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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대극복 아이가 태어나는 도시, 우리가 꿈꾸는 미래 이제 우리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한 명이라도 아이를 더 낳을 수 있는 조건'을 넘어, '아이를 낳고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진짜 우리가 꿈꾸는 미래일 것이다.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며 인구 구조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2024년 소폭 상승 하였으나 감소하는 출생아 수는 단지 수치상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소멸, 경제 성장 둔화, 사회복지 부담 증가 등 미래 사회 전반에 걸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이 위기를 단순한 숫자의 문제로 볼 수는 없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듯이 지금은 바로 '아이가 태어나기 좋은 도시, 부모가 행복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전환점이다. 전국 지방 중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은 이미 전체 기초자치단체의 절반을 넘겼다. 전라북도 고창군, 경상북도 의성군, 강원도 인제군 등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20년 내 행정 기능과 교육, 의료 서비스 등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경북 의성군은 현재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50%에 육박했으며,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통폐합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곧 지역의 일자리 축소 청년 유출 출산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고착화시킨다. 지역 소멸이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 서울과 인천도 위기를 직면하고 현실감 있는 양육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수도 서울과 출생률 증가율 전국 1위 인천의 양육 정책을 비교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은 출산지원금, 아이돌봄 서비스, 공공보육시설 확충 등 여러 방면에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높은 주거비용과 육아시설 접근성의 불균형으로 정책 효과가 제한적이다. 반면 인천시는 산후조리원 비용 최대 150만 원, 첫째부터 육아수당 지급, 아이 플러스 시리즈, 천사지원금, 육아종합지원센터 확대 등 실질적이고 체감 가능한 정책을 통해 시민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정책의 총액이 아닌 체감도와 접근성이 출산 결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 양육정책의 사례이다. 인천시의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한 지원금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양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인천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브랜드화를 통해 육아지원정책을 체계화하고 있다. 공공어린이집 비율 확대, 부모 교육 및 심리지원 확대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며, 인천시만의 특별한 혜택으로 부모들의 양육 불안을 줄이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에서 신생아들이 인큐베이터에 누워 있다. 2025.2.26.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은 많은 노력으로 2024년 출산 의향이 68.5%로 전년 대비 12% 올라갔지만 정책이 분산된 형태로 작동하며, 육아가 고립되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돌봄 공백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서울 뿐 아니라 과밀지역에서도 꼭 해결해야 할 아주 중요한 문제점 중 하나다. 저출생 문제 극복에 있어 실효성이 높았던 육아 정책들의 공통점은 '생활 밀착형 정책'과 '민간-공공 협력 체계' 다. 아산시의 경우 '100원 택시-산모 전용', 인천시의 '가족친화 인증제', 광주시의 '출산축하용품 패키지 제공' 등은 소규모 예산으로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정책은 '지속성과 체감도'의 효과성이 올라가고 예산 대비 만족도가 높아, 중소도시들이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정책 모델이다. 또한, 아빠 육아휴직 장려, 탄력근무제 의무화, 출산 직후 부모 상담 서비스 등은 단기적 출산율 개선뿐 아니라 양육 지속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의 효과성과 실효성 있는 정책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3가지 과제를 요약해 본다. 첫째 제도적 연속성이다. 정부 지자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출산정책이 단절되지 않도록, 국가 기본법에 근거한 출산-육아 정책 통합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기업과의 파트너십이다. 육아휴직, 유연근무제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하도록 가족친화기업 인증 및 조직문화의 변화와 정책 사용 인센티브제 도입,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시급하다. 셋째 시민 인식 전환이다. 출산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의 공동 책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아이 키우는 것이 손해'라는 인식을 '기쁨'으로 바꾸는 건강한 문화적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도시의 모습과 지향해야 할 도시는 단지 출산율이 높은 도시가 아니다. 아이 키우는 것이 자랑스러운 도시, 부모가 존중받는 도시, 함께 돌보는 공동체가 살아있는 도시여야 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란 공공보육, 안전한 양육 환경, 촘촘한 지역사회 커뮤니티가 있는 도시다. 부모가 행복한 도시란 일과 육아의 균형을 지원하는 기업문화와 아이 키우는 부모를 지지하고 인정하는 지역사회 문화가 정착된 도시다. 아이 낳고 살고 싶은 도시란,출산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양육의 전 과정을 함께하는 행정과 미래가 있는 도시다. 자랑하고 싶은 도시는부모와 아이가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제공받으며 시민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주어지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도시다. 이러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바로 저출생을 극복하는 길이자,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과정인 것이다. 저출생은 분명 우리 사회의 위기이지만, 이 위기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의 재설계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을 바탕으로 각 지자체와 기업, 시민들이 역할을 나누고 현재와 미래의 공동체 회복에 협력한다면, 아이들이 웃으며 자랄 수 있는 사회는 절대 멀지 않다. 이제 우리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한 명이라도 아이를 더 낳을 수 있는 조건'을 넘어, '아이를 낳고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진짜 우리가 꿈꾸는 미래일 것이다. ◆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저출산고령화위원회 자문위원이자 가치자람사회적협동조합에서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으로 근무 중이다.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으로 활동하며 세 아이와 함께 소통하는 아빠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아빠육아와 남성육아휴직 인식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5.04.30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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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개 유엔회원국과 수교 완결, 외교관계 대기록 세우다 한국은 지난해 2월 북한과만 수교해 오던 '쿠바'와 외교 관계를 수립한 데 이어, 이번 '시리아'와의 수교까지 성사시키며 '모든 유엔 회원국'과 외교 관계를 맺는 대기록을 세웠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 2025년 4월 10일, 대한민국은 193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마지막 미수교국이던 시리아와 마침내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극비리에 수도 다마스쿠스를 찾아 이뤄낸 이번 수교는 한 편의 외교 첩보극을 방불케 했고 우리 외교 지형에서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는 극적인 순간이었다. 조 장관은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듯, 어렵게 마련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시리아를 방문했다"며 양국 수교를 '끝내기 홈런'에 비유했다. 현재 시리아 과도정부를 이끄는 이슬람주의 반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시리아해방기구)이 지난해 12월 초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면서 가능해진 놀랍고도 반가운 변화다. HTS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 이후 알아사드 정권에 맞서 싸워왔다. 2024년 11월 말, 전열을 재정비한 HTS는 다마스쿠스에서 300㎞ 떨어진 거점을 출발해 열흘 만에 수도를 장악했다. 정부군은 이렇다 할 저항조차 못 한 채 투항했고 '시리아의 도살자'로 불리던 알아사드는 후원국인 러시아로 도주했다. 1970년 쿠데타로 집권한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 이래 54년간 이어진 부자 세습 독재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한국은 지난해 2월 북한과만 수교해 오던 쿠바와 외교 관계를 수립한 데 이어, 이번 시리아와의 수교까지 성사시키며 모든 유엔 회원국과 외교 관계를 맺는 대기록을 세웠다. 북한은 주요 해외 공작 거점을 또 잃게 되었고, 외교적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실제로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하던 당시 현지 북한대사관은 서둘러 철수했다. 한국은 이번 시리아와의 수교를 성사시키며 북한을 제외한 191개유엔 회원국 모두와외교 관계를 맺는 대기록을 세웠다. 사진은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 모습.(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시리아 세습 독재의 갑작스러운 몰락은 독재체제 특유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됐다. 독재체제는 겉으로는 평온한 정치 상황을 유지하는 듯 보이다가도, 별다른 전조 없이 극적으로 무너지는 속성을 지닌다. 억압과 통제로 내부 여론을 차단한 결과, 체제는 몰락의 징후조차 감지하지 못했고, 부패와 불신 속에 한순간에 무너졌다. 독재의 가장 큰 아이러니다. 중동 정세의 급변도 시리아 몰락에 결정적이었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했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지상전을 거쳐 2024년 10월 역내 '새로운 질서' 작전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이 후원한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사실상 와해됐고, 이란 혁명수비대도 큰 타격을 입었다. HTS가 다마스쿠스로 진격할 당시 시리아의 오랜 뒷배 역할을 해온 이란은 정부군을 제대로 지원할 수 없었고, 우크라이나전에 발이 묶인 러시아 역시 무기력했다. 북한과 닮아 있는 시리아 정권의 몰락은 북한에 실존적 불안감을 안겨줄 것이다. 하루아침에 무너진 알아사드 정권은 김일성 시대부터 북한과 혈맹 관계를 이어왔고 시리아처럼 북한도 러시아와의 군사동맹에 생존을 의지하고 있다. 러시아와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까지 약속한 북한으로서는, 최근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밀월 기류가 어디까지 진전될지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2025년 1월 HTS 수장 아흐메드 알샤라는 과도정부를 구성해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전쟁으로 붕괴된 경제와 국가 제도를 복구하고 헌법 채택과 선거 시행까지 최대 4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내전 이후 경제가 85% 이상 위축되고 인구의 90%가 빈곤선 이하에 놓인 절망적 상황이 최대 과제로 지적된다. 시리아는 한국의 경제 성장 비결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발전 모델을 배우기 위한 실무 대표단 파견 의사를 밝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개발 경험 공유, 인도적 지원, 경제 재건 협력을 제안했다. 실제로 한국은 많은 중동 국가에서 아시아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시장경제를 이룬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중동 이슬람 국가들은 전통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상 사회주의 체제나 서구식 자유주의 모델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우리의 경험이 새로운 시리아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과 확신을 줄 수 있길 바란다. 2025.04.30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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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대극복 공원 벤치와 낡은 의자, 어르신의 선택은? 일상을 살아가는 어르신들과 지역 주민들의 하루 삶이 비추어 내는 실태와 경험이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충분히 반영되어 국민 체감적 정책이 수립되기를 소망한다.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날씨 좋은 어느 날 어르신들이 공원에 모여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고 계신다. 떡과 음료를 나누시는 즐거운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어디에서 가져오신 것인지 모를, 때로는 대형폐기물 스티커까지 붙어 있는 낡고 고장난 등받이 의자를 가져오셔서 둘러앉아 계신다. 공원에 어르신들이 앉을 곳이 부족해서인가 하여 둘러보면 버젓이 평상형 벤치가 설치되어 있지만 어르신들은 낡고 고장난 의자에 앉아 계신다. 필자가 직접 어르신들께 여쭈어보니 그곳의 벤치는 불편하다 하신다. 낡고 허름할지언정 이 의자는 등을 기댈 수 있고 엉덩이를 앉힐 좌판도 쿠션이 있어 차갑지 않다고 하신다. 운이 좋아 팔걸이까지 멀쩡한 의자를 구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라 말씀하신다. 지자체에서 멋있고 깔끔하게 조성한 공원의 정자와 평상, 벤치는 등받이가 없고, 오래 앉아 있기에 딱딱해서 엉덩이가 배기며, 여름과 겨울에 뜨겁고 차가워 앉기 싫다는 것이다.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어르신들의 휴게의자.(필자 제공)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어르신을 위하며 모든 세대가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집과 마을, 도시와 지역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절대적으로 정책 대상자의 삶을 살펴보고 개선점을 찾아야 함을 반증하는 일화이다. 국민의 일상적 하루 삶을 현장에서 자세히 살펴보고 국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을 확인해야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한 평상과 벤치 대신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주워 온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의 일상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어르신들의 일상적 삶을 확인할 수 있는 조사와 통계 자료로는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와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가 있다. 노인 실태조사는 '노인복지법'에 근거하여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65세 이상 어르신 1만여 명의 건강과 기능 상태, 돌봄 실태 등과 함께 거주 주택의 종류와 편리성을 조사한다. 주거실태조사는 '주거기본법'에 근거하여 국토교통부가 매년 전국의 일반 가구와 노인·장애인 등 특수가구를 대상으로 자가보유율과 점유형태, 주거부담 및 주택과 주거환경 만족도 등을 조사한다. 다시 말해 "집에 방은 몇 개입니까?", "지금 사시는 곳에서 몇 년 거주하셨습니까?"와 같은 사실을 확인함에 집중하는 일종의 사실 확인식 조사라 할 수 있으며, 어르신들의 평균적 삶의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국가승인통계로써 활용가치가 높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의 일상적 삶의 부족과 불편에 대한 지원은 "집 현관은 이용하시는데 무엇이 불편하십니까?", "공원과 공원 시설물 이용에는 무엇이 불편하십니까?"와 같은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생활환경에 대한 인식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야 할 것이다. 실태조사와 같은 사실 확인식 조사와 일종의 경험 체크식 조사가 결합될 때 우리 사는 마을과 지역에서 부족하고 불편한 부분에 대한 국민 체감의 지원 정책이 이루어질 수 있다. 건축공간연구원 고령친화 커뮤니티 정책연구센터가 2021년 발간한 "어르신들이 이야기하는 건축과 도시공간"은 이러한 어르신들의 경험 체크식 조사결과를 종합한 예시가 될 수 있다. 해당 발간물의 내용 중에는 기존 노인실태조사 또는 주거실태조사에서 다루지 못하였던 어르신들의 주거공간 중 불편하고 위험한 장소로서 인식되는 화장실이 불편하고 위험한 이유로 욕조의 높이가 높아서 들어가기에 불편하고 위험하다는 응답을 확인할 수 있으며, 어르신에게 적정한 높이와 충분한 너비의 욕조, 앉고 서기에 편안한 변기, 미끄럼 방지를 위한 바닥재와 안전손잡이 설치 지원의 시급성을 확인할 수 있다. 집 밖을 나와 외부 활동 시에는 보행로의 고르지 못한 보도블럭으로 낙상을 경험하셨음을 확인하였으며, 어르신에게 안전한 보행신호가 여전히 짧아서 서둘러 길을 건너려다 낙상을 경험하셨음을 확인하며, 어르신이 많이 이용하시는 장소에 설치된 건널목의 보행신호 조정 필요를 시사하기도 한다. 자료제공 : 건축공간연구원 보고서 '어르신들이 이야기하는 건축과 도시공간'(2021)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어르신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준비하고 시행 중이다. 특히 올해는 향후 더욱 본격화할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대응 국가 기본계획인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6~2030)이 수립되는 시기이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및 다분야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주요 정책과제와 사업추진 방향을 설정하는 중이다. 국민 체감적 정책 개선은 우리의 일상적 경험이 나아짐을 의미한다. 부디 일상을 살아가는 어르신들과 지역 주민들의 하루 삶이 비추어 내는 실태와 경험이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충분히 반영되어 국민 체감적 정책이 수립되기를 소망한다. ◆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건축공간연구원 고령친화정책연구센터장, 기획재정부 인구위기대응 TF 고령사회 대응반 위원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국토교통부 인구대응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령자 주거와 복지의 연계, 고령친화 공동체마을 등에 대한 고령친화 건축도시공간 정책연구 전문가이다. 2025.04.29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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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의 새로운 길, AI와 함께 만드는 예측의 시대 최근 정부는 산업재해의 대응 방식을 '예방'에서 '예측'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정책적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또한 AI가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판단하도록 학습하는 시스템은 이론을 넘어 실증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기술은 예측과 판단의 공백을 메우는 수단이며, 그 기술이 현장에 맞게 설계되기 위해서는 작업자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 손병창 나사렛대학교 재활의료공학과 교수 4월 28일 '세계산업안전보건의 날'을 맞을 때마다, 산업현장에서 반복되는 사고들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무겁다. 산업재해는 단순한 통계나 업무상의 변수로 설명될 수만은 없다. 그것은 한 개인의 생애를 송두리째 바꾸는 사건이며, 그 파장은 가족을 넘어 공동체 전체에 깊은 상흔을 남긴다. 우리 사회가 산업재해를 마주할 때마다 반복하는 질문은 단 하나다. "우리는 과연 충분히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전문가로서, 또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느끼는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산업안전은 단순히 사고를 줄이는 기술적 과제가 아니라, 사회의 윤리적 성숙과 인문적 성찰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이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한국의 산업재해자는 약 13만 6천 명이었으며 사망자는 약 2천 명에 달했다. 광업, 건설업, 제조업이 전체 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소규모 사업장과 제조업의 기계 관련 사고가 집중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이는 특정 업종이나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구조와 문화, 기술 환경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해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270만 명이 산업재해나 직업병으로 사망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는 매 15초마다 한 명이 일터에서 생명을 잃는 셈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열악한 안전관리 체계와 인력 구조로 인해 사고 발생률이 높고, 대응 역량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반면, 일부 선진국은 AI 기반 예측 시스템과 디지털 전환을 통해 산업안전 수준을 체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위험요소를 조기에 감지하고, 시스템 중심의 대응체계를 갖추려는 정책적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정부는 산업재해의 대응 방식을 '예방'에서 '예측'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정책적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2025년부터 추진되는 '제조안전고도화기술개발사업'은 그 일환이다. 이 사업은 업종별 사고사례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적용해 사고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식별하고 조기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초기 적용 업종으로는 이차전지, 석유화학, 섬유 등이 선정됐다. 이들 업종은 단일 사고의 규모가 크고 반복되는 사고 유형이 뚜렷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6월 화성시의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는 31명의 사상자를 낳으며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섬유산업은 수작업 공정이 많아 끼임, 절단, 넘어짐 등 인적 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으며, 유해물질 사용도 빈번하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국토교통기술대전'의 한 부스에서 선로 안전 로봇을 전시하고 있다. 2024.5.15(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산업안전이 갖는 기술적 접근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사고 유형별로 수년간 누적된 데이터(예컨대 끼임 사고는 2017~2021년 사이 총 3만8584건에 달함)를 기반으로, AI가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판단하도록 학습하는 시스템은 이제 이론을 넘어 실증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적용은 결코 기술 자체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정부는 '제조안전 얼라이언스'라는 협업 구조를 통해 기업, 연구기관, 지자체가 함께 데이터를 공유하고 현장에서 기술을 실증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기술의 현장 적합성을 높이고, 제조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조선업계의 경우, 이미 실증된 AI기반 안전 시스템이 해외 수출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산업환경의 구조적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정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작업자는 다양해지고 있으며, 작업환경의 변화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 이처럼 변화하는 조건 속에서 안전은 숙련이나 경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기술은 예측과 판단의 공백을 메우는 수단이며, 그 기술이 현장에 맞게 설계되기 위해서는 작업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 산업안전은 단순히 자동화 기기나 정교한 시스템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운영하고 적용하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을 보호하려는 조직의 의지와 문화가 함께 만들어져야 진정한 안전이 가능해진다. 결국 이 모든 기술적 진보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산업안전 기술은 설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것이다. AI 기술이 작업자의 스트레스, 행동 이상, 피로도 등을 감지하고 대응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고령자, 외국인 근로자, 신규 인력 등 다양한 취약계층을 고려한 포용적 기술 또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안전은 기술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현장 구성원의 인식과 조직 문화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기술, 정책, 사람의 세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변화는 현실이 된다. 매일 반복되는 산업현장의 노동이 더 이상 생명의 위험과 맞바꾸는 일이 되어서는 안된다. 기술은 그 바람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일 뿐이며, 결국 그 중심에는 사람과 사회 전체의 선택이 자리한다. 산업안전은 특정 업종의 과제가 아니다. 우리는 고도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산업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단일 현장의 사고라도 특정 지역을 넘어 국가 시스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업안전에 대한 작지만 꾸준한 관심과 낯선 현장의 리스크에도 귀를 기울이는 태도가 이 시대의 안전 문화를 이루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산업재해는 사회의 기술 역량뿐만 아니라 윤리적 성숙도를 비추는 거울이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책임이며, 예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2025.04.29 손병창 나사렛대학교 재활의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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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인생 퇴직 후, '부부 화목' 생각해 보셨나요? 퇴직 후 노후자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부부 화목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부부 모두가 낮 동안은 수입을 얻는 일이든, 사회공헌활동이든, 취미활동이든, 이 세 가지를 겸한 활동이든 자기만의 시간을 갖도록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연구회 대표 퇴직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퇴직수기를 공모하는데 우연히 심사위원을 맡은 일이 있다. 심사를 위해 105건의 수기를 읽고 많이 놀랐다. 공무원들은 60세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도 받기 때문에 특별히 걱정 없을 것이라고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수기 내용이 '퇴직하고 나니 절벽 위에 서 있는 기분이더라'는 것이었다. 갈 곳이 없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그중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고위직 공무원 한 분의 수기를 소개한다. 이 분은 퇴직도 했고 연금도 받으니까 한번 신나게 놀아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오래 가지 못했다. 3개월쯤 놀아보니 즐겁기는커녕 답답해서 미치겠더라는 것이다. 가장 힘든 게 아침에 일어나면 아내의 눈치가 보이는 것이었다. '저 양반은 오늘도 안 나가나?' 동네 도서관에 갔더니 노인들이 신문 한 장 보려고 쟁탈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안 되겠다. 취직해야지'라고 결심하고여기저기 원서를 보냈는데 준비가 안 되어서인지 면접 보러 오라는 곳도 없었다. 그런데 하루는 한 군데서 면접보러 오라는 통지가 왔다. 최근 들어 많이 생기고 있는 주간노인보호센터였다. 100세 시대를 맞아 이웃나라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에도 많이 생기고 있는 이른바 노노(老老) 케어 일자리 중 하나이다. 면접에 합격하여 하루에 5~6시간 일을 한다고 했다. 노인들을 돌보고 같이 놀아주는 일이다. 이분이 성격이 싹싹한 분이고 또 시골에 혼자 계신 노모를 생각하여 성심성의껏 돌봐 드린다고 했다. 그래서 받는 월급 70만 원과 집에서 내던 건강보험료 30만 원을 합하여 100만 원을 벌어다 주고 집에 없으니까 그 수기의 마지막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그렇게 무섭던 아내가 천사로 바뀌었다." 퇴직한 남편과 아내 사이의 갈등문제를 다룬 TV토크프로에 출연하여 비슷한 광경을 목격한 일도 있다. 참여자들에게 주어진 질문 중 하나는 퇴직한 남편이 낮에 집에 있으면 당사자인 남편이나 그 아내 입장에서 불편을 느끼느냐는 것이었다. 남녀 참여자들 대부분이 '불편을 느낀다'고 했다. 여성들은 퇴직하고 집에 있는 남편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 게 부담스럽고 왠지 속박을 당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했다. 게다가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준다는 게 너무 서투르고 잔소리까지 하기 때문에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남성들은 자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 같은 아내의 눈치가 보여 불편하다는 대답이었다. 집안일을 도와주다가 아주 사소한 실수로 핀잔이라도 듣게 되면 화도 나고 서글픔까지 느끼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보다 20년쯤 고령사회를 앞서가고 있는 일본에서는 더 오래전부터 남편 퇴직 후 부부 갈등이 사회적으로 문제화되어 있었다. 퇴직 후 부부 갈등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남편재택 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기도 한다. 퇴직한 남편이 집에 있음으로 해서 아내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건강 이상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증상으로는 우울증, 고혈압, 천식, 공황장애, 암공포증, 십이지장궤양, 키친드링커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남편이 원인이 되어 생기는 병이라고 해서 '부원병(夫源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남편 퇴직 후에 이렇게 부부 갈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커플문화를 가진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와 일본은 남편이 현역으로 있는 동안은 남편과 아내가 서로 분단된 세계에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부가 서로 다른 세계에서 행동하기 때문에 남편이 현역으로 있는 동안은 배우자의 사정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각자 자기 일에 열중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남편은 회사일도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아내는 가사에 열중하다가 자녀양육이 끝나면 아르바이트, 취미, 지역사회 활동 등을 하며나름의 삶의 보람을 찾는다. 그런데 이렇게 분단되어 있던 아내의 세계에 어느날 갑자기 남편이 퇴직하고 집에 있게 되면서 문제가 생긴다. 퇴직 전에는 평일 저녁과 휴일에만 집에 있었던 남편이 거의 매일 집에 있다. 남편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그때까지는 신경쓰지 않았던 남편의 성격이나 생활습관이 아내에게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쌓인 스트레스가 '남편재택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나타나고 심한 경우 중년·황혼이혼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지난 이십수 년 사이 이혼 건수와 이혼율 자체는 크게 줄었는데, 전체 이혼건수 중 혼인지속기간 20년 이상인 중년·황혼이혼의 비율은 1990년의 14%에서 2023년에는 23%로 늘었다. 문제는 중년·황혼이혼을 생각하게 되는 계기이다. 종래부터 있어왔던 이유인 성격차이, 경제문제, 배우자의 외도 등과 더불어, 퇴직 후의 부부 갈등이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어이없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현실인 걸 어찌하겠는가? 이 때문에 일본의 노후설계 전문가들은 퇴직을 앞둔 부부들에게 퇴직후의 부부 화목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조언하고 있다. 특히 낮 동안은 가능한 한 부부 각자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것을 권유하고 있다. 경남 거창군 신원면 해발 950m 고지 감악산 풍력 단지 정상 부근에서 한 노부부가 셀카봉을 이용해 사진을 찍고 있다. (거창군 제공) 2022.10.7.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노후설계전문가 오가와유리 씨 같은 경우는 자신의 기고에서 퇴직 후 가장 인기있는 남편은 집안일 잘 도와주는 남편, 건강한 남편, 요리 잘하는 남편, 상냥한 남편 중 그 어느 것도 아니고 '낮에는 집에 없는 남편'이라고 쓸 정도이다. 우리나라 또한 남편 퇴직 후의 부부 갈등 문제가 빠르게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지 않은지 하는 생각이 든다. 부부 서로가 퇴직 후의 부부 화목에 대해서 거의 준비를 할 기회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중년·황혼이혼은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 이십수년 동안 이혼율은 꾸준히 낮아져 왔는데 전체 이혼건수에서 차지하는 중년·황혼이혼의 비율은 1990년의 5%에서 2023년에는 무려 36%로 늘어났다. 이렇게 늘어난 배경에는 퇴직 후의 부부 갈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언론을 통해서도 노후설계 강의 현장에서도 퇴직 후의 부부 갈등에 대한 고민을 많이 듣기 때문이다. 따라서 퇴직 후 노후자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부부 화목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부부 모두가 낮 동안은 수입을 얻는 일이든, 사회공헌활동이든, 취미활동이든, 이 세 가지를 겸한 활동이든 자기만의 시간을 갖도록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 전 미래에셋 부회장 대우증권 상무, 현대투신운용 대표, 미래에셋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로 일하고 있다. 대우증권 도쿄사무소장 시절, 현지의 고령화 문제를 직접 마주하면서 노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품격 있는 노후를 보낼수 있는 다양한 설계방법을 공부하고 설파하고 있다. 2025.04.28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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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대비하지 않으면 위기의 계절 될 수 있어 예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미래를 여는 조건이다. 자연재난부터 인파 사고까지, 그 대응의 열쇠는 '함께 대비하고 함께 실천하는 힘'에 있다. 제도는 정비되고, 기술은 진화하며, 시민은 참여하고 있다. 봄을 안전하게 피어내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다음 사회'의 시작이다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한국재난안전기술원 꽃이 피고 햇살이 따뜻해지는 봄. 사람들은 거리로 나서고, 전국 곳곳에서는 축제와 공연, 문화행사가 이어진다. 봄은 활력의 계절이자 공동체가 어우러지는 시간이다. 그러나 이 따뜻한 계절의 설렘 속에는 예기치 못한 위험도 함께 존재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안전사고는 우리에게 하나의 분명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봄은, 대비하지 않으면 위기의 계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3월,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이러한 경고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기온 상승, 건조한 날씨, 강풍이라는 조건이 겹치면 작은 불씨 하나도 통제불능의 재난으로 번질 수 있다. 특히 문화재 주변이나 관광지에서의 화재는 단순한 재산 피해를 넘어,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과 소중한 자산까지 앗아갈 수 있다. 봄철의 기후 특성과 환경 조건을 고려할 때, 우리는 이 시기를 그저 따뜻한 계절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또한 봄은 야외 활동이 본격화되는 시기로, 각종 지역축제와 문화행사 등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다중운집 장소에서는 예상치 못한 혼잡, 이동 동선 간섭, 응급상황 대응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견미지저(見微知著)", 즉 작은 징후에서 큰 위험을 미리 알아채는 지혜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안전은 일부 기관이나 특정 주체만의 책무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광주 북구 본촌동의 한 대형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북구청 공동주택과 직원들과 현장 관계자들이 굴착작업 공사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2025.4.23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쯤에서 우리는 인류의 오래된 생존 전략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약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지구상에 공존하던 시기. 근육과 신체 조건만을 놓고 보면 네안데르탈인은 사피엔스보다 강하고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살아남은 쪽은 사피엔스였다. 결정적인 차이는 '협업'에 있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언어와 신화를 통해 공동체적 신념과 규칙을 공유하며 혈연을 초월한 협력이 가능했고, 이것이 보다 큰 집단을 구성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반면 네안데르탈인은 가족 단위의 소집단 협력에 머물렀고, 그 확장성의 한계가 결국 생존력의 격차로 이어졌다. "네안데르탈인은 자기 근육을 믿고 싸웠고, 사피엔스는 서로를 믿고 함께 싸웠다"는 말이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이유다. 이제 우리는 그 협업의 지혜를 현대사회에 적용해야 한다. 봄철 재난과 안전 문제는 어느 한 주체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모두가 함께하는 협력적 대응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예방책이다. 중앙정부는 사전 위험요소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함께, 지자체와 민간의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협업 체계를 점점 더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예컨대, 지역 축제나 공연과 같은 다중운집 행사의 경우, 주최자와 지자체, 경찰·소방 등 유관기관이 협력해 사전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인파 규모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혼잡도 예측 기술도 현장에 적용되며, 민간 자율방재단과 현장 요원이 주요 동선에 배치돼 즉각적인 상황 대응이 가능하도록 준비되고 있다. 산불 대응 역시 민관 협업의 대표 사례다. 국가유산보호구역과 관광지 인근 산림지역에는 드론과 CCTV를 활용한 감시체계가 촘촘히 구축되어 있으며, 화재 취약 시기에는 야외 불꽃 사용 제한, 입산 통제와 같은 조치가 민간단체와의 협력 하에 추진된다. 또한, 화재 발생 시 빠른 초동 대응을 위한 지역 단위의 훈련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야외무대, 천막, 전기설비 등 임시 구조물에 대한 점검도 빠질 수 없다. 행사 전 철저한 점검과 더불어, 주최자 대상의 안전관리 매뉴얼 배포, 강풍 등 기상특보 발효 시의 실시간 공유 체계 구축 등, 현장 실효성을 높이는 다양한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단지 '행사 당일'의 안전만을 보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내 안전 문화가 일상으로 정착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와 기술만으로는 완전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안전은 현장을 구성하는 우리 모두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안내에 귀를 기울이고, 위험 요소를 발견했을 때는 주저하지 않고 알리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은 봄철 행사에서는 보호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자녀와 함께 안전 수칙을 숙지하고 실천하는 일상적 태도는 다음 세대에게 '안전 문화'라는 중요한 유산을 전하는 일이기도 하다. 안전은 결국, 협업의 또 다른 이름이다. 우리가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대비할 때 봄은 비로소 안전하게 피어난다. 예방은 거창한 시스템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오늘 이 순간, 우리의 작은 실천과 연대가 그 출발점이다. 그리고 그 힘은 언제나 우리 모두에게 있다. 2025.04.24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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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연금개혁의 역사적 의미 이번 개혁은 단순 보험료 인상이 아니라, 기금이 고갈되기 전 구조개혁을 준비할 수 있는 전략적 시점에 이루어진 역사적 전환이었다. 더불어 모수개혁을 넘어 구조개혁 논의를 본격화하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개혁은 제도의 '완결'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연금을 향한 로드맵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5년 봄, 지난했던 국민연금 개혁이 마침내 일단락되었다. 국민연금은 도입 이후 5년마다 재정계산을 통해 개혁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그때마다 논의는 반복적으로 유예되어 왔다. 이번 개혁은 통상 세 번째 개혁으로, 무려 18년 만의 결실이자 정치권의 역사적 결단을 통한 사회적 합의라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이번 개혁안은 보험료율을 13%로, 소득대체율을 43%로 인상하는 모수개혁안이다. 이는 국민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노후소득의 보장성을 일정 수준 강화한 정치적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분명 진일보한 개혁이지만, 기금고갈 시점을 8~15년 연장하는 수준에 머무른 점에서 여전히 불완전한 개혁이라는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개혁은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당장 수년간은 적립기금을 헐어 쓰지 않고, 보험료 수입만으로 연금 지출을 충당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기금의 운용수익이 재정의 한 축으로 온전히 유지될 수 있게 되었고, 기금운용수익이 훼손될 수 있던 위기국면에서 '급한 불'을 끄고, 보다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이번 개혁은 제도의 '완결'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연금을 향한 로드맵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여야가 지난달 20일 국민연금 개혁안에 최종 합의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2025.3.20.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개혁안에는 청년세대의 불안을 해소하고 제도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조치들도 포함되었다. 국민연금법 제3조의 2를 개정하여 국가의 연금지급 책임을 명문화하였고, 출산크레딧을 첫째아부터 12개월 인정하도록 확대하고, 군복무크레딧도 12개월로 확대하였다. 더불어 저소득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 확대 등 청년층의 연금가입 기간을 보완하고 보장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들이 마련되었다. 무엇보다 이번 개혁의 역사적 의미는 국민연금 도입 37년 만에 제도설계시 결정되었던 '3-6-9% 인상계획' 이후, 처음으로 보험료율 인상이 단행되었다는 데 있다. 1988년 3%로 시작한 보험료율은 1998년 9%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된 이후, 무려 27년간 동결되어 있었다. 이번 인상은 단순한 재정수지 보전 조치를 넘어, 연금재정의 운영방식을 준(準)적립방식(partially funded)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깊은 의의를 가진다. 전통적인 부과방식(pay-as-you-go) 연금은 일하는 세대가 은퇴 세대의 연금을 부담하는 구조로,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보험료 부담이 가파르게 증가한다. 실제로 많은 유럽 국가들이 적립기금 없이 이 구조를 유지하다가, 보험료율을 20% 이상으로 올리거나 대규모 국고를 투입해야 했다. 반면 적립방식(funded)은 세대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부담과 급여를 조정할 수 있는 '셀프 부양'구조로, 고령화 충격에 보다 자유롭고 탄력적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다. 2050년에는 인구의 40%가 65세 이상이 되고, 2070년에는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울트라 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연금재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는 기술적 문제를 넘어, 세대 간 정의와 제도의 존속을 위한 핵심적 관건이 된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아직 기금이 존재하는 시점에서 선제적 개혁을 단행할 수 있었다. 국민연금은 현재 1,200조 원 이상의 적립기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기금이 계속 쌓이고 있는 구간에 있다. 이번 보험료율 인상은 이 기금 누적 구간을 연장하여, 기금운용수익과 보험료수입이 재정의 양축으로 기능하는 '준 적립방식'의 연금 운영구조를 제도적으로 가능케 한 첫 걸음이었다. 즉, 9%에서 13%로의 보험료율 인상은 단지 기금고갈 시점을 미루는 조치가 아니라, 기금을 유지하고 운용수익을 확보함으로써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높이려는 '철학적 전환'이라 볼 수 있다. 기금이 존재하는 한, 보험료 수입과 운용수익이라는 두 개의 재정 축이 작동하면서 노동인구 감소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생산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적립기금이 잘 운용된다면 청년세대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보험료 부담은 피할 수 있다. 실제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이러한 가능성을 시뮬레이션으로 입증했다. 소득대체율 40% 기준으로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하고, 수급연령을 2048년까지 68세로 상향하며, 기금운용수익률을 5.5%로 유지할 경우, 70년간 기금 고갈 없이 지속 가능한 연금 모델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제시되었다. 현 개혁안이 적용한 소득대체율 43% 기준에서도 보험료율을 16.5%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여 인구 및 경제 변동에 따른 미세조정을 시행하면, 수지균형보험료율인 21.2%보다 낮은 수준에서 준 적립방식 운영이 가능하다. 결국 이번 개혁은 단순한 4%포인트의 보험료 인상이 아니라, 기금이 고갈되기 전 구조개혁을 준비할 수 있는 전략적 시점에 이루어진 역사적 전환이었다. 한국은 연금의 위기시계가 본격화되기 전, 먼저 대응할 수 있는 소수의 나라 중 하나다. 이번 개혁은 미래세대를 위한 준비의 첫걸음이었다. 더불어 이번 개혁은 모수개혁을 넘어 구조개혁 논의를 본격화하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향후 개혁과정에서는 보험료율 추가 인상, 수급연령 상향,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이 필요하다.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은 빈곤해소에 집중하고, 국민연금은 소득비례 연금으로 재편하며, 적용포괄성과 가입기간 확대, 퇴직연금의 내실화 등 다층 노후소득체계의 정비 방향도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공적연금은 특정 세대의 이익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그것은 세대 간 신뢰를 지키고, 공동체 전체의 미래를 위한 사회적 기반 인프라다. 이번 개혁은 그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미래를 향한 첫걸음을 디딘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시도였다. 준적립방식과 기본보장의 방향을 따라, 우리 모두가 연금을 다시 성숙하게 논의해야 할 때다. 2025.04.17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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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읽기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이 질문에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멋진 대답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직장인을 대상으로 강연을 가면 처음 던지는 질문이다. "인사팀장입니다." 이런 대답을 들으면 아래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착륙했다. 사람이 달에 간다고?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시절, 온 세상이 숨죽이며 그 역사적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과연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이미 성공이 예정되어 있었다. 미국의 대통령이 우주선 발사를 준비중이던 NASA(미항공우주국)를 방문해서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을 때의 일화. "당신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어떤 일을 담당했습니까?" 그 질문을 받은 사람이 안타깝게도 연구원이 아닌 NASA의 청소부였다. 그런데 그가 이런 대답을 한다. "저는 사람을 달에 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청소부의 말에는 자부심마저 느껴졌다. 구성원 모두가 이런 마음으로 일한다면어찌 그 프로젝트가 실패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누가 감동을 위해 지어낸 이야기 일수도 있으리라. 그랬다 하더라도 밀려오는 감동의 실체는 '일'에 대한 개개인의 마음이 어떠냐는 것이다.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이 질문에 이제 우리 자신만의 멋진 스토리를 만들고, 누구도 할 수 없는 자신만의 멋진 대답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대구시티투어에 참여한 육군 50사단 장병들이 대구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앞산 전망대를 찾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24.11.20.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올해 부쩍 군대에서 강연 의뢰가 많이 들어 온다. 많은 군인들이 마음에 큰 혼란과 불안 등을 안고 지내고 있다. 대부분의 군인들은 정치와는 무관하게, 그저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헌신하며 살아왔는데 본의 아니게 여론이나 대중의 목소리에상처를 입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그래서 일선의 군인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자부심을 자질 수 있게 힐링 강좌를 부탁해 온다. 예년 같았으면 안타깝지만 대부분 거절을 한다. 내가 기업에서 받는 강연료에 비하면 액수도 많지 않고 무엇보다도 군부대 방문을 위해 하루를 다 비워야 한다. 시간과 비용으로 보자면 나에게는 지극히 비효율적인 셈이다. 그런데도 올해는 벌써 몇 번이나 군부대 강연을 하고 왔다. 그들이 나를 초대하면서 보낸 메일에 간절함과 진정성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군 부대 강연의 시작은 역시 질문이다. "군인은 무엇을 먹고 사나요?" 이 질문은 무슨 뜻이며 어떤 의미일까? 이어지는 질문. "군인은 왜 목숨을 걸고 전쟁터로 뛰어 들지요? 소방관은 왜 죽을 각오를 하고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가지요? 돈을 많이 주나요? 보상이 많아서인가요?" 그럴 리가 없다. 군인과 소방관이 힘든 일에 비해 보상이 적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들은 왜? 또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한우가 맛이 있어요? 미국산 쇠고기가 맛이 있어요?" 이걸 뭐 질문이라고 하나. 당연히 한우지. "당신, 미국산 최고 등급 쇠고기 먹어본 적 없지요? 그러니 한우라고 하지" 모두들 웃는다. 최고급 쇠고기는 한우든 미국산이든 다 맛있다. 미군부대에서 먹어 본 스테이크가 그렇게 맛이 있다고 가 본 사람들 마다 입 소문을 내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소문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최고급 등급의 쇠고기를 우선 군대로 보내 군인들에게 보급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미군부대 스테이크가 그렇게 맛이 있다고?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세상이, 국가가, 국민들이 그들의 '가치'를 인정해 준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직업 1위는 소방관이다. 선한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숭고함에 국민들이 존경을 표한다는 뜻이다. 군인들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사회는, 세상은, 국민들은 그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의 예를 표한다. 이제 다시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이 질문에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멋진 대답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10여년간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며 직장인들의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진료, 방송,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24년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민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 중이다. 2025.04.17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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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돋보기 시(詩) 4편으로 풀어보는 한류의 세계 한류는 오늘도 만들어지고 전파되고 수용되고 있다. 창·제작자에게는 영감과 상상을, 플랫폼과 유통의 현장에는 전략과 방법론을, 연구자에게는 전망과 통찰을, 정책 담당자에게는 기획과 비전을, 그리고 수용자들에게는 향수(享受)와 감동을 주어야 할 그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정길화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 4편의 시(詩)로한류를 설명할 수 있다. 김춘수의 '꽃',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김용락의 'BTS에게', 그리고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이다. 이 네 편의 시로 우리는 한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헤아려볼 수 있다. 기승전결이다. 시와 함께하는 한류의 여정을 한번 떠나 보시겠습니까. ◆ 정의(定義)의 시작 김춘수의 '꽃': 이름을 부르는 순간, 한류는 실체가 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한류는 처음에 그저 '몸짓'이었다. 지나가는 바람처럼 보였다. 한국 드라마가 수출되고, K팝이 해외에서 열광하는 팬들을 만날 때까지만 해도, 그것은 하나의 '현상'에 불과했다. 그러나 세계가 그것을 "한류(Hallyu)"라고 불렀을 때, 그 순간부터 한류는 실체가 되었다. 현상은 인식되고 하나의 용어로 명명됨으로써 실재(實在)한다. 아마도 1990년대 후반 중화권 매체에서의 '한류'라는 명명이 없었으면 드라마와 K팝 등 일련의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는 일과성의 유행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김춘수의 시처럼, "그를 불러줌으로써,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 한류는 이제 더 이상 낯선 몸짓이 아니라, 세계가 이름을 짓고 불러준 하나의 '문화적 주체'가 되었다. 한류는 정의(definition)와 호명(呼名)으로써 시작되었다. 한류는 수동적인 소비물이 아니라, 세계가 함께 호흡하고 상호작용을 한 결과물이다. 학계에서 진단한 대로 한류는 전파(傳播)가 아니라 수용(受容)이다. '불리는 이름'이 있다는 것은 관계의 출발이다. 한류는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태어나고, 그 이름을 통해 정체성을 부여받았다. 김춘수의 시는 단순한 존재론을 넘어, 인식론적 선언이 된다. "당신은 존재한다, 왜냐하면 내가 당신을 불렀기 때문이다." 한류는 그렇게 세계 속에 '들어왔다'. ◆ 생성의 시간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고통과 기다림 끝에 피어난 한 송이 한류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류는 하루아침에 피어난 꽃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 분단과 동족상잔의 아픔, 절대빈곤에서 벗어나려는 산업화의 질주, 민주화의 함성, 다이나믹 코리아와 민주적 회복력 . 그 모든 역사적 울음이 있었기에 오늘의 한류가 가능했다. 소쩍새가 울었고,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다. 소쩍새 울음, 먹구름 속 천둥은 한국 현대사의 수난과 인고를 말하는 메타포다. 마침내 피어난 국화 한 송이는 응결된 문화적 승화로서 바로 한류다. '국화 옆에서'는 불가의 연기(緣起) 사상을 노래하는 시다. 그 어떤 생명도 혼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우주의 인연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한류는 단절된 흐름이 아니라 연속된 역사 속에 존재한다. 봄부터 울어온 소쩍새, 그 먹구름의 끝자락에서 한류는 피어났다. 설사 소쩍새와 먹구름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울거나 천둥을 치지 않았더라도 국화는 스스로 피어 그들에게 보란 듯이 현현(顯現)한다. 한류는 한국의 시간과 기억이 맺은 꽃이다. 그리고 이 '기억의 꽃'은 단지 아름답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증언이며, 시대의 결과다. 한류는 단순한 콘텐츠 상품이 아닌, 한국 사회가 겪은 모든 시련과 굴곡, 성공과 회복의 총체적이며 문화적인 결정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묻는다. 지금 피어난 국화, 한류는 과연 누구를 위해 피어난 것인가? 한국 사회 내부의 치유인가, 세계를 향한 몸짓인가? 아니면 그 둘 모두인가? 대구 달서구 이월드 83타워에 오픈한 이랜드뮤지엄의 뮤지컬 특별전시 '라라의 꿈의 극장'을 찾은 관람객이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축하무대를 선보인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 실제 공연의상을 살펴보고 있다. 2023.1.12.(ⓒ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공감의 울림 김용락의 'BTS에게': 언어를 넘어 마음을 두드리는 K-콘텐츠 "LOVE MYSELF, LOVE YOURSELF!/(...) /인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비로소 가슴이 뛰고 인간이 된다는 것을..." 김용락 시인은, 그의 작품 'BTS에게'에서 "LOVE MYSELF, LOVE YOURSELF!/이 말만은 알아듣겠더군 (...) 나는 그대들의 세계관을 이해하게 되었지/인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비로소 가슴이 뛰고 인간이 된다는 것을 문학이 가르쳐 주었지.."라고 진솔하게 토로한다. 그들이 왜 세계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지 핵심을 통찰한다. BTS는 단순한 아이돌이 아니다. 그들은 언어를 초월한 감정의 번역자이며, 시대의 시인들이다. 그들의 노래는 말보다 앞서는 진심의 파동이다. BTS의 노래는 춤과 몸짓으로 쓰는 시다. 그들은 고백하고, 질문하고, 위로하고, 때론 저항한다. 한류의 힘은 여기에 있다. 잘 만들어진 문화상품 이전에 진심으로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서 시작된다. 팬덤은 단지 소비자가 아니다. 공감의 공동체이며, 문화의 공동 창작자다. '다른 언어로도 마음속을 두드리는' 콘텐츠. 그것이 바로 K-팝이, K-드라마가, K-콘텐츠가 세계를 울리는 이유다. 'BTS에게'는 이 점에서 시의 역할을 되새기게 한다. 시는 원래 개인의 고백이지만, 동시에 집단의 거울이 된다. K-콘텐츠는 세계를 감동시키는 이유로 '완성도'나 '스타일'을 들기도 하지만, 진짜 힘은 '진정성'이다. BTS는 자기 언어로, 자기 감정을 고백했기에 공감이 가능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류가 '세계의 감수성'과 접속하는 방식이다. 한류의 핵심 비결이다. ◆ 지속의 여정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 아직 쓰이지 않은 시, 아직 불리지 않은 노래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한류는 지금도 여정(旅程)에 있다. 더 많은 서사, 더 깊은 공감, 더 다양한 목소리를 향해 나아간다. 히크메트가 말하듯, 진정한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이다. 그야말로 더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있다. 한류 또한 절정에 이르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한류에 자만하거나 자족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류가 추구해야 할 미래상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지 확장만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가치와 다문화적 포용, 인간성의 회복에 있다. 한류는 이제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문화산업과 콘텐츠 생태계의 선순환과 함께 문명사적 대안 역할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K-콘텐츠는 세계를 향해 말하고 있지만, 동시에 한국 사회 안의 진실도 말해야 한다. 외연을 넓히되, 내면을 잊지 않아야 '진정한 여행'은 계속된다. 한류는 오늘도 만들어지고 전파되고 수용되고 있다. 드라마로 영화로 예능과 음악으로 그리고 웹툰과 게임으로. 그러나 그 쓰임이 '소모'가 아니라 '의미'가 되기 위해선 방향성이 필요하다. 창·제작자에게는 영감과 상상을, 플랫폼과 유통의 현장에는 전략과 방법론을, 연구자에게는 전망과 통찰을, 정책 담당자에게는 기획과 비전을, 그리고 수용자들에게는 향수(享受)와 감동을 주어야 할 그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정길화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 전 한국국제문화교류원장MBC 교양PD로 '인간시대', 'PD수첩' 등의 프로그램 연출을 맡았다. '중남미 한류 팬덤 연구'로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MBC중남미지사장 겸 특파원을 거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으로 K-콘텐츠와 한류정책을 연구하면서 '공감 한류' 전파에 기여하고 있다. 2025.04.15 정길화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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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단상 돌다리 공무원이란 주민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돕는 '다리'인 것 같다. 사람들이 저 건너편으로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그래서 서로 만나 함께 돕고 살 수 있도록 제 등을 내어주는 다리. 튼튼한 두 '다리'로 우리 지역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분명한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뛰어나가고 싶다.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지난 4월 5일, 토요일은 국가공무원 공채 시험일이었다. 아침 일찍 관외 출장을 가야 하는 일이라 부담이 되어 올해는 지원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시험장의 풍경이 궁금했다. 점심을 먹으며 감독관에 지원했던 동료 주무관님께 응시생은 많았는지, 분위기는 어땠는지 여쭤보았더니, 한 교실에 스무 명 중 열아홉 명이 시험을 보러 왔다고 했다.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이 엄숙하고 진지했다고 했다. 주무관님의 이야기에서 자연스레 7년 전 봄을 떠올리게 되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었던 내가 갈 곳은 집과 독서실뿐이었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미화(美化)된다고 하던데, 나는 여전히 그 시간을 어둡게 기억하고 있다. 출구가 없는 깜깜한 동굴 속, 벽에 손을 대고 더듬어 가며 한 걸음씩 걷는 듯했던 그때다. 그땐 합격만 하면 어떤 어려운 일이 주어지더라도 웃으면서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어떤 민원인을 만나더라도 친절하게 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해 운 좋게도 나는 두 번의 면접을 볼 수 있었다. 한 번은 경기도 고양에서, 또 한번은 충청북도 청주에서, 두 번 다 오후 조였다. 순번이 늦어 긴장 속에서 준비했던 답변을 되뇌며 긴 기다림을 견뎌야 했다. 손발은 차가워질 대로 차가워졌지만 이미 다짐만으론 천생 공무원이었다. 어딘가 지친 표정의 면접관 두 분은 면접을 마무리하면서 나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할 기회를 주셨다. 그날 무슨 질문을 받았는지, 내 대답이 어땠는지는 다 기억할 수 없지만, 마지막 한마디만큼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이것만큼은 지킬 수 있을 거라고 너무 쉽게만 생각했던 다짐이기에. 7년이 지났다.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는 공무원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호기롭게 말했던 공무원 시험 응시자는 지금 읍행정복지센터에서 증명서를 발급하고, 전입신고를 받는 민원 담당 공무원이 되었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의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무거운 말을 꺼낼 수 있었을까. 내가 했던 말이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 말인지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다소 뜬금없는 화제일지는 모르지만, 어느 날은 문득, 나만 이렇게 어려움을 느끼는 건지 궁금했다. 동기와 차를 마시면서 그 친구에게 슬쩍 물어봤다. "너는 왜 공무원이 되고 싶었어?" 들어온 시기는 다르지만 나보다는 초심이 남아있을 것 같은 남편에게도 물어봤다. "공무원으로 사는 지금의 삶이 어때?" 그들의 답변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삶에 있어서 각자의 가치관이 다르고 지향하는 목표 또한 다르기에. 하지만 신규 공무원이었던 시절을 이야기하는 그들의 눈빛에서 어떤 반짝임을 볼 수 있었다. 모두 처음은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 읍행정복지센터의 일상은 분주하다. 많은 사람이 오고 간다. 그분들은 어느 날은 민원인이고, 어느 날은 직능단체 회원이기도 했다. 내게 오는 민원인들은 서류를 발급받거나, 전입신고를 하기 위해 오는 분들이다. 매일 같이 읍행정복지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는 이상 스치듯 지나가는 민원인이 대부분이다. 한때는 아기의 출생신고를 받고 마음이 훈훈해지기도, 아기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며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다. 사망신고를 받으면 가족을 떠나보낸 이의 먹먹함과 슬픔이 그대로 전해지기도 했다. 길거리의 많은 사람들이 내게 들렀던 민원인 같았고, 마음속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언제 꾸었는지 모를 아득한 꿈속에서는 민원을 받고 사실조사를 나갔다. 내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그때를 기억하며 일에 대한 내 마음과 감정이 많이 무너져 있음을 느꼈다. 괴로운 마음과 무너진 감정은 생각지도 못했던 의외의 곳에서 추스를 수 있었다. 산불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읍장님을 포함한 다섯 명의 직원들은 일요일에 산불 근무를 서야 했다. 팀장님 두 분과 함께 마을 순찰을 하며 위험한 상황은 없는지 확인하고, 주민들에게 산불 예방과 산불 발생 시 행동 요령에 대한 홍보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일에 대한 의식은 산불 예방을 목적으로 한 홍보 노래가 흘러나오는 행정 차량 포터에서 깨어났다. 부끄럽지만, 민원 업무의 성격상 출장 다닐 일이 많지 않아 마을 지리에 어두웠던 나는 그 마을이 그 마을처럼 보였지만 주덕읍 화곡리~사락리 일대, 덕련리~당우리 일대를 꼼꼼하게 눈에 담았다. 벚꽃이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아서인지 상춘객은 보이지 않았다. 한식을 맞아 공설묘지에 들른 성묘객에게 산불 예방 홍보지를 나눠드리며 조심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이번 산불은 국가적인 재난이다. 상황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도록 작은 노력이나마 보태는 것이 공무원의 일임을 다시 느꼈다. 공설묘지 성묘객을 대상으로 산불 예방 홍보물을 나눠드리는 모습. 그날 오후에 곳곳에 내린 고마운 봄비처럼, 여러 유관기관에서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 기부가 이어졌다. 동료 주무관님은 성금 접수로 바빠 보였다. 위로의 마음을 전하는 손길에서 우리가 살사는 곳이 서로 돕고 보듬는 지역사회임을 알았다. 그 안에서 공무원은 어떤 존재일까? 7년이 되어가는 시간 동안 이곳에 몸을 담으며 느꼈던 나의 짧은 생각으로는 공무원이란 주민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돕는 '다리'인 것 같다. 사람들이 저 건너편으로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그래서 서로 만나 함께 돕고 살 수 있도록 제 등을 내어주는 다리.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가장 강하고 튼튼한 돌다리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튼튼한 두 '다리'로 우리 지역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번에는 벽을 더듬으며 한 걸음씩 느릿하게 걷지 않고 분명한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뛰어나가고 싶다. ◆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충주시에서 민원담당으로 일하며 겪은 일상을 수필로 쓴 글이 등단의 영광으로 이어졌다. 공직 업무의 꽃인 '민원 업무'로 만난 수많은 일화들이 매일 성장통이자 글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내가 건넨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2025.04.10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