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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평일 저녁 가족과 식사…택배노동자도 ‘저녁이 있는 삶’

[문재인정부 4년, 내게 찾아온 변화] 민생경제/소득분배개선

택배노동자가 말하는 일상의 변화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 2021.05.10

택배노동자 경력 17년 차인 원영부(CJ대한통운) 씨는 요즘 평일에도 저녁이 있는 삶을 보내고 있다. 노동조합 일도 겸하면서 남들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평일 저녁에 회사 업무에서 해방돼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어린 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택배 배송 업무로 저녁 9시 이후 퇴근했던 1년 전만 해도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당시 그는 새벽 5시에 출근해 저녁 9시 넘어 집에 들어왔다. 요즘에는 오전 6시 30분에 집을 나서 오후 5~6시면 업무를 마친다.

원영부 씨는 “정부가 택배 분류 작업을 회사가 책임지도록 하면서 그만큼 하루 일과를 빨리 끝낼 수 있게 됐다”며 “우리 터미널에서는 8개월 전부터 분류 작업에서 벗어났고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어 주말에는 충분히 개인 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주 5일 근무를 하면서 주말에 전남 여수까지 낚시하러 가는 동료도 있다고 그는 전했다.

택배 분류 작업 해방으로 ‘저녁’ 되찾아

원영부 씨와 그의 동료들이 저녁과 주말의 삶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택배 분류 작업에서 해방됐기 때문이다. 택배노동자들이 분류 작업까지 떠안았을 당시 오전 7시부터 분류 작업에 매달려도 오후 1~2시 정도에 배달 업무를 나갈 수 있었다. 화물 트럭이 늦게 도착하기라도 하면 배송 출발 시간은 더욱 늦어졌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배송할 수밖에 없었고 퇴근 시간도 그만큼 늦어졌다. 택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송 수수료가 하락하는 추세여서 배달 물량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아 강도 높은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인 택배노동자들은 시간당 임금이 아니라 택배건수당 수수료 형태로 받기 때문에 분류 작업에 아무리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추가근무수당은커녕 월수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택배노동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공짜 노동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원 씨는 환경이 개선됐지만 “아직 저녁이 있는 삶이 모든 택배노동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 터미널은 80명의 노동자가 모두 조합원이라서 사회적 합의기구가 합의문을 이끌어내기 전부터 택배 분류 작업에서 해방됐다”며 “택배종사자 과로대책 사회적 합의기구가 합의안을 발표한 이후에도 많은 택배노동자가 여전히 하루 4시간 이상 분류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 박스의 면적과 높이, 위치를 인식해 자동으로 컨베이어벨트에 옮기는 ‘인공지능(AI) 로봇 디팔레타이저’를 이용해 박스를 옮기는 CJ대한통운 직원.(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택배 박스의 면적과 높이, 위치를 인식해 자동으로 컨베이어벨트에 옮기는 ‘인공지능(AI) 로봇 디팔레타이저’를 이용해 박스를 옮기는 CJ대한통운 직원.(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부 택배노조 승인으로 노동 3권 인정

택배산업은 1992년 처음 택배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연평균 12.1%의 고속 성장을 해왔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전년 대비 14.3%나 성장해 7조 원 규모에 이른다. 2020년 연간 총 택배 물량은 32억 개에 달해 국민 1인당 연 64개를 수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택배노동자(택배기사) 역시 2014년 3만 3100명에서 2020년에는 5만 4000명으로 늘었다.

택배산업은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택배노동자들은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2020년에만 과로 등으로 16명이 사망했다. 일요일·공휴일 외에는 휴무 없이 주 6일 배송이 보편화됐고 질병 등 특수한 상황에도 휴가를 쓸 수 없다. 택배사가 직접 택배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대리점이나 택배사와 위탁계약을 한 개인사업자로 특고에 해당한다.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해 불이익을 받아도 보호받지 못하며 산재보험 가입률도 낮아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고 종사자들도 산재보험을 받을 수 있지만 근로계약서상의 노동자와 달리 보험료의 50%를 부담해야 한다. 개인 비용 부담이나 사측의 권유·유도 등으로 산재보험 적용 제외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가입률은 18.5%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택배서비스를 시작한 지 25년 만인 2017년 초 택배노동자 약 150명이 모여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무임금 하차와 분류 작업 개선과 대리점 표준계약서 체결 등을 요구했다. 그해 8월에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를 요청했고 11월에 정부가 택배노조 설립 신고를 승인했다.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받지만 자영업자 신분인 특고 노동자들이 노동 3권을 인정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사회적 합의기구 출범 노동환경 개선

2020년 들어 택배 물량 급증으로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잇따르자 정부와 여당은 사업자(한국통합물류협회), 종사자(전국택배대리점연합회·택배노조), 소비자 단체, 화주(온라인쇼핑몰·TV홈쇼핑협회) 등으로 ‘택배종사자 과로대책 사회적 합의기구’를 출범시켰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2개 분과에서 각각 두 차례 회의, 전체회의 세 차례를 거쳐 2021년 1월 21일 합의에 이르렀다. 그동안 공짜 노동 논란과 장시간 근무 원인으로 지목됐던 택배 분류 작업을 택배사 책임으로 명시하는 등 1차 합의문을 발표해 택배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할 단초를 마련했다.

합의를 이끌었던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1차 사회적 합의는 택배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이나 과로사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고 택배산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택배를 도입한 후 28년간 공짜 노동을 해왔던 분류 작업에서 택배노동자들이 완전히 해방된 날이다”라고 밝혔다.

합의문에는 분류 작업에 대해 택배사 책임을 명시하고 택배노동자들의 주 최대 노동시간을 60시간, 심야 배송을 저녁 9시까지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택배사업자가 분류 작업 자동화설비를 갖추도록 하고 설비가 없어 택배노동자가 불가피하게 분류 작업을 할 경우 택배사업자 또는 영업점이 분류 전담 인력을 투입하는 비용보다 많은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국토교통부는 산업연구원에 택배 거래 구조 개선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택배노동자를 분류 업무에서 제외하기 위해 택배사는 추가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또 주 최대 노동시간 60시간을 달성하려면 주 5일제 근무도 필요해 택배비 인상 여부가 주요 안건으로 떠올랐다.

택배노동자 과로 방지 대책 사회적 합의 주요 내용

‘생활물류법’ 제정, ‘산재보호법’ 개정으로 택배·배달노동자 법의 사각지대서 벗어나

택배노동자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택배산업은 매년 고속 성장했지만 택배산업 관련 규정은 육상·화물운송을 규율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국토교통부 고시)에 일부 적용됐을 뿐이다. 택배노동자들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2021년 1월 26일 제정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은 급속히 확산하는 택배·음식배달 등 생활물류서비스산업을 제도화하고 종사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항을 담았다. 공정거래를 위한 표준계약서와 6년간 운송 위탁계약을 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한다. 택배사업자가 영업점의 종사자 안전 관리 조치를 감독하도록 하고 종사자 휴게 시설 확보 등의 의무가 부여됐다.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택배 분류 작업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표준계약서에 ‘택배종사자 과로대책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합의한 내용을 명시하기로 했다. 표준계약서는 택배사업자 등록 시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사업자 등록이 취소된다.

국토부는 “그동안 법적 근거가 미비했던 생활물류서비스산업의 근거법이 마련됨으로써 택배·소화물(음식물)배송산업을 포스트 코로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는 한편 종사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택배·배달노동자들을 위해 ‘산재보험법 및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2021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면 산재보험 적용 대상 특고 종사자가 일하다 다칠 경우 예외 없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

택배 등 14개 직종의 특고 종사자들은 사유와 관계없이 산재보험 적용 제외를 신청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 질병·육아휴직 등 법률에서 정한 사유만 산재보험 적용을 제외할 수 있다. 사업주의 권유·유도 등 오남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업주와 종사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고위험·저소득 특고 직종을 대상으로 보험료를 50% 범위에서 한시적으로 경감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그동안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됐던 약 45만 명의 노동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보험료 경감 등으로 더 많은 특고 종사자들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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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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