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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중요한 역사적 길목에 서 있다
[국민주권정부 출범 1년] ⑧유능Ⅱ

문화정책은 빨리 효과가 나지도 않고, 반드시 정책이 지향한 방향으로 원하는 성과가 나지도 않을 수 있는 분야다. 올해의 어떤 좋은 결과는 그해의 정책 때문일 수 없으나, 우리는 그 좋은 성과의 원인을 이해하고 그것이 지속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정책을 수립하고 난점이 해소되도록 노력할 수는 있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국민주권정부의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며, 2025년의 중요한 몇가지 결과를 평가하고 조망해 보자.
첫째, 2025년은 무엇보다 가시적으로 관광한국의 깃발이 높이 휘날린 해이다. 방한 외국인이 1894만 명으로 역대 최고를 달성함으로써, 드디어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1750만 명을 넘어섰다. 역대 최고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회복일 뿐이다. 이러한 관광객 증가의 구조적 원인을 고려할 때 향후 방한 외국인의 증가는 꾸준할 것이기에, 관광 한국은 지금이 정점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 2025년 프랑스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1억이 넘었고, 일본의 경우 4268만 명, 중국은 1억 5000만 명 이상이었다. 중국과 일본에 오는 관광객 여정에 한국이 편입될 가능성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이것이 여의찮다면 한국이 세계인의 동아시아 여행 여정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장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이러한 양적 증가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한국 관광이 점차 체험 위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복, 한식, 대도시를 벗어난 한국 지방도시나 시골의 일상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지난 정부들의 정책수행을 생각해 볼 때, 정책방향의 재조정이 필요한 동시에 국토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서 좋은 뉴스이다.
체험형 관광의 핵심 동력이 한류 콘텐츠임을 고려할 때, 정책이 할 수 있는 일은, 체험이 최대한 문제없고 즐겁게 이루어질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정부정책이 불닭볶음면 등 라면과 쌈장, 고추장 등 각종 소스 및 수퍼푸드 김의 수출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한국체험을 위해 한국에 온 외국 관광객들이 관광지 이외의 한국체험 과정에서 새로운 음식을 체험하도록 정보전달력을 높이고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비건이나 할랄 음식 문화권 사람들이 걱정없이 한국 음식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음식에 대한 영어정보 제공 기준을 만들고, 할랄이나 비건 메뉴와 음식점의 기준을 정립하는 일들이 당장의 과제이다. 건강에 좋은 발효음식과 채식, 김치의 나라 한국이지만, 점증하는 비건들에게는 젓갈 없는 김치, 달걀 없는 비빔밥이 제공돼야 한다. 한류콘텐츠의 우선적 소비자인 세계 청년세대의 문화트렌드를 잘 이해하고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한국체험의 하부구조를 조성해야 할 때다.

두 번째, 2025년은 중앙박물관 방문자가 루브르, 바티칸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이 수치에서 3.7퍼센트만 외국인 방문자이고 내국인이 이만큼이나 자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많은 정보를 품고 있다. 한류 자체가 문화현상으로서 세계의 유수 박물관에서 전시의 대상이 되고 있고, 정부도 대중문화를 유산으로 인정하고 이에 걸맞은 아카이브와 전시를 위한 첫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한국인은 경제적 도약과 민주주의를 성취했을지 모르나 문화적 자부심의 확인과 정체성의 재건은 시작지점에 서있는데 불과하다. 박물관의 영어설명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뿐 아니라 한국인 스스로 그동안 발전한 역사지식과 문화적 역량을 스스로 체험하고 문화적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영상 역사·문화콘텐츠의 개발·제작지원도 시급하다. 문화정책이 지나치게 단기적이고 산업적 이해에 치우치면 놓칠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길목에 대한민국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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