별한 이유
홍릉숲은 1922년 설립 이래 백두산부터 한라산까지 전국 각지의 종자와 묘목을 수집해 심고 분류해 온 국가 산림 데이터의 보고다. 41ha 규모의 부지에는 2000여 종 이상의 식물이 보존돼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자생식물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개방과 함께 처음 공개된 '홍릉 8경'의 안내 책자 (본인 촬영)
특히 이번 개방과 함께 처음 공개된 '홍릉 8경'은 숲의 생태적·학술적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웅장한 수형의 왕벚나무(제1경)부터 우리나라 산림의 역사와 생태계를 한눈에 조망하는 산림과학관(제2경)까지, 숲 곳곳에는 지난 세기 우리 산림 연구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홍릉숲이 단순한 녹지를 넘어 산림 과학 연구의 태동과 성장을 함께해온 상징적인 공간임을 의미한다.
◆ 역사와 생태가 숨 쉬는 현장 체험기
필자가 직접 거닌 홍릉숲은 단순한 공원과는 결이 달랐다. 숲 곳곳에 배치된 연구 성과 전시물들은 이곳이 치열한 과학 연구의 현장임을 상기시켰다.
고종황제가 명성황후를 그리며 잠시 쉬며 목을 축였던 우물 '어정' (본인 촬영)
개인적으로 가장 깊은 울림을 준 곳은 '어정'이었다. 이곳은 1897년 명성황후의 '능(홍릉)'이 조성됐을 당시, 고종황제가 황후를 그리며 잠시 쉬며 목을 축였던 우물이다. 비록 1919년 능이 남양주로 옮겨지며 터만 남았지만, 100년 전의 역사적 아픔과 이를 덮어준 푸른 숲의 생명력이 교차하며 묘한 경외감을 주었다.
'홍릉의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목련 (본인 촬영)
방문 당일인 3월 28일에는 아직 꽃들이 만개하지 않았으나, 수줍게 고개를 내민 목련을 보며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식목일(4월 5일) 전후로 방문한다면 흐드러진 왕벚나무와 함께 진정한 '홍릉의 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나무를 심는 시대를 넘어 가꾸는 시대로
제81회 식목일을 앞둔 지금, 홍릉숲의 확대 개방은 우리에게 중요한 정책적 메시지를 던진다. 과거의 식목일이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100년의 기록을 바탕으로 '어떻게 가꾸고 보존하여 기후 위기에 대응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홍릉숲의 식물들을 관찰하는 관람객 (본인 촬영)
홍릉숲은 미세먼지 저감과 열섬 현상 완화 등 도시 숲의 효용을 연구하는 전초기지다. 이번 개방을 통해 국민이 숲의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산림 연구의 중요성을 체감한다면, 그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의 시작이 될 것이다.
◆ 방문 전 확인해야 할 유의 사항
홍릉숲의 '봄꽃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본인 촬영)
'홍릉숲 탐방로' 안내도 (본인 촬영)
100년의 유산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준 홍릉숲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하며, 월요일은 휴무다. 하절기(3~10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지만, 국가 연구시험림의 특성상 일반 방문객용 주차장은 제공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또한 숲 보존을 위해 음식물, 돗자리, 반려동물 등의 반입은 엄격히 제한된다. 이번 주말,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의 허파이자 역사의 현장인 이곳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