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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눈으로 본 ‘CES 2023’ 성과와 과제 김용문 창업진흥원장 세계 최대의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회장 겸 CEO 게리 샤피로(Gary Shapiro)는 CES가 돌아왔다는 말로 CES 2023의 포문을 열었다. 그의 말처럼, CES 2023은 팬데믹 이후 최대규모로 수많은 화제를 낳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간 비대면 중심의 행사로 치러졌던 CES는 올해 전면 오프라인 행사로 전환하며 174개국 3200여개 기업이 참가해 코로나 이전 대비 70~80%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온,오프라인 행사를 병행했던 2022년 현장 전시에 참여하지 않았던 구글, MS 등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323개사가 참여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굴지의 대기업과 혁신 기술로 무장한 중소벤처기업 약 550여개사가 참가하며 전시회 개최국으로 1500여개사가 참여한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기업이 참여한 국가로 CTA에 소개되었다. 특히, 센트럴 홀(LVCC)에는 최대규모로 꾸려진 삼성 전시관과 초대형 올레드 조형물을 설치한 LG가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유레카관(Eureka Park)에서는 K-스타트업들이 전시관 곳곳에 포진해 전 세계에 한국의 위상을 떨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번 CES는 웹3.0/메타버스(Web 3.0/Metaverse), 오토모티브(Transportation and Mobility),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인간안보(Human Security for All)라는 5가지 테마로 치러졌다. 이 중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인간안보라는 개념을 글로벌 화두로 처음 제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그간 혁신적인 기술에 주안점을 두었던 CES가 각종 기술의 개발과 발전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안녕(well-being)을 위한 것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테마를 모두 연계해 새로운 경험을 제시한 키워드가 바로 초연결이다. 구글은 모든 것은 함께일 때 더 잘된다(Everything works better together)라는 슬로건으로, 초연결 시대로의 진입을 알렸으며, 삼성은 신제품 공개를 대신해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전면에 내세워 현실화된 초연결 세상을 시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보다 50% 이상 넓어진 전시회장 규모부터 참가기업 수, 관람객 수 등 다양한 수치에서 코로나19 이후 최대규모라는 찬사가 쏟아진 CES 2023. 그리고 전시회 참여부터 혁신상,최고혁신상 수상까지 역대 최다를 기록한 한국. 매년 숱한 화제를 낳는 CES에서 우리는 한국의 미래를 전 세계에 알리며 그 화제의 중심에 섰다. 세계가 주목한 CES 2023 그리고 CES가 주목한 K-스타트업, 그 속에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메시지는 무엇인지, 스타트업의 시각에서 CES 2023의 성과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스타트업이 바라본 CES 2023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다, 전 세계 두 번째로 많은 기업이 참여한 국가로 위상을 떨쳤다. 실제로 CES의 핵심 전시관인 센트럴 홀은 삼성, LG, SK 등 국내 대기업이 대규모 부스를 운영해 관심을 모았으며 각국의 스타트업들이 집결하여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기술을 선보이는 유레카관에서는 어디서나 태극마크를 볼 수 있을 정도로 행사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혁신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주목받기 어려웠던 우리 스타트업이 마음껏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특히, 유레카관에서 K-스타트업의 위상은 한층 더 강화되었다. 단순히 전시회 참가기업 숫자에서만 앞선 것이 아니라 혁신성과 기술력 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지난 1월 중소벤처기업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내 벤처,창업기업 111개사가 혁신상을 수상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한데 이어 혁신상 수상작 중 디자인과 혁신성 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제품에 수여하는 최고혁신상을 5개 벤처,창업기업이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이는 9개 기업이 최고혁신상을 수상하며 참가국 중 가장 많은 수상기업을 배출한 한국의 위상을 우리 스타트업이 견인한 것과 다름없는 성과로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K-스타트업의 역량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 중기부와 창업진흥원이 서울시와 협력해 조성한 K-스타트업 통합관도 한몫했다. 한국 스타트업의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조성한 국가 공동관을 비롯해, 전시회 참가기업의 혁신성을 높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사전교육 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해, 국내 스타트업이 CES 2023에서 더욱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9월, 중기부는 K-Startup 글로벌 진출 전략의 일환으로 KSTARTUP을 대한민국 벤처,스타트업의 대표브랜드로 발표하며 한-미 스타트업 서밋을 계기로 국제무대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CES 2023에도 이어져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벤처,스타트업을 알리고, 전시회에서의 주목도를 높이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7월부터 CES 2023에 참가할 스타트업을 모집해 제품전시와 마케팅 등에 대한 사전교육을 진행했다. 특히 과거 CES 전시회에 참가해 혁신상을 수상했던 선배 스타트업이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 전시회 참여 경험과 혁신상 수상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참가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며 많은 호응을 얻어낸 것이 주요했다. 그리고 그 결과, K-스타트업 통합관에 참여한 51개 스타트업 중 14개사가 혁신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처럼 중국이라는 대외변수가 우리에게 준 반사이익을 통한 외향적 성과와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에서 비롯된 실체적 성과 외에도 미래 가능성과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성과를 찾을 수 있다. 다름 아닌 초연결 생태계이다. 구글의 구글 홈(Google Home), 삼성의 스마트싱스(SmartThings), LG의 싱큐(ThinQ)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각기 다른 브랜드로 선보인 초연결 플랫폼은 미래의 초연결 세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특히, 삼성은 과거 CES를 통해 갤럭시 스마트폰의 신제품을 공개했던 것과 달리 스마트싱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초연결 생태계 구축에 무게를 실었다. 스마트싱스란 IoT에서 한 단계 발전된 개념으로, AI가 스스로 기기 간 상호호환을 통해 서로 연계함으로써, 사용자가 어디에서 어떠한 기기를 이용하더라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연결의 핵심 서비스다. 즉, 초연결 생태계가 사물과 사물, 공간과 공간의 경계를 허물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는 세상임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초연결 생태계는 스타트업에게 또 하나의 기회로 다가왔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조성하는 초연결 생태계는 자사의 제품들이 연결되는 폐쇄적 생태계가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제품들이 연결되는 개방형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국내의 작은 스타트업이 전 세계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것은 구글플레이나 갤럭시 스토어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의 앱(app) 생태계가 조성되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대기업들이 상호 경쟁을 통해 초연결 생태계를 확장시킨다면 보다 많은 기기와의 연결과 그 연결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스타트업들이 초연결 생태계로 진입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초연결이 다양한 기기 간의 연결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은, 서비스 플랫폼 영역에 국한되었던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이 제조업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의 K-스타트업 전시관이 참관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창업진흥원) 스타트업이 바라는 CES 2024CES 2023에서 우리 스타트업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데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에 눈부신 성과 이면에 아쉬움을 남긴 부분들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고자 한다. 이는 지금이 바로 디지털 경제 시대에 미래를 만드는 글로벌 창업대국 건설을 위해 이번 전시회의 경험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해야 할 중대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우리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K-스타트업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때 한국의 스타트업이라는 꼬리표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의 KSTARTUP 브랜드 전략은 매우 실효성 있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국가 공동관을 조성하고 한국 스타트업의 상징성을 지닌 동일한 BI(Brand Identity)와 부스 디자인을 사용함으로써 참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프랑스의 La French Tech, 일본의 Japan Tech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기술(tech)을 전면에 내세운 BI를 사용한데 반해 스타트업을 상징하는 독보적인 특징을 보여주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이루어냈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브랜드인 만큼 앞으로 많은 기관들이 브랜드 활용에 동참해 준다면 우리나라의 스타트업을 상징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CES 2023의 KSTARTUP관은 창업진흥원을 비롯해 서울산업진흥원과 서울디지털재단이 공동으로 운영했는데 스타트업 지원기관 간의 협업으로 참여기업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세계의 이목이 주목된 전시회인 만큼 향후 더 많은 기관들이 통일된 기치로 공동관 운영에 동참한다면 더 큰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세계적인 무대에서 혁신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유용한 정부 지원프로그램을 확장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K-스타트업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회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은 우리나라의 국가대표인 만큼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많은 스타트업들이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의 스타트업 해외전시회 지원사업을 통해 전시회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은 선배 스타트업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다수의 혁신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물론, 각 기관을 통해 참가한 기업들도 혁신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스타트업에게 제공된 지원프로그램이 구조적 한계로 인해 동일할 수 없었다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겨 향후 범정부 차원에서 각 기관의 우수한 지원프로그램을 통합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것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전시회에 참여하는 모든 스타트업에게 더욱 유용하고 균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 성과는 더욱 배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은 초연결이라는 키워드이다. 스타트업에게 초연결 생태계 참여는 이제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초연결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만큼 우리 스타트업들이 초연결 생태계로 진입해 가시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창업생태계의 모든 주체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인 것이다. 자생적 생태계를 조성하기 어려운 스타트업들은 대기업이 만든 초연결 생태계로 들어가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대기업은 그 가치를 토대로 초연결 생태계를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이 절실하며 이를 원활하게 이어줄 정책적 지원 또한 꼭 필요한 요소이다. 그렇다면 그 해답은 바로 민관협력일 것이다.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지원, 민관공동 창업자 발굴,육성(TIPS) 등 정부의 다양한 민관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민간 중심의 초연결 창업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초연결 생태계에서는 무형의 서비스만이 아닌 제조에 기반한 물리적 서비스가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 세계 1위의 삼성과 생활가전 세계 1위 LG 등 글로벌 최고의 국내 대기업이 만드는 초연결 생태계는 국내가 아닌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초연결 생태계가 될 것이다. 따라서 국내 제조 스타트업은 타 국가의 기업들보다 더 수월하게 그 생태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성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제조에 기반한 신산업 창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등 10대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신산업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집중 지원할 것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으로 초격차 스타트업이 초연결 생태계에서 혁신을 발현할 수 있도록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다시 돌아온 CES 2023은 현재와 미래의 양 측면에서 우리 스타트업에게 다양한 기회와 많은 성과를 안겨주며 앞으로를 고민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부디 전시회 기간을 전후해 우리 스타트업에게 쏟아졌던 수많은 찬사와 비판을 귀담아 또 다시 돌아올 CES 2024 뿐 아니라 앞으로 있을 다양한 해외 전시회에서 더욱 높아진 K-스타트업의 위상을 몸소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CES 2023에서 혁신의 열정을 불태운 한국의 스타트업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2023.02.08 김용문 창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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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학교’ 도입과 초등돌봄체계 안착을 위한 과제 이윤진 서원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유보통합과 한국형 전일제학교 도입을 통해 출생부터 초등학교까지 단절 없는 돌봄체계를 구축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관련 정책은 더욱 속도를 내어 초등돌봄 영역에서는 늘봄학교를 전격적으로 도입하여 더욱 안정되고 선진화된 미래형 교육,돌봄체계의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늘봄학교 도입으로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초등돌봄절벽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늘봄학교는 2023년부터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2025년 전국적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초등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에듀케어(Educare)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여 학령 전이기에 있는 아이들의 학습과 돌봄을 지원하고, 각 학교별로 특별활동 차원에서 운영되던 스마트 교육을 확대 도입하여 범국가적 차원에서 표준적인 미래형,맞춤형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교육과 돌봄의 출발선에 있어 형평성 확보를 위한 장치도 마련해두었다. 무엇보다 초등돌봄 유형을 학부모의 수요에 맞게 시간별, 유형별로 다양화하고 운영시간을 저녁 8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운영한다는 점에서 출퇴근 시간과의 현실적 간극을 매운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전달 체계는 교육청으로 일원화하되 전담인력 확대 배치로 교원의 업무를 경감하고자 하는 방향도 담고 있다. 2004년 도입된 초등돌봄교실은 방과후학교와 더불어 초등돌봄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무상보육을 통한 보육의 촘촘한 지원 확대와는 달리 초등학교 입학 이후 돌봄에 대한 수요를 온전히 수용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교의 역할에 대한 요구는 계속 확대되어 왔다. 2021년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정부 돌봄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 수요 대비 공급의 충분성 항목이 조사항목 중 만족도가 가장 낮은 것(부정응답이 37.4%)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이에 이전 정부는 온종일돌봄체계 도입을 통해 마을돌봄과 학교돌봄의 유기적 융합을 바탕으로 사각지대 없는 초등돌봄을 지향하였지만 여전히 초등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초등돌봄교실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은 반복되었다. 가장 안전한 돌봄 공간은 학교라는 정책 수요자인 학부모의 요구를 현실적으로 반영하여야 할 시점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늘봄학교의 도입은 매우 환영할만할 일임과 동시에 윤석열 정부는 초등돌봄체계의 안착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함께 떠안게 되었다. 아이들과 학부모 중심의 안정된 돌봄체계를 위해 반드시 박차를 가하여야만 한다. 늘봄학교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몇 가지 필요한 점을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형평성과 연계성을 현실적으로 확보하여야 한다. 교육부가 발표한 추진방안을 보면, 돌봄의 내용 중 스포츠와 예술은 지역자원과 연계하도록 하였고 소외계층 역시 간과하지 않았다. 누구나 원하면 방과후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학교 내에서, 학교가 주체가 되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운영은 지역사회와 민간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책임의 주체 문제를 논하기 전에 필요 자원과의 원활한 연계를 위한 네트워킹 조성 환경을 지원하여야 한다. 일부 유럽과 영미국가의 경우 시민단체 및 각종 자원 조직 등이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참고할 수 있다. 둘째, 수용성 확대에 지속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초등돌봄은 여타의 아동 돌봄과 마찬가지로 아동, 학부모, 선생님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늘봄학교는 아침돌봄과 저녁돌봄을 병행함과 동시에 틈새돌봄도 강화한다. 긴급 돌봄을 위해 일시돌봄서비스를 시범운영하고 가정돌봄과의 연계 또한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러한 시작을 통해 다양한 근로 환경에 있는 가정의 수요를 최대한 반영하여 초등돌봄모델을 다양화하여야 한다. 학교 공간의 문제, 돌봄전담사등의 처우 문제, 돌봄의 책임 주체의 문제, 아동 안전의 문제도 결국 수용성의 확대와 맞닿아 있다. 지역사회와의 협력, 돌봄전담사와 교사와의 상생, 책임의 분담 문제도 모두 아동을 중심에 둔 수용성의 확대라는 큰 들에서 합의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돌봄은 교육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며 그 책임을 분리하고자하는 단편적 시각은 지양해야만 한다. 물론 지속적 숙의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에게 초등학교는 교육의 공간이자 돌봄의 공간이다. 나아가 교육과 돌봄은 국가의 막중한 책임이다. 이에 국가와 가정, 지역사회 및 학교 간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우리의 아이들을 돌본다는 것은 그 어떠한 사회에 대한 투자보다도 값질 일임이 틀림없다.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에 대한 지원, 자라나는 아이에 대한 탄탄한 지원은 그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 늘봄학교의 키워드는 미래형 돌봄과 교육의 학교 내 조화로운 정착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동안 진행되어온 초등돌봄체계가 한 단계 더욱 도약할 계기가 된 늘봄학교의 성공적 시행과 안착을 기대한다. 2023.02.03 이윤진 서원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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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포럼과 한국: 복합위기를 넘어서 이승주 중앙대학교 교수 2023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개최되었다. 다보스 포럼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2년간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가 2022년 겨우 대면 회의로 전환할 수 있었다. 그것도 원래 개최되는 1월이 아닌 5월로 연기하는 혼란스러운 과정을 거친 끝에 개최되었다. 어쩌면 이번에 개최된 회의는 다보스 포럼은 물론, 세계 질서의 정상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한편, 다보스 포럼은 세계가 협력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였음을 재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다보스 포럼은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현재 상황에 대한 진단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해법을 제시하는 실천적 지식의 경연장이다. 다보스 포럼이 파편화된 세계 속의 협력(Cooperation in a Fragmented World)을 주제로 선정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세계경제포럼이 해마다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Global Risks Report)를 발간하고, 세계가 직면한 위험을 널리 공유하는 것은 위험의 성격 자체가 초국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미중 전략 경쟁의 격화,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 위축, 기후위기,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 지구적 차원의 도전이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초국적 도전은 수면 아래 잠복되어 아무런 변화를 초래하지 않다가 어떤 임계점을 넘으면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특징을 갖는다. 글로벌 리스크는 또한 개별 이슈 영역 내에서 발생,확산되었던 과거의 위기와 달리, 이슈가 서로 연결되는 이슈 연계라는 특징을 보인다. 경제와 산업에 지정학적 영향이 투사되는 경제-안보 연계 현상이 일상화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리스크에는 초국적 대응이 필요하다.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패권국 또는 초강대국이 리더십을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하던 과거와 달리, 어느 한 국가의 역량만으로 복합위기를 해결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리스크의 성격을 감안할 때, 국가 및 비국가 행위자들 사이의 유기적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과 달리 현재의 세계는 자국 우선주의, 보호주의, 일방주의의 확산이 지속되고 있다. 미중 전략 경쟁으로 대표되는 지정학적 경쟁은 기존의 구조적 문제를 증폭시키는 효과를 초래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강대국들이 오히려 자국의 이익을 배타적으로 추구할 뿐 아니라, 경제적 강압을 서슴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리더십 공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의 전개는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세계화에 대한 반발이 커진 국내 환경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담 투즈(Adam Tooze)가 다보스 포럼에서 앞으로의 세계는 탈세계화(de-globalization)도, 재세계화(re-globalization)도 아닌 세계화 칵테일(cocktail of globalization)을 추구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 이유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과거와 같은 초세계화(hyper-globalization)로 돌아가기에는 이를 뒷받침할 국내정치의 이념적,제도적 기반이 너무도 취약한 상태에 있고, 그렇다고 해서 탈세계화가 대안은 더욱 아니다. 결국은 세계는 다양한 수준과 방식의 세계화가 공존하는 질서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세계화에 대한 반발과 지정학적 경쟁은 한국에게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다.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의 세계가 직면하는 상황을 복합위기로 규정하였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세계는 결국 개방과 연대에서 궁극적인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자유무역이 세계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보호주의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역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 국가들이 문제의 진단에 동의하더라도, 문제 해결을 주도하려는 국가는 잘 보이지 않는 데 딜레마가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누구도 직접 감당하려고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러한 리스크의 대부분이 국가 및 민간 행위자의 통제밖에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지적한 것이었다. 한국 역시 글로벌 리스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세계질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현재 상황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 더욱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배타적으로 추구할 경우, 그 파국적 결과가 초래할 충격이 한국에게 상대적으로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그 대안이 탈세계화와 보호주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 역시 자명하다. 이를 저지하는 것은 한국과 다른 국가의 이익을 함께 실현하는 데서 출발한다. 한국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되 배타적인 국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열린 국익의 추구이다. 이제 글로벌 리스크의 해결로부터 어떤 이익을 누릴 것인가에서 글로벌 리스크의 해결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로 질문을 바꾸어야 할 때가 되었다. 한국은 이러한 문제의식의 전환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철강, 바이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생산 역량을 갖춘 국가로서 공급망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행동하는 연대를 강조하고 이를 실현하는 데 요구되는 한국의 기여를 명시적으로 제시하였다. 자국 우선주의의 유혹을 떨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모범적 실천을 통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공급망의 블록화를 방지하기 위해 반도체 기술의 공유를 과감하게 제시하였다. 한국이 보유한 경쟁력의 원천인 반도체 기술과 생산 역량을 매개로 협력적 생태계를 형성함으로써 반도체 공급망의 블록화를 저지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은 또한 협력을 위한 리더십 공백을 메우되, 단기와 중장기 해법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촉매제 역할을 추구하여야 한다. 많은 국가들이 사안의 시급성 때문에 단기 현안의 해결과 이를 위한 인센티브의 제공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단기적 이슈에 과도하게 매몰될 경우, 구조적이고 중장기적 문제 해결을 위한 기초 역량을 훼손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한국은 단기 현안과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 사이의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 보여준 인식과 해법의 제시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자유, 평화, 번영의 지대로 발전시켜 나가고, 이를 위해 협력적이고 포용적인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 기여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세계에서 경제적 활력이 가장 높은 지역인 동시에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의 이익이 부딪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불확실성 제거는 곧 지구적 차원의 리스크를 완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토대로 지역 갈등과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경험을 축적하고, 이를 지구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로드맵을 설계할 때다. 2023.02.03 이승주 중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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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必)환경 시대, 탄소중립과 스포츠 단체의 역할 나근주 대한당구연맹 사무처장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량을 조절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내걸며, 전 분야를 넘어 사람이 사는 모든 부분에 있어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린 뉴딜 정책 수립과 더불어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하며 2050년까지 전 사업 분야에 걸쳐 탄소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정책에 대한 영향은 스포츠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의 스포츠사회학자이자 기자인 데이비드 골드블랫(David Goldblatt)은 2020년 글로벌 스포츠, 기후 긴급성 및 급격한 변화 사례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여러 가지 상황들이 스포츠에 훨씬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했다. 보고서에서는 현재의 기후변화 상황이라면 지금까지 동계올림픽을 개최하였던 19군데의 도시 중, 2050년쯤에는 10군데만 재개최가 가능할 것이고, 이마저도 2080년경이면 6군데 정도만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2020 도쿄하계올림픽에서 선수들의 기권과 탈수 등의 사례를 들며, 지구촌 최대의 축제이자 스포츠의 심장인 올림픽이 지속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스포츠인 축구의 경우 해수면이 낮은 곳에 위치한 유럽의 축구장들이 매년 물에 잠기는 피해를 보고 있으며, 해양스포츠는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 수온 변화로 인해 대회 개최 및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볼 때 이제는 스포츠도 친환경 시대를 넘어 필(必)환경 시대가 왔다고 봐야 한다. 이제 환경문제는 단순히 대회를 개최하는 단체뿐만 아니라 스포츠의 기본 구성원인 팬들을 포함한 대중에게까지도 공동책임이 부여되는 상황이다. 본 기고에서는 지속가능한 스포츠를 만들기 위해 탄소중립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탄소중립(Net-Zero)이란? 우선 탄소중립이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산림 등), 제거(CCUS)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이 0(Zero)이 되는 개념이다. 즉 배출되는 탄소량과 흡수되는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 순배출이 0이 되게 하는 것으로, 이에 탄소중립을 넷-제로(Net-Zero)라 부른다. 쉽게 이야기해 탄소중립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환경운동을 말한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UNFCCC)이 마련되었고, 1993년 우리나라는 세계 47번째로 협약에 가입했다. 또한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협정이 채택되었고, 우리나라 또한 2016년 11월 파리협정을 비준하였다. 우리들의 스포츠가 위협받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동아시아 활동가 디나 가드너(Dinah Gardner)는 도쿄올림픽은 기후위기를 생중계 중이라 하며, 2020 도쿄하계올림픽의 폭염 위협에 대해 알렸다. 2020 도쿄하계올림픽은 역대 개최된 올림픽 중 가장 평균 기온이 높았던 올림픽으로,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극한의 폭염으로 쓰러지고 기절하는 모습 이 경기장 곳곳에서 포착되기도 하였다. 해양스포츠는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 수온 변화로 인해 대회 개최 및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고, 동계스포츠는 눈이 오지 않아 대회 개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마저도 인공눈으로 경기장을 조성해서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눈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은 또 다른 환경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프로스포츠를 포함한 각종 스포츠 경기에서 미세먼지나 폭염 단계에 따라 경기를 취소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만들어지는 등 환경악화에 따른 위협에 대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스포츠계에서 또한 환경에 대한 고민이 1순위가 되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임은 분명하다. 계절에 따라 때가 되면 생기는 현상으로 여겼던 미세먼지와 황사의 습격이나 이상 고온,기후 현상은 스포츠 지속을 방해하고, 대회,리그,팀,선수,관계자 등 여러 스포츠이해관계자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환경과 상관없이 지속할 것 같던 우리들의 스포츠가 위협받고 있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스포츠 단체의 노력 탄소중립 이슈는 지속가능한 스 포츠를 만들 수 있는가? 없는가?가 관건이다. 쉽게 이야기해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 게임인 것이다. 이러한 생존 게임의 상황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IOC), 국제축구연맹(FIFA) 등이 나서서 UN과 함께 2018년 UN 스포츠 기후 행동 협정(UN Sports for Climate Action Framework) 프로그램을 발표하였다. 프로그램 주요 내용은 UN 스포츠 기후 행동 협정은 지금까지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반환경적 요인들을 줄이거나 없애자는 일종의 가이드라 할 수 있다. 최종 목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고, 2030년부터 탄소중립을 준수하지 않는 스포츠 이벤트는 취소 또는 연기되며, 스포츠 이벤트에 참여하는 후원기업과 방송중계권자에게도 동일한 기준이 요구된다. 또한 탄소배출의 원천인 화석연료를 판매하거나 이용하는 기업(자동차, 항공사, 정유사 등)은 후원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영국 축구의 명가이자,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토트넘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경기장 조명을 LED로 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사용 금지, 경기장 구조와 기능의 재생 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성 정책 등을 기본으로 팬들에게도 무료 셔틀버스나 자전거 이용을 유도하였고, 판매되는 모든 메뉴는 현지에서 조달이 가능한 식재료만 이용하도록 했다. 또한 생태 서식지를 만들기 위해서 훈련 센터 옆에 1만 그루가 넘는 식물과 꽃들을 심기도 하였다. 아스날의 경우 선수들에게 나무심기 활동에 적극 독려하며, 훈련장 근처에 약 29,000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재사용 컵을 판매하면서 한 시즌 당 약 50만개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절감했다고 한다. BBC Sports는 2019년부터 국제연합(United Nations/UN)이 후원하는 Sport Positive Summit와 함께 EPL 20개 구단의 환경 보호 및 기후 변화 대응의 지속가능성 경영을 발표하였다. 또한 8개 항목(클린 에너지, 에너지 효율성, 일회용 플라스틱 감면, 쓰레기 및 물 관리, 저탄소 기반 음식 등)을 중심으로 각 구단의 평가 결과 및 순위를 공표하였다. 국내에서도 그동안 친환경 또는 기후변화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필자가 재직 중인 대한당구연맹에서는 2022년 3월에 국내 스포츠 조직으로서는 최초로 유엔 스포츠 기후 행동 협정(UNSCAF)에 가입하여 국제연합 후원의 Race to Zero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음 경기를 대기하는 선수들의 차량 공회전 방지 대책을 위해 2014년부터 모든 대회에서 전자식 스코어 시스템을 도입하고, 각 경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KBF NOW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참가자들의 편리성을 높였다. 그 결과, 모든 경기가 시스템으로 운영되니 자연스럽게 종이가 없어졌으며, 참가자들은 KBF NOW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본인의 경기 시간에 맞춰 도착하면서 자연스레 주차장 내 공회전 또한 현저히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아울러 대한당구연맹에서는 아이쿱생협과 협약하여 대회 시 친환경 종이팩 생수를 제공하며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연간 7~8개 대회에서 사용되던 약 15,000개의 플라스틱 용기가 사라졌다. 대한당구연맹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종합하여 3NO(NO PLASTIC, NO PAPER, NO IDLING) 캠페인을 통해 참가자들의 탄소중립을 위한 인식 전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지난해 K리그 그린킥오프 실행방안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은 K리그가 최초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관련 탄소배출량 평가 실시, 경기장 내 일회용품 감소, 팬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친환경 캠페인 확대 등의 목표를 발표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환경정책 관련 KBO Safe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한국배구연맹(KOVO)은 2021년부터 환경부 주관의 친환경 캠페인 고고챌린지에 동참하여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필(必)환경 시대, 우리 스포츠 단체가 해야 할 역할 스포츠는 인류의 역사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고 자부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에 스포츠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직접적인 탄소 배출량 저감효과와 더불어 스포츠계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이 커 탄소중립의 절박함을 호소하는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체육학대사전에서는 스포츠의 어원을 Carry away 즉 일상에 지쳤을 때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무엇인가 하는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스포츠의 기능도 인류가 존재하고 사회체계가 무너지지 않았을 때 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엄밀히 말해 스포츠는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의식주와 같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기초적인 삶이 무너졌을 때 스포츠가 처한 현실은 매우 참혹하고 가혹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스포츠계의 기후 리더십은 생존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가 당구 대회에 처음으로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을 도입할 때와 유엔기후행동협정(UNSCAF)에 가입할 때도 이것을 왜 하는지에 대해 의문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대회라는 서비스를 참가자들한테 제공할 때 여러 환경적인 요소들을 지속해서 피력했고, 8년 정도가 지난 지금은 무의식적으로라도 인식하게 되었다. 변화는 항시 작은 시작에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플라스틱 줄이기, 주차장 내 공회전 억제, 친환경 기념품 제작 등등 작다고 생각한 노력들이 모여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필(必)환경 시대의 탄소중립은 우리 스포츠가 관심 갖기 시작하는 지금부터가 중요하고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2023.02.02 나근주 대한당구연맹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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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즈, 그리고 대중 예술의 시작점 재즈 피아노 연주자이자 작곡가 빌리 테일러는 재즈에 대해 재즈란 음악이라는 것의 미국식 해석, 혹은 연주 방식이다라 정의 내린 바 있다. 미국 의회의 경우에도 재즈를 미국의 값진 보석이라 천명한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재즈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과연 재즈의 시작을 어느 기점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은 있어왔다. 그리고 대체로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두 인물이 거론되곤 했다. 한 사람은 듀크 엘링턴,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바로 루이 암스트롱이다. 루이 암스트롱은 위대한 재즈 뮤지션이자 선구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재즈를 가장 대중화시킨 인물로 꼽히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여러 예시를 들 수 있다. 루이 암스트롱은 국내에 최초로 내한한 미국의 재즈 뮤지션이었는데, 1963년 4월 무렵 내한해 2주 정도 공연을 가지기도 했다. 당시 그가 갓을 쓰고 한복을 입은 사진이 떠돌아다니기도 했다. 이후 여러 국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루이 암스트롱의 모창을 접할 수도 있었으며, 각종 TV CF에서도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세계적인 재즈음악가 루이 암스트롱의 1963년 내한 공연 모습.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올리언스의 극심한 빈곤 속에서 자란 재즈 트럼펫 연주자이자 보컬리스트 루이 암스트롱은 인종적 장벽을 허물면서 당시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주류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는 틀림없이 최초의 재즈 스타였으며,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재즈 뮤지션으로 남아있다. 리드미컬하고 정교한 오페라 스타일을 재즈에 이식시켜 내기도 했고, 현란한 스캣 창법(무의미한 단어를 사용하여 즉흥적으로 노래하는 재즈 보컬 스타일)을 대중화 하는 데에 일조했다. 무엇보다 What a Wonderful World 같은 시대를 뛰어넘는 팝 히트곡을 남기면서 그의 음악은 대대로 구전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루이 암스트롱은 보컬리스트로서의 활동이 유명하지만 적어도 재즈 뮤지션들, 혹은 재즈 팬들에게 있어서는 개성 넘치는 뛰어난 트럼펫 연주자로서 각인되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이끌었던 재즈 밴드 핫 파이브, 그리고 핫 세븐에서 루이 암스트롱의 창의적 재능이 두드러지곤 했다. 특히 루이 암스트롱의 예측할 수 없는 솔로 파트에서의 즉흥연주 같은 전개 방식은 이후 재즈 밴드들에게 있어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됐다. 루이 암스트롱의 활약은 뉴욕의 흑인 지구 할렘에서 퍼진 흑인 문화예술의 부흥, 즉 할렘 르네상스에 영향을 미쳤고, 더 나아가 비슷한 시기 활동하던 빙 크로스비 같은 백인 보컬리스트들에게도 영향을 줬다. 미국을 넘어 전세계에 널리 사랑받으면서 미국의 아이콘이자 문화 대사가 되기도 했다. 시카고, 그리고 뉴욕에서 다양한 밴드를 거쳐가며 실험을 멈추지 않았던 루이 암스트롱은 이후 가나와 나이지리아 같은 아프리카는 물론 2차 세계대전 무렵에는 유럽에 위문공연을 다니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한국과 일본에도 공연을 다녀갔다. 몇 번의 심장마비를 겪었던 루이 암스트롱은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죽기 직전까지 트럼펫을 연습했고 투어공연을 계획했다. 투어를 준비하던 와중 70세 생일을 한달 앞둔 1971년 7월 6일, 결국 수면 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이후 곳곳에서 그의 업적을 기렸다. 뉴올리언스의 주 공항은 이후 루이 암스트롱 뉴올리언스 국제 공항으로 개명됐고, US 오픈이 열리는 뉴욕 퀸스 부근 스타디움은 루이 암스트롱의 집 근처에 지어졌기 때문에 루이 암스트롱 스타디움으로 명명되었다. 한참 세월이 흘러서도 그의 곡들은 다수의 매체와 영화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와 프렌치 키스 그리고 굿모닝 베트남 등에서 그의 노래는 은은한 한편 강렬하게 활용되곤 했다. 트럼펫을 연주하는 루이 암스트롱.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영화 12 몽키즈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 What a Wonderful World가 깔리던 순간이다. 바이러스로 인류 대부분이 사망하는 것이 확정되는 영화의 결말을 두고 감독 테리 길리엄은 그래도 인류는 어찌어찌 적은 숫자라도 살아남을 것이고 이는 자신만의 낙관론이라며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었다. 루이 암스트롱이 일그러진 목소리로 부르는 이 아름다운 세상에 바치는 찬가는 영화의 디스토피아적 분위기와 묘하게 맞물려 때로는 농담처럼 보이기도 하며 가끔씩은 처연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한때 인류의 엔딩 크레딧에 올라갈 만한 노래를 너도나도 올리는 것이 유행이었다.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는 곡이 지닌 내용적 측면에서도, 그리고 실제 그가 남긴 업적으로 미뤄봤을 때 충분히 공식적으로 인류의 엔딩 크레딧에 올라갈만한 자격이 있지 않나 싶다. ☞ 추천 앨범 ◆ Hello, Dolly! (1964: KAPP/LONDON) 심장마비로 인한 휴식 이후 2년만에 녹음한 앨범 Hello, Dolly!는 그의 경력에 있어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이다. 무려 비틀즈를 제치고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당시 최고령(63세) 빌보드 차트 1의 기록을 달성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Moon River나 Jeepers Creepers, 그리고 팻츠 도미노의 명곡 Blueberry Hill 등이 수록되어 있다. ◆ Ella and Louis (1956: Verve) 재즈의 퍼스트 레이디엘라 피츠제럴드와의 합작으로 주로 느리거나 중간 정도 템포의 발라드들로 구성되어 있다. 은은하고 우아한 엘라 피츠제럴드와 거친 루이 암스트롱의 조합은 하나의 공식이 됐고 결국 고전으로 남겨졌다. 이 첫 합작의 성공으로 인해 이후 Ella and Louis Again 그리고 Porgy and Bess라는 후속 작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재즈라는 장르의 관심유무와는 상관없이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오며 가며 들었을 앨범. ◆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다수의 일간지 및 월간지, 인터넷 포털에 음악 및 영화 관련 글들을 기고하고 있다. 파스텔 뮤직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했으며, 해외 라이센스 음반 해설지들을 작성해왔다. TBS eFM의 음악 작가, 그리고 SBS 파워 FM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록밴드 불싸조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samsicke@hanmail.net 2023.02.02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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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져주는 예술가의 유산 한때 유럽을 호령하던 합스부르크가의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클래식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풍스러운 이 도시의 상징 중 하나인 오페라 극장 건너편에는 알버트(Albert)대공이 1805년 설립한 4층규모의 알베르티나 미술관이 있다. 다빈치부터 앤디 워홀까지 여러 대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이곳에는 르네상스의 거장 중 한명인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들이 다양하게 전시되고 있다. 북유럽의 다빈치라고 불리는 뒤러의 여러 판화들과 손 그림 습작, 그리고 유명한 토끼그림은 섬세함의 극치를 보여주며 이곳 미술관의 시그니처로 자리잡고 있다. 알베르티나에서 구역의 중심부를 향해 걸어가다 보면 도시의 심장인 슈테판 성당을 만나게 된다. 성당은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에게도 특별한 곳으로, 소년시절 하이든은 이곳 슈테판 성당의 소년성가단원이었다. 성악과 바이올린, 피아노 등의 기초적인 음악교육을 9년동안 받았던 그는 이곳에서의 인연으로 음악적 토대를 쌓아갈 수 있었다. 에스터하지 가문의 궁전이 있는 비엔나 근교 아이젠스타트(Eisenstadt)에서 30년간 궁정악장으로 지내면서도 하이든은 비엔나와 인연이 많았다. 몇몇 교향곡과 작품들은 비엔나에서 작곡 초연되었고, 그의 결혼식 또한 슈테판 성당에서 이루어졌다. 유서 깊은 이 도시가 우리에게 하이든과 뒤러의 숨결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작품을 통해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하이든과 뒤러가 추구한 예술세계가 우리 삶에도 맞닿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두 예술가가 우리에게 남겨준 유산은 무엇일까 지난 2009년 3월 30일 오스트리아의 아이젠슈타트에 있는 에스테르하지 궁(宮)에서 열린 하이든 현상(The Haydn Phenomenon) 전시회의 언론내람회 모습. (사진=저작권자(c) APA/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교향곡과 판화 하이든의 교향곡과 뒤러의 판화는 각각 이후 클래식음악과 미술을 풍성하게 만들었으며 그 영역을 넓히고 발전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먼저 하이든은 교향곡의 아버지답게 100여곡이 넘는 교향곡을 남겼는데, 하이든 이전에는 아직 교향곡 형식의 기틀이 자리잡지 않은 시대였다. 선배작곡가들인 바흐와 헨델의 작품만 보더라도 대규모의 오라토리오나 종교미사곡은 있었지만 교향곡이라는 형식은 아직 낯설었다. 또한 당시는 지금처럼 악기의 구성이 대규모거나 다채롭기가 어려웠다. 하이든은 대 작곡가 요한 세바스챤 바흐(J.S.Bach)의 아들인 칼 필립 엠마뉴엘 바흐(C.P.E Bach)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북독일파인 C.P.E 바흐는 음악형식에 관하여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편이였다. 하이든의 초창기 교향곡들은 그의 영향으로 3악장형식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후 약간의 변화기를 거쳐 1780년에 이르러서는 미뉴엣(Minuet)과 트리오(Trio)를 추가한 4악장 형식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선배 작곡가 슈타미츠도 4악장 형식을 도입한 바 있지만 좀더 혁신적이며 목관과 금관, 팀파니 등을 교향곡에 도입하여 현대 교향곡의 기틀을 세운이는 하이든이라 할 수 있다. 하이든이 교향곡의 아버지라면 뒤러는 독일미술과 판화의 아버지로 불릴 만 하다. 독일의 옛 화폐인 5,10, 20마르크 지폐에는 뒤러의 작품이 각각 실려있을 정도로 그가 유럽 미술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굉장히 높다. 독일 뉘른베르크의 금세공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뒤러는 어린 시절부터 소묘에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었으며, 강렬한 감정과 상상력 그리고 섬세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뉘른베르크는 당시 활발한 상업도시로 활판인쇄술과 목판화 제작에서 유럽 최고수준을 가지고 있었는데, 뒤러의 재능과 도시가 만나면서 판화는 이제 단순한 복제품이 아닌 예술작품으로서 그 위상이 높아졌다. 그의 판화는 당시 미술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와 네덜란드에서도 교재로 사용됐을 정도로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문맹율이 높았던 당시 판화는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람에게 책과 같은 역할을 하였다. 뒤러는 에칭(Etching)으로 불리는 동판화를 즐겨 사용하였지만, 신약성경 성 요한 계시록의 15장면을 목판화로 옮긴 연작 시리즈는 판화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하이든과 뒤러는 교향곡과 판화를 발전시켜 음악과 미술 혁신에 불을 지폈으며 동시에 허브와 디딤돌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알브레히트 뒤러 광장에 세워져 있는 알브레히트 뒤러 기념비. (사진=저작권자(c) Daniel Karmann/d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탐험가와 개척가 훔볼트 로드로 유명한 알렉산더 폰 훔볼트(A.v.Humboldt)는 탐험가이자 지리학자이며 동시에 자연과학자였다. 그의 업적은 말라리아 치료제와 심전도계의 발명에 그치지 않았다. 찰스 다윈은 훔볼트가 없었다면 비글호를 타지도 않았을 것이고, 종의 기원을 쓸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고, 괴테는 훔볼트와 함께 하루를 보내며 깨달은 것이, 나 혼자 몇 년 동안 깨달은 것보다 훨씬 더 많다라고 말하였다. 그의 탐험과 개척정신이 여러 분야의 지식인들에게 영향을 준 것이다. 하이든과 뒤러역시 그런 탐험가적인 개척정신을 통해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현하였으며 후대에 영향을 주었다.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Alfred Brendel)은 하이든에 대하여 이렇게 얘기하였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탐험가이자 개척가인 하이든과 몽유병자인 슈베르트 사이에 놓여있다 그가 하이든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특히 하이든의 개척가적 정신은 현악4중주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하이든 자신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는 현악 4중주는 풍부한 상상력과 유머, 독특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현악 4중주 작품은 누구보다도 탄탄한 구성력을 보여주며 교향곡의 발전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어쩌면 하이든의 매력은 교향곡보다도 현악4중주에서 더욱 잘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새소리를 표현한 작품 종달새를 비롯하여 독일 국가인 황제 그리고 러시아 4중주곡중 두 번째곡인 농담 등은 그의 대표작이면서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한 그는 당시 발전하고 있는 악기들에도 관심을 가졌는데, 독주악기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첼로를 비롯하여 반음계 스케일연주가 가능해진 트럼펫이 대표적이다. 그의 첼로협주곡과 트럼펫 협주곡은 그런 하이든의 탐구정신으로 탄생한 작품 이라 할 수 있겠다. 독창적인 싸인을 갖고 있는 뒤러 역시 개척과 탐구 정신이 뛰어났다. 깊은 탐구는 관찰로부터 나오고 예리한 관찰력은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뒤러는 자연풍경과 동식물, 인간과 관련된 모든 현상에 호기심을 가졌으며 아르코의 풍경, 풀밭, 산토끼등의 작품은 그의 호기심과 탐구 정신이 낳은 결과물이다. 알베르티나 미술관에 소장되어있는 작품 풀밭을 보면 생명력에 대한 경외감, 시각을 섬세하고 완벽하게 사용하겠다는 그의 야심이 느껴진다. 뒤러는 판화 이외에도 수채화 분야를 새롭게 개척하였고 조각가로서도 다재 다능하였다. 그의 이론서인 인체 비례론과 원근법에 관한 고찰은 뒤러가 단순한 화가가 아닌 이론과 학문적 탐구정신 역시 강한 인물임을 알 수 있게 만들어주는 저서다. 뒤러는 이런 말을 하였다. 훌륭한 화가라면 내적으로 아주 독창적이어야 하며 영원히 살아남으려면 항상 뭔가 새로운 요소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가 개척가 일수밖에 없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 종교와 예술 하이든과 뒤러에게 신앙심은 그들 예술세계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하이든은 독실한 신앙인으로 집안에 작은 기도실을 만들어 일에 지칠 때마다 기도하며 에너지와 영감을 얻곤 했다. 음악적 재능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여긴 하이든은 음악은 늘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고백하기도 하였다. 에스터하지가에서 벗어난 말년, 하이든은 런던에서 헨델의 메시아를 듣고 영감을 받아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작곡하였으며 이후에는 농부가 하느님을 찬양한 오라토리오 사계를 작곡하였다. 당시 비엔나에서 초연된 천지창조는 많은 관객들의 엄청난 호응을 얻어냈는데, 하이든은 자신의 음악은 하느님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말하며 영광을 하느님께 돌렸다고 한다. 뒤러역시 성화작가로 명성을 떨치며 작품을 통해 그의 신앙심을 잘 보여주었다. 뒤러가 활동하던 르네상스 시기, 그는 타락한 교회에 저항하며 종교개혁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종교 개혁가인 마틴 루터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뒤러는 루터가 체포된 줄 알고 다음과 같은 글을 일기에 남겼다. 루터는 기독교 진리를 위해 고난 당했고, 인간적 법률의 무거운 짐으로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자유를 거부한 비기독교적 교황권을 정죄했다 뒤러의 뛰어난 작품인아담과 이브, 장미관의 성모, 동방박사 세 사람은 모두 성서를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그의 스케치 기도하는 손은 자연스럽게 신앙심을 가지게 만드는 경건한 매력을 품고 있다. ◆ 유산 예술가로써 성공적인 삶과 후원 그리고 존경을 받은 하이든과 뒤러는 같은 시대의 다른 예술가들에 의해 가려진 측면이 없지 않다. 우리는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기억하면서 같은 시대의 뒤러가 살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고, 모차르트 베토벤과 함께 같은 시대를 살아오며 두 음악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하이든에 대해서는 나머지 두 음악가 보다 과소평가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예술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에게 작곡가중 한 명과 식사를 할 수 있다면 누구와 하고싶냐는 질문에 그는 하이든이라고 말하였다. 하이든 음악에서 드러나는 인품과 해학, 그리고 유머가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이든은 후대를 향해 이렇게 고백하였다 나의 언어, 즉 음악은 전 세계에서 이해 될 것이다.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뒤러의 자화상과 하이든의 고백을 통해 우리는 두 예술가의 자신감과 확신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항해사였으며 탐험가인 동시에 개척자였다.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직업군들이 아닐까? 그들이 남긴 유산은 현재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 추천음반 하이든의 교향곡은 전집을 최초로 녹음한 안탈 도라티(Antal Dorati)와 Philharmonia Hungarica의 음반을 추천하겠다. 원전연주는 호그우드(Christopher Hogwood)의 연주로 감상하시는걸 권해드리겠다. 그의 현악 4중주는 작품은 알반베르크 사중주단, 코다이 사중주단, 그리고 부다페스트 사중주단의 음반을 추천한다. 하이든의 피아노 작품은 알프레드 브렌델(Alfred Brendel)의 격조 있는 연주를, 첼로협주곡은 로스트로포비치(Mstislav Rostropovich), 트럼펫 협주곡은 모리스 앙드레(Maurice Andre)의 연주가 대중적이면서도 명연이다.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2023.02.02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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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청소부이자 작가인 N잡러의 ‘나 다운 삶’을 산다는 것 김예지 작가 나 다운 삶이라는 문구는 즉 남들과는 차별화된 삶을 의미하기도 한다. 남들과 같은 길을 걷지 않아도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삶. 바로 주체적인 삶을 나타내는 문구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런 의미로 청소부와 작가 일을 하며 살고 있는 34살 청년 김예지도 나 다운 삶을 잘 살아가고 있다. 막상 26살 청소 일을 시작했을 땐 그것이 나 다운 삶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미대를 졸업해 회사를 다니다 조직생활에 맞지 않은 나를 발견했고 그 이후 회사가 아닌 다른 일로 생계를 꾸려야 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그림이었다. 미대를 나왔기도 했고 어렸을 적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장 큰 위안이기도 했던 나에게 직업으로서도 욕심이 났다. 그런 마음에 퇴사와 동시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을 했으나, 그 일이 만만치 않았다. 고작 1년 다닌 회사의 경력도 그림과는 관련이 없었고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도 없던 시절이라 갑자기 누군가 나에게 일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생계는 이어가야 했던 나는 아르바이트를 2-3개 병행하며 동시에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시간을 1년 정도 보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런 날 보던 어머니가 청소 일을 함께 해보지 않겠냐 권했다. 그 일에 대해 들어보니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보다 훨씬 가성비 좋은 일이었다. 내가 열심히만 하면 한달 300만원 정도는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26살 어머니와 함께 이 일을 시작했다. 이 일도 역시나 만만치는 않았다. 장점만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었기에 단점이 일을 할수록 더 두드러지게 다가왔다. 첫 번째로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우리가 흔히 길을 지나거나 어느 장소에서 만나게 되는 청수부들은 거의 대부분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 많다. 그렇다면 반대로 26살 막 청소 일을 시작한 내가 어떻게 보였겠는가. 너무나도 이질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직업에는 이미지가 있다. 경찰관, 승무원, 선생님, 경비원, 버스기사. 자 어떤가? 직업을 듣자마자 나이대와 성별까지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지 않은가? 청소부도 그렇다. 남들이 보기에 내가 그 일을 하기에 너무 어려 보였던 거다. 그리고 그 시선이 자주 주눅들게 만들었다. 왠지 하지 말아야할 일을 하는 기분이 들었고 시선을 받는게 견디기 어려웠다. 세상 살면서 그렇게 많은 시선을 받아본 건 처음이었으니깐. 두 번째로는 실패자 취급을 받는 일이었다. 시선을 넘어 나에게 다가와 질문하는 분들도 종종 있었다. 어쩌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부터 왜 좋은 회사에 들어가려 노력하지 않고 이런 일을 하냐?라는 말까지 정말 다양한 질문들을 받았다. 대부분 나를 걱정하는 말들이었다.(가끔은 그런 나를 기특하게 여기는 분들의 응원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질문의 비중은 알다시피 젊은데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어?라는 어투가 많았다. 마치 사회에 낙오된 실패자를 대하는 태도였다. 이 두 가지가 청소 일을 하면서 꽤 많은 어려움을 줬다. 그럼에도 나는 9년이 넘게 청소 일을 하고 있다. 왜냐고? 나와 잘 맞으니깐. 그리고 나 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니깐. 내가 원하는 그림을 생계적 어려움 없이 그릴 수 있는 안정적 수입과 원하는 시간대로 설정해 만약 다른 수입원이 생기면 유동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 무엇보다 조직생활을 싫어하고 개인적인 성향을 가진 나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사회적 시선과 질문만 견뎌내면 더 큰 베네핏이 있었다. 그 사람들의 시선과 질문은 한 순간이다. 그들은 그렇게 뒤 돌아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그런 작은 것들에 내가 원하는 삶을 놓치긴 아까웠다. 그리고 청소 일이 준 또 하나의 선물 바로 저 청소일 하는데요?다. 그토록 원하던 그림 일을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줬던 나의 첫 작품이었고 그 책을 계기로 다양한 직업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현재 5개의 직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청소부,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강연가, 선생님이다. N잡러가 될 수 있었던 근원은 바로 청소 일이었다. 이제는 김예지라는 사람만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삶도 생겨났다. 정말 다양한 직업이 존재하는 요즘. 거기다 한 가지 직업만을 고집하지 않는 요즘. 그 안에는 정말 나라는 존재가 가장 잘 녹아 있어야지만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말인데 마지막으로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삶은 정답이 없으니 나를 많이 알고 파악해 정말 스스로 행복해 질 수 있는 일을 해보라는 말이다. 사회인이 돼 직업을 가지면 내 인생에 정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일이 된다. 그 일이 나라는 사람을 녹여낼 수 없을 때 우리는 끝없는 괴로움에 시달리게 되는 것 같다. 나라는 주체로 살아가는 삶이 되길. 현재를 살고 있는 수많은 청년들을 응원한다! 2023.02.02 김예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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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의 인생역전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Wien)이라면 무엇보다도 먼저 음악의 성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이곳 사람들은 특히 빈(Wien) 고전주의에 대한 자부심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강하다. 빈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3대 음악가라면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다. 그 중 요제프 하이든(Joseph Haydn 1732-1809)이 최고 연장자인데 모차르트보다 24세, 베토벤보다 38세 더 많다. 그는 100개가 넘는 교향곡을 썼고 또 현악4중주를 확립했기 때문에 교향곡의 아버지,현악4중주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사실 그는 교향곡뿐만 아니라 협주곡, 현악4중주와 소나타 등 고전주의 형식의 기틀을 확립하는데 큰 공헌을 했으며낭만파의 싹을 트게 했으니 모차르트, 베토벤에 이어 슈베르트도 그에게 음악적으로 많은 빚을 진 셈이다.빈에서 그의 자취를 한번 찾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소년시절 하이든이 성가단원으로 봉직한 슈테판 대성당. 빈 한복판에는 고딕양식의 성 슈테판 대성당이 우뚝 솟아있고 그 주변에 황궁을 비롯한 주요 건물들이 세워져 있다. 세련되고 귀족적인 기품을 지닌 도시 빈은 크리스마스 불빛이 거리를 장식할 때 그 아름다움이 더욱 돋보인다. 빈 중심가에 있는 콜마르크트(Kohlmarkt)는 황궁 입구인 미하엘러토어(Michaelertor)와 직선으로 연결되는 명품거리이다. 이 거리 11번지 건물 윗 층 외벽에는 하이든기념 명판이 보인다. 하이든은 이 집의 지붕 바로 밑 구석진 방에서 1750년부터 5년 동안 살았는데 그가 태어난 해가 1732년이니 이 허름한 다락방에서 18세부터 23세까지 살았다는 뜻이다. 하이든이 태어난 곳은 수도 빈에서 45킬로미터 동쪽 작은 도시 하인부르크 근교에 있는 로라우(Rohrau)라는 촌구석이다. 그는 6세 때 하인부르크에서 소년 성가대원이 되었는데8세가 되던 1740년, 빈의 슈테판 대성당의 음악감독 게오르크 로이터가 우연히 하인부르크에 들렀다가 소년 성가대에서 어린 하이든이 부르는 노래에 감명을 받고는 당장 그를 빈으로 데려왔다. 이리하여 하이든은 빈의 성 슈테판 대성당 소년 성가대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무한히 넓은 세계를 접하게 되었다. 물론 이곳의 엄격한 규율 때문에 생활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무명의 젊은 하이든이 살던 다락방의 창문과 기념명판. 그는 9년 후에 변성기를 맞아 소년 성가대를 그만 둔 다음에는 혼자서 매우 힘든 상황을 헤쳐 나가야 했다. 그때 그가 살던 곳이 바로 이 다락방이었는데 겨울에는 난방도 되지 않았다. 고달픈 떠돌이 음악가로 겨우 연명하던 그는 우연히도 인생의 반환점을 맞게 되었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당대 최고의 시인이자 오페라 대본작가인 메타스타지오(1698-1782)가 마침 같은 건물에 살고 있었는데 그는 하이든에게 음악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주었을 뿐 아니라 음악계의 유명인사들도 소개해 주었던 것이다. 하이든의 석상. 이 일을 계기로 마침내 그는 1761년에 유력 귀족가문 에스테르하지 소유 오케스트라의부악장으로 초빙받고 빈에서 남쪽으로 약 50킬로미터 떨어진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영지 아이젠슈타트로 이주했다. 그는 그곳에서 약 30년 동안 에스테르하지 가문을 위해 일하면서 수많은 곡을 썼다. 물론 개인적인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는 없었다. 그의 신분은 어디까지나 특권과 지위가 주어진 존경받는 충실한 하인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영향력 있는 귀족 가문 덕택에 그의 작품은 가장 권위 있게 외부에 알려질 수 있었다. 사실 그가 쓴 불멸의 작품 대부분은 그곳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작곡된 것이다. 아이젠슈타트 활동 시기가 끝난 다음 그는 수도 빈으로 와서 당시 빈의 외곽 마을에 집을 구입하여 여생을 보내게 되는데 이 시기에 그는 영국을 두 차례 방문, 그곳에서 대규모의 걸작을 발표하여 영국 청중들을 사로잡았고 옥스포드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도 받았다. 얼마 전까지 하인신분이었던 그는 최고의 명사가 되어 귀족들과 어울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808년 3월 27일. 그날 그의 76세 생일을 축하하여 빈 대학이 마련한 그의 기념비적인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공연에 앞서 그는 팡파르가 울리는 가운데 청중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입장했다. 그런데 곧 국제정세가 급변하여 다음해인 1809년 프랑스 군대가 빈을 점령했다. 나폴레옹은 육체적으로 쇠약해진 노장 하이든을 특별히 보호하도록 했으나 그해 5월 31일 하이든은 영원히 눈을 감고 말았다. 그의 장례식에는 빈 시민들 뿐 아니라 프랑스 점령군 장교와 근위병들도 깊은 애도를 표했다. 하이든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청년기에 어려움과 시련을 적지 않게 겪었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면서 생의 후반에는 유럽 최고의 음악가로 크게 존경받았던 것이다. 하이든이 말년에 살던 집. 지금은 하이든 박물관이다. 하이든이 마지막으로 살던 집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며 위치는 현재 분주한 쇼핑거리인 마리아힐퍼슈트라쎄(Mariahilferstrasse) 근처이다. 이 거리에 있는 바로크 양식의 성당 앞 광장에는 1887년에 그의 기념상이 세워졌다.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미술,언어,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이탈리아 도시기행,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culturebox@naver.com 2023.01.31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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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UAE 경제협력, 걸프국가 사회문화·제도 먼저 알아야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장 최근 들어 카타르 월드컵과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이 이뤄지면서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도 중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UAE는 맨체스터 시티 축구단 구단주로 알려진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얀 UAE 부총리,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호텔, 그리고 에미레이츠 항공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최근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이 이뤄지면서 대중동 경협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7개 토후국으로 구성된 아랍에미리트연방은 2000년대 들어 탈석유화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인프라, 항공, 물류, 통신, 금융 등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비전 2021, 국가의제를 연달아 발표하면서 경제 다각화와 지식기반 경제 구축을 위해 인적 자원 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했으며 2017년 발표된 센테니얼2071은 과학기술 및 첨단산업 인력 육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자국 기업 육성, 디지털 기술 활용 확대, 외국인 직접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다음 50년을 위한 프로젝트도 발표했다. 그것 뿐이랴. 2023년에는 우리나라를 제치고 제28차 UN 기후변화당사국 총회 개최, 인공강우 실험 성공, 우주탐사 계획 등 전방위적인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 UAE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발표한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수소, 스마트시티, 바이오 등 첨단산업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앞서있는 한중일 등 동북아 3개국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과 UAE는 2009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후 에너지 및 건설 일변도의 협력을 넘어 국방, 보건의료, 치안, 교육 등으로 협력 분야를 확대하기로 했다. 바라카 원전 수출 역시 우리나라의 첫 수출인 동시에 UAE에는 아랍 국가 첫 원전 건설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2018년 한-UAE 관계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특히 UAE가 수소, 방산, 원전, 디지털, 제약 등과 같이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유한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면서 양국은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가고 있다. 또 양국은 첨단산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항공우주산업, 모빌리티,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 진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양국 간 양해각서가 수없이 체결되고 UAE 모하메드 대통령이 한국에 3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하면서 UAE에 거는 우리의 기대도 점점 커지고 있다. UAE 내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 역시 우리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한-UAE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러나, 한국과 UAE가 동반자로 관계를 지속해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UAE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우리 기업이 UAE, 걸프 국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 제도, 에미라티제이션(Emiratisation)이라고 불리는 자국민 고용 정책 등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UAE는 2021년까지 외국 기업의 법인 설립 시, UAE 국적자가 51% 이상의 지분을 소유해야 하며 로컬서비스 에이전트를 고용해야 한다는 요건을 가지고 있었다. 상기 제도는 2021년 중반 폐지됐으나 UAE 정부는 여전히 현지화를 중요시하고 있고 현지화 정도를 평가하는 ICV 제도를 도입했다. ICV 제도의 골자는 자국민 고용, 자국 내 재화 및 서비스 조달에 있어 어느 정도 현지화가 돼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2022년부터 시행된 에미라티제이션 정책에 따르면 외국계 기업은 5년간 매년 전체 고용 인원의 2%를 자국민으로 고용해야 한다. UAE에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이 UAE 정부의 이러한 정책을 간과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두 번째 사실은 UAE가 이슬람 문화권이라는 사실이다. 이슬람 문화는 중동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UAE 역시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이슬람금융을 통해 투자와 금융 산업이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K-POP을 포함한 한국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자국 문화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 반발심을 가진 대중의 비율 역시 높아져가고 있다.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국가와 협력을 확대하는 데에 있어 이슬람 문화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는 철저히 이익을 쫓아간다는 사실을 묵과해서는 안된다. 한국과 UAE가 전례없이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에너지, 방산, 첨단기술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중동은 우리나라에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UAE 대통령의 대규모 투자 약속 역시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전수받고 투자한 만큼의 미래가치를 봤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우리 역시 보다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우리가 얻을 실익이 무엇일지 철저히 계산해야 할 것이다. UAE는 자국의 첨단산업과 제조업 육성, 석유 일변도의 경제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인도, 이스라엘과 같은 국가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가고 있다. 또한 전통적으로 가까웠던 미국, EU, 최근 20여 년 간 중동 내 투자 규모를 급격히 확대한 중국과 러시아까지, UAE를 포함한 중동 지역에서 주요국은 수주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걸프 국가의 투자 규모는 국제 유가와 맞물려 있다. 코로나19 이후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걸프 국가들이 수소, 석유화학, 인프라, 담수화 플랜트 등과 같은 대규모 사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고유가일 때에만 UAE에 반짝 주목해서 우리의 이익을 찾을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중동 전략도 보다 실제화할 필요가 있다. 지속적인 관심과 교류, 다양한 학술 연구 저변 확대를 통해 UAE를 넘어 걸프, 중동지역 정치,경제,외교 정보를 미리 축적함으로써 우리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2023.01.30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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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운동선수의 ‘뇌’는 다를까 장태석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는 프랑스를 이기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은 우승 주역인 리오넬 메시를 축구 천재라고 칭한다. 이뿐만 아니라 농구의 마이클 조던, 야구의 오타니 쇼헤이 등 다양한 종목에서 천재라 불리는 선수들이 존재하는데 세계 최고의 경기력을 가진 선수들의 뇌는 어떤 특별함을 갖고 있는 것일까? 운동선수들의 뇌의 특성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뇌의 기능 운동선수의 뇌의 특성을 알아보기 전, 뇌에 대한 기본적인 특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뇌는 최소 수십억 개에서 수천억 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순수 한국어로는 골이라고 칭한다. 인간의 움직임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움직임에 필요한 인지, 기억, 학습, 감정 등을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이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뇌에 있는 뉴런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 인간의 감각(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기관으로부터 정보가 들어오면 뇌의 각각의 해당 영역에서 전기를 발생시켜 다른 세포에 정보 전달을 통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림 1은 인간의 뇌를 기능에 따라 구분해 놓은 것인데 감각을 통해 들어온 각각의 정보가 어느 영역에서 처리되는지를 알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뇌는 진화를 통해서 발달되면서 복잡하게 형성되었다. 뇌의 기본적인 기능에 대해서 알아보았고, 이어 운동이 발생되는 과정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움직임을 위해서 우리의 뇌는 어떻게 활용될까?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한번 다음과 같이 움직여보도록 하자. 지금 내 옆의 물체를 들어서 앞으로 옮겨본다. 옮긴 후에 내가 옮기면서 행했던 과정을 돌이켜 보자. 우선, 물체가 어디에 있고 어떤 물체인지를 인식하였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각은 감각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시각연구의 대표 학자인 데이비드 마아(David Marr)는 시각의 목표는 무엇이 어디 있는지를 알기 위한 것이라 정의하였다. 그림 2는 인간의 시각 시스템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눈동자로부터 정보가 들어오면 뇌 뒤쪽(그림 노란색 부분) 후두엽의 시각피질(Visual cortex)로 전달된다. 전달된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시각피질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그림과 같이 위쪽과 아래쪽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위쪽인 배측흐름(Dorsal stream)에 전달된 정보는 두정엽으로 이동하여 어디에 있는지를 식별하고, 공간적 지각을 할 수 있도록 처리한다. 반대로 아래쪽 흐름인 복측흐름(Ventral stream)은 측두엽 아래쪽으로 이동하여 물체 모양, 정체를 파악하기 위한 정보를 처리하게 된다. 이후 무엇과 어디에 대한 정보가 처리되면 전운동영역(Premotor cortex), 보조운동영역(Supplementary motor cortex), 운동영역(Motor cortex)에서 움직임을 위한 활성화가 발생되고 움직임이 시작된다. 운동선수들이 지닌 뇌 네트워크 지금까지 인간의 뇌의 형태와 움직임이 발생되는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그럼 우수한 능력을 지닌 선수들의 뇌는 어떻게 다르며 일반 운동선수나 일반인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선수들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이론인 정보처리 이론을 설명하고자 한다. 정보처리 이론은 컴퓨터의 작동원리를 빗대어 설명되는데 외부로부터 들어온 정보를 일련의 과정을 거쳐 처리한다는 내용이다. 그림 3은 정보처리 이론 모델을 도식화한 것이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공을 잡은 우리 팀 동료선수로부터 패스를 받을 때 선수는 공이 오는 방향을 감각기억으로부터 처리를 진행한다. 감각기억은 그림에서처럼 약 1초에서 2초 정도 저장되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정보는 사라진다. 패스를 받는 과정에서 이 공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주의와 지각 단계를 지나 작업기억에서 패스를 할 것인지, 슈팅을 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처리 한다. 작업기억은 감각기억으로부터 전달된 정보를 직접 처리하는 역할을 하고, 반복적인 학습을 하거나 중요하게 여기는 정보는 장기기억에 저장하며 비슷한 자극을 받았을 때 인출하여 정보를 처리한다. 모든 운동선수들은 숙련된 수행을 위해서 수없이 많은 연습을 통해 체력, 기술적 요소들을 발전시키고 이를 시합에 적용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그 결과 위에서 제시한 정보처리의 과정 자체가 빠르게 처리되고 자동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자동화는 의식적인 컨트롤이 아닌 무의식적 상태에서 반사적으로 행동이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선수들에게 있어서 시합 상황은 연습 상황과는 다르게 통제해야 할 요소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관중, 상대 선수, 컨디션, 날씨 등이 있는데 숙달된 선수일수록 이러한 요소들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개인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한다. 손흥민 선수를 예로 들면 패스를 받기 전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핀 후 패스를 받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하게 습관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수행하는 동작뿐만 아니라 패스를 받은 다음 수행할 것을 처리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다. 이는 수많은 훈련을 통해서 기억의 패턴을 발전시켰기 때문에 숙련된 동작으로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수한 선수일수록 작업기억의 양을 늘릴 수 있는 청킹(Chunking)을 활용하는데 청킹은 환경으로부터 들어온 자극 정보를 의미 있게 서로 연결시키는 것을 뜻한다. 손흥민 선수의 사례처럼 하나의 동작 안에 다음 수행해야 하는 동작을 연결시켜서 매끄럽게 진행시키는 과정이라 이해하면 된다. 즉, 우수한 경기력을 가진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들의 차이는 이러한 정보처리 과정에서 수행해야 할 동작들에 대한 처리가 다르며, 운동수행에 방해가 되는 자극에 영향을 얼마나 받는지에 따라 그 수준이 판가름된다. 글을 마무리 하며 뛰어난 운동선수의 뇌는 다를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일반적인 선수의 뇌와는 다르다고 답을 하고 싶다. 인지신경학 연구 분야에서는 후천적으로 뇌가 변화하는 것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하였다. 런던에서 택시운전 자격증을 획득하려면 반경 10km의 지도를 머릿속에 그려놓고 외워야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2년에서 4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뇌의 변화를 살펴보았을 때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부분이 커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현상을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의 원리라고도 하는데 이는 신경의 형태가 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사례처럼 세계적인 운동선수들은 반복적인 훈련과 시합을 통해 효과적인 정보처리 뇌 기능을 갖게 되었으며, 이는 곧 경기력과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운동선수들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러한 뇌 원리를 활용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2023.01.27 장태석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