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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사진작가 김중만의 저작권 기증 뒷얘기
[전국] 지난 23일, 사진작가 김중만 씨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자신의 작품 66점에 대한 저작권을 기증했다. 저작권 기증이란 저작재산권자 등이 자신이 갖고 있는 권리를 국가에 기증해 기증저작물을 일반인이 자유롭게 이용하게 함으로써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고, 지적 자산의 나눔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이다. 안익태 선생의 유족이 기증한 애국가가 대표적인 기증 사례이다.
김 씨가 이번에 기증한 작품 66점은 2014년이 정부 수립 66주년임을 기념해 한국적 이미지를 담은 작품들로 작가가 직접 선정했으며, 지난 5년간 국내외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면서 촬영한 한국적인 이미지를 담은 수준 높은 작품들이다.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면서 저작권을 지키는 데 힘써야 하는 예술가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중만 작가는 저작권을 부동산에 비유하며 이번에 기증한 사진들을 상업적으로 쓴다면 3년 안에 30억 원을 벌어들일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아깝지 않은지 물었다.
“아니오. 전혀요. 남들보다 도덕적으로 평범하게 살아오지 않은 나를 받아준 사회를 위해 언젠가는 보답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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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건국 66주년을 맞아 작품사진 66점의 저작권을 기증한 사진작가 김중만 씨.(사진=정책브리핑) |
사진작가 김중만의 저작권 기증은 생각보다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각종 언론이 집중했고, 존재조차 미미했던 공유 저작물 사이트인 ‘공유마당’의 이용자가 7배나 늘어났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의 기부행위가 또 하나의 장사꾼이 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기부 의사가 있지만 형편이 안되는 작가들에게 누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김중만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사진작가다. 국내 톱스타 중 그의 모델이 되지 않은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는 돈이 잘 벌리는 사진만 찍지는 않는다. 아프리카를 누비며 기린과 사자를 찍어 아프리카 동물 사진 전시회를 여는가 하면, 독도에 머물며 하루 중 21시간을 사진만 찍기도 한다. 자신을 오로지 사진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그는 상업사진과 예술사진을 넘나드는 보기 드문 작가다.
1954년 강원도에서 태어난 그는 17세 때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로 갔다. 전기도 학교도 없는 오지였다. 3년 뒤, 학업을 위해 홀로 프랑스로 떠났다. 접시를 닦아 생계를 이어가며 공부했다. 니스 응용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정작 그를 사로잡은 건 사진이었다. 1977년 최연소(23세)로 프랑스 ‘오늘의 사진작가 80명’에 선정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자유분방한 그에게 한국사회는 싸늘하기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대한민국의 독보적인 사진작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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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가 김중만 씨가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기증한 작품 사진 ‘경이로운 곳(WONDERLAND)’ |
그의 저작권 기증에 대한 결심은 엉뚱하게도 한 대형서점에서 이뤄졌다.
“책을 20권을 골라서 계산하려고 줄을 섰는데 직원이 그래요. 이렇게 많은 책을 사가는 분을 처음 봤다고요. 그런데 20권의 책값이 20만 원도 안 되는 거예요. 이렇게 싸게 파는데도 안 팔린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눈앞이 캄캄하고 창피했어요. 제게 책을 내자고 한 분들에게 거절한 것이 너무 미안했고요. 그러고는 당장 그 분 중 한 분께 전화를 드렸더니 현실을 알려주시더군요. 도서출판에 대한 정부 예산이 0원이라고. 콘텐츠 예산이 8천 억, 아카이브 예산만도 9천 억인데 0원이라니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도서출판 분야에 예산을 지원해달라는 조건을 내걸고 기증을 약속했어요.”
가장 열악한 지역의 정부 파견의사를 자청해 평생 봉사의 삶을 살다간 아버지의 아들다웠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사회 약자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간다고 했다. 앞으로 100만 장까지 기증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아버지의 유산 덕에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90% 이상의 사람들이 제가 유명하니까 돈도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돈을 많이 벌어본 적도 있었어요. 1년에 17억 정도 벌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때나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지금이나 생활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집사람과 아들도 소박해서 그런 것에 연연해하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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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만 작가가 기증한 사진작품은 자유이용 공유저작물 사이트인 ‘공유마당’에서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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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기증한 작품들은 작가가 지난 5년간 국내외 구석구석을 촬영한 한국적인 이미지를 담은 수준 높은 작품들이다. |
유럽의 경우, 기증된 공유저작물을 이용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문화콘텐츠를 제공,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 아이디어와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2008년 출범한 유로피아나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영국국립도서관, 프랑스국립도서관을 비롯한 수많은 유럽의 도서관, 박물관, 기록관 등에서 제공한 이미지, 텍스트, 사운드 및 비디오를 비롯한 문화유산 콘텐츠를 유럽연합 회원국의 28개 언어로 번역해 일반인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저작권 기증은 문화산업과 창작활동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저작권 보호정책이 강화되고 저작권 침해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창작활동 및 콘텐츠 산업의 위축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앱 개발자, 디지털교과서, e러닝 업체 등 다량의 저작물을 사용해야 하는 기업들은 콘텐츠 개발에 들어가는 저작권료의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작권 보호기간의 연장(50년→70년)으로 저작권은 살아있지만 유통시장에서 제외돼 사장된 저작물이 증가하고 있으며, 도서관과 박물관에서 제공 가능한 콘텐츠들이 저작물의 권리 처리와 같은 저작권 문제로 제한을 받게 된다. 이러한 것들은 공유저작물로써 해결이 가능하다. 여기서 공유저작물이란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된 만료저작물, 저작권법에 따라 기증된 기증저작물, 일정한 조건으로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저작물, 공공기관이 창작하거나 취득해 관리하고 있는 저작물을 말한다.
공유저작물들은 ‘공유마당(gongu.copyright.or.kr)’에 수록돼 모든 국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나 1인 창조기업 등에서 해외 수출, 관광 홍보용 자료 발간 및 교육자료 제작 등 상업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도 심사를 거치면 이용이 가능하게 된다. 일례로 교보문고, 예스24 등 온라인 서점에서는 ‘e-book’을 제작해 서비스하고 있으며, 이러닝 사업체에서 온라인 교육자료를 만들거나, 포털사이트는 백과사전에 만료저작물을 활용해 사업화하고 있다. 민간 전통문양 자료들은 각종 상품소재 및 디자인 소스로 활용함으로써 상품의 고급화와 산업디자인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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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마당’에서 제공한 만료저작물을 이용한 민간 분야 사업화 현황(‘10~‘13년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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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 전통문양 자료들은 각종 상품 소재 및 디자인 소스로 활용돼 산업디자인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게 된다. |
사진이 아닌 예술을 하고 싶다는 김중만 작가의 경쟁 상대는 프란시스 베이컨과 앤디워홀 같은 세계적인 예술가다. 보여지는 것과 달리 스튜디오의 월세를 3개월씩 밀린 적도 있다는 그다. 인화지 살 돈이 없어 가끔씩 외상으로 물건을 가져오기도 한다. 넘치기에 나누는 것이 아닌 나누어야겠기에 나눔에 앞장섰다. 영향력 있는 작가의 저작권 기증은 한 개인의 나눔으로 끝나지 않고 침체된 우리 사회 콘텐츠 생태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정책기자 이정훈(프리랜서) hunlee87@naver.com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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